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tor(릿터) 23호 (2020.4~5)

기획 민음사 편집부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20년 4월 6일 | ISBN 25-083-333-

패키지 변형판 178x258 · 268쪽 | 가격 10,000원

정기구독 신청 바로가기
책소개

* 커버스토리: 탈/진실 문학사

– ‘탈진실’을 화두로 살펴보는 현대 한국문학사

– 문학이 추구해 온 배후의 진실들

* 배우 이설, 극작가 배삼식 인터뷰

* 조남주, 김혜지 신작 단편소설

* 박서련 여름 기대 신작 『더 셜리 클럽』 일부 공개

편집자 리뷰

문학은 배후의 진실을 추구한다. 보이지 않는 뒷면의 세계는 추론 가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합의에 도달할 수도 없다. 그러나 문학은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세계를 재현함으로써 논리와 다수라는 세계가 외면하는 진실을 획득할 수 있다. 이것은 ‘문학’에 대해 우리가 확신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정의다. 그런데 이 유일한 서술마저 확신할 수 없게 되었다. 진실은 위기에 처했다. 맞다. 진실은 언제나 위기였다. 그러나 진실은 지금 어느 때보다 더 위기에 처했다. 팬데믹만큼이나 공포를 자극하는 것은 인포데믹이다. 가짜는 기술과 함께 우리를 더 깊은 혼란으로 데려다놓는다. 딥페이크는 우리가 직접 보고 듣는 행위에 더 이상 어떤 진실값도 보장하지 않는다. 진실은 더 이상 배후에 있지 않다.

 

‘탈진실’은 진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지형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그런데 이 변화는 아이러니하다. 사람들이 진실에서 벗어나 진실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종합과 개념으로서의 진실에서 벗어나 감정과 신념으로서의 진실로 이주한다. 진실의 경로를 재탐색하는 가운데 진실은 너무 흔해졌다. 모든 것이 다 진실의 형상을 띠고 있다. 전진하고 진격하는 진실들 앞에서 숨은 진실 찾기는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나 버린 경기처럼 짙은 패배감만 안겨줄 뿐이다. 진실의 장벽은 높이의 문제가 아니다. 거짓 장벽의 등장으로 장벽의 실체가 의문에 부쳐진 지금, 진실의 장벽은 차라리 장벽의 부재다. 최소한의 진입 장벽마저 사라진 곳에선 모든 것이 진실이고 어떤 것도 진실이 아니다.

 

그럼에도 진실을 포기할 수 없다. 언제나 위기였다는 말은 이럴 때 오히려 힌트가 된다. 우리는 한국문학사 안에서 위기의 진실들이 나타난 국면들을 찾아 지금의 위기가 지닌 의미를 유추해 보고자 했다. 비장한, 그러나 무모할 수밖에 없는 목적지를 향하는 데 ‘연대기’는 유일하고 또 유용한 나침반이 되어 주었다. 이슈에서는 ‘탈진실’이라는 화두로 지난 한 세기의 한국 문학사를 돌아봤다. 공교롭게도 오늘날과 가장 닮아 있는 것은 식민지 시대, 그러니까 한 줌의 진실 없이도 ‘진실’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시대와 지금은 묘하게 닮아 있었다. 전후의 ‘진정성’ 운동, 4·19세대 중심의 ‘진실화’ 과정, 여성적 글쓰기와 함께 시작된 1990년대 윤리의 시대, 그리고 이어지는 역사부정과 현재의 질문들. 이슈가 백 년 동안의 진실을 압축적으로 사유한다면 플래시픽션에서는 지금 누군가 어디에서 경험하고 있을 진실의 감각을 상상해 본다.

 

릿터 23호의 인터뷰는 어느 때보다 기획 의도에 충실하다. 이설 배우의 인터뷰에는 ‘읽는 당신’이라는 코너가 생긴 이래 가장 많은 책이 등장한다. 이 코너를 기획할 때 우리는 책을 읽는 동안 벌어지는 일들을 독자들과 공유하는 순간을 꿈꿨다. 가능하다면 그 시간 동안 벌어지는 일들이 그의 일과 사랑, 그러니까 삶에 미치는 영향까지도 들어 보고 싶었다. 이설 배우의 인터뷰에는 행간마다 행복의 공기가 가득하다. 이 공기는 그 자체로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질문, 그러나 종종 잊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왜 책을 읽는가. 책을 읽는 시간은 ‘나’를 발견하는 시간이다. ‘쓰는 존재’에서는 극작가 배삼식을 만났다. 그와의 만남은 뼈와 살을 가진 배우의 연기를 통해 최종적으로 완성되는 장르, 희곡이라는 세계와 조우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봄의 길목에서 나눈 어느 봄밤에 대한 이야기가 ‘빼앗긴 봄’에 대한 자그마한 위로가 되어 줄 수도 있겠다.

