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 1

지옥편

원제 La comedia di Dante Alighieri (Inferno)

단테 알리기에리 | 옮김 박상진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7년 8월 5일 | ISBN 978-89-374-6150-7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2x225 · 412쪽 | 가격 12,000원

책소개

선과 악, 죄와 벌, 정치와 종교, 문학과 철학, 신화와 현실
인간사의 모든 주제를 끌어안은, 인간의 상상력이 빚어낸 최고의 걸작
시인이자 천재 화가였던 윌리엄 블레이크가 역동적인 삽화로 재현한14,233행에 달하는 장대한 환상적 서사시

 

▶ 인간의 손으로 만든 최고의 것. ―요한 볼프강 폰 괴테
▶ 모든 문학의 절정.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 중세 천 년의 침묵을 깨는 소리. ―토머스 칼라일
▶ 서양의 근대는 단테와 셰익스피어에 의해 양분된다. 그 사이에 제3자란 존재하지 않는다. ―T. S. 엘리엇
▶ 봉건적 중세기의 종결과 근대적 자본주의의 단초는 한 위대한 인물을 표지로 삼을 수 있다. 그 인물이 바로 단테이다. 그는 최후의 중세 시인인 동시에 최초의 근대 시인이다. ―프리드리히 엥겔스

편집자 리뷰

■ 중세의 암흑을 깨고 근대의 여명을 밝힌 지식인 단테― 인간사의 모든 주제를 실천적으로 고민한 깊이 있는 성찰
시성(詩聖) 단테의 웅장한 서사시 『신곡』은 그가 정치적 활동으로 인해 고향 피렌체에서 추방당한 뒤 세상을 떠나기까지 20여 년에 걸친 유랑 중에 써 낸 작품이다. 현실에 대한 비판서인 동시에, 중세의 모든 학문을 종합하고 호메로스와 베르길리우스의 고전 서사시 전통을 계승한 이 책에는 플라톤, 토마스 아퀴나스, 역대 황제들과 교황들 등의 실존 인물들과 함께 제우스, 오디세우스, 아킬레우스 등의 신화적 존재들, 그리고 성서의 인물인 유다와 솔로몬 등에 이르기까지 수백 명의 인물들이 등장해 천태만상의 인간상을 보여 준다. 지옥, 연옥, 천국을 관통하는 여정에서 만난 이 인물들을 통해 단테는 구원을 열망하는 인간의 조건을 그리며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보편성을 획득하고 있다. 성서, 그리스․로마의 고전 작품,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 플라톤의 우주론,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문학,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 등 중세의 모든 학문을 작품 속에 녹여 낸 단테는 이미 중세의 안정된 품에서 벗어나 근대의 활기찬 여명으로 한 걸음 나섰던 지식인이었다. 우주에 대한 단테의 지식은 비록 중세 천문학 체계에 터를 둔 것이었으나 놀랍도록 정교하고 원대하며, 어디까지나 근대적 가치인 인간 가치에 연루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그의 신학 역시 이성의 원리들과 어긋나지 않았다. 또한 당시 라틴어에 비해 속어에 불과했던 피렌체어를 창작에 동원한 것도 단테를 실천적 지식인으로 보게 해 주는 단서들이다. 피렌체어로 쓰인 『신곡』과 함께 이탈리아의 ‘국어’가 확립된 놀라운 사건 한가운데에는 보편적 인간에 대한 작가의 경건한 성찰과 재현이 자리하고 있다. 그것은 구원의 의미를 자신의 당대 현실에서 추구하는, 역사의식을 지닌 지식인의 역할을 수행한 것이었다.

 

 

