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버스토리: 나 요즘 그림책 읽어
-오리지널 미피 표지와 딕 브루너의 작품 세계
-그림책이라는 장르 그리고 그림책을 읽는 우리
* 그림책 작가 이수지, 배우 박은빈 인터뷰
* 노벨상 수상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 에세이 특별 게재
* 손보미 신작 장편소설 『진 형사와 나』 일부 수록
이번 호 커버스토리가 준비되기 전에 아이에게 미피 시리즈 중, 사랑하는 할머니를 읽어 주게 되었다. 아이는 책 모서리를 이로 잘근잘근 씹는 버릇이 있어, 책의 꼴이 예쁘고 귀여운 그림책의 그것이 이미 아니었다. 이러면 안 된다고 점잖게 타이르고 책장을 넘기는데, 간밤에 할머니토끼가 세상을 떠난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었다. 아이의 할머니는 젊고, 나의 할머니도 정정하신데 노란 관에 누운 미피의 할머니를 보자니 심경이 복잡해졌다. 그저 귀엽고 예쁘며 순진하고 무구한 아이들에게 죽음이라니. 다난한 마음에 눈알을 굴리다 보면 어느새 그림책을 ‘읽어 주는’ 게 아닌, 그림책을 ‘보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릿터 이번 호는 독자들에게 “나, 요즘 그림책 읽어.” 하며 말을 건넨다. 그를 위해 새삼 그림책이란 무엇인지 짚어 내는 일부터 필요했다.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가 담담하고 단호하게 그 일을 맡아 주었다. 최혜진 작가의 글은 그런 그림책의 독자가 되는 과정을 자신의 체험을 빌려 나직히 밝힌다. 그 과정에서 깨닫게 된 그림책의 강인한 특성 또한 인상 깊다. 미술사 박사이자 큐레이터 이지원의 글은 이번 표지와 어우러져 더욱 흥미롭다. 꼬마 토끼 미피라는, 놀랍도록 다정하고 엄청나게 경이로운 세계의 일부에 편입할 기회를 제공하는 글이다. 2020년 알마상 수상 작가 백희나의 작품 세계를 김서정 작가가 조명했다. 심통스러운 뉴스에 다소 가려진 듯한 작가의 탁월한 작품과 빛나는 성과를 다시 점검할 장이 될 것이다. 독립 서점을 운영하는 손서란 대표의 글은 그림책이 이야기되고 움직이는 현장의 생생함을 담는다. 플래시픽션 대신, 분야를 망라한 열 명의 필자에게 ‘나의 그림책’이 무엇인지 물었다. 나의 그림책을 말하기 위해 다듬고 다독이고 살피었을 글의 면면이 사랑스럽다.
2018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짧은 에세이를 싣는다. 지난 호 오르한 파묵에 이어 거장으로부터 코로나 시대의 세계에 대해 듣는 시간이다. “새로운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그의 마지막 문장에 애써 딴청을 부렸던 정신이 부쩍 차가워진다. 김혼비, 박태하의 ‘전국 축제 자랑’이 이번 호를 끝으로 연재를 마친다. 독자의 성화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하나, 미발표작까지 모은 단행본을 늦지 않게 내겠다는 약속으로 심심한 위로를 대신한다. 그림책 독자라면 누구나 반가워할 작가를 만났다. 이수지 작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인터뷰는 물론이요, 작업실 공개는 멋드러진 덤이다. 드라마 스토브 리그로 홈런을 친 배우, 박은빈의 인터뷰도 반갑다. 아역 배우에서 성인 배우로의 성공적 변신의 토대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살필 수 있는 대화다. 이번 호부터 인터뷰에 하나의 실험을 더하고자 한다. 『동생이 생기는 기분』의 이수희 작가가 이제 첫 책을 낸 두 명의 신인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따뜻한 그림과 4컷 만화까지 선보이는 그야말로 버라이어티한 코너가 될 것이다. 강영숙, 김사과, 임선우 작가의 소설과 강보원, 구현우, 문태준, 이만하, 임승유의 시가 독자를 찾는다. 손보미 신작 장편소설 또한 이번 호에 공개된다. 새로운 여성 캐릭터의 탄생을 예감할 수 있는 작품이다.
