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군대들
원제 The Armies of the Night (history as a novel, the novel as history)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7년 9월 28일 | ISBN 978-89-374-6158-3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2x225 · 447쪽 | 가격 13,000원
시리즈 세계문학전집 158 | 분야 세계문학전집 158
뉴저널리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미국 현대 문학사의 산증인인 노먼 메일러의 작품 『밤의 군대들』. “논쟁적이지 않으면 쓰지 않는다.”라는 노먼 메일러는 뉴저널리즘 문학 형식을 확립하며, 현실에 날카롭게 반응하는 작가 정신의 본령을 되살렸다. 『밤의 군대들』은 1967년 10월 21일 펜타곤 앞에서 벌어진 베트남전쟁 반대 시위를 다룬 작품으로, 작가 자신이 직접 시위에 참여해 하룻밤 동안 감옥에 구속되어 겪은 이야기를 풍자적으로 보여 준다. 노먼 메일러는 반전 구호 아래 모인 사람들 사이에, 그리고 이 시위대와 경찰, 군인들 사이에 단순히 이념이나 계층, 인종만으로 이분할 수 없는 복잡한 속내가 있음을 간파한다. 이 현대사회의 축소판 한가운데서 작가는, 미국 사회와 이를 좇는 전 세계 국가들에 내재한 분열의 기운을 느끼며 이 기운이 전체주의로 흐를 수 있음을 경계한다. 이 작품은 베트남 반전시위가 있은 이듬해인 1968년에 출간되어 퓰리처상과 전미도서상을 수상했다
◆ 지금, 우리를 대변하는 작가 노먼 메일러
“논쟁적인”, “거리낌 없는”, “지적인”, “풍자적인” 등 작가를 수식하는 단어들이 대변하듯 노먼 메일러는 현대사회의 대변인 역할을 자처해 왔다. 1947년에 출간한 『나자와 사자(The Naked and the Dead)』에서부터 올해 나온 『숲 속의 성(The Castle in the Forest)』까지, 반세기 가까이 작품 활동을 하며 매번 새로운 글쓰기로 급변하는 사회를 통찰력 있게 보여 주었다. 1, 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쟁 반대 시위, 나치 문제 등 현대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를 파고들며 다양한 글쓰기 방식을 통해 현실을 풍자적으로 그려 왔다. 여든이 넘은 지금도 히틀러에 대한 3부작 소설을 집필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는 노먼 메일러는 그 이름만으로도 미국 현대문학을 상징하는 작가이다. 특히 『밤의 군대들』은 트루먼 커포티의 『인 콜드 블러드』와 함께 ‘뉴저널리즘 문학’, 혹은 ‘논픽션-픽션’이라는 새로운 문학을 제시하며, 이후 전 세계 문학을 휩쓸 ‘팩션’의 토대를 만들었다. ‘뉴저널리즘 문학’은 언어가 현실을 객관적으로 재현하지 못한다는 문학적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노먼 메일러는 『밤의 군대들』에서 서술자가 존재하는 한 역사는 허구일 수밖에 없음을 독특한 작품 구성을 통해 증명한다. 자신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소설 형식의 1부 ‘소설로서의 역사’가 객관적이라고 주장하는 기사들의 조합인 2부 ‘역사로서의 소설’보다 실제 일어난 사건을 명확히 밝힘을 보여 주는 것이다.◆ 역사보다 더 역사적인 소설 『밤의 군대들』
1부 ‘소설로서의 역사’는 노먼 메일러를 주인공으로 그가 베트남전쟁 반대 시위에 참여하기까지의 과정과 펜타곤에서의 시위, 그 뒤 구속되어 감옥에서 보낸 하룻밤까지 사흘 동안의 일을 중점적으로 보여 준다. 1967년 가을, 소설가 노먼 메일러는 10월에 있을 베트남전쟁 반대 시위에 참여하자는 제의를 받아들인다. 소설가는 작품으로만 자신의 세계를 알려야 하지만, 첫 작품 『나자와 사자』 이후 20여 년 가까이 이렇다 할 작품을 발표하지 못한 메일러이기에 이런 식으로라도 자신의 존재를 표명할 수밖에 없다. 외설을 즐기는 속물 노먼 메일러는, 나서기 좋아하는 자신의 기질 때문에 이번 시위에서도 어떤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며 워싱턴으로 떠난다. 메일러는 펜타곤 시위 전날 밤 워싱턴의 앰베서더 극장에서 열린 모임에 사회자로 등장해 미국 정부를 비웃으며 참석자들에게 펜타곤 시위에 참여할 것을 독려한다. 하지만 언론은 오히려 욕설과 상스러운 말로 자리를 난처하게 만들었다며 메일러를 조롱한다. 다음 날 그는 징집영장을 법무부에 반납하려는 대학생들을 옹호하는 자리에 참석하고 다른 유명 인사들과 함께 펜타곤으로 행진한다. 