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원제

모옌 | 옮김 심규호, 유소영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21년 6월 18일 | ISBN 978-89-374-6364-8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2x225 · 604쪽 | 가격 16,000원

수상/추천: 노벨문학상

책소개

“역사는 결과를 중시할 뿐, 수단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잖아요.

마치 사람들이 중국의 만리장성, 이집트의 피라미드 같은 위대한 건축물을 볼 때

건축 이면에 자리한 수많은 백골을 보지 못하는 것처럼요.“

 

 

포크너, 마르케스에 비견되는 현대 문학의 거장 모옌 대표작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가둘 수 없듯, 여자가 아이를 낳는 일도 절대 막아서는 안 된다

국가를 위한 개인의 희생은 어디까지 정당화될 수 있는가

 

 

▶ “환각 리얼리즘을 민간 구전 문학과 역사 그리고 동시대와 융합시켰다.”

—노벨 문학상 선정 이유

▶ 『개구리』는 생명의 본질을 추구하면서 인간성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보여 준다.

—마오둔 문학상 선정 위원회

▶ 중국인에게 가장 민감한 주제를 다룬 대담한 소설. —《차이나 데일리》

편집자 리뷰

■ 현대 중국의 가장 첨예한 문제, 아이를 낳은 일에 대하여

 

중국의 산아 제한 정책인 ‘계획생육’을 정면으로 다뤄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이 작품은 화자인 커더우가 일흔이 넘은 고모를 회상하며 시작한다. 산부인과 의사인 고모 ‘완신’은 가오미 둥베이향에서 오십 년 동안 1만 명이 넘는 아이를 받은 전설적인 인물이다. 젊은 시절 고모는 혁명 열사의 딸이라는 출신 성분에 신식 의술까지 배운 전도유망한 신여성이었다. 그러나 공군 조종사였던 약혼자가 타이완으로 망명하자 앞날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다. 설상가상으로 정부에서 계획생육을 강압적으로 실시하면서 고모는 정관 수술과 임신 중절 수술에 나서게 되고, ‘살아 있는 염라대왕’이라는 별명과 함께 사람들의 비난과 저주에 시달린다.

 

모옌은 『개구리』를 통해 현대 중국의 ‘뜨거운 감자’인 계획생육에 문제를 제기하며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1949년 신중국 무렵 5억 4천 100만여 명이던 인구가 1969년 8억을 넘어서자, 초조해진 중국 정부는 “핏물이 강을 이룰지라도 초과 출산은 허락할 수 없다”와 같은 과격한 구호와 함께 지방 관리들에게 무조건 ‘생육지표’를 끌어내리라고 몰아붙였고, 강제 집행에 따른 부작용이 중국 곳곳에서 속출하기 시작했다. 특히 계획생육을 위반한 임산부에게 강제로 임신 중절 수술을 하는 등 생명 윤리와 관련된 문제가 대두되었다. 많은 여자아이들이 호적에 오르지 못한 채 ‘어둠의 자식’으로 남아 사회 문제가 되기도 했다. 2012년 노벨 문학상 수상 당시, 중국 민간 문화를 바탕으로 ‘환각 리얼리즘’을 탄생시켰다는 평가를 받은 모옌은 『개구리』에서 다산의 상징인 개구리 토템을 모티브로 하여, 경제 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생명의 탄생조차 법으로 옭아매는 역사적 흐름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 숨 쉬는 민중의 생명력을 찬미한다.

 

 

■ “나는 사람을 똑바로 보고 쓰기로 했다.”

―중국 대륙 최초,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모옌

 

‘글로만 쓸 뿐 말로 하지 않는다.’라는 뜻의 필명을 가진 모옌은 1986년 발표한 중편 소설 「붉은 수수」를 각색한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 「붉은 수수밭」이 1988년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인 작가로 떠올랐다. 등단 이후 줄곧 고향인 산둥성 가오미현을 주요 무대로 소설을 써 왔기에 향토 소설 또는 심근(尋根) 소설가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1985년부터 다시 불기 시작한 서구 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은 선봉문학(先鋒文學, 전위파) 계열의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대표작 『개구리』 역시 편지글과 소설, 그리고 희곡이 어우러진 독특한 형식에 계획생육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아내 문학적 효과를 극대화했다.

 

모옌 소설의 불변하는 주제는 ‘인성’이다. 그는 한국어 판 서문에서 “소설을 쓰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을 쓰는 것”이며 “나는 ‘사람을 똑바로 보고 쓰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계획생육이라는 구체적인 사건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모옌의 관심은 역사적 풍랑에 휘말린 인간이기 때문이다. 모옌은 폭력적인 인구 정책이 몰고 온 여러 가지 부작용에 초점을 맞춰,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간할 수 없는 복잡다단한 상황 속에서 인물 간의 갈등과 화해를 세세히 그려냈다.

