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민음사 편집부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21년 8월 6일
ISBN: 97-7250-833-3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78x258 · 264쪽
가격: 10,000원
시리즈: 격월간 문학잡지 릿터 31
분야 격월간 문학잡지 릿터
* 커버스토리: 성장할 수 있을까?
– 성장의 길은 옆으로
– 치료적 자아를 통한 성장-’무드경제’와 한국사회
– ‘모두가 작가인 시대’를 사는 법-신자유주의 시대의 자아와 글쓰기
– 성공 방정식이 사라진 시대의 도시 전설
– 성장하지 않고 성장하기-요즘의 성장소설
*김수영 탄생 100주년 특집
*소설가 은희경 백수린 임솔아 조예은 신작 단편소설 발표
*화제의 소설 『인간만세』 오한기 인터뷰
2 — 3 Editor’s Note
9 Cover Story: 성장할 수 있을까?
10 — 14 이성민 성장의 길은 옆으로
15 — 18 박준규 치료적 자아를 통한 성장-’무드경제’와 한국사회
19 — 23 정희진 ‘모두가 작가인 시대’를 사는 법-신자유주의 시대의 자아와 글쓰기
24 — 28 오 후 성공 방정식이 사라진 시대의 도시 전설
29 — 33 박혜진 성장하지 않고 성장하기-요즘의 성장소설
39 Special Feature 탄생 100주년 특집, 김수영의 ‘사랑’
40 — 42 이경수 미리 심어 놓은 사랑의 씨앗
43 — 46 유계영 암흑 속에서-「사랑의 변주곡」 읽기
47 — 51 강보원 마틸드와 함께 김수영을
52 — 55 서효인 「사랑의 변주곡」에 대한 변주 혹은 변죽
59 Essay
60 — 64 정용준 소설 만세 4회
65 — 70 장영은 여성, 우정을 발명하다 8 회
71 — 76 김유진 구체적인 어린이 2회
77 — 81 김서라 광주 2순환도로 1회
82 — 87 박솔뫼 안은별 이상우 0시 0시+ 7시 1회
91 Interview
92 — 103 소유정X오한기 그럼에도 다시 만세를 부르는
104 — 113 허윤선X서지혜 시적인 마음
114 — 123 정지음X나푸름 내게 주어진 역할
127 Fiction
128 — 143 백수린 아주 환한 날들
144 — 170 은희경 양과 시계가 없는 궁전
172 — 191 임솔아 초파리 돌보기
192 — 2010 조예은 고기와 석류
215 Poem
216 — 218 김소현 끝없는 이야기 외 1편
219 — 222 민 구 의미 있는 삶 외 1편
223 — 225 신미나 스콜 외 1편
226 — 229 여세실 사이와 사실 외 1편
230 — 232 천양희 종이 속에 나를 구겨넣는다 외 1편
235 Review
236 — 239 신이인 『스키드』
240 — 243 은모든 『고독사를 피하는 법』
244 — 247 신종원 『어크로스 더 투니버스』
248 — 252 최예원 『리커버링』
253 — 256 오석헌 『살리는 일』
258-259 Epilogue
2016년 8월 창간호를 선보였던 《릿터》가 31호로 5년을 맞는다. 출발할 때로부터 우리는 얼마만큼 성장했을까. 31호의 커버스토리 주제는 ‘성장’이다. 『커밍 업 쇼트』의 저자 제니퍼 M. 실바가 오늘날의 젊은 세대는 이전 세대의 청년들이 성장의 지표로 삼아온 것들을 모두 상실한 세대라고 진단한 데서 출발한 기획이다. 오래 다닐 회사에 취업해 연봉을 올리고,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고, 출산을 해서 부모가 되는, ‘다음 단계’가 명확한 삶을 살며 성장했다고 느끼던 이전 세대와 비교하면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는 도무지 성장의 증거가 없다고 주장하는 주자는 젊은 세대가 스스로 ‘성장했다’는 감각을 어디에서 찾는지 탐색한다. 그가 내린 결론은 ‘치유 서사’다. 저자와의 인터뷰에서 젊은 세대는 정신 질환, 불행한 가정환경, 그로 인해 반복된 파괴적인 인간관계 등을 극복한 경험을 성장의 증거로 말한다. 그들에게 성장의 키워드는 화해, 치유, 극복이다.