메일러와 함께 한 시인과 비평가는 가능한 빨리 체포된 다음 빨리 풀려나 뉴욕에서 열릴 파티에 참석하자는 속내를 드러낸다. 이들은 이념이나 의식보다는 자신들의 체면과 사회 분위기 때문에 참석한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보도진과 카메라의 물결 앞에서 메일러는 흥분하고, 시위가 진행되면서 알 수 없는 에너지가 솟구침을 느낀다. ‘보수적 좌파’라는 모호한 입장을 취하는 메일러는 원래 시위를 한답시고 몰려드는 단체나 파벌들을 비판적으로 생각했다. 정치적 의식이든 행동하는 용기든 개인을 앞세워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파벌과 상관없이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방식으로 사회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그런데 이 시위에 참여한 젊은이들은 달라 보였다. 이념이나 구호가 아닌 음악과 율동으로 말하는 히피들과 “우리를 검둥이라고 부른 베트남 사람들은 없었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대를 즐겁게 하는 흑인들, 보수적인 중산층 가정에서 자랐으면서도 정치적 입장은 좌파인 대학생들은 분명히 기존의 저항 세력과 다르다. 메일러는 이들의 저항 방식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본다. 헌병들의 제지 선을 넘었다는 이유로 체포된 메일러는 기자들 앞에서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항의의 표시로 선을 넘었다.”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그는 근처 구치소로 이송되었다가 보호소에서 하룻밤을 지낸다. 이 시간 동안 메일러는 자신과 미국을 성찰하며 강한 실존의식을 느낀다. 그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작품을 쓸 구상을 하게 된다. ◆ 현실을 객관적으로 그려 내기 위한 문학적 전략, 뉴저널리즘 문학
『밤의 군대들』은 ‘소설로서의 역사’와 ‘역사로서의 소설’ 2부로 구성된다. 1부는 작가 자신을 주인공으로 펜타곤에서 벌어진 베트남전쟁 반대 시위 현장을 그린 ‘소설’이며, 2부는 이 시위가 있기까지의 준비 과정과 시위 당시 상황을 여러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기술한 ‘역사’이다. 노먼 메일러는 이렇게 글쓰기 방식을 달리하여 독자가 허구라고 믿은 ‘소설’이 객관적인 기록에 가까우며 사실이라고 믿은 ‘역사’가 수많은 주관이 종합되어 만들어진 또 하나의 허구임을 보여 준다. 누구에게나 객관적인 역사 기록은 불가능하다는 전제 아래 작가는, 동일한 사건을 두고도 시각에 따라 분분한 기록들을 종합하여 일관된 관점으로 만드는 것이 최선임을 역설하는 것이다. ‘소설’로 생각했던 1부가 오히려 한 사람의 직접적인 체험을 기록한 것이기에 사실에 가까우며, ‘역사’로 생각했던 2부는 사건을 직접 겪지도 않은 채 논점이 다른 여러 기록들을 종합해 만들어 낸 허구이다. 『밤의 군대들』 2부 ‘역사로서의 소설’은 시위와 관련해 시위대 측 대표와 정부의 협상 과정부터 시위 당일까지의 상황을 시간 순서대로, 각종 기록을 종합하여 보여 준다. 그런데 기록들은 각기 다른 관점에서 쓰여 어느 것도 객관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 심지어 시위 참가자의 숫자마저도 제각각이다. 펜타곤 시위의 역사는 결코 공평하게 쓰일 수 없음이 분명하다. 마치 자세히 기록한 역사가 진실을 증명할 수 없는 것과 똑같이! 이 특별한 대결을 다룰 때에는 역사를 쓰고 있다는 자만심을 버려야 하지 않을까? 펜타곤에서 일어난 사건들의 진실은 역사의 방식으로는 기술될 수 없고 오직 소설가의 본능으로만 설명할 수 있다. -본문 중에서노먼 메일러는 “역사라는 것이 아주 내밀해서 충분한 암시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하며 그 “경험이 아주 감정적이고, 정신적이고, 심리적이고, 도덕적이고, 실존적일 때 역사는 분명히 소설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런 경험을, 펜타곤 시위처럼 “그 본질적 가치나 부조리성이 십 년, 이십 년이 지나도, 아니 영원히 밝혀지지 못할 모호한 사건”을 공평하게 기록할 수 있는 사람은 참가자이자 자신이 어느 부류에 속하는지 구별조차 못하는 익살꾼 노먼 메일러밖에 없다. 자본주의 사회의 정점에서, 자본의 횡포와 대중매체의 권력에 의지하지 않는 주체가 있을 것인가? 대중이 접하는 언어가 객관적인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이 시대에 소설가는 어떻게 현실을 재현해야 하는가? 영화에 빼앗긴 소설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노먼 메일러는 이런 의문 속에서 ‘뉴저널리즘 문학’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1967년과 2007년, 세대를 잇는 평화의 기원