 

/“고모를 원망하지 않습니다. 고모 잘못은 아니란 생각이 들어요. 요즘 고모는 자기 손에 피를 묻혔다고 자주 참회해요. 하지만 그건 역사였어요. 역사는 결과를 중시할 뿐, 수단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잖아요. 마치 사람들이 중국의 만리장성, 이집트의 피라미드 같은 위대한 건축물을 볼 때 건축 이면에 자리한 수많은 백골을 보지 못하는 것처럼요.”-본문에서/

 

 

■ 소설과 편지, 희곡이 어우러진 소설

 

『개구리』는 형식적으로는 자전적 1인칭 소설이되 실제 주인공은 고모이며, 소설이긴 하되 커더우가 수신자인 스기타니 요시토에게 보내는 다섯 통의 장문 편지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마지막 다섯 번째 편지에는 9막짜리 극본이 붙어 있다.

 

형식상 편지글이 분명하지만, 내용은 소설처럼 읽히고, 어찌 보면 소설인데 작가 스스로 밝힌 것처럼 분명 서신체이다. 편지라면 당연히 발신자와 수신자가 있을 것인데, 발신자는 작가 자신이라고 해도 수신자로 적혀 있는 스기야 요시히토가 과연 누구인지 정확하지 않다. 작가가 서문에서 일본의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를 언급하였으니, 수신자가 바로 그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가능하지만 모옌은 부정하고 있다.

 

편지에서 커더우는 고모의 일생을 주제로 극본을 쓰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극본에는 고모 이야기 대신 전체 소설의 결말이 들어가 있으며 그중 8막에는 텔레비전 연속극의 대본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처럼 새로운 형식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나는 소설 구성에서 서신체와 연극을 결합한 새로운 형식을 창조했다. (중략) 동시에 허구와 진실이 번갈아 등장하는 방식과 ‘연극 속에 연극이 있는’ 일종의 소격효과는 소설의 서사 공간을 크게 확대시켜, 소설을 더욱 풍부하고 다의적으로 만들 것이다.”/

 

즉 모옌은 이런 전위적인 시도를 통해 『개구리』가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르포나 논픽션이 되지 않게 했으며 서신이 지닌 사실성과 소설의 허구성을 결합해 그 안에서 입체적으로 살아 숨 쉬는 인물들을 창조해 냈다. 사회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되 ‘사람을 똑바로 보고 쓴다.’라는 그의 문학적 모토가 글의 형식을 통해 체현되었다고 볼 수 있다.

 

 

■ 본문 중에서

 

이런 ‘늙은 산파들’ 이야기만 나오면 고모는 치를 떨었어요. 얼마나 많은 아이와 산모들이 이런 늙은 요괴들의 손에 죽어 갔는지 모른다고 욕을 했습니다. (…) 고모는 그들이 밀대로 산모의 배를 누르고, 마치 아이가 입으로 삐져나오기라도 할 것처럼 낡은 천 조각으로 산모의 입을 틀어막는다고 했어요. 해부학에 대한 지식이라곤 털끝만큼도 없는 그들이 산모의 생리학적 구조를 알 리가 없다고 하셨죠. (31쪽)

 

당시 고모 나이 겨우 열일곱이었지만 어린 나이에도 경력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게다가 출신 성분까지 화려하니 이미 우리 둥베이 가오미 지역에 영향력이 대단해서 뭇사람이 우러러보는 중요한 인물이었죠. 물론 고모는 빼어난 미모의 소유자이기도 했지요. (40쪽)

 

우리 고모에게 에니카 손목시계를 선물한 사람은 공군 조종사였어요. 그 시절에 공군 조종사라니! 이 소식이 전해지자 형들이랑 누나는 개구리처럼 개굴개굴 소리 지르고 저는 공중제비를 했어요. (64쪽)

 

우리 어머니가 고모에게 물었습니다. 고모가 하는 계획생육이라는 운동이 괜히 고모 혼자 애써 추진하는 일이에요, 아니면 상부에서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에요? 애써 추진하는 일이라니요? 고모가 씩씩거리며 말했어요. 이건 당의 부름이자 마오 주석의 지시, 국가의 정책이라고요. 마오 주석이 뭐라고 했어요? 인류는 스스로를 통제해서 계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어요. (112쪽)

 

지금 사람들이 내게 붙여 준 ‘살아 있는 염라대왕’이란 별명 말이야, 이 고모는 이 별명을 정말 영광스럽게 생각해! 계획생육 정책에 따라 태어나는 아이라면 고모는 향 피우고 목욕재계하고 받겠어. 하지만 정책을 위반한 임신이라면……. 고모가 허공을 향해 손을 내리치며 말을 맺었습니다. 절대 그대로 내버려 둘 수 없어. (166쪽)

 

자네 고모는 사람도 아니야, 요괴야 요괴! 장모님이 나와서 말했어요. 수년 동안 대체 얼마나 많은 목숨을 짓밟았나? 두 손에 피를 잔뜩 묻혔으니 아마 죽은 후에 염라대왕이 갈기갈기 찢어 죽일 걸세. (232쪽)

 

