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All The Pretty Horses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21년 6월 30일
ISBN: 978-89-374-6379-2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2x225 · 456쪽
가격: 14,000원
시리즈: 세계문학전집 379
분야 세계문학전집 379, 외국 문학
“서부의 셰익스피어, 코맥 매카시의 탄생을 알린
아름답고 잔혹한 서부의 묵시록 ‘국경 삼부작’ 그 첫 번째 작품”
미국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코맥 매카시
▶ 이 작품으로 미국의 거의 모든 작가들이 수치심에 빠졌다. 섬세하게 다듬어진 장인 정신과 맹렬한 에너지, 고도의 집중력이 낳은 탁월한 작품이다. – 《뉴욕 타임스 북 리뷰》
▶ 기존 서부물을 능가하는 기개와 용기와 끝없는 창의력으로 말, 총격전, 사랑을 이야기하는 현대의 서부 소설. 『모두 다 예쁜 말들』은 진정한 미국의 원형을 보여 준다.
– 《뉴스위크》
1부 7
2부 143
3부 223
4부 317
작품 해설 437
작가 연보 441
“진짜 말, 진짜 사람, 진짜 땅, 진짜 하늘인데도
그것은 여전히 하나의 꿈이었다.”
∎ 아름답지만 쓸쓸하고 잔혹한 땅 멕시코
피로써 꿈을 이루는 그곳에서 절망을 안고도 환하게 빛나는 한 소년의 성장기
미국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코맥 매카시의 ‘국경 삼부작’(『모두 다 예쁜 말들』,『국경을 넘어』,『평원의 도시들』)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 『모두 다 예쁜 말들』은 그중 첫 번째 작품으로 세계문학전집 379번이다.
코맥 매카시는 윌리엄 포크너, 허먼 멜빌, 어니스트 헤밍웨이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작가들과 비견되는 미국 현대 문학의 대표 작가다. 저명한 문학평론가 해럴드 블룸 역시 토머스 핀천, 돈 드릴로, 필립 로스와 함께 ‘현대를 대표하는 4대 미국 소설가’ 중 하나로 그를 꼽은 바 있다.
2007년에 퓰리처상을 받은 후 출연한 「오프라 윈프리 쇼」가 큰 화제가 될 만큼 ‘은둔 작가’로 유명한 그이지만, 그 이전에 딱 한 번의 인터뷰가 더 있었다. 『모두 다 예쁜 말들』 출간 후 1992년 《뉴욕 타임스》와 한 인터뷰다. 『모두 다 예쁜 말들』은 출간 후 처음 여섯 달 동안 20만 부의 판매고를 올리며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전미 도서상과 전미 비평가 협회상을 휩쓰는 등 문단 안팎으로 화제가 되었다. 『과수원지기(The Orchard Keeper)』, 『바깥의 어둠(Outer Dark)』, 『서트리(Suttree)』 등으로 작가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던 그였지만, 문단의 찬사와 함께 대중의 뜨거운 반응까지 얻은 것은 『모두 다 예쁜 말들』이 처음이었다.
대중소설이라 치부했던 미국 특유의 서부 장르 소설에 문학성을 부여하여 이전 서부 장르 소설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소설을 탄생시킨 매카시는 『모두 다 예쁜 말들』에 이어 『국경을 넘어』와 『평원의 도시들』을 발표하였고, 미국 서부와 멕시코의 접경지대를 배경으로 한 ‘국경 3부작’을 완성하였다. ‘미국의 고전’으로 칭해지는 그의 대표작 ‘국경 3부작’은 서부 장르 소설을 고급 문학으로 승격시켰다는 뜨거운 찬사를 받으며 평론가와 대중의 마음을 모두 사로잡았다. 이 세 작품은 카우보이 소년들이 겪는 피비린내 나는 모험과 잔혹한 생존 게임 그리고 그들의 쓰디쓴 성장을 담고 있다. 각 작품은 독립적인 이야기이지만 모든 이야기가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지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면서, 첫 번째 작품과 두 번째 작품의 주인공들이 세 번째 작품에서 만난다는 독특한 연결 고리를 가진다.(이야기가 펼쳐지는 시간 순서대로 나열하면 『국경을 넘어』, 『모두 다 예쁜 말들』, 『평원의 도시들』이다.) 인간의 잔혹함과 세계의 폭력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매카시 특유의 묵시록적 세계관을 보여 주는 이 작품들은 시적이고도 매혹적인 문체로 삶과 죽음, 신과 운명에 대한 문제를 묵직하게 던지며 우리의 영혼을 울린다. 카우보이로 대표되는 한 고독한 인간이 국경이라는 경계를 넘어 세상을 만나고 삶과 죽음에 대한 진실을 깨달아 가는 여정이 때로는 말을 사랑하는 카우보이 소년의 쓸쓸한 낭만으로(『모두 다 예쁜 말들』), 때로는 모든 것을 앗아가는 세상을 향한 비탄으로(『국경을 넘어』), 때로는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는 신화적 숭고함으로(『평원의 도시들』) 아름답게 그려진다. 그중 첫 번째 작품인 『모두 다 예쁜 말들』은 흥미진진한 서부 장르 소설인 동시에, 인생의 비극을 가로지르는 한 카우보이 소년의 가슴 아픈 성장소설이다.
