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간, 불태우다

윌리엄 포크너 | 옮김 김욱동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21년 1월 15일 | ISBN 978-89-374-2975-0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13x188 · 200쪽 | 가격 10,800원

시리즈 쏜살문고 | 분야 쏜살문고

수상/추천: 노벨문학상

책소개

20세기 현대 문학을 혁신한 위대한 실험가이자
미국 소설의 신경지를 개척한 윌리엄 포크너의 걸작 단편들

“윌리엄 포크너는 미국 현대 소설에 크게 기여하였을 뿐 아니라, 예술적 성취 또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노벨 문학상 선정 이유
“윌리엄 포크너만큼 문학에 헌신한 작가는 찾아볼 수 없다.” -유도라 웰티
“윌리엄 포크너는 미국 작가 중 가장 위대하다.” -알베르 카뮈
“미국 남부가 낳은 최고의 작가!” -랠프 엘리슨
“윌리엄 포크너는 20세기 미국 문학의 지형을 바꾸었다.” -《뉴욕 타임스》

편집자 리뷰

비애와 절망은 이제 더 이상 그에게 불안과 공포를 불러일으키지 않았다. ‘아버지! 우리 아버지!’ 그는 생각했다. 그러다가 그는 갑자기 외쳤다. “그분은 용감했어!” 큰 소리로 외쳤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속삭임에 지나지 않았다. “그분은 용감했어! 그분은 전쟁에서 싸운 용사였지! 사토리스 대령 휘하에 있었거든!” 소년은 그의 아버지가 군복도 입지 못한 채 옛 유럽에서 말하는, 번지르르한 의미의 사병으로 전쟁에 나갔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헛간, 불태우다」에서

20세기 미국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미국 남부의 인습적이고 주술적인 세계를 정묘하게 그려 낸 소설가, ‘의식의 흐름’ 등 독자적이고 실험적인 수법을 과감히 도입한 혁신가, 두 차례의 퓰리처상, 전미도서상과 노벨 문학상을 석권한 거장, 윌리엄 포크너의 대표적 단편 소설을 엮은 『헛간, 불태우다』가 민음사 쏜살 문고로 출간되었다. 『고함과 분노』, 『압살롬, 압살롬!』, 『성역』 등 수많은 걸작을 남긴 윌리엄 포크너는 특히 ‘미국 남부 문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다. 한평생 미국 동남부 미시시피주에 거주하였을 뿐 아니라, 고향을 모델로 하는 가상의 지역, 요크나파토파(Yoknapatawpha)를 중심으로 대다수 작품을 형상화하였다. 포크너의 작품 세계는 아예 ‘요크나파토파 사가(Yoknapatawpha Saga)’라고 불릴 만큼 격동하는 미국 남부의 풍경을 함축 혹은 반영하고 있으며, 따라서 ‘지역성’은 그의 소설을 이해함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우표만큼 작은 마을이지만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로 넘쳐 났다.”라는 작가 자신의 회고처럼, 미국 남부는 다양성으로 들끓는 미국 내부에서도 굉장히 독특한 자리를 차지한다. 보통 미국이라 하면, 흔히 북부(뉴욕)나 서부(캘리포니아) 지역의 이미지를 떠올리곤 한다. 남북 전쟁 당시 노예제를 지지하고, 산업 중심의 북부와 달리 거대한 농장을 경영하는 대지주 사회가 깊숙이 뿌리박혀 있던 남부는, 전쟁과 재건, 노예 해방과 산업화의 물결을 겪으면서도 과거의 환영을 간직했다. 인종 차별(흑인과 백인), 성차별(여성과 남성, 혹은 성 역할), 계급 갈등(대지주와 소작농, 그 속에 자리한 유산자와 무산자) 등이 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어둑한 그림자를 드리웠으며, 마술적이고 주술적인 정신세계 또한 남부 문화의 중대한 축을 이루고 있다. 윌리엄 포크너는 미국 남부의 산증인이자 목격자로서 다층적으로 얽히고설킨 차별과 갈등의 추악한 민낯을 고발하였고, 시대와 불화하는 남부인들의 삶과 정신을 문학으로 조형해 내는 데에 헌신했다.
『헛간, 불태우다』의 표제작 「헛간, 불태우다」는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2018)으로 이미 주목받은 바 있다. 영화의 원작은 분명 무라카미 하루키의 「헛간을 태우다(納屋を燒く)」이지만, 감독 스스로 밝혔듯이 포크너의 작품에 큰 빚(“하루키 세계에 사는 젊은 포크너의 이야기”)을 지고 있다. 영화 「버닝」 속 주인공 종수(유아인 분)와 아버지의 상황뿐 아니라, 직접적으로는 벤(스티븐 연 분)이 읽는 책(윌리엄 포크너의 단편 소설집)을 통해서도 뚜렷이 드러난다. 포크너는 「헛간, 불태우다」를 통해서 미국 남부에 만연하던 대지주와 소작농의 계급 갈등을 다룬다. 주인공 사티(Colonel Sartoris Snopes)의 아버지 애브너는 소작농인데, 늘 욱하는 성미를 참지 못하여 지주와 다투거나 송사에 휘말린다. 일말의 분노가 차오를 때마다 지주의 헛간(대규모 농장의 헛간은 저택만큼 크고, 값비싼 농기구와 수확물, 가축 등을 보관한다.)에 불을 지르는 애브너는 좀처럼 정착하지 못하고, 가부장에 짓눌린 가족들 역시 떠돌이 신세를 면하지 못한다. 이렇듯 매사 무모하고 무자비하고 무법적으로 생활하는 아버지를 보며 아들 사티는 혼란(두려움과 수치심, 존경과 죄의식)에 사로잡히고, 마침내 결단을 내리게 된다. 이어서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흑백 갈등과 흑인 린치(lynch)의 참상을 고발하는 「가뭄이 든 9월」, 기구한 흑인 여성의 삶을 통해 한데 뒤얽힌 인종과 성(性)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저 석양」, 남북 전쟁과 재건 시기를 거치면서 붕해되어 가는 남부의 전통 사회와 가치관을 하나의 우화처럼 들려주는 「에밀리에게 장미를」과 「버베나 향기」, 그리고 윌리엄 포크너의 문학 세계를 진지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노벨 문학상 수상 연설문」까지 한꺼번에 살필 수 있다. 특히나 이번 『헛간, 불태우다』는, 오래도록 미국 남부 문학과 윌리엄 포크너를 연구해 온 김욱동 교수의 섬세한 번역과 깊이 있는 해설로 만나 볼 수 있으며, 그동안 실험적이라 평가받아 온 포크너의 ‘소설 세계’로 진입하는 데에 귀중한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목차

