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권혁웅이 연애 시집을 펴냈다. 이(離), 합(合), 집(集), 산(散)으로 나뉜 각 장에서 볼 수 있듯, 이별과 만남을 반복하는 가운데 온몸으로 겪어낸 아픔과 설렘이 이 한 권의 시집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 시집을 두고 김혜순 시인은 “나는 일찍이 몸에 새겨진 이별의 유령들을 이토록 아름다운 첫 경험의 시원으로 환기한 시들을 본 적이 없다.”라고 했으며 문학평론가 서동욱은 “우리 시대의 사랑 노래”라고 했다. 절제되었으면서도 유려한 서술과 풍부한 신화적 상상력으로 가득한 이 시집을 통해 독자들은 가슴 깊은 곳을 울리는 격조 있는 연애시를 만나, “아름다운 사랑의 시어가 혀에 자꾸 감겨들어 자기의 말과 자기의 연애와 구별될 수 없을 때까지 시와 친해지는 시간, 시집을 손에 든 각자에게 돌아올 내밀한 시간”(서동욱, 작품 해설)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 열애로 지샌 마흔 번의 낮과 밤, 이 시대의 연애시가 탄생하다“불혹은 일종의 부록이거나/ 부록의 일종이다”(「마흔 번의 낮과 밤」에서)라고 말한 권혁웅이, 불혹(부록)의 나이에 연애시를 쓴 이유는 무엇일까? 권혁웅은 자서에서 “몸이 일러 주는 순서를 따랐다.”고 밝혔고 서동욱은 권혁웅의 연애시가 ‘몸의 기울기’, 즉 몸의 감각에 의해 쓰였다고 했다. “나를 찾아낼 것이다 그때 내 몸의 기울기가/ 너를 맞을지도/ 코에 건 옭매듭이, 아니 온몸의 제대로근이/ 너를 향해 풀어질지도”(「저녁의 인사 1」), “팔다리가 엉킨다 윗목을 들어 아랫목으로 기울인 것처럼”(「상상동물 이야기 13」), “이리저리 떠다니는 계란 노른자처럼 그 사람 쪽으로 중심이 조금 옮겨 가는 일”(「먼 곳의 불빛」)이라는 구절들이 알려 주듯, “중력처럼 몸의 기울기를 만드는 것은 ‘너’, 바로 타자”이며, “타자에게 기운 이 몸이 겪는 일을, 우리는 잘 알려진 표현에 따라 ‘연애’라 부”르기 때문이다.하지만 권혁웅의 연애시가 이처럼 ‘감각’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권혁웅의 시에는 또 다른 중요한 시적 화두가 있다. 바로 ‘신화’다. “신화는 우리가 살아가는 것, 그러니까 삶이야말로 진짜 삶의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라고 『태초에 사랑이 있었다』에서 밝혔듯, 권혁웅은 인간 개개인의 삶의 원형인 신화, 그리고 그 신화적 존재에 몰두한다. ■ 인간에게 끝나지 않을 생을 안겨 줄 戀愛, 그 신화적 원형『그 얼굴에 입술을 대다』에는 켄타우로스, 이무기, 미노타우로스, 케르베로스, 늑대인간, 기린, 유니콘, 일비민, 구비키레우마, 강시 등 국적과 종을 구분할 수 없는 다양한 신화적 존재들이 나온다.