커버스토리에서 철학자 이성민은 성장에 있어 무엇보다 또래와의 경험이 중요함을 말하며, 동료들과 시도한 평어 사용 프로젝트를 통해 ‘성장’에 대한 길을 위나 아래가 아닌 옆으로 내기를 제안한다. 문화인류학 교수 박준규는 『커밍 업 쇼트』 속 치료를 통한 자아 변형을 성장으로 등치시키는 ‘무드경제’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신자유주의 시대의 ‘치료적 자아’에 내재된 맹점을 살핀다. 청년들로 하여금 사회가 아니라 개인의 변화에 몰두하게 한다는 것이다. 작가 정희진은 이러한 신자유주의 시대에서 ‘글쓰는 자아’로 사는 일에 대해 고백한다. 더불어 출판 시장에서 여성과 장애인, 정신과 계통의 질병 경험자, 통증 환자, 탈북자, 성폭력 피해자 등 사회적 약자/소수자들이 가시화되는 개인적 글쓰기가 증가하는 현상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제공한다. 오후 작가는 성공 기회가 사라진 이 시대 청년들에게 유일한 기회로 보이는 ‘코인의 세계’ 이면을 장류진의 소설 달까지 가자를 경유해 설명한다. 『달까지 가자』는 정말로 ‘이 세대의 보편적인 이야기’일까? 성장에 대한 여러 물음의 끝에, 문학평론가 박혜진은 그에 대한 답을 성장소설들로부터 구하고자 한다. 햄릿처럼 복수할 대상도, 돈키호테처럼 대결한 대상도 없는 ‘스토너’들의 시대. 한국에는 승패로부터 벗어나 물살을 가르는 ‘강나루’(은소홀, 5번 레인)와 이미 훌륭한 코뿔소인 펭귄(루리, 긴긴밤)이 있다. 그들의 헤엄과 걸음에서 우리는 어떤 성장을 엿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작가 인터뷰 ‘쓰는 존재’의 이번 호 주인공은 신작 장편소설 인간만세를 펴낸 오한기 소설가다. 소설에서 얼핏 인간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만난 그는 휴머니스트(이렇게 불러도 될까……)였고 산책을 즐기지 않는다고 하면서 한창때(?) 네다섯 시간 산책을 하곤 했던 아이러니스트였다. 릿터 인터뷰를 통해 독자 여러분들이 오한기의 이중매력에 빠져, 그의 전작전을 시도해 보시길 바라본다. ‘첫 책을 내는 기분’에서는 소설집 『아직 살아 있습니다』를 낸 나푸름 작가와 첫 에세이집 『젊은 ADHD의 슬픔』을 출간한 정지음 작가를 만나 보았다. 진지함과 농담, 신체와 정신, 맞는 듯 아닌 듯 두 작가의 합이 톡톡한 재미를 선사한다.
기쁘게도 5주년의 선물처럼 에세이 코너에 새로운 필자를 소개하게 되었다. ‘0시 0시+ 7시’는 서울의 박솔뫼, 도쿄의 안은별, 그리고 베를린의 이상우가 함께 쓰는 느슨한 공유 일기다. 집밖으로 벗어나지 못하는 시대, 각자의 공간에서 낯선 공기를 전해 주는 반가운 글들이다. 김서라의 ‘광주 2순환도로’는 광주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역사와 문화를 재탐색한다. 소설 코너 역시 어느 때보다 풍성하다. 백수린, 은희경, 임솔아, 조예은의 소설은 마치 회전교차로 같다. 소설들을 차례대로 읽으면 나도 모르게 겹쳐 놓게 되는 부분들이 있다. 네 편의 소설은 서로 꼬리를 물고 둥글게 돌다가도 어느 순간 빠져나갈 도로를 찾아 각자의 길을 간다. 소설을 모두 읽은 ‘릿터’들은 아마도 ‘석류’, ‘앵무새’, ‘초파리’, 그리고 ‘리셋’이라는 단어를 오래, 조금 다르게 곱씹게 될 것이다. 또한 이번 호에서는 특별 코너를 통해 시인 김수영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다. 문학평론가 이경수, 시인 서효인, 유계영, 강보원이 김수영에 대한 사랑을 담아, 김수영의 사랑에 대해 말한다.
오래 해 온 것과 새로 생기는 것, 그 모든 것이 릿터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재밌게 느껴진다. “성장의 가장 중요한 길들을 위나 아래로 내는 것이 아니라 옆으로 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묻는 이성민의 글처럼. 우리의 성장이 “계단을 오르는 일이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배를 타고 항해하는 일”이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