■ 치밀한 구성, 그리고 죽음 이후를 그리는 장대한 상상력― 세계의 완전성과 구원을 위한 조건. 현실의 변화
『신곡』을 떠받치는 형식과 구조는 놀랍도록 치밀하고 웅장한 건축물을 연상시킨다. 『신곡』의 세 부분을 이루는 「지옥편」과 「연옥편」, 「천국편」은 각각 서른세 편의 독립된 곡(canto)으로 구성되며, 「지옥편」에만 서곡이 추가되어 모두 100곡을 이룬다. 그리고 곡 하나하나는 대체로 140행 안팎에 달하며, 모든 행은 11음절로 구성되고 전체 14,233행에 이른다. 이러한 치밀한 구조는 단테가 제시하는 세계의 완전성을 받쳐 준다. 작품은 부활절의 성(聖) 금요일을 하루 앞둔 목요일 밤, 잠에서 깨어나 어두운 숲에서 길을 잃고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한 서른다섯 살의 단테의 모습에서 시작한다. 세상의 온갖 악을 대면하고 두려움에 떨던 단테 앞에 그가 평소 아버지처럼 존경하던 로마 시인 베르길리우스가 나타나 영원의 세계로 안내할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을 약속한다. 그리고 금요일 저녁 그들은 마침내 지옥의 문 앞에 당도하고, 이제 죽음 이후의 세계를 향한 일주일간의 순례가 시작된다. 피가 흘러내리고 악취를 풍기며 비명 소리로 귀가 먹먹해지는 지옥에서 사흘을 보내고, 언젠가 다가올 구원의 순간을 갈구하는 참회와 회개의 소리로 가득 찬 연옥에서 또 사흘을 보낸 뒤, 단테는 베르길리우스를 떠나보낸다. 그리고 천국에 오르기에 앞서 꿈에도 그리던 영원한 사랑 베아트리체를 만난다. 베아트리체의 인도를 받은 그는 순례의 마지막 날, 순수한 환희로 빛나는 하느님의 사랑에 눈을 뜬다.이렇게 지옥에서 연옥으로, 연옥에서 천국으로 향하는 순례는 비록 죽음 이후의 세계를 가는 것이지만, 결코 현실 너머의 환상을 그리고 있지 않다. 죄와 벌의 영원한 지속을 담은 세계인 지옥은 현세에서 저지를 죄악이 어떤 결과를 낳는가를 보여 주며, 끊임없이 오르고 또 올라 마침내 구원을 얻고자 하는 연옥의 망령들은 현실 세계에서의 진심 어린 기도에 힘입어 수형(受刑) 기간을 단축할 수 있으니, 역시 현실에 더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마지막으로 천국의 순수한 기쁨을 목격하는 천국에서도 단테는 신학과 철학의 지식을 동원하여 그 자신과 그 밖에 역사와 세계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수행하고 있는데, 결국 단테가 바라는 구원은 내세의 약속을 받을 수 있는 “현실의 변화”임에 다름 아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현실 지향적임은 비극 대신 희극의 형식과 정신을 차용하며 다양한 계급과 성향의 인간들을 작품 속에 등장시켰다는 데서 드러나는데, 이로써 단테는 부패한 교황권과 왕권, 그리고 죄악에 물든 세상 사람들에 대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 작가 단테가 쓰고, 순례자 단테가 등장하여 슬픈 시작으로부터 행복한 결말에 이르는 작품― 일본식 번역어 ‘신곡’ 그리고 ‘단테 알리기에리의 코메디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발간된 『신곡』의 특징은 원제인 “단테 알리기에리의 코메디아”를 복원했다는 데 있다. 이에 대해 옮긴이 박상진 교수는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동아시아에서 이 책은 ‘신곡’이라는 제목으로 널리 알려져 왔지만, 이번에 그것을 극복할 필요에서 다른 대안을 병기했다. 병기한 부제 ‘단테 알리기에리의 코메디아’는 바로 단테 자신이 부여한 제목이었다. 단테는 자신의 이름을 내세우면서 자신의 ‘코메디아’를 스스로 썼음을 강조한다. 그 자신이 순례자로 등장하고 그 자신이 작가라는 사실을 각인시키는 것이었다. 이 번역서의 표지에 단테 알리기에리의 이름이 제목과 글쓴이로 나란히 박혀 있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여러 겹으로 둘러싸인 하나의 세계를 떠올린다. 단테는 순례자와 작가로서 텍스트 『코메디아』의 안팎을 드나들면서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쉼 없이 무너뜨린다. 그런데 이러한 함의가 깃든 제목에서 ‘단테 알리기에리의’라는 속격이 떨어져 나가고 그 대신 ‘성스러운(divine, 神)’이라는 뜻이 달라붙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신곡’이라는 제목은 그렇게 새롭게 만들어진 제목 ‘Divina commedia’의 일본식 번역어다. 『코메디아』가 지극히 거룩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단테 알리기에리의’라는 속격이 떨어져 나간 것이 못내 아쉽다. 더욱이 일본의 번역은 ‘성스러운’은 살렸으되 ‘코메디아’의 의미는 방기하고 말았다. (작품 해설 중에서)
그래서 이번에 민음사는, 그간 국내에서 ‘신곡’이라는 이름으로 이 작품이 알려져 왔던 문화적 맥락을 고려하여 ‘신곡’을 살려 두는 한편, 원래의 제목인 ‘단테 알리기에리의 코메디아’를 함께 병기하여 단테가 처음에 의도했던 원래의 의미를 그대로 전달하고자 했다. 여기서 ‘코메디아’는 오늘날의 ‘희극’이라는 단어로 국한하기에는 더 다양한 의미(슬프게 시작하여 행복한 결말에 이른다)를 함유하고 있기에, 그대로 살려 표기하였다.

