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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ADHD의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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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정지음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21년 6월 25일

ISBN: 978-89-374-7211-4

패키지: 소프트커버 · 46판 128x188mm · 248쪽

가격: 14,000원

분야 한국 문학


책소개

*8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

 

“모자람은 꽤 괜찮은 친구”라는 정지음의 말을 믿는다. ―문보영(시인·작가)

 질병에 절망하여 주저앉기는커녕 눈물에서 짠맛을 뽑아 배추라도 절일 기세다. 

―이주현(『삐삐 언니는 조울의 사막을 건넜어』 저자)

 

*새하얀 밤과 깜깜한 낮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건네는 다정한 안부 인사

*엉망진창 실수투성, 미워했던 지난 시절에 건네는 화해의 기록

 


목차

프롤로그 9

 

1장: ADHD 진단을 받다

싫어하는 것에도 싫증이 난다 15

ADHD 자가 진단과 변명 20

정신과는 마법 상점이 아니었다 29

ADHD, 경계성 지능장애, 우울증 34

ADHD에 대하여 39

 

2장: 성인 ADHD로 살아가기

ADHD라도 뭐 어때 ㅑ용 42

천방지축 어리둥절 빙글빙글 도는 학생 50

1999번째 과음을 반성하며 55

나는 능동적 불면을 선택했다 61

‘지 결혼식에도 늦을 년’이라는 평가에 대한 고찰 66

불완전하고 지속 가능한 청소 대작전 70

ADHD의 금전 감각 78

너무 시끄러운 고독 84

자기 학대 사용법 90

7년 차 ADHD가 많이 받는 질문 95

 

3장: 병원에 가다

ADHD 치료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104

ADHD 약물치료, 효과와 부작용 109

ADHD 와 우울증에 대하여 118

정신과 속 작은 에피소드들 124

 

4장: 내가 만난 세계

네가 부잣집 아이라면 좋았을 텐데 134

세 자매 중 둘째여서 난 좋아 138

부모라는 세계, 학교라는 벽 144

‘금사빠’의 미성숙 연애론 151

사랑 얘기 같은 이별 얘기 157

우리 딸은 언제 결혼할 거야? 161

하자 인간의 완벽한 고양이 166

우리는 지옥에서 온 사고뭉치 173

와르르 맨션의 주민들 180

DEAR ADHD 185

 

5장: 나와 글쓰기와 타인

ADHD가 글을 쓰기까지 190

독서의 목적 196

당신을 미치게 한 것을 후회합니다 205

ADHD라고 말할까 말까? 211

우울증 약보다 글쓰기를 믿어서 216

완전무결한 상냥함 221

비공개 천재와 천재 사냥꾼 225

행복을 설계하는 ADHD로 살기 230

 

에필로그 240

추천의 글 244


편집자 리뷰

8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인 정지음 작가의 『젊은 ADHD의 슬픔』이 출간되었다. 『젊은 ADHD의 슬픔』은 저자가 성인 ADHD 진단을 받은 26세의 어느 하루에서 시작한다. 깜빡 잊어버리고 뭐든 잃어버리는 실수투성이 삶에 익숙했던 그는 진단 후 복잡한 감정에 휩싸인다. 성격적 개성이라고 생각했던 특성들이 단지 질환의 증상일 뿐이라는 허무함과 괴로움, 어린 시절에 ADHD 치료를 받았다면 남들처럼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냈을 거라는 후회와 미련. 위로를 얻고자 비슷한 고민을 하는 ADHD 환자들의 이야기를 찾아보지만 전문 의학서의 차가운 ‘사실’들만 마주해야 했던 저자는 ‘흩날리는 집중력’을 붙잡고 자신의 이야기를 써 보기로 다짐한다. 『젊은 ADHD의 슬픔』은 엉망진창 실수투성이인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따뜻하게 품어 주는 화해의 기록이다. 못난 자신 때문에 외롭고 괴로운 모든 이를 향한 위로의 손길이기도 하다.

