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버스토리: 환상, 그 자체
-우리가 여전히 환상을 사랑하는 이유
-작가들이 말하는 ‘나에게 환상이란’
* 한국문학의 다른 목소리, 김엄지 인터뷰
* 배우 임화영 인터뷰
* 『가난의 문법』소준철 X『우리가 사랑한 내일들』유선애 인터뷰
*가즈오 이시구로의 화제작 『클라라와 태양』, 영화 「승리호」 등 리뷰 수록
환상은 과소평가됐다. 현실에 이르기 위한 수단이나 현실을 우회하기 위한 비유. 환상을 현실의 그림자나 현실 너머로만 여기는 오해는 보편적이다. 실은 그렇지 않은데도 말이다. 우리는 환상 그 자체를 즐긴다. 현실에 다다르기 위해 환상이라는 통로를 지나는 것이 아니라 환상이라는 현실, 말하자면 또 다른 현실을 즐기기 위해 환상에 빠진다. 환상이 얼마나 가까이에 있고 우리가 얼마나 환상을 좋아하는지 보여 주는 증거는 손 내밀지 않아도 닿을 만큼 가까이에 있다
기욤 뮈소의 『종이 여자』,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앤디 위어의『마션』, 이미예의 『달러구트 꿈 백화점』… 시대별 베스트셀러 목록에는 예외 없이 환상적인 이야기들이 있다.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된 웹툰 『스위트홈』, 『경이로운 소문』, 『신과 함께』 같은 동시대 인기작도 마찬가지다. 환상이라는 코드는 대중 서사의 한복판에 있다. 문학도 예외는 아니어서 리얼리즘이 공동의 현실을 충실하게 재현할 때조차 환상은 묵묵히 다른 현실을 만들어 왔다. 어느 때보다 더 현실적인 작품들이 독자들의 선택을 받는 지금도 환상의 능력은 조용히 경신되고 있다. 이유리의 「빨간 열매」, 임선우의 「여름은 물빛처럼」 은 오래된 환상의 새로운 얼굴이다.
이번 호 커버스토리는 환상 그 자체를 탐구한다. 환상성 짙은 작품을 쓰는 작가들에게 ‘내 문학 속 환상’ 또는 ‘나에게 환상’이란 주제로 짧은 글을 청했다. 이들이 환상을 사유하는 방법을 따라가다 자주 현실 감각을 잃었다. 계속 머무르고 싶은, 흔치 않은 헤맴이었다. 환상에 대한 개념과 구체적인 작품에서 환상이 작동하는 양상은 이슈 코너에서 다뤘다. 순문학으로 분류되는 시와 소설을 비롯해 화제작『달러구트 꿈 백화점』, 인기 웹툰과 웹소설 등 다양한 형식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환상에 끌리는 이유를 살폈다.
환상이라는 숨겨진 주파수는 우리가 지닌 세계 인식의 가청 범위를 확장시킨다. 환상이 그 자체가 되는 순간 인간은 하나의 현실로부터 자유로워진다. 환상이 과소평가된 만큼, 현실은 과대평가됐다. 더 많은 현실이 필요한 것과 같은 이유로 우리에게는 더 많은 환상이 필요하다. 환상 친화적인 사람은 현실에 갇히지 않는다. 그 대신 현실을 갖는다. 천 개의 현실을 갖는 꿈은 이야기의 세계에서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짧지 않은 공백기 이후 작품 활동을 본격화한 김엄지 작가를 인터뷰했다. 판교 탄천에서 산책하며 나눈 대화 속엔 무심하면서도 예측할 수 없는, 평평하면서도 돌발적인, 김엄지스럽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긴장감과 자유로움이 공존한다. 오래 간직하고 싶은, 봄날에 도착한 겨울 장면이다. ‘첫 책을 내는 기분’에서는 『가난의 문법』을 쓴 소준철 연구자와 인터뷰집 『우리가 사랑한 내일들』을 출간한 유선애 작가를 만났다. 유선애 작가의 인터뷰이는 1990년대생 알려진 여성들이고 소준철 연구자의 인터뷰이는 폐지 줍는 노인 여성들이다. 영웅적인 사람을 인터뷰하는 기자와 이름없는 보통 사람을 인터뷰하는 연구자의 대화는 차이, 고민, 그럼에도 모아지는 연대, 공감의 언어들이 부딪치며 발생한 열기로 뜨겁다. 독자들과 하루 빨리 나누고 싶었던 신선한 열기다.
가즈오 이시구로 신작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발표하는 첫 소설 『클라라와 태양』의 화자는 인간 아이의 친구 용도로 제작된 AF(artificial Friend) 클라라다. 감정 지능이 뛰어난 클라라는 데이터와 알고리즘 시대에 타인을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존재다. ‘환상’만큼이나 역사가 오래된 질문이 우리 앞에 새로운 감각으로 도착했다. 오직 사랑을 ‘수행’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있다는 잔혹하고도 환상적인 이야기를 통해.
2 Editor’s Note
9 Cover Story: 환상, 그 자체
Memoir
10 — 12 김희선 끝없이 갈라져 나간 수많은 우주들 중 어딘가 아주 작은 구석에 있을 단 하나의 우주
12 — 13 이수지 환상에 진심인 편
14 — 15 임선우 수신 불가 지대에서
15 — 16 오은경 꿈속에는 내가 없다
16 — 17 조예은 시즈닝, 드레싱, 레몬즙
Issue
22 — 23 이장욱 환상 문학에 대한 메모들
24 — 28 장은진 판타지가 너희를 구원하리라
29 — 32 심완선 꿈, 환상, 문학, 다시 현실
33 — 40 박인성 어쩌면, 가장 솔직한 문학의 언어
47 — 52 조대한 ‘나-세계’의 메타적 징후들에 관한 단상
55 Essay
56 — 61 정용준 소설 만세 2회
62 — 67 장영은 여성, 우정을 발명하다 6회
68 — 73 김연덕 공개 그림일기 6회
74 — 79 윤경희 시와 시 3회
83 Interview
84 — 94 김엄지×소유정 겨울 산책
96 — 104 임화영×허윤선 사소하고 완벽한 행복
106 — 117 소준철×유선애×이수희 비어 가는 컵에 담길 이야기
121 Fiction
122 — 136 권혜영 당신이 기대하는 건 여기에 없다
138 — 162 이만교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164 — 233 이혁진 개미새끼
235 Poem
236 — 242 신이인 불시착 외 1편
243 — 247 장수진 글로리아 외 1편
248 — 250 정다연 분갈이 외 1편
521 — 254 한연희 표고버섯 키트 외 1편
257 Review
258 — 260 이주혜 『클라라와 태양』
261 — 264 정기현 『모든 것은 영원했다』
265 — 268 김준현 『폭설이었다 그다음은』
269 — 271 성현아 『다른 세계에서도』
272 — 276 박태근 『명사의 초대』
277 — 280 조민석 「승리호」
282 — 283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