표면상으로 펜타곤 시위는 베트남전쟁에 대한 반대 시위였으나 그 속내는 보다 복잡했다. 미국이 베트남전쟁에 개입한 것은 단순히 세계 평화를 위해서만이 아니었다. 노먼 메일러는, 공산주의 세력이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에서 결집할 것을 우려한 미국이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전쟁을 일으켰다고 말한다. 한편으로 급속히 팽창하는 미국 사회 내에서 발생하는 여러 갈등을 묻어 두려는 미국 정부의 기만이기도 했다. 노먼 메일러는 펜타곤을 바라보며, 시위대와 대치한 군대를 바라보며, 드러나지 않는 미국의 실체를 직감한다. 모두가 접근할 수 있도록 열려 있으나 아무도 그 실체를 알 수 없고, 자신의 결점을 감추기 위해 외부로 폭력을 행사하는 펜타곤을 보면서 노먼 메일러는 “벽돌 쌓듯 견고한” 마르크스주의만으로는 자본주의의 권력에 대항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 하지만 동시에 그 해결의 실마리를 이 펜타곤 시위에서 본다. 공통분모에 따라 언제든 편이 바뀔 수 있는 새로운 시위대에 미국의 미래, 세계의 미래가 달린 것이다. 화염병을 던지는 대신 군인들의 총에 꽃을 꽂고 노래와 춤으로 화합하는 시위대는 1940년대, 1950년대에 정부에 대항하던 세대와 다르다. 이들은 이념이 아닌 인류애로 무장되어 있다. 정부에 대항하는 중산층 지식인과 정부를 방어하는 노동자층 출신의 군대라는 대결 구도는 기존의 정치 이념으로 설명할 수 없다. 남자와 여자, 백인과 흑인,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처럼 이분할 수 없는 것이다. 이처럼 1967년 10월 21일은 새로운 저항 방식의 가능성을 암시하며 프랑스의 68혁명과 함께 역사의 한 장을 장식하게 되었다.노먼 메일러는 1967년 10월 21일, 펜타곤 시위 날을 새로운 세대가 탄생하는 날로 선포하며 글을 맺는다. 이제 그 두려운 진통의 첫 신호가 왔고 계속될 것이다. 얼마나 계속될지 의사도 모른다. 다만 가짜 진통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아, 진짜다. 이제 아기를 낳을 것이다. 어떤 아기일까? 지금까지 세계가 알아 온 가장 두려운 전체주의? 아니면 이 불쌍한 거인, 몸부림치는 사랑스러운 여인은, 용감하고 부드럽고 유연하며 야생적인 새로운 세상의 아기를 낳을 것인가? 자물쇠로 달려가라. 신이 갇혀 몸부림친다. 자물쇠로 달려가라. 우리를 저주에서 구하라. 결국 우리는 용기, 죽음, 그리고 사랑의 꿈이 달콤한 잠을 약속하는 저 신비로 가는 길에 이르러야만 한다. -본문에서과연 미국은 어떤 세대를 탄생시킬 것인가? 신비로운 길을 약속할 세대인가, 아니면 무의식중에서도 전 세계가 가장 두려워하는 전체주의로 몰고 갈 세대인가? 40년이 지난 지금, 역사는 그 답을 어떻게 내리고 있는가? 노먼 메일러가 이 작품에서 던지는 질문은 지금도 우리에게 큰 의미를 지닌다. 또한 세계의 경찰관을 자처하며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른 잣대로 서슴없이 ‘악의 축’을 규정하는 미국의 진통은 현재진행형이다. 펜타곤의 벽은 새로운 세대가 넘기에 여전히 높고 두껍다. 그래도 이들은 40년 전과 다름없이 평화를 외치고 인류를 노래하며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반대한다. ‘신비로 가는 길’에 대한 노먼 메일러의 희망은 여전히 유효하다.
1부 소설로서의 역사 – 펜타곤의 계단들 1장 목요일 저녁 2장 금요일 오후 3장 토요일 아침 4장 토요일 밤과 일요일 온종일 2부 역사로서의 소설 – 펜타곤 전쟁 작품 해설 – 권택영 작가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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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ostein | 2019.4.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