 

캄캄한 낮과 새하얀 밤을 보내는

ADHD 동료들에게

성인 ADHD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ADHD’라는 단어에서 가장 먼저 연상되는 이미지는 아마도 수업 시간에 교실을 뛰어다니는 남자아이의 모습일 것이다. 회의 시간에 홀로 공상에 빠지고 중요한 미팅을 깜빡하고 흡연과 음주 욕구에 매번 굴복하는 성인 ADHD 환자의 모습은 잘 그려지지 않는다. 성인 ADHD의 증상은 아동 ADHD와 다른 모습으로 발현될 뿐 아니라 개인의 특성으로 이해되기 쉬워 당사자조차 질환에 대해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성인 ADHD 발병률은 약 4퍼센트로 한국에서도 82만 명이 질환을 겪고 있을 거라 추정되지만, 실제 치료를 받는 비율은 1퍼센트에 불과하다.

『젊은 ADHD의 슬픔』은 성인 ADHD 환자가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을 솔직하게 풀어낸 보고서이자, 진단과 치료에 이르는 과정을 낱낱이 담아낸 성인 ADHD 환자들의 실용서다. ADHD의 증상과 검사 및 치료 내용에 대해서는 저자의 담당 의사인 ADHD 전문의의 감수를 거쳤다. 병원에 가면 어떤 검사를 받게 될까? ADHD 약물 치료의 효과와 부작용은 뭘까? ADHD인 것 같은데 병원에 가기 망설여질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정지음은 이러한 질문들을 되뇌며 밤을 지새울 이들을 위해 자신의 경험을 가감 없이 풀어놓는다. 나아가 일상의 크고 작은 문제에 대해 솔직하고 유쾌한 해법을 제시한다. 온갖 딴생각에 빠지느라 청소를 시작하지도 못하는 스스로에게 청소를 하도록 하는 법, 소비 충동을 이기지 못해 돈이 줄줄 새는 지갑을 지키는 법 등.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일부러 그러는 거야?’라는 주위의 타박에 노출되기 쉬운 ADHD 환자를 위해 문제를 최소화하고 자존감을 지키는 노하우도 공유한다.

 

미워했던 자신에게 건네는 화해의 기록,

고유한 모자람에 대한 긍정

성인 ADHD에 대한 무지의 한편에는 ‘혹시 나도 ADHD인가?’라는 농담 반 진담 반의 자조가 있다. 책 한 권, 영화 한 편, 심지어 짧은 영상 클립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현대인들은 일터와 일상에서의 잦은 실수와 불가능, 그리고 이로 이한 박탈감을 호소한다. 남몰래 ADHD 자가 진단 테스트를 해 보는 마음에는 아무것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스스로에 대한 불안과 답답함이 섞여 있을 것이다. 완벽과는 거리가 먼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젊은 ADHD의 슬픔』은 완벽하지 못한 스스로가 원망스러운 모두를 위한 이야기다.

자신의 ‘모자람’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신랄하게 자조하는 정지음은 모자람의 가장 명랑한 대변자다. 그가 그리는 성인 ADHD의 삶은 눈물나게 애잔한 동시에 슬플 틈 없이 유쾌하다. ‘문제아’로 불리며 어떤 미래도 꿈꾸지 못했던 과거의 자신에 대한 애틋함,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던 실수들로 인해 힘들었을 가족과 친구들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 그리고 모자람이 주는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긍정과 기대. 정지음은 이 모든 감정들을 자신만의 유머 속에 녹여 낸다. 『젊은 ADHD의 슬픔』은 결함에서 고유함을 발견해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나서는 씩씩한 발걸음이다.

 

■ 추천의 글

 

이 책은 사람이 되는 것이 장래희망인 어떤 사람의 이야기이다. 이렇게 솔직하고 소심한 장래희망이라니. 그러나 이 소박한 목표는 너무나 쉽게 좌절된다. ‘평범함’이란 무엇일까. 이 책은 성인 ADHD를 겪는 한 사람의 이야기이지만,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평균이라는 범주에 들고자 하는 사투는 모두의 경험이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평범함’. 책을 펼치자마자 나는 ‘평범함’에 실패하는 정지음의 이야기에 금세 매료되고 말았다. 하지만 평범함에서 벗어나는 차이야말로 우리를 위로하는 이 수많은 이야기와 정지음이라는 독특하고 눈물겨운 캐릭터를 탄생시킨 게 아닐까. 나는 그의 말을 믿는다. “모자람은 꽤 괜찮은 친구다.”라는 말을.

