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인본주의냐 신본주의냐
글 이환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07년 10월 25일
ISBN: 978-89-374-1209-7
패키지: 양장 · 신국판 152x225mm · 250쪽
가격: 18,000원
분야 학술 단행본
일평생 파스칼을 연구해 온 파스칼의 권위자 이환 교수가 몇 해 전부터 진행한 몽테뉴 연구를 파스칼에 더해 『몽테뉴와 파스칼』을 내놓았다. 저자가 머리말에서 스스로 밝혔듯이 어쩌면 마지막 저서가 될지도 모르는 이 책은 그의 평생 연구 작업의 종결판과도 같은 의미가 있다.
몽테뉴와 파스칼에 대한 개별적 연구는 그 나름대로 이루어지고 있고, 그 동안 필자도 일익을 담당해 왔다. 그러나 두 사람을 동일선상에 올려놓고 대비시키는 것은 아직 시도된 일이 없다. 프랑스 지성사에 빛나는 두 별, 삼사백 년을 훌쩍 넘긴 먼 과거의 사람들이지만 지금도 프랑스인들의 가슴속에 살아 있는 몽테뉴와 파스칼. 그런데 이들은 인간과 세계에 대해 각기 다른 관점과 비전을 가지고 있었다. 근 한 세기 후에 파스칼이 뒤늦게 몽테뉴 앞에 섰으니까 이 책은 상상 속의 만남이고, 둘 사이의 일종의 가상적 대화이다. 하지만 이들의 만남은 불꽃 튄다.
책머리에
I 몽테뉴와 파스칼-인본주의냐 신본주의냐
들어가는 말
1 몽테뉴의 경우
자신 그리기
회의
행복 찾기
2 파스칼의 경우
최초의 회심
세속적 삶
「메모리알」
『팡세』
3 파스칼의 몽테뉴 비판
「드 사시 씨와의 대화」
파스칼의 비판적 시각
4 두 비전의 충돌
세 질서: 무, 유(존재), 무한
‘유’의 세계: 자연
두 비전의 충돌
맺음말
II 파스칼 3제(題)
1 파스칼의 회심
회심
「메모리알」
인간 영혼의 위대
인간의 이중성
기독교적 인간학
맺음말
2 파스칼의 정치 사상
권력의 기원
상상력과 습관
정(正 )에서 반(反)으로의 반전
힘과 정의
파스칼의 인간학
맺음말
3 정(正)에서 반(反)으로의 반전
허영 또는 공허
진실에 대한 혐오
위락
법과 정의
비참과 위대
인간의 인식에서 하나님으로의 이행
맺음말
후기
파스칼의 권위자 이환 교수가 평생 연구를 온축한 저서
일평생 파스칼을 연구해 온 파스칼의 권위자 이환 교수가 몇 해 전부터 진행한 몽테뉴 연구를 파스칼에 더해 『몽테뉴와 파스칼』을 내놓았다. 저자가 머리말에서 스스로 밝혔듯이 어쩌면 마지막 저서가 될지도 모르는 이 책은 그의 평생 연구 작업의 종결판과도 같은 의미가 있다.
몽테뉴와 파스칼에 대한 개별적 연구는 그 나름대로 이루어지고 있고, 그 동안 필자도 일익을 담당해 왔다. 그러나 두 사람을 동일선상에 올려놓고 대비시키는 것은 아직 시도된 일이 없다. 프랑스 지성사에 빛나는 두 별, 삼사백 년을 훌쩍 넘긴 먼 과거의 사람들이지만 지금도 프랑스인들의 가슴속에 살아 있는 몽테뉴와 파스칼. 그런데 이들은 인간과 세계에 대해 각기 다른 관점과 비전을 가지고 있었다. 근 한 세기 후에 파스칼이 뒤늦게 몽테뉴 앞에 섰으니까 이 책은 상상 속의 만남이고, 둘 사이의 일종의 가상적 대화이다. 하지만 이들의 만남은 불꽃 튄다.
