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In a Free State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21년 7월 16일
ISBN: 978-89-374-1772-6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2x225 · 452쪽
가격: 15,000원
분야 외국문학 단행본
수상/추천: 노벨문학상, 부커 상
제3세계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V. S. 나이폴의 부커 상 수상작
모든 곳에 있지만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방랑자들의 삶에 스치는 슬픔과 좌절
▶ 톨스토이의 재림이다. 나이폴보다 뛰어난 작가는 소위 제3세계에선 더 이상 나오지 못할 것이다. – 존 업다이크
▶ 나이폴의 이야기는 우리와 우리의 삶 그 자체를 보여 준다. 그가 사용하는 언어는 그 날것의 아름다움을 정확히 포착했다. – 《런던 타임스》
▶ 예민한 성찰과 꺼질 줄 모르는 투시력이 결합된 나이폴의 작품은우리에게 억압의 역사를 직시하게 해 준다. – 노벨 문학상 선정 이유
프롤로그, 여행일기에서
피레우스의 방랑자 7
무리에서 벗어나 한 개인으로 31
누구를 죽여야 하는지 말하라 97
자유 국가에서 175
에필로그, 여행일기에서
룩소르의 서커스단 417
작품 해설 432
작가 연보 448
탈식민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문학적 항해자’ V. S. 나이폴
방랑자들과 함께 정체성, 식민주의, 자유에 대해 묻는 여정을 그려 내다
V. S. 나이폴은 대표작 『미겔 스트리트』(1959) 에서 자신이 태어난 트리니다드섬의 주민들의 생활상을 제시하며 제3세계 문학의 시작을 알렸다. 이후 『자유 국가에서』, 『세계 속의 길』등의 작품으로 공간을 미국, 유럽, 인도 등 전 세계로 확장해 식민지 국가의 현실을 냉철하게 그려 냈고, ‘탈식민주의 문학’의 대표 주자로 손꼽히며 세계 문학사에 큰 획을 그었다. 전 생애에 걸쳐 자유와 제3세계, 식민주의에 대한 작품 활동에 매진한 나이폴은 “엄정하고 면밀한 시각에 통찰력 있는 내러티브를 결합해 억압의 역사를 직시하게 해준다.”는 평을 들으며 2001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자유 국가에서』는 나이폴의 1971년 부커 상 수상작이다. 이 작품은 부랑자, 집시, 외국인 노동자, 식민지 파견 행정관 등 식민지를 둘러싼 다양한 방랑자들의 굴곡진 삶을 제시하며 정체성을 둘러싼 이방인의 고뇌를 다룬다. 네 편의 단편과 한 편의 중편으로 구성된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 모두 모국을 떠나 삶의 뿌리와 공동체를 상실한 채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삶을 살아간다. 나이폴은 영국 식민지인 서인도제도 트리니다드섬의 인도계 이주민 3세로 태어나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유학한 뒤 영국에 정착하여 작품 활동을 지속했다. 식민지에서 태어나 본국의 이민자로 살았던 개인적 경험을 확장시켜 식민과 탈식민, 유럽과 비유럽의 대립 구도, 식민지 독립 후 문화적 혼돈기의 삶을 소재로 개인의 정체성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었다. 유럽 중심의 식민주의가 어떻게 세계사를 왜곡하고 개인의 삶과 희망을 짓밟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 준다. 콜럼버스의 라틴 아메리카 신대륙 발견부터 2차 세계 대전까지 식민지의 고뇌를 그린 나이폴의 또다른 대표작 『세계 속의 길』도 역자 정회성의 번역으로 오는 11월 출간될 예정이다.