릿터 25호는 창간 4주년을 맞이하여 특대호로 차려내었다. 어처구니없게도 많은 것이 변한 시간인 동시에 믿을 수 없이 어떤 것은 그대로인 채다. 무언가를 새로 만드는 것보다 그것을 유지하는 데 더 많은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는 시간이었다. 시간의 지난함에 압도당할 즈음, 딕 브루너가 만든 세계에 초대받아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작품 사용을 관대하게 허락해 준 머시스 재단에 감사함을 표한다. 본문에 곳곳에 쓰인 ‘미피 컬러’ 또한 독자들께 적지 않은 위안을 주리라 믿는다. 사랑하는 할머니에서 미피는 꽃을 좋아하던 할머니토끼를 위해 조그만 꽃밭을 만든다. 꽃밭이 만들어진 후에야, 미피는 자신의 목소리가 할머니에게 닿음을 느낀다. 꼬마 미피가 죽음에 압도당하지 않았던 까닭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그 일을 함으로써 먼 데 있는 둘의 목소리는 만날 수 있었다. 그 일을 생각하며 지난 4년을 자축하려 한다. 그 일을 지속하며 앞으로의 4년을 맞이하겠다. 마침 토카르추크의 한 마디가 곁에 있어 다행이다. “새로운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2 Editor’s Note
9 Cover Story: 나, 요즘 그림책 읽어
Issue
10 — 14 김지은, 그림책이라는 장르
15 — 19 최혜진, 남김없이 유의미한 세계의 독자
20 — 25 이지원, 그림책 속의 현대미술 —점, 선, 면 속의 아기 토끼 미피
26 — 30 김서정, 맛있고 멋있는 세계 —백희나 그림책
31 — 35 손서란, 책과 사람을 잇는 플랫폼, 그림책 서점
Memoir
36 — 38 김유담, 『막두』
38 — 40 백은선, 『태어난 아이』
41 — 42 문지애, 『민들레는 민들레』
42 — 43 문혜진, 『회전목마』
44 — 45 유병록, 『완두』
45 — 47 유지현, 『100만 번 산 고양이』
47 — 48 정미진, 『콤비』
49 — 50 정용준, 『내가 가장 슬플 때』
50 — 52 최현미, 『크리스마스 선물』
52 — 54 최지은, 『꼬마 요괴의 점심 식사』
57 Essay
58 — 61 올가 토카르추크, 창(窓)
62 — 67 김현우, 타인에 대하여 11회
68 — 78 김혼비·박태하, 전국 축제 자랑 8회
79 — 84 장영은, 여성, 우정을 발명하다 2회
85 — 90 김연덕, 공개 그림 일기 2회
91 — 97 서경식, 서경식의 인문기행 24회
101 Interview
102 — 115 이수지×소유정, 너를 향해 열린 작은 세계가 있어
116 — 124 박은빈×허윤선, 어디까지나 성실한 독서생활
126 — 136 이서하×정대건×이수희, 처음은 어려워!
139 Fiction
140 — 154 강영숙, 버려진 지대에서
156 — 180 김사과, 두 정원 이야기
182 — 199 임선우, 여름은 물빛처럼
201 Poem
202 — 214 강보원, 완벽한 개업 축하 시 외 1편
215 — 217 구현우,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신은 더 작은 디테일에 있다 외 1편
218 — 219 문태준, 백사를 볼 때마다 외 1편
220 — 222 이민하, 하류 외 1편
223 — 224 임승유, 그림 같은 아름다움 외 1편
227 Review
228 — 231 오은교, 『모두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 해』
232 — 236 이지은, 『화이트 호스』
237 — 240 홍승택, 『첫사랑』
241 — 244 오은경, 『시 창작 스터디』
245 — 247 박보나, 「코타키나 블루 1」 「1967_2015」
249 Novel
250 — 324 손보미, 진 형사와 나: 을지로의 숲
325 Contributors
독자 평점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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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친 문장
도서 | 제목 | 댓글 | 작성자 | 날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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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릿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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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월 | 2020.1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