 

■ 영국 최초, 최고의 낭만주의 시인이자 천재 화가였던 윌리엄 블레이크의 삽화 102점 수록― 율동적인 생동감과 위풍당당한 단순함으로 재현한 독창적 해석
단테의 『신곡』은 세월을 뛰어넘어 수많은 화가들에게 예술적 영감을 불어넣었다. 중세 시대의 필사본부터 산드로 보티첼리, 윌리엄 블레이크,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 구스타브 도레, 존 플랙스먼 등에 이르기까지, 수세기 동안 많은 미술가들이 『신곡』의 장면들을 화폭 위에 재현해 왔다. 이번에 민음사가 출간한 『신곡』은 그중 가장 독창적이면서도 현대적인 해석을 가한 윌리엄 블레이크의 삽화 102컷을 모두 실어 독자들에게 새로운 독해의 가능성을 마련해 주고자 했다. 로세티나 도레의 그림들이 『신곡』을 전통적인 방식으로 해석하고 재현했다면, 블레이크의 그림들은 훨씬 더 시각적으로 해방된 작품들로, 율동적인 생동감, 위풍당당한 단순함을 지닌 형상을 그리고 있다. 분명 블레이크의 그림들은 그가『코메디아』의 상징 세계를 도상 세계로 재현해 놓은 결과들이다. 그러나 단테의 글과 블레이크의 그림들을 시간적 연속성을 뛰어넘어 하나의 공간에 병치해 놓을 때 우리는 단테의 글이 블레이크의 그림으로 재현될 뿐 아니라 거꾸로 블레이크의 그림이 단테의 글로 재현되는 광경을 목격한다. 그것은 『코메디아』의 다양한 해석 방향을 놓고 단테와 블레이크를 서로 겨루게 만드는 일이며 『코메디아』의 열린 언어를 작동시키는 일이다. (박상진, 작품 해설 중에서)

 

● 단테 알리기에리 Dante Alighieri
1265년 5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태어났다.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던 시기에 그리스와 로마의 고전, 중세의 신학과 철학, 자연과학을 두루 수학했다. 어린 시절부터 싹튼 베아트리체에 대한 사랑을 일생 동안 간직하며, 창작의 영감을 주고 영혼의 구원을 이끄는 존재로 삼았다. 청년 시절에는 ‘청신체파’라고 불리는, 당대의 혁신적인 문학 운동을 주도하였고, 베아트리체를 향한 사랑을 표현한 시와 산문을 모아 『신생』(1294)을 펴냈다. 이후 현실 정치에 뛰어들어 피렌체의 행정과 외교, 군사 방면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하다가 정쟁에 휘말려 1302년 추방당했다. 그 후 세상을 뜰 때까지 다시는 피렌체로 돌아가지 못하고 유랑을 하였는데, 그동안 『속어론』, 『제정론』, 『향연』과 같은 저서들을 집필했다. 대표작 『신곡』은 1304년부터 1320년까지 구상하고 썼으며, 「지옥편」, 「연옥편」, 「천국편」이 각각 따로 출판되면서 계급을 초월하여 폭넓은 인기를 누렸다. 1321년 사망하여 라벤나에 묻혔다. 보편적인 언어와 권력, 지식의 가능성을 논의하고 실현하려 했던 단테는 중세를 종합하고 근대를 연 지식인이자 서양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평가되고 있다.

 

● 윌리엄 블레이크 William Blake
1757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정규 교육은 받지 못했지만, 열네 살 때부터 판화가의 도제로 일했으며, 왕립미술원에서 공부한 적도 있다. 열두 살 때부터 시를 썼고 첫 시집 『습작시집』(1783)에 이어, 『순수의 노래』, 『델의 서』, 『밀턴』, 『예루살렘』 등의 시집에서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체험과 상상을 표현해 기존의 문학과는 전혀 다른 바람을 일으켰으며, 최초이자 가장 위대한 낭만주의 시인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힌다. 자신의 대부분의 시집에 직접 그린 채색 삽화를 넣었던 블레이크는 화가로서도 천재성을 나타냈는데, 특히 단테의 『신곡』과 구약성서의 『욥기』를 위해 그린 삽화는 그 예술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시에서와 마찬가지로 그림에서도 그는 당대의 주류에서 완전히 벗어나 율동적인 생동감, 위풍당당한 단순함을 지닌 형상을 그리며 시각적인 상상력을 해방시켰다.