가뭄이 든 9월
헛간, 불태우다
저 석양
에밀리에게 장미를
버베나 향기
노벨 문학상 수상 연설문
옮긴이의 말

작가 소개

윌리엄 포크너

1897년 미시시피 주 뉴올버니에서 태어났다. 그의 집안은 미국 남부의 명문가로서 선조들은 멕시코 전쟁과 남북 전쟁에서 활약했다. 어릴 때 가족이 미시시피 주 옥스퍼드로 이사를 간 후 그곳에서 생애의 대부분을 보냈다. 그가 성장한 옥스퍼드는 그의 소설에서 가상의 지역인 요크나파토파 군 제퍼슨 읍으로 탈바꿈한다. 『성역』을 비롯해 『사토리스』, 『음향과 분노』, 『8월의 빛』, 『압살롬, 압살롬!』, 『촌락』 등 소설 대부분이 이곳을 배경으로 한다. 포크너는 특히 남북 전쟁 이후 남부 오지의 쇠퇴상에 관심이 많았다. 그의 소설은 남북 전쟁과 재건기 동안 남부의 전통적 가치와 삶의 방식이 파괴되면서 남부 귀족 사회가 급격히 몰락하고 스놉스 가문으로 대변되는 속물적인 신흥 계급이 대두하는 과정을 정묘하게 그린다. 그중에서도 특히 출판업자마저 출판을 꺼릴 만큼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으로 당시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성역』을 통해 포크너는 대중적인 인기와 부를 함께 얻었다. 무엇보다도 그를 20세기 가장 위대한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은 그의 실험적인 문체였다. 그는 미국 모더니즘 문학의 개척자로서 전통적인 소설 형식을 파괴하고 소설 문법에 혁신을 가져왔다. 의식의 흐름 기법을 이용해 등장인물의 내면 심리를 묘사하며, 소설 구성에서 연대기적 서술 기법을 탈피하고, 현재 시제와 과거 시제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불가능할 정도로 길고 복잡한 문장을 구사하였다. 이러한 독특한 작품 세계를 인정받아 내셔널 북 어워드, 퓰리처상,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1962년에 심장 마비로 사망했다.

김욱동 옮김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미시시피 대학교에서 영문학 석사 학위를, 뉴욕 주립대학교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버드 대학교, 듀크 대학교,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등에서 교환 교수를 역임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통번역학과 교수로 재직했고 현재 서강대학교 명예교수이다. 주요 저서로 『번역의 미로』, 『번역과 한국의 근대』, 『포스트모더니즘』, 『문학 생태학을 위하여』, 『은유와 환유』, 『수사학이란 무엇인가』가 있으며, 주요 역서로는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무기여 잘 있어라』,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외에 『위대한 개츠비』, 『왕자와 거지』, 『톰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 『앵무새 죽이기』,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이선 프롬』 등이 있다. 2011년 한국출판학술상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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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리뷰(1)

독자 평점

4.7

북클럽회원 3명의 평가

한줄평

나에게 '남부 문학'이라는 장르를 알게 해 준 최초의 책. 그들만의 계급, 그들만의 관습은 바깥에서 보면 얼마나 괴기스럽게 뒤틀려 있는지!!

밑줄 친 문장

살아있을 때 미스 에밀리는 하나의 전통, 하나의 의무, 하나의 걱정거리였다. (96)
에밀리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을 때, ...(중략)... 마침내 미스 에밀리를 동정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중략)... 이제 그녀도 돈 한 푼 더 많고 적어서 빚어지는 그 기쁨과 절망을 알게 될 터다. (101)
가엾은 에밀리 (103) / 불쌍한 에밀리! (104)
이렇게 그녀는 한 세대에서 다른 세대로 넘어가면서 살았다. -다정하고, 피할 길 없고, 초연하고, 침착하고, 괴팍스러운 존재로.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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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쏜살문고] 헛간, 불태우다
코양이 2024.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