―문보영(시인˙작가)

 

정신질환의 무게에 질식하지 않고 한 발 나아가는 것은 자신에 대한 ‘앎’으로부터 시작된다. ‘전두엽 이상’으로 인한 실수 연발, 주의 산만을 신랄하게 자조하면서도 줏대를 잃지 않고 자기점검을 해 나가는 과정이 유쾌하다. 질병에 절망하여 주저앉는 게 아니라, 울다가도 뚝 그치고 눈물에서 짠맛을 뽑아 배추라도 절일 기세다. 아무리 좌절의 불꽃으로 가열해도 풀 죽지 않는 위트와 낙관이 탱글탱글한 글발에 감겨 독서의 별미를 선사한다. ADHD가 아니더라도 타인의 시선과 불화를 겪어 본 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터이다. 작가의 말처럼, 기상청이 뭐라고 해도 아무튼 해는 뜨니까.

―이주현(『삐삐 언니는 조울의 사막을 건넜어』 저자)

 

■ 본문에서

스스로를 정의해 보려고 질문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불완전한 괴물’이라는 대답이 따라 붙었다. 나라는 존재는 파괴적으로 무능력해서, 자신을 망치는 식으로만 완전해지는 듯했다. 앞으로도 책에 쓰인 대로 망해 가겠지, 충동과 우울을 뭉쳐 공기놀이나 하며 살겠지 싶었다.

스티브 잡스나 에디슨도 ADHD라지만 위안이 되지는 않았다. 내가 아이폰이나 전구에 버금가는 발명을 하지 않는 이상, 그들과 동등해진 느낌에 기쁠 수는 없을 것이었다.

희망이 옅어질 때마다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글을 읽고 싶었다. 작가가 한국의 미혼 여성 ADHD이고, 자기애로 가는 걸음마 중이라면 더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 없었다. 세상에는 ‘네가 무엇이든 소중하고 아름답다’라는 식의 낙관이 유행했지만 내게 적합한 안심은 아니었다. 오랫동안 혼자 울던 사람은 쉽게 웃는 방법을 경계하게 되는 모양이었다. 실제로 난 괜찮지 않았고, 몇 년째 도망다니며 그저 삶을 유예하는 중이었다.

다른 ADHD들도 나처럼 새하얀 밤과 깜깜한 낮을 보내는지 궁금했다. 친근하고 정중하게 안부를 묻기 위하여, 일단 나의 이야기를 썼다. 모자란 글들을 초대장 삼아 전송할수 있다면, 나의 해묵은 패배감도 즐거운 파티의 호스트가 될 것이었다.(10~11쪽)

 

세상은 양쪽으로 봐야 좀 더 재미있는 곳이다. 자꾸 깜빡깜빡 잊고, 아주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잊어버리는 내가 예전에는 싫었다. 하지만 이제는 망각이 신이 주신 선물이고, 나는 남들보다 좀 더 많은 선물을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든 것 없이 가벼운 인생’은 관점을 바꾸자 ‘잊음으로써 가뿐해지는 인생’이 되었다. 나는 계속 사사로이 절망스럽겠지만, 그것들이 지속되지 않기에 결국은 행복해질 것이다.(19쪽)

 

그 시절 내가 숨긴 장래 희망은 그냥 ‘사람’이었다. ‘천방지축 어리둥절 빙글빙글 모두가 정신이 없는’ 짱구 인생 말고, 훌륭하게 살지, 훌륭하지 않게 살지 결정권을 소유한 정제된 성년의 상태 말이다. ADHD 진단 후 엄청난 패배감에 휩싸인 데는, 이 미친 정신병이 내 10대를 홀랑 훔쳐 갔음을 아주 뒤늦게 깨달아 버린 이유도 컸다.