인도, 아프리카, 미국, 이집트……
전 세계에서 ‘자유’를 찾아 헤매지만 연대할 수 없는 방랑자들의 쓸쓸한 여정
「무리에서 벗어나 한 개인으로」에서는 인도 뭄바이에서 미국 워싱턴으로 주인을 따라오게 된 요리사 산토시가 ‘자유 국가’에 적응하는 과정을 그린다. 종교적 전통과 지위 등 모든 것이 재편성되는 워싱턴의 삶에 어떻게든 뿌리를 내리고자 고군분투하지만 좌절하고, 몸소 깨닫게 된 ‘자유’를 새롭게 정의하게 된다. 「누구를 죽여야 하는지 말하라」역시 트리니다드섬에서 영국 런던으로 동생을 따라오게 된 ‘나’의 여정을 그린다. 연속적으로 다가오는 현실의 좌절 속에서 자신을 이렇게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누구를 죽여야” 이 고통의 죄를 물을 수 있는지 고뇌한다. 두 작품 모두 외국인 노동자의 처지로 강대국에 정착해야 하는 삶의 고단함과 쓸쓸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표제작 「자유 국가에서」는 이와 반대로, 서구 강대국 출신의 두 사람이 식민 지배를 받았던 아프리카에서 겪는 일을 다루고 있다. 식민 지배 이후 아프리카 공화국에 잔류한 영국 행정관 바비가 우연히 중년 여성 린다와 동행하며 약 600킬로미터의 자동차 여정을 떠난다. 식민 지배를 막 벗어난 아프리카 대륙의 풍경과 사람들, 곳곳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에 대해 저마다의 생각을 가진 채로 화합과 반목을 거듭하며 목적지에 도착한다.
식민 시대가 끝났지만 그 어두운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정처 없이 떠도는 유랑의 무리, 그들이 닿는 곳은 어디일까? 기왕이면 산토시가 그토록 갈구하던 ‘자유’라는 등대의 불빛이 환히 비치는 항구였으면 좋겠다. -「작품 해설」 중에서
나이폴은 개인의 심상과 쓸쓸한 풍경들을 제시할 뿐, 식민주의를 비판하거나 투쟁하고 맞서야 한다는 거대 담론을 펼치지 않는다. 인도, 아프리카, 미국, 이집트 등 전 세계에서 식민 지배 이후의 삶을 견뎌야 할 개개인의 상황과 감정을 들여다보는 일에 집중할 뿐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 속하는가?”라는 질문을 품고 저마다의 답을 찾는 방황을 가감 없고 담백한 시선으로 통찰하는 나이폴의 작품은 글을 읽는 우리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되뇌도록 한다.
■ 본문 중에서
“하긴 요즘 세상에 국적 같은 게 무슨 의미가 있겠소? 나부터 스스로를 세계 시민이라고 생각하는데.” -11쪽
나는 스스로 짊어진 비밀의 무게에 짓눌려 지냈다. 예전에는 숨겨야 할 비밀이 없었는데, 지금은 너무도 많았다. -79쪽
나는 전에 미남이었지만 지금은 그 얼굴을 잃어버렸다. 나는 전에 자유인이었지만 지금은 그 자유도 잃고 말았다. -83쪽
이상했다. 슬픔은 그토록 오래 남아 사람을 죽음까지 내모는데, 승리의 기쁨은 제대로 맛보기도 전에 사라져 버렸다. -88쪽
자유는 내게 이런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내가 가진 건 오로지 몸뚱이 하나뿐이라는 사실, 어떻게 해서든 그 몸뚱이를 입히고 먹여 살려야 한다는 사실, 그러다 보면 어느 날 모든 게 끝난다는 사실을. -96쪽
지금도 나는 그들을 증오한다. 백인들, 이 카페, 이 거리, 내 인생을 망친 모든 사람들보다 당시 방 안에 있던 그들을 더 증오한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하니 죽어야 할 사람은 그들이 아니라 바로 나였다. -123쪽
누군가 아는 사람이 있으면 말하라, 대체 나는 누구를 죽여야 하는지. -175쪽
“여기는 그들 나라예요. 내 나라가 아니죠. 내 인생은 나만의 것이에요. 그렇더라도 결국엔 내가 무엇을 어떻게 느끼는지 알 수 없게 돼 버리지만요.” -38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