‘관흉국인(貫胸國人)’은 가슴에 구멍이 뚫려 있어서, “귀한 손님이 오면 긴 장대를 가슴에 꽂고 그 귀인을 꿰어 간”다. 이 가슴의 구멍은 곧 ‘상처’를 뜻한다.(“상처 받은 사람을 곧장 떠올린다면/ 당신도 한때는 관흉국에 살았다/ 그 사람이 오래된 타일처럼 떨어져 나갔다/ 대신에 그곳을 바람이 들고 난다”(「상상동물 이야기 15」) ‘우로보로스’는 버림 받고 뒤에 남겨진 채 “혼자서 애를 낳고 몸을 풀고 그리고 죽어”(「상상동물 이야기 5」) 간다. 뿐만 아니라 “검은 펜으로 얼굴을 지우지 않는 한”, “사진 속 모습 그대로 퉁퉁거리며 다가”오는 “사진 속에 가둔 자”, ‘강시’(「상상동물 이야기 11」)나 “팔과 다리가 하나고 머리와 몸통이 반쪽”이어서 “둘을 접붙여야 한 사람”이 되는 ‘일비민’(「상상동물 이야기 16」), “서로를 너무 좋아해서 몰래 부부가” 되었다가 “깊은 산에 가두”어져 “추위와 굶주림에 지쳐 서로를 안고 죽은 오누이”가 다시 살아나, “몸이 한데 붙어서 머리가 둘에 팔이 넷”인 ‘몽쌍씨(蒙雙氏)’(「상상동물 이야기 13」)도 등장한다. 신화시대부터 존재한 사랑의 이야기들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와, 오늘날의 사랑에 영원한 생명력을 깃들인다. 이러한 신화적 소재들은 권혁웅의 연애시에 ‘이야기’와 ‘상상력’을 불어 넣어 한층 풍부하고 깊어진 세계관을 탄생시켰다. 이로써 권혁웅은 자신의 연애시를 통해 우리들에게 “도래할 미래”를, “그러므로 오늘이나 10년이나 100년 같은 유한성 속에서 끝나지 않을 생”을 부여한 것이다.
1. 이(離)목측기ㅡ눈1상상동물 이야기 15ㅡ관흉국인상상동물 이야기 5ㅡ우로보로스수국ㅡ젖가슴 6고인 물 사라진 자리에 남은 얼룩처럼ㅡ젖가슴 5눈사람ㅡ젖가슴 3두근거리다ㅡ심장 1유혹하다ㅡ심장 5수많은 실금이 없었다면ㅡ입술 2한 겹 풍경을 열고 들어가면ㅡ입술 3혀끝에 맴도는 이름ㅡ입술 6미열(微熱)에 들다처마 아래서저 일몰상상동물 이야기 11ㅡ강시상상동물 이야기 10ㅡ갓파청춘 12. 합(合)섬ㅡ코 1마흔한 번의 낮과 밤서른아홉 번의 낮과 밤진흙 얼굴떨다ㅡ심장 3만지다ㅡ심장 6손짓검은 물 밑에서디스크다시, 목련의 알리바이폭풍 속으로ㅡ코 3우레의 근원ㅡ귀 5나비 떼, 나비 떼!ㅡ귀 3저녁의 인사 1ㅡ코 4저녁의 인사 2ㅡ젖가슴 7우물의 깊이ㅡ입술 4겨울 산ㅡ입술 53. 집(集)울다ㅡ심장 2쥐어짜다ㅡ심장 4닫힌 책ㅡ얼굴 1상상동물 이야기 16ㅡ일비민상상동물 이야기 12ㅡ구비키레우마비닐 랩 같은 웃음이ㅡ얼굴 2구겨진 종이처럼ㅡ얼굴 3물 위에 뜬 기름이ㅡ얼굴 4내가 앉은 자리에ㅡ엉덩이 1네가 떠난 자리에ㅡ엉덩이 2달팽이ㅡ귀 6먼 곳의 불빛ㅡ눈 3그래서 저렇게 글썽인다고ㅡ젖가슴 1그녀를 먹어 치우다ㅡ젖가슴 4회전문과 회전문 사이ㅡ귀 2건너편에서 누군가ㅡ귀 1청춘 2청춘 34. 산(散)상상동물 이야기 1ㅡ유니콘상상동물 이야기 2ㅡ기린수상기 5시계라는 것입술 자국만 남을 것이다ㅡ젖가슴 2환희상상동물 이야기 6ㅡ늑대인간상상동물 이야기 17ㅡ케르베로스상상동물 이야기 4ㅡ미노타우로스동굴의 역사노래하다ㅡ심장 7상상동물 이야기 13ㅡ몽쌍씨상상동물 이야기 9ㅡ이무기상상동물 이야기 7ㅡ켄타우로스붉은 등ㅡ입술 1마흔 번의 낮과 밤작품 해설 – 연애의 흔적 / 서동욱
