카피: 역사는 실력을 키워 주는 ‘기출문제집’ 성공과 실패의 과정을 복기해 본다
부제: 역사를 바꾼 리더의 선택들
글 김준태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21년 8월 13일
ISBN: 978-89-374-4465-4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40x210 · 268쪽
가격: 16,000원
발행일 2021년 8월 25일 | 최종 업데이트 2021년 8월 25일 | ISBN 978-89-374-4466-1 | 가격 11,200원
서문
1부 성패를 가르다
note 01 병자호란
note 02 광무개혁
note 03 세종의 재난 대응
note 04 세조의 경진북정
note 05 임숙영의 대책
note 06 위훈 삭제
2부 시스템을 갖추다
note 07 세종의 공법 개혁
note 08 영조의 균역법 제정
note 09 정조의 신해통공
note 10 조준의 토지 제도 개혁
note 11 신문고 설치
note 12 호패법 논쟁
note 13 서원 철폐
3부 사람을 경영하다
note 14 세종의 인재 경영
note 15 숙종의 환국 정치
note 16 영조와 정조의 탕평 정치
note 17 태종의 세자 책봉
note 18 조선의 세자
note 19 강희맹의 상소
note 20 극한 환경에서의 인재 육성
주
미증유의 재난과 위기 상황을 마주한 조선의 리더들, 그들의 역사적이고 결정적인 선택들을 분석한 책, 『조선의 위기 대응 노트』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수많은 재난, 위기, 문명의 대전환을 맞아 조선의 리더들은 어떻게 이를 성공적으로 대처하고 극복했을까? 혹은 어떤 그릇된 판단과 대처로 위기를 심화시켰을까? 이러한 질문에 대해 이 책은 조선의 20가지 사례(史例)로 대답을 대신한다.
저자 김준태는 그간 역사와 정치사상에 관한 깊이 있는 연구와 저술을 통해 오늘날의 독자들의 피부에 와닿는 통찰을 전해 왔다. 전작인 『군주의 조건』에서는 꼼꼼한 실록 및 사료 고증을 바탕으로 조선의 왕들이 펼친 리더십을 정리하여, 현대의 리더가 교본으로 삼을 만한 조언들을 전한 바 있다. 이번 책에서도 조선의 리더들의 선택을 현대적인 관점과 이론을 바탕으로 심층 분석하며 위기 대응에 있어 유용한 교훈과 반면교사가 될 이야기들을 전한다.
지나간 것을 살펴 다가오는 것을 밝힌다. ― 동중서(董仲舒)
저자는 서문에서 한(漢) 대의 학자 동중서의 말을 인용한다. 과거의 일을 오늘날의 교훈으로 삼을 때에 역사의 쓸모가 생긴다는 것이다. 역사가 주는 교훈은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사회, 정치, 경영 등의 분야에서도 유효하게 적용 가능하다. 과거의 성공과 실패를 복기함으로써 우리들은 과거보다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일종의 ‘기출문제집’인 셈이다.
『조선의 위기 대응 노트』는 현대적인 관점과 이론으로 역사적 사례를 분석함으로써 그 ‘쓸모’를 더한다. 조선의 리더들은 각각 재난과 위기를 어떻게 마주했을까. 세종은 토지 조세 제도인 공법을 개혁하면서 정책을 시험하고 시행에 앞서 여론 조사를 실시하는 등, 철저한 피드백 과정을 거쳤다. 저자는 이렇듯 세종이 정책을 도입하고 이를 개선하는 과정을 ‘위기 경영’의 권위자로 알려진 에드워즈 데밍(Edwards Deming)이 주장한 ‘계획, 실행, 점검, 조치(PDCA) 사이클’에 부합한다고 이야기한다. 우수한 정책 품질 관리의 사례로 본 것이다.
