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모그래피

김병운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20년 4월 29일 | ISBN 978-89-374-7326-5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27x188 · 296쪽 | 가격 14,000원

책소개

모두가 아는 배우 공상표,

오직 한 사람만 아는 그의 비밀

이윽고 마주할 필모그래피 속 진실들

편집자 리뷰

2014년 《작가세계》로 등단한 김병운의 첫 장편소설 『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모그래피』가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김병운은 다재다능한 작가다. 제7회 대산대학문학상 시나리오 부문에 당선되었고, 2018년 방콕 여행기를 담은 에세이집 『아무튼, 방콕』을 펴냈다. 다채로운 글쓰기를 선보인 작가의 재능은 크라우드 펀딩, 인터뷰, 필모그래피 등 다양한 형식으로 배우 공상표의 이야기를 풀어 낸 『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모그래피』에서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모그래피』는 치열한 연예계를 배경으로 ‘진짜 나’로 살아가려는 개인의 내밀한 두려움과 고통, 그리고 마침내 이를 마주하는 용기를 그려 내는 작품이다. 배우 공상표로 살아가는 강은성은 주변에 의해 규정되는 존재다. 원치 않는 배역을 기계처럼 연기하는 스크린 속 배우 공상표, 온갖 소문들이 말하는 연예인 공상표, 엄마가 원하는 모습을 한 아들 강은성. 한 번도 자기 자신인 적 없었던 강은성이 말하기 시작한다. 자신에 대해서, 사랑했던 사람에 대해서. 배우 공상표의 이야기는,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기 힘든 사회에서 외로움을 경험한 모든 독자들에게 큰 울림으로 가닿을 것이다.

 

 

■ 강은성, 그리고 배우 공상표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고백하는 강은성의 태도는 일관되지 못하고 불안하다. 어려서부터 ‘게이스러운’ 면모를 혐오하고 지워 왔던 강은성은 정체성을 밝힐 기회를 애써 거부한다. 자신의 진짜 모습을 알아봐 준 김영우에게 여러 번 거짓말을 하고, 용기 내어 주연을 맡은 퀴어 영화를 제 손으로 파기해 버린다. 이 망설임에는 자신의 고백이 배우 공상표의 커리어를 끝장내 버릴 거라는 불안이 있다. 인기 배우 공상표이기도 한 강은성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는 것은 자주 멈추고 재차 마음먹어야 하는 일이다.

 

■ 연예계, 치열한 생존 투쟁의 현장

소설의 배경은 매 순간 잊히지 않기 위한 생존 투쟁이 벌어지는 치열한 연예계다. 사람들에게 보이는 이미지가 전부이고, 그 이미지를 위해 거짓말과 사기극까지 서슴없이 이루어지는 살벌한 현장. ‘국민 연하남’으로 각종 드라마 제작사와 영화감독의 러브콜을 받는 인기 배우 공상표의 반대편에는 독립 영화감독 김영우가 있다. 퀴어 영화를 만드는 김영우는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한 강은성을 비난한다. 진짜 모습을 숨기고 보이는 모습에만 집착하는 그를 타박한다. 그렇지만 김영우의 감정에 입봉조차 하지 못한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이, 잘나가는 배우 애인에 대한 질투심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사랑의 끝에서 연인이 나누는 대화에는 질투와 실망이 뒤엉켜 있다.

 

■ 아는 사람만 아는 필모그래피

필모그래피는 한 배우가 걸어온 발자취다. 그것은 다양한 배역을 통해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 온 배우에 대한 가장 객관적인 기록물이다. 『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모그래피』의 마지막 장이자 부록인 ‘배우 공상표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파편적으로 드러나는 배우 공상표-강은성에 대한 정보의 조각들을 맞춰 볼 수 있다. 강은성을 바라보는 여러 시선들 속에서 강은성의 마음을 짐작해 본 이들이라면, 필모그래피 속에 숨어 있는 그의 변화와 성장의 순간들을 포착해 낼 수 있을 것이다.