‘나쁘게 살았다’라는 후회는 미미해도, ‘나쁘지 않게 살 수도 있었다’라는 후회는 심각했다. 그것은 과거이자 현재였고 현실인데 환각이었다. 인생을 떳떳하지 않게 만든 수많은 실수들이 ADHD에서 기인했다는 것 때문에 오랫동안 내 병을 받아들일 수도 부정할 수도 없었다. 주변에 ADHD 아동이나 청소년이 있다는 사람을 만나면 그 아이들이 병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부탁하게 된다. 자신을 깨닫고 나면, 그 애들은 스스로를 인생의 반환점으로 삼을 수 있다. 어린 시절의 마음으로 몸만 자란 내가 결국은 혼돈을 극복하고 삶으로 나아갔듯이.(53~54쪽)

 

내 지인 중 한 명도 자신이 우울할 수 있다는 걸 꿈에도 몰라서 더 우울해져 갔다. 누군가는 자기가 부주의하다는 걸 의아하게 여기며 계속 부주의해졌다. 그들이 우울증인지 ADHD인지 내 수준의 지식으로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오래오래 꾹꾹 참다 비상사태가 발생한 사람이 경도인 경우는 거의 없었다. 지금 내 치료 과정의 유일한 후회도 ‘내가 너무 늦었다’라는 사실이다. 내게도 심하게 병리적인 사람만 정신과에 가야 한다는 오해가 무심결에 깊게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병원이란, 환자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환자가 아니기 위해 다니는 곳이다. 언젠가 괜찮아질 미래를 위해 지금은 환자임을 받아들이려고 다니는 곳이다.(122~123쪽)

 

그리고 나는 의외로…… 복도에 얼룩진 껌 떼는 일을 좋아했다. 껌 떼기는 교무실 복도로 등교한 내가 반성문을 다 쓴 후 이행해야 하는 임무였다. 같이 징계를 받는 친구나 선배들은 죄다 그 일을 싫어했다. 착한 선생님은 고무장갑을 줬지만, 아닌 경우 맨손으로 수세미와 껌 칼, 퐁퐁을 다뤄야 했다. 더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내 손이 닿아 거룩할 정도로 깨끗해진 복도를 보면 삼모작에 성공한 농부처럼 즐거웠다.

비위 약하고 게으른 내가 왜 그런 걸 좋아했을까?

슬프게 짐작건대…… 껌 떼는 일은 내가 학교란 공간에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작업이었던 것 같다. 다른 애들이 진로에 대한 가능성을 긁어모을 때 나는 씹다 뱉은 껌딱지나 모으며 위안을 챙긴 것이다. 내가 겪은 불이익은 대체로 내 잘못이지만, 이 지점을 떠올리면 어쩔 수 없이 서글픈 기분이 된다.

가끔 ADHD란 존재하지도 않고, 약도 치료도 정신과의 상술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쭈그려 앉아 껌 떼던 순간이 떠오르곤 했다.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고는 단체생활을 못 하던 내가, 자기혐오를 방패 삼던 10대의 내가 껌 대신 처방전을 뗐더라면 인생이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회한이었다. 지금 여상히 삼켜 대는 알약이 그때도 주어졌더라면 나는 밖으로 나도는 대신 내 안으로 내달렸을지 모른다.(148쪽)

 

처음부터 완벽하게 가려는 욕심들은 결국 나를 무수한 완벽에서 추방시켰다. 허접스러움을 묵인할 때 실행력이 생기고, 스타트가 있어야 진행도 된다는 걸 배우고 있다.

만약 이 글을 보는 사람에게 ADHD가 있거나 다른 문제가 있어서 헤매는 중이라면, 본인의 능력이나 작업 과정보다 목표치를 바꿔 보는 건 어떨까 싶다. 그냥 완벽해지는 것보단 모자라다는 면에서 완벽해지는 게 훨씬 쉽다. 모자람은 꽤 괜찮은 친구다. 나를 거장으로 만들어 주진 못해도 거장이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아마추어로는 만들어 주니 말이다.(195쪽)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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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음

1992년 출생. 저서로 에세이 『젊은 ADHD의 슬픔』, 『우리 모두 가끔은 미칠 때가 있지』가 있다. 8회 브런치북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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