∎ 서부 장르 소설의 비극성, 피 흘리는 삶과 고독한 인간
『모두 다 예쁜 말들』은 서부 장르 소설의 기본 줄거리를 따르면서도 매카시 특유의 시적인 산문과 애수에 찬 리듬, 강렬한 캐릭터들이 어우러져, 서부 장르 소설의 전통성에 묻히지 않는 독특함을 발산한다. 매카시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은 인간의 어두운 본성과 그로 인한 고통 또는 비극과 마주한다는 것이며, 다시는 지울 수 없는 참담함을 경험하겠노라 결심하는 것과 다름없다. 매카시가 서부 장르 소설을 택한 것도 그 안에서만 볼 수 있는 특유의 비극성을 발견했기 때문일 것이다. 끝없이 펼쳐진 평야에서 동료와 말과 함께 하는 적막한 여행, 모닥불만이 어둠을 밝혀 주는 밤의 고독, 선과 악의 무자비한 대결, 생사를 넘나드는 거친 모험, 이루어지지 않는 로맨스, 그리고 혼자 살아남은 자의 쓸쓸함, 그 후를 살아야 하는 삶의 무게 등……. 우리에게 ‘서부 장르’라는 것은 웨스턴 영화의 클리셰와 함께 총잡이들의 정형화된 모습을 떠오르게 하지만, 서부 장르 소설의 진정한 힘은 운명과도 같은 인간의 고독을 그려 내는 데에 있다. 석양을 등지고 아련히 사라져 가는 카우보이의 모습이 ‘겉멋’에 그치지 않고, 삶의 진정한 아픔이 깔린 고독함으로 드러날 때 그것은 그 어떤 풍경보다도 쓸쓸한 모습일 것이다. 피 흘리는 삶, 삶의 고통과 비극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코맥 매카시는 바로 그 진정성을 포착해 냈고, 그리하여 가벼운 대중소설로 치부되던 서부 장르 소설은 그의 비극적인 세계관과 아름다운 문체와 어우러지며, 재미를 잃지 않고도 무겁게 인간을 탐구하는 진지한 문학 작품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 절망의 어둠 속에서 환하게 빛나는 한 인간의 성장
할아버지의 장례식 날, 이야기는 시작된다. 소년 존 그래디는 목장을 팔려고 하는 어머니와 갈등을 겪는 중이다. 자신을 이해해 주는 아버지는 어머니와 이혼을 한 상태이고, 아주 가끔 만날 뿐이다. 그러다 친구 롤린스와 함께 말을 몰아 집을 떠난다. 소설의 도입부에서 소년은 ‘그’라고 지칭되는데, 그가 떠날 것을 결심하는 순간에야 이름이 분명하게 드러난다.(“존 그래디는 일어나 앉아 모자를 썼다. 난 벌써 떠났는걸.”) ‘존 그래디’가 주어로 분명하게 등장하는 문장은 이때가 처음이다. 결국 그의 모험은 자아를 찾아 떠나는 모험과 다름없다. 자신이 누구인지, 자기가 무엇을 찾고 있는지 알기 위해 그는 떠날 수밖에 없다.
결국 존 그래디와 롤린스는 국경을 넘어 아름다운 멕시코 땅에 도착한다. 여행 중에 블레빈스라는 소년을 만나 동행하는데, 롤린스는 그 소년이 결국 그들에게 불행을 가져다 줄 것이라 예감하지만, 존 그래디는 그의 말을 듣지 않고 선의로 블레빈스를 대할 뿐이다. 블레빈스가 푹풍 속에서 잃은 말을 다른 마을에서 발견하고, 존은 블레빈스의 말을 되찾도록 도와주려 하지만 오히려 말도둑으로 몰려 추격을 받으며 도망치는 신세가 된다. 그 와중에 블레빈스와 헤어지고 존과 롤린스는 어떤 목장에 도착한다. 존 그래디는 목장 주인의 인정을 받으며 그곳에 자리 잡고 목장 주인의 딸 알레한드라와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여행 중 겪었던 말도둑 사건에 다시 휘말리며 존과 롤린스는 모든 것을 잃고 감옥에 잡혀 들어가게 된다.