 

■ 자기 자신을 드러내기 힘든 사회

연예인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는 쉽지 않다. 그의 사적이고 정치적인 모든 의사 표현들은 가십이 되고, 때로는 불합리한 공격의 대상이 된다. 강은성의 지난한 자기 고백은 사랑과 관심이라는 명목으로 타인을 억압하는 한국 사회를 돌아보게 한다.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려는 마음을 외면하는 일은, 이들을 절망과 고독 속에 방치하는 것이기도 하다. “떠밀린 게 아니라 딛고 일어선” 강은성의 용기 있는 고백은 모두에게 조금 덜 고독한 사회를 향해 가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추천의 말

나는 『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모그래피』를 읽으며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수용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세상을 상상했다. 그런 세상에서 누릴 수 있는 자유와 행복을 상상했다. 한 번뿐인 삶을 살면서 우리는 왜 진짜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려는 시도만으로도 상처받아야 하는 걸까.

『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모그래피』는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인간의 두려움과 고통, 용기에 관한 이야기이자, 그런 용기 있는 마음을 끝까지 거절하는 세상의 폭력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사실은 이해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얼마나 익숙하면서도 익숙해질 수 없는 폭력인지 이 소설을 읽으며 다시금 생각했다.

-최은영(소설가)

 

■ 본문에서

“우리는 이 빌어먹을 좁아터진 집에서만 연인이야. 이 집을 나서면 너는 어김없이 우리를 지우고 감추지. 세상에 단 한 번도 존재한 적 없는 것처럼.” (235쪽)

 

“가만히 누워서 그 안에 불을 지른 게 나라는 사실에 경악하고, 그럼에도 나는 끝내 살아있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덕분에 나는 스스로 갇혀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 절망해요. 그러고는 이게 정말 꿈인 걸까 자문하죠.”

(……) “왜 그런 악몽을 꾼다고 생각하세요? 그것도 반복해서요.”
“저는…… 살아 있으니까요. 아직 기회가 있으니까요.” (245쪽)

 

“저는 떠밀린 게 아니에요. 딛고 일어선 거죠.” (257쪽)
목차

1장 │ 가진 게 많은 사람은 쉽게 떠날 수 없고 7

2장 │ 우리는 이 좁아터진 집에서만 연인인데 139

부록 │ 배우 공상표의 필모그래피 273

작가의 말 285

추천의 글 288

작가 소개

김병운

2014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모그래피』와 소설집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 에세이집 『아무튼, 방콕』이 있다. 제13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독자 리뷰(8)

독자 평점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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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나에게 퀴어, 성소수자란 여전히 문학과 TV, 영화속에서만 존재한다. 여전히 낯설기에 그 아픔들이 생경하지만 자신을 찾고자 하는 그 몸부림이 얼마나 처절하고 고통스러울까 상상해 본다.

밑줄 친 문장

어느 것 하나 비슷한 것도 닮은 것도 겹치는 것도 없는 그 사람들이 어째 모두 같은 말을 하는 것만 같죠. 누구도 좋으니 제발 나를 좀 사랑해 달라고, 아니, 제발 내가 당신을 사랑할 수 있게 허락해 달라고.
솔직히 그녀는 동생이 게이로 사는 걸 원치 않았다. 동생이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는 것도, 소수자나 약자로 분류되는 것도 싫었다.(36)
그 말을 입에 담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게이라는 걸 들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언제나 주의했기에.
커밍아웃은 그날 끝난 게 아니라 시작된 건지도 몰랐다.
내가 나를 죽여야 내 편이겠지.
나를 전부 내어 주지 않고는 캐릭커에 다가갈 수 없는 건데 나는 '꾸며진 나'로도 충분히 괜찮을 거라고 자만하면서 요행을 바랐던 거죠.
허구 안에 사실을 심는게 아니라 사실 안에 허구로 길을 낸다.
슬퍼하는 데도 용기가 필요하더라고요. 어떤 슬픔은 그렇더라구요.
때로는 마주 보고 있을 때보다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을 때 뭐든 말하기가 편하다.
우리는 이 좁아터진 집에서만 연인이야.
몰라서 묻는 게 아니라 아니까 물어요. 묻지 않을 수가 없어서 물어요.
나는 외면받는 게 당연한 존재이며 따라서 그게 누구든 어떻게든 먼저 사랑해 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자학하던 그 시절.
쓰지 못함으로써 쓰일 수 있는 게 소설이라면 나는 계속 쓰고 싶다. 지움으로써 쓰일 수 있는 게 소설이라면 나는 계속 쓰고 싶다.
내가 쓰지 못하는 건 하고 싶은 말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용기가 없기 때문이라는 걸 인정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사실은 이해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얼마나 익숙하면서도 익숙해질 수 없는 폭력인지 이 소설을 읽으며 다시금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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