 

● 옮긴이 박상진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철학과 이탈리아 문학을 공부하고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문학이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3년부터 부산외국어대학교 이탈리아어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서 객원학자로 비교문학을 연구했다. 『이탈리아 문학사』, 『이탈리아 리얼리즘 문학비평 연구』, 『에코 기호학 비판』, 『열림의 이론과 실제』, 『지중해학―세계화 시대의 지중해 문명』, 『데카메론―중세의 그늘에서 싹튼 새로운 시대정신』 등을 썼고, 『휴지통에서 발견한 생』, 『보이지 않는 도시들』, 『아방가르드 예술론』, 『근대성의 종말』, 『대중문학론』 등을 번역했으며, 『지중해, 문명의 바다를 가다』를 엮었다.

목차

신곡 지옥편
옮긴이 주

작가 소개

단테 알리기에리

1265년 피렌체에서 태어났다. 아홉 살 되던 해인 1274년 베아트리체 포르티나리를 처음으로 만난다. 이후 정확히 9년 만에 그녀를 다시 만나 사랑에 빠진다. 이 무렵부터 베아트리체에게 바치는 연시들을 쓰기 시작한다. 이 시편들에 주석을 붙여 1294년에 펴낸 것이 바로 『새로운 인생』이다. 베아트리체는 이 작품뿐만 아니라 「향연 Il Convivio」(1307)과 「신곡 La divina commedia」(1321)에 계속해서 등장한다. 그녀는 단테에게 있어 세속적 욕망의 대상이 아닌 신성한 존재, 영혼의 안내자였다. 단테는 젊은 시절 위대한 스승 브루네토 라티니를 통해 아리스토텔레스, 세네카, 키케로 등의 저작들을 접하면서 풍부한 교양을 쌓는다. 1300년경부터 정치가로서 길을 모색하지만, 당파 싸움에 휘말려 피렌체로부터 추방형을 선고받고 오랜 기간에 걸친 방랑 생활을 하게 된다. 신성로마제국 황제로 등극한 하인리히 7세를 통해 귀국을 꾀하지만 황제의 사망으로 불발에 그치고, 굴욕적인 귀향을 제의받으나 거절한다. 결국 그는 그렇게 염원하던 피렌체 귀환을 이루지 못하고, 병으로 1321년 9월 14일 라벤나에서 세상을 뜬다. 이 밖의 작품으로 「속어론 De vulgari eloquentia」(1307), 「군주제에 관하여 De monarchia」(1313)가 있다.

박상진 옮김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이탈리아 문학을 전공하고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문학이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비교문학을 연구했다. 현재 부산외국어대학교에서 이탈리아 문학과 비교문학을 강의한다. 저서로 『이탈리아 문학사』, 『이탈리아 리얼리즘 문학비평 연구』, 『데카메론, 중세의 그늘에서 싹튼 새로운 시대정신』, 『단테 신곡 연구』, 『지중해학』, 『열림의 이론과 실제』, 『에코 기호학 비판』, 『비동일화의 지평』, 『대중문화 낯설게 읽기』(공저) 등이 있고, 역서로 『신곡』, 『보이지 않는 도시들』, 『굿바이 미스터 사회주의』, 『대중문학론』, 『아방가르드 예술론』, 『근대성의 종말』 등이 있으며, 『지중해, 문명의 바다를 가다』를 편찬했다.

 

독자 리뷰(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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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상상력의 시작은 신화였고, 기독교가 불을 지펴, 지옥편이 꽃을 피웠다. 3행씩 서정시는 배경, 묘사, 대화, 감정을 담아내느라 정신 없지만, 끔찍한 고통과 절규로 가득한 지옥이 오싹오싹 다가온다. 불꽃 연기로 자욱하고 신음이 처절한 곳. 윌리엄 블레이크의 삽화는 이해를 돕는 목적외에 머리속 잔혹한 상상을 완화시키기 하는 절묘한 배치다.

밑줄 친 문장

구원의 길은 믿음에서 시작한다
“지옥의 왕의 깃발들이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 네가 알아볼 수 있는지 앞을 잘 보아라.” 선생님이 내게 이르셨다. 마치 자욱한 안개가 밀려들듯이 혹은 우리의 반구가 어둠에 잠길 때 바람에 돌아가는 풍차가 저 멀리 나타나듯이, 그렇게 웬 기뵤한 것이 나타나는 듯 했다. 바람이 나를 밀어내는데 나는 달리 피할 곳도 없었기에 길잡이 뒤로 몸을 움츠렸다. 어느덧 망령들이 떼를 지어 얼음에 갇혀 유리 속의 볏짚처럼 투명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곳. 두려움을 품고 이를 시에 담고자 한다.
29쪽, "선생님! 얼마나 고통을 받기에 이토록 처절하게 울부짖는지요?" "간단히 말해주지. 이들에겐 죽음의 희망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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