전 수술실 문을 박차고 들어갔습니다. 하얀 천이 런메이를, 런메이의 몸을, 런메이의 얼굴을 덮고 있었습니다. 고모는 온몸에 선혈이 낭자한 채 맥없이 접이식 의자에 앉아 있었습니다. 샤오스쯔 등은 완전히 얼이 나가 있었고요. (…) 고모…… 그러니까…… 고모가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했잖아요? (252쪽)

 

역사는 결과를 중시할 뿐, 수단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잖아요. 마치 사람들이 중국의 만리장성, 이집트의 피라미드 같은 위대한 건축물을 볼 때 건축 이면에 자리한 수많은 백골을 보지 못하는 것처럼요. (264쪽)

 

거액을 물려줄 아들은 낳아야겠지, 벌금은 싫지. 그러니 대리모를 찾아 핑계도 만들고 벌금도 피하는 거죠. 게다가 요즘 부자들이나 높은 분들은 대부분 아저씨 나이잖아요. 남자는 아직도 정력이 넘치는데 아내들은 대부분 그쪽으로는 이제 꽝이니까요. (398쪽)

 

선생님, 원래 저는 창작이 속죄의 한 방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극본이 완성된 후 마음속에 자리한 죄의식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커진 것 같습니다. (…) 모든 아이는 저마다 유일한 존재이며 다른 무엇으로 대체될 수 없습니다. 손에 묻힌 피를 영원히 씻을 수 없는 걸까요? 죄의식에 얽매인 영혼을 벗어던질 방법은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 걸까요? (484쪽)

 

죄를 진 사람은 죽을 수도 없고, 죽을 권리도 없단다. 죽지 못하고 목숨 부지한 채 온갖 시달림 속에 고통스럽게 살아가야 해. 생선전처럼 이리저리 뒤집히면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약재처럼 들볶이면서 속죄하는 삶을 살아야지. (579쪽)

목차

한국어 판 서문 7

 

1부 13

2부 145

3부 261

4부 315

5부 481

 

작품 해설 582

작가 연보 593

작가 소개

모옌

본명은 관모예(管謨業). 1955년 중국 산둥 성 가오미 현 다란 향에서 태어났다. 소학교 5학년 때 문화 대혁명이 일어나 학업을 중단하고 귀향하여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976년 입대 후 다년간 습작을 하다가, 1981년 단편소설 「봄밤에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로 데뷔하였다. 1984년 해방군 예술학원 문학과에 입학하여 본격적인 문학 수업을 받았으며, 이후 북경 사범 대학교와 루쉰 문학원에서 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86년 발표한 중편소설 「붉은 수수」를 바탕으로 한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 「붉은 수수밭」이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1988)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인 작가로 떠올랐다. 그 후로 『홍까오량 가족』, 『열세 걸음』, 『풍유비둔』, 『사십일포』, 『인생은 고달파』, 『개구리』 등을 썼고 그 밖에도 많은 희곡과 텔레비전 드라마 극본 등을 집필했다. 2007년 중국 문학 평론가 10인이 뽑은 ‘중국 최고의 작가’ 1위로 선정되기도 한 그는 중국 마오둔 문학상, 이탈리아 노니노 문학상, 홍콩 홍루몽 상, 일본 후쿠오카 아시아 문화상 대상, 프랑스 예술문화훈장 등을 받으며 국제적인 명성을 쌓았다. 그리고 2012년 “환각 리얼리즘을 민간 구전 문학과 역사, 그리고 동시대와 융합시킨 작가”라는 평가를 받으며 중국 대륙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심규호 옮김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육조 삼가 창작론 연구』, 『연표와 사진으로 보는 중국사』, 『한자로 세상 읽기』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개구리』(공역), 『마교사전』(공역), 『덩샤오핑 평전』(공역), 『한 무제 평전』, 『이중톈, 사람을 말하다』, 『선진제자, 백가쟁명』, 『위치우위, 문화를 말하다』, 『중국문예심리학사』, 『홍안화수』, 『완적집』, 『도설 노자』, 『도설 주역』, 『중국 사상사』(공역), 『중국의 마르크스주의 문학론: 구추백의 영향』, 『삼성퇴의 청동 문명』, 『하상주 단대공정』 등이 있다.

유소영 옮김

이화여자대학교 중문과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대학원 한중과를 졸업했다. 제주대학교 통역대학원에서 강의하며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부활하는 군단』, 『구룡배의 전설』, 『법문사의 불지사리』, 『열하의 피서산장』, 『몸-욕망과 지혜의 문화사전』, 『위치우위의 중국문화기행』, 『유럽문화기행』 등이 있으며, 지은 책으로 『중국어 일기』, 『고시중국어』 등이 있다.

독자 리뷰(11)

독자 평점

4.2

북클럽회원 5명의 평가

한줄평

구지 마콘도까지 갈 필요가 없는

밑줄 친 문장

죄를 진 사람은 죽을 수도 없고, 죽을 권리도 없단다. 죽지 못하고 목숨 부지한 채 온갖 시달림 속에 고통스럽게 살아가야 해. 생선전처럼 이리저리 뒤집히면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약재처럼 들볶이면서 속죄하는 삶을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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