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마르케스의 최신작 ‘마술적’ 리얼리즘에서 ‘사실적’ 리얼리즘으로의 변신!
193일 간의 숨 막히는 납치극을 그린 마르케스의 르포 소설!
이 책의 출간으로 마르케스는 다시 망명 길에 올라야 했다. 『납치일기』는 마르케스가 ‘20년 이상 콜롬비아를 좀먹고 있는 대학살’이라고 표현한 범죄와 부패에 대한 생생한 증언이다. 마르케스는 쿨롬비아 최대 마약 조직의 두목과 정부 간의 치열한 싸움을 193일 간의 긴박한 납치극으로 그려 보인다. 하루에 20여 건의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나흘에 한 번 꼴로 대량학살이 벌어지고, 한 달이면 500명의 경찰관이 목숨을 잃어야 하는 곳에서 폭력과 공존하는 법 대신 ‘폭력을 극복하는 길’이 무엇인가를 잔인한 납치에 희생된 인질들의 이야기를 통해 묻고 있다.
193일 간의 숨 막히는 납치극을 증언하는 마르케스의 르포 소설
1990년 8월부터 1991년 6에 걸쳐 콜롬비아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납치 사건을 소재로 하는 『납치일기』는 마르케스 자신이 “20년 동안 콜롬비아를 좀먹고 있는 대학살”이라고 표현한 범죄와 부패에 대한 생생한 증언이며 주인공 마루하 파촌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실존 인물들이다. 마르케스는 거대 마약 조직인 메델린 카르텔과 정부 간의 치열한 싸움에 희생된 무고한 인질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며 콜롬비아가 얼마나 병들고 곪아 있었는지 극명하게 보여 준다. 50년대 콜롬비아에서 기자로 활동했으며 군사정권의 비리를 대대적으로 폭로한 기사 때문에 파리 등지로 망명 길에 오른 경력이 있는 마르케스는 이 책을 출간한 후 다시 망명길에 올라야 했다.
『납치일기』에서 마르케스는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아 신격화되기까지 했던, 마약 조직의 우두머리 파블로 에스코바르를 홀로 외톨이가 된 대통령과 대치시킴으로써 현재 콜롬비아의 비극이 누구의 책임인지를 묻고 있다. 일분일초 후의 생명도 보장받지 못하고 두려움에 떠는 인질들은 자신들의 입장만을 고려하는, 정부라는 이기주의 집단을 믿지 못하게 된다. 콜롬비아인들은 선과 악, 정의와 불의를 구별할 수 없게 되고 마피아의 거짓말은 믿을 수 있지만 정부의 진실은 믿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 콜롬비아에는 뿌리 깊은 부정이 판을 치고 국민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폭력과 함께 사는 법을 배우며 폭력과 공존한다.
마르케스는 “콜롬비아에서 헤로인보다 더 치명적인 마약은 쉽게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행복해지는 데에 국가의 법률이 가장 큰 걸림돌이며, 읽고 쓸 줄 아는 것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고, 정직한 사람들보다는 범죄자가 더 안전하고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이 사회 전체에 만연하였다. 그것은 온갖 지저분한 전쟁을 겪어야 하는 타락한 사회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라고 현실을 진단하며 “유죄이면서도 무죄인 콜롬비아인 모두에게 이 책을 바친다.”는 작가의 말을 남겼다.
『납치일기』는 정치적 측면에서만 화제가 되지 않았다. 『납치일기』가 출간되었을 때 전 세계 언론이 여기 주목하고 찬사를 보냈던 것은 이 작품을 마르케스 문학의 새 지평을 연 작품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마르케스 자신도 “49년에 걸친 작가 생활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라고 밝혔다. 『납치일기』는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마르케스의 마술적 리얼리즘 계열에 속하지 않는다. 마르케스는 새 소설을 르포타지 형식으로 썼다. ‘문학은 저널리즘과의 사랑 행위’라는 견해를 피력하기도 했던 마르케스는 헤로 부스(『납치일기』에도 등장하는 독일인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왜 르포를 선택했느냐”는 질문에 “르포는 하나의 문학 장르이다. 내가 보기에 르포는 세상에서 사라지고 있고, 그것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나는 르포가 저널리즘의 꽃이라고 생각한다. 르포는 완벽한 뉴스다. 그래서 독자는 마치 사건이 일어난 장소에 있었던 것처럼 그 소식을 알 수 있다.”라고 르포를 정의하며 “문학은 현실에 대한 투쟁이며 나는 그 수단으로 사건의 내막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는 치열한 언어를 선택했다.”라고 말한다. 그가 선택한 르포타지의 형식은 인질들의 기억 속에 각인된 공포와 환각을 생생하게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
『납치일기』는 하루에 20여 건의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나흘에 한 번 꼴로 대량 학살이 벌어지고, 한 달이면 500명의 경찰관이 목숨을 잃어야 하는, 소설보다도 더 소설 같은 일들이 벌어지는 현실에 대한 마르케스식의 해석이자 대응이다.
“나는 문학적인 방종 없이 완벽하게 검증된 정보를 바탕으로 이 작품을 썼다. 그러나 이 작품은 그 어떤 허구보다도 더 허구적으로 보일 것이다.” – G. G. 마르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