 

바이러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국민적 캠페인이 된 시기, 에세이 코너가 전하는 대리만족은 더 각별할 수밖에 없다. 이번 호 「전국 축제 자랑」에서는 충북 음성 품바 축제를 찾았다. 필자들은 거적때기를 입고 기괴한 분장을 한 “그지 떼들” 이 눈 가는 곳마다 그로테스크한 분장과 퍼포먼스를 보여 주고 귀 닿는 곳마다 질펀한 입담과 욕설을 들려주는 세계를 거닐며 급속도로 기가 빨렸다지만 그걸 읽고 있는 우리는 포복절도할 지경이다. 「서경식의 인문기행」은 지난 호에서 계속된다. 디트로이드에서 만난 멕시코 화가 디에고 리베라의 벽화 앞에서 느끼는 경이와 전율을 언젠가 직접 경험해 보고 싶다. 김현우 피디와 김신회 작가의 글을 읽고 있으면 방송 피디의 일과 에세이스트의 일에 닮은 데가 많다는 생각이 든다. 글쓰기는 타인을 인터뷰하는 일 못지않게 ‘나’라는 타인을 인터뷰하는 일이기도 해서일 것이다. 시와 소설은 언제나와 같이 도달할 수 없을 것 같은 진실을 각자가 탐색한 언어로 전달한다. 김혜지, 조남주, 박서련의 소설과 김승일, 신용목, 심언주, 유진목, 홍인혜의 시는 고독하되 고립되지 않은 문학의 진실 찾기가 여전히 유효하고 또 건재함을 증명한다.

 

“탈진실의 감각은 현기증이다” 커버스토리에는 “진실의 기준”, “진실의 토대”, “진실의 위상” 등 변화한 진실의 자리를 모색하는 표현들이 수차례 언급된다. 그중에서도 우리의 눈을 사로잡는 것. 현기증은 우리가 커버스토리를 시작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감각의 왜곡이 시커먼 입을 벌린 채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왜곡되지 않고 공유되는 감각이 어지러움만은 아니길. 현기증이 우리의 마지막 공감이 아니길. 지난 두 달 동안 품고 있던 질문을 이제 독자들과 나눈다.

목차

2 Editor’s Note

 

9 Cover Story: 탈/진실 문학사

Flash Fiction

11 — 13 윤고은 구글 신은 알고 있다

14 — 16 김병운 어떤 소설은 이렇게 시작되기도 한다

16 — 18 김지연 지금의 날씨

Issue

22 — 26 장영은 한 줌의 진실도 없이

27 — 35 박동억 박인환과 김수영

36 — 40 박인성 소문의 벽 너머 진실의 벽

41 — 45 김은하 여공에 대한 기억과 추모의 글쓰기

46 — 50 허윤 제대로 공부하고 싶었습니다

 

53 Review

54 — 57 박하빈 『한 사람을 위한 마음』

58 — 60 서효인 『심장에 수놓은 이야기』

61 — 63 임지훈 『이해할 차례이다』

64 — 67 김세영 『무언가 주고받은 느낌입니다』

68 — 72 이승문 『제인스빌 이야기』

73 — 76 김은화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77 — 79 정기현 『고마운 마음』 『충실한 마음』

80 — 82 김병규 「인비저블맨」

 

87 Interview

88 — 97 이설×허윤선 읽는 당신 정말로 좋아하는 책

98 — 105 배삼식×소유정 쓰는 존재 어느 봄밤의 이야기

 

107 Fiction

108 — 125 김혜지 나쁜 피

128 — 144 조남주 오기

 

147 Poem

148 — 151 김승일 나는 모스크바에서 바뀌었다 / 대화

152 — 157 신용목 그때도 그랬던 / 헤링본

158 — 160 심언주 수국아파트 / 다음 도착지는 암암리입니다

161 — 167 유진목 미시령 / 미시령

168 — 170 홍인혜 겹 / 미래의 효나

 

173 Essay

174 — 179 김현우 타인에 대하여 9회

180 — 190 김혼비·박태하 전국 축제 자랑 6회

191 — 195 김신회 오늘도 에세이 4회

196 — 203 서경식 서경식의 인문기행 22회

 

207 Novel

208 — 264 박서련 더 셜리 클럽 THE SHIRLEY CLUB

 

265 Contributors

작가 소개

민음사 편집부 기획

"민음사 편집부"의 다른 책들

독자 리뷰(1)

독자 평점

4.3

북클럽회원 12명의 평가

한줄평

조남주 작가의 단편 하나만 딱 읽었다. 아직까지도 여운이 남아있다.

밑줄 친 문장

38p 유토피아라는 진짜 알맹이 있는 삶을 가능하게 하는 곳은 토피아라는, 유토피아로 가는 과정 속에서만 존재한다. 진실은 결국 진실화 과정 속에 있다. 진실 속에서 인간은 살 수가 없다. 인간은 그것을 실현하려는 의지 속에서 산다.
너는 열아홉에 두고왔는데 점점 너에게 다가가는 기분이 든다
도서 제목 댓글 작성자 날짜
더 셜리 클럽-박서련
이유나 2020.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