태종이 충녕 대군을 세자로 책봉하는 과정을 다룬 부분도 흥미롭다. 오늘날 기업이나 정부 조직 등은 리더의 부재 상황에 미리 대비해 대체 계획(replacement plan)과 승계 계획(succession plan)을 세워 두는데, 이 틀을 바탕으로 태종이 충녕 대군을 세자로 책봉하고 왕위를 물려준 사례를 분석한다. 이러한 체계적인 대체 및 승계 계획의 진행 과정이 훗날 세종이 되는 충녕 대군에게 어떤 힘이 되었는지 보여 준다.
현대의 경영학적 관점으로 재구성한 역사적 사례는 피상적이고 도덕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역사적 사건을 일반적인 사회 원리로 환원시킴으로써 독자에게 위기관리에 관한 실질적인 통찰을 전한다.
조선의 제16대 왕, 인조는 자신의 입맛에 맞는 정보만 받아들였고, 당시의 동아시아 정세의 변화에 대해서는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결국 인조는 쇠락해 가는 명나라와 청(후금)나라 사이에서 명의 편을 드는 한편, 청나라를 무시하며 적으로 돌리게 되었다. 이로써 정묘호란과 병자호란, 두 차례의 전쟁이 발발하게 된다. 전쟁이 일어났음에도 인조는 남 탓으로 일관하며 왕 스스로의 체면만 지키려 했다. 인조는 리더로서 ‘통제 환상(illusion of control)’, 즉 위기와 같은 불안 요소를 자신이 제어할 수 있다는 환상에 빠져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않고 오히려 위험을 키웠다. 그뿐 아니라 인조는 실제 전쟁이라는 위기가 닥쳤음에도 이를 직시하며 반성적인 성찰을 통해 대응력과 복원력(resilience)을 키우는 일에 무관심했다. 전쟁을 대비하지도, 전쟁의 피해를 최소화하지도 못한 것이다.
“대신들이 우물쭈물하다가 상황이 이렇게 되었다.” ― 인조(仁祖)
“경은 스스로 품고 있는 생각대로 판단하고 결정하라.” ― 세조(世祖)
반면 조선의 제7대 왕인 세조는 국경 지역에서 조선을 위협해 온 여진족이라는 위험 요소를 미리 파악한 후, 이들의 위협을 체계적으로 관리했다. 이로써 1460년에 신숙주를 필두로 한 조선군이 모련위의 여진족을 정벌하는 사건, 즉 경진북정(庚辰北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우선 세조는 현장의 지휘관에게 전권을 일임하여 효율성을 높였다. 지휘관인 신숙주는 세조의 그러한 믿음에 부응했다. 한편 적극적인 외교전을 병행하여 공격 대상이었던 낭발아한 일족을 고립시키면서 부차적인 리스크도 관리해 나갔다. 조직의 역량을 하나의 목표에 집중시키고 전략의 성공의 가능성을 높였다. 그뿐 아니라 정벌이 성공한 이후에도 유지할 수 있도록 방어 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처럼 비슷한 대외적 위협에 대한 두 군주의 대처는 판이했다. 각 리더의 선택이 가져온 결과 역시 마찬가지였다. 세조는 전쟁을 미연에 방지했을 뿐 아니라 대내외적으로 조선이라는 나라의 세력을 과시할 수 있었던 반면, 인조는 굴욕적인 항복 의식을 수행하게 되었으며 수많은 병
사들과 백성들을 전쟁에 희생시키고 말았다.
전 세계가 위기 상황에 있다. 2020년대를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으로 시작했다. 바이러스가 아니더라도 수십 년 주기로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가 반복된다. 500년의 기업(基業)을 이어 온 국가, 조선은 무수한 위기와 재난을 마주했다. 이러한 역사의 결정적인 위기 상황에서 조선의 왕을 비롯한 리더들은 중요한 선택을 마주했고, 그 선택들은 역사의 흐름을 결정했다. 그 성공과 실패의 자취에 리더의 책무가 새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