자서1. 이(離)목측기ㅡ눈1상상동물 이야기 15ㅡ관흉국인상상동물 이야기 5ㅡ우로보로스수국ㅡ젖가슴 6고인 물 사라진 자리에 남은 얼룩처럼ㅡ젖가슴 5눈사람ㅡ젖가슴 3두근거리다ㅡ심장 1유혹하다ㅡ심장 5수많은 실금이 없었다면ㅡ입술 2한 겹 풍경을 열고 들어가면ㅡ입술 3혀끝에 맴도는 이름ㅡ입술 6미열(微熱)에 들다처마 아래서저 일몰상상동물 이야기 11ㅡ강시상상동물 이야기 10ㅡ갓파청춘 12. 합(合)섬ㅡ코 1마흔한 번의 낮과 밤서른아홉 번의 낮과 밤진흙 얼굴떨다ㅡ심장 3만지다ㅡ심장 6손짓검은 물 밑에서디스크다시, 목련의 알리바이폭풍 속으로ㅡ코 3우레의 근원ㅡ귀 5나비 떼, 나비 떼!ㅡ귀 3저녁의 인사 1ㅡ코 4저녁의 인사 2ㅡ젖가슴 7우물의 깊이ㅡ입술 4겨울 산ㅡ입술 53. 집(集)울다ㅡ심장 2쥐어짜다ㅡ심장 4닫힌 책ㅡ얼굴 1상상동물 이야기 16ㅡ일비민상상동물 이야기 12ㅡ구비키레우마비닐 랩 같은 웃음이ㅡ얼굴 2구겨진 종이처럼ㅡ얼굴 3물 위에 뜬 기름이ㅡ얼굴 4내가 앉은 자리에ㅡ엉덩이 1네가 떠난 자리에ㅡ엉덩이 2달팽이ㅡ귀 6먼 곳의 불빛ㅡ눈 3그래서 저렇게 글썽인다고ㅡ젖가슴 1그녀를 먹어 치우다ㅡ젖가슴 4회전문과 회전문 사이ㅡ귀 2건너편에서 누군가ㅡ귀 1청춘 2청춘 34. 산(散)…
상상동물 이야기 1ㅡ유니콘상상동물 이야기 2ㅡ기린수상기 5시계라는 것입술 자국만 남을 것이다ㅡ젖가슴 2환희상상동물 이야기 6ㅡ늑대인간상상동물 이야기 17ㅡ케르베로스상상동물 이야기 4ㅡ미노타우로스동굴의 역사노래하다ㅡ심장 7상상동물 이야기 13ㅡ몽쌍씨상상동물 이야기 9ㅡ이무기상상동물 이야기 7ㅡ켄타우로스붉은 등ㅡ입술 1마흔 번의 낮과 밤작품 해설 – 연애의 흔적 / 서동욱
시인 권혁웅이 연애 시집을 펴냈다. 이(離), 합(合), 집(集), 산(散)으로 나뉜 각 장에서 볼 수 있듯, 이별과 만남을 반복하는 가운데 온몸으로 겪어낸 아픔과 설렘이 이 한 권의 시집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 시집을 두고 김혜순 시인은 “나는 일찍이 몸에 새겨진 이별의 유령들을 이토록 아름다운 첫 경험의 시원으로 환기한 시들을 본 적이 없다.”라고 했으며 문학평론가 서동욱은 “우리 시대의 사랑 노래”라고 했다.
절제되었으면서도 유려한 서술과 풍부한 신화적 상상력으로 가득한 이 시집을 통해 독자들은 가슴 깊은 곳을 울리는 격조 있는 연애시를 만나, “아름다운 사랑의 시어가 혀에 자꾸 감겨들어 자기의 말과 자기의 연애와 구별될 수 없을 때까지 시와 친해지는 시간, 시집을 손에 든 각자에게 돌아올 내밀한 시간”(서동욱, 작품 해설)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