이들이 겪게 되는 비극적인 사건들은 그들의 선한 의지와는 무관하게 일어나는 것들이며, 바로 여기에 ‘잔혹함’이라는 인생의 비밀이 숨어 있다. 주인공 존 그래디는 정의를 기준 삼아 선의로 움직이지만 그가 예기치 않았던 비극이 마치 준비되어 있던 운명처럼 그를 덮쳐 온다. 그는 그중 어떤 것도 막을 수 없다. 한 사람의 운명에 작용하는 ‘사회의 무지함’과 ‘정의롭지 못한 힘’이 그 어떤 운명보다도 강력하다는 비극은 우리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존 그래디는 온갖 고초를 겪고 멕시코에서 얻었던 모든 것을 잃은 채 말과 함께 다시 국경을 넘어 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아버지와 유모마저 세상을 뜬 후다. 이렇게 소설은 주인공 주변 인물의 죽음을 반복하며 그가 상실을 거듭 겪게 만든다. 하지만 그는 이미 세상의 온갖 잔혹함 속에서 살아 돌아온 자이다. 더욱더 철저한 ‘혼자’가 되었을 뿐. 그는 또 한 번 떠난다.(“그럼 네 나라는 어딘데? / 나도 몰라. 나도 어디인지 몰라. 그 나라에서 어떤 일을 겪을지도 모르고. 존 그래디가 말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 때까지, 자신의 나라를 찾을 때까지 그는 영원히 떠날 것이다.
『모두 다 예쁜 말들』은 서부 장르 소설의 형식을 빌린, 말을 사랑하는 한 카우보이 소년의 성장 소설이기도 하다. 거친 서부와 멕시코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비극의 소용돌이 속에서 소년은 포기하지 않고 나아간다. 결국 소년은 그 속에서 살아남는다. 그리고 성장한다는 것이 생존과 같은 의미가 될 만큼 인생이 잔혹하다는 사실을 배운다.
코맥 매카시는 어둠을 표현하는 데 능한 만큼 또한 그 속에서 빛나는 인간의 모습을 가장 아름답게 그려 낼 줄 안다. 소년이 겪어야 하는 비극적인 사건들은 그에게 상처를 주고, 그를 외롭게 하지만, 세상의 어둠과 섞이지 않고 묵묵히 어둠과 맞서는 그의 모습은 고독하기에 더 아름답기까지 하다. “다가올 세상 속으로 점점 사라져” 가는 그의 마지막 모습이 쓸쓸함을 머금고도 어둠 속에서 환하게 빛난다.
∎ 『모두 다 예쁜 말들』에 쏟아진 미국 언론의 찬사
이 작품으로 미국의 거의 모든 작가들이 수치심에 빠졌다. 섬세하게 다듬어진 장인 정신과 맹렬한 에너지, 고도의 집중력이 낳은 탁월한 작품이다. – 《뉴욕 타임스 북 리뷰》
기존 서부물을 능가하는 기개와 용기와 끝없는 창의력으로 말, 총격전, 사랑을 이야기하는 현대의 서부 소설. 『모두 다 예쁜 말들』은 진정한 미국의 원형을 보여 준다.
– 《뉴스위크》
‘국경 3부작’은 이번 세기 최고의 문학적 성취로, 미국의 고전이라 할 만하다.
–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너무도 매혹적인 문장과 독특한 배경과 신랄하고도 심오한 사상이 담긴 이 작품을 미국의 다른 소설과 비교하는 것은 헛된 짓이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매카시의 문체는 예술적이다. 폭발적인 화려한 묘사와 함께 깔끔하고도 간결한 대화가 곳곳을 수놓는다. – 《커커스 리뷰》
산문에서 이루어 낸 진정한 기적이다. 멜빌을 제외한 어떤 소설가도 식물과 동물과 풍경을 이처럼 세밀하게 그려 낼 수 없었다. 매카시처럼 글을 온통 풍경으로 가득 채울 수 있는 이는 없다. -《시카고 트리뷴》
이 작품의 문체는 헤밍웨이에게 큰 빚을 지고 있지만, 이자까지 톡톡히 내고 완전히 갚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라이브러리 저널》
북부 멕시코와 텍사스의 황무지를 생생히 그려 내는 애수에 찬 리듬에서 다른 작가들은 감히 넘보거나 흉내 낼 수 없는 열정이 넘쳐흐른다. – 《보스턴 글로브》
이 이야기꾼은 세부 묘사와 행동에 집중하며 심오한 교훈을 그려 내는 최고의 감각을 선보인다. -《애틀랜타 저널 앤드 컨스티투션》
■ 본문 중에서
그가 말을 좋아하는 이유는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와 똑같았다. 그들에게는 피가 있고 피에는 열기가 있다. 그의 모든 존경과 모든 사랑과 모든 취향은 뜨거운 심장을 향한 것이었고, 그것은 영원히 변함없을 것이었다. (13쪽)
말과는 달리 사람은 결코 영혼을 공유하지 않으며, 타인을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했다. 롤린스가 서툰 스페인어로 말도 천국에 가느냐고 묻자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은 천국 같은 것이 필요 없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존 그래디가 지상에서 말이 모두 사라진다면 말의 공동 영혼도 새로 영혼을 나눠 줄 말이 없으므로 사라지지 않겠느냐고 묻자, 노인은 신이 그런 것을 허락할 리도 없는데 말이 사라지는 일 따위를 묻는 것은 어리석다고 대답했다. (166쪽)
흉터에는 신기한 힘이 있지. 과거가 진짜 있었던 일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거든. 흉터를 얻게 된 사연은 결코 잊을 수 없지. 안 그런가? (199쪽)
가격이 없는 사람도 있죠.