몽테뉴와 파스칼. 프랑스 근대 초기의 두 거장, 이들이 주고받는 가상적 대화
이 책은 몽테뉴와 파스칼에 대한 각각의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을 상호 비교하고 대비시키는 데 본래의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필자는 두 사람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고자 각각 한 장씩을 할애하여 몽테뉴와 파스칼의 정신적 모험을 먼저 포괄적으로 다룬다. 여기에는 파스칼에 대한 평생의 연구와 다년간에 걸친 몽테뉴 연구가 먹기 쉽게 요약되어 있다. 이후 이 책의 주제인 두 사람의 대비로 들어간 필자는 매우 소중한 한 문헌을 검토하는 것에서 시작하는데, 그것은 「드 사시 씨와의 대화」라는 제목의 소품이다. 이 안에서 파스칼은 몽테뉴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상세히 그리고 기탄없이 피력하고 있다. 물론 이것은 파스칼이 비판적 안목에서 몽테뉴에 접근한 것이지만, 파스칼의 견해가 명확하게 표현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전체 구도와 내용의 매우 유효한 단초를 제공한다.
필자는 이 과정을 통해 기본적인 대립 구도를 확인한 다음 보다 더 일반적인 관점으로 시야를 넓혀 존재와 사물, 즉 ‘자연’에 대한 두 사람의 상이한 접근법에 주목한다. 자연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시각을 각각 그들의 입지에서 개별적으로 확인해 나가되 그들의 합치점과 분기점을 부각시키기에 주력한다. 다시 말해 그들이 어디까지 일치하고 어디서부터 갈라서는지를 정확히 짚어 보는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먼저 그들이 자연을 가변적이고 불완전하고 우연적인 것으로 인식하는 점에서 공통되고 있음을 본다. 파스칼은 이 모든 양상을 한 마디로 ‘비참’이라 요약했는데, 이 점에서는 몽테뉴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몽테뉴는 이 기본적 인식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않는데 반해 파스칼은 눈에 보이는 자연의 현상들 이면으로 파고 들어가 그것들의 ‘이유’, 그가 말하는 바 ‘현상의 이유’를 보기를 원한다. 다시 말해 가시의 현상 밑에 또 하나의 지층을 투시하는 것이다. 몽테뉴의 세계가 단원적이라면 파스칼의 세계는 정확히 이원적이다. 두 사람이 결정적으로 다른 길로 나아가는 것은 바로 이 기본 인식의 차이 때문이다. 한 사람은 보이는 세계, 즉 자연만을 보았고 또 한 사람은 보이는 세계 저 너머에 또 하나의 세계, 즉 초자연(신성)을 보는 것이다.
“나는 인생을 사랑한다.”―몽테뉴
“신음하며 추구하라.”―파스칼
이 근원적인 차이로 인해 한 사람은 유일한 실재인 자연 안에서 가능한 최선의 삶을 사는 것을 예지로 삼았고, 또 한 사람은 자연 너머에 또 하나의 실재를 바라보며 그것에 모든 희망을 건다. 몽테뉴는 인간을 넘어서는 것에 관심을 끊었다. 그리고 끝까지 인간으로서 살아내는 데 전념했다. 몽테뉴의 인식론의 기저에는 허무의 은은한 그림자가 깔려 있지만, 이 허무주의는 그를 그 자리에 주저앉게 만들지 않았다. 그는 뜻밖에도 낙관과 긍정으로 반전하며 인생을 사랑하고 즐기는 방법을 고안해 낸다. 그의 최후의 메시지는 “나는 인생을 사랑한다.”이다.
파스칼에게 참으로 중요했던 것은 진실, 오직 진실 하나뿐이었다. 인간적인 기교를 믿지 않았던 그는 우리의 간교한 위장술을 폭로하고 모든 퇴로를 차단하며 진실 앞으로 우리를 돌려세운다. 인간은 자연 속에서 만족은커녕 그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를 느끼기 때문이다. 그의 시선은 아래에 머무는 대신 위를 향해 고정되었다. 그는 말한다. “신음하며 추구하라.”
이래서 두 사람은 갈라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