그래, 그렇지.
그런 사람들은 어떻게 되죠?
죽지.
죽는 것쯤은 두렵지 않아요.
그거 잘됐군. 죽을 때 도움이 될 거야. 하지만 살 때는 별 도움이 안 되지. (282쪽)
미국인들은 이게 항상 문제야. 그네들은 더러운 돈이 어쩌고저쩌고 떠들지. 하지만 돈에는 더럽고 깨끗하고가 없어. 멕시코인들은 결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아. 돈에 뭐 하러 특별한 지위를 부여하겠나? 돈이 좋은 것이라면 그건 무조건 좋은 것이야. 나쁜 돈은 없어. 멕시코인은 돈이 더러운지 깨끗한지 따위로 고민하지 않아. 그런 건 아주 비정상적인 생각이지. (284쪽)
그날 밤 나는 절망에서 벗어나, 앞으로 내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았네. 나는 정말 가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 그리고 불구나 불행을 견딜 만한 영혼이 없다면 어떻게 가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지 자문했지. 진정 가치 있는 사람이라면 그 가치가 불확실한 운에 좌우될 리가 없다고, 가치는 결코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거야.
오래지 않아 내가 지금 찾고 있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네. 용기는 언제나 지속되는 법이며, 겁쟁이가 가장 먼저 버리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 말이야.
자기 자신을 버리게 되면 남들을 배신하는 것도 쉬워지지. (343쪽)
그는 예전에 아버지가 했던 말을 되새겼다. 겁에 질려서는 돈을 벌 수 없고, 걱정에 눌려서는 사랑을 할 수 없다. (359쪽)
그는 자신이 지금 이 순간까지 살아오며 결국 아무것에도 이르지 못했다는 사실을 아주 분명히 깨달았다. 차갑고 냉정한 그 무엇이 어떤 존재인 양 그의 몸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그 존재가 악의의 웃음을 날리는 것을 상상했다. 그 존재가 자신을 떠나리라고 믿을 만한 이유는 전혀 없었다. (370쪽)
세상의 고통이란 형태 없는 기생충 같은 존재가 알을 깔 따스한 인간의 영혼을 찾아다니는 것이라는 상상을 하며, 무엇으로 인해 사람이 그런 존재에게 무방비 상태가 되는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존재에게는 마음이 없으니 영혼의 한계를 알 길이 없다는 것을 몰랐던 그는 영혼에 한계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움에 떨었다. (373~374쪽)
그는 철이 든 후 느껴 보지 못했던 깊은 고독감에 빠져들었다. 이 세계를 사랑함에도 이 세계에서 철저한 이방인이 된 것만 같았다. 그는 세계의 아름다움 속에 비밀이 숨겨져 있다고 생각했다. 세계의 심장은 끔찍한 희생을 바탕으로 뛰는 것이며 세계의 고통과 아름다움은 각자 지분을 나눠 가지는데, 끔찍한 적자로 허덕이는 와중에 단 한 송이의 꽃을 피우기 위해 어마어마한 피를 바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408쪽)
그는 텅 빈 식당 창가에 서서 광장에 모인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신께서 젊은이들에게 인생을 시작할 때 삶의 진실을 모르게 하신 것은 정말 옳은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젊은이들은 아예 인생을 시작할 엄두도 못 낼 것이기 때문이었다. (411쪽)
이제는 그만 다 떨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야. 내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지.
무엇인가를 너무 되씹다 보면 그것이 너를 먹어 버릴 수도 있다고. (42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