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엄마

강진아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20년 3월 27일 | ISBN 978-89-374-7325-8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28x188 · 292쪽 | 가격 14,000원

책소개

“여기에 조금 더 있고 싶다.
죽은 남자 친구도 없고 아픈 엄마도 없어
죄책감 없이 웃을 수 있는 곳.”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의 가장 낯선 이별을 이해하려는
어리고 늦된 스물아홉 살의 서툰 간병기, 유심한 작별기

 

편집자 리뷰

강진아 장편소설 『오늘의 엄마』가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25번으로 출간되었다. 『오늘의 엄마』는 주인공 ‘정아’가 겪는 상실의 시간을 기록한 소설이다. 3년 전 갑작스러운 사고로 애인을 잃은 정아는 여전히 그 기억에 몰두해 살고 있다. 그러던 중 언니에게 엄마의 건강검진 결과가 이상하다는 연락을 받는다. 아직 그의 죽음조차 납득하지 못한 정아가 이십 대의 마지막 해에 받아든 역할은 폐암 말기 판정을 받은 엄마의 보호자다. 똑부러지고 야무진 언니 정미와 세상일에 늦되고 어색한 정아. 두 자매의 서울과 부산, 경주를 오가는 간병기가 시작된다. 이별만큼 필연인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걸 잘해 내는 방법은 여전히 오리무중인 우리에게 『오늘의 엄마』는 동행이 되어 준다. 다만 앞서 가는 길잡이도, 뒤에서 받쳐 주는 안전요원도 아니다. 그저 매번 겪는 이별에 매번 리셋되는, 그러면서도 온몸으로 그것을 겪어 내는 우리의 현실 친구다. 병든 엄마 곁을 지키며 정아가 보여 주는 유치한 투정, 짜증과 무심에서 우리는 그 이면의 마음을 느낀다. 살아가야 하는 사람의 사랑, 어쩔 수 없이 생생한 최선을. 김초엽 소설가의 추천의 말처럼 “사랑은 언제나 상실의 고통을 가져온다. 『오늘의 엄마』는 끈질기게 그 사랑의 실체를 들여다보는 소설”이다.

 

■엄마가 아파서 엄마를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엄마를 간병하게 된 정아는 이전까지 몰랐던 엄마의 취향을 알게 된다. 이릍테면 엄마는 꽃을 좋아하는데, 들판에 핀 야생화여야 좋지 그걸 꺾어 꽃병에 꽂으면 “별로”라는 것. 엄마가 지닌 취향의 기준은 정아가 지닌 ‘동물은 야생에 있어야지 동물원에 있으면 별로’라는 기준과 닿아 있어 정아는 새롭게 엄마를 알게 되는 일이 기쁘다. 동시에 ‘알고자 하는 욕망’이 결국 남겨질 자신을 위한 이기적인 제스처는 아니었는지 생각한다. 너무 늦게 알고 싶어 했다는 나태한 반성과 함께 이제 와 안다고 해도 바뀌는 것은 없다는 슬픈 무력감을 느낀다. 그러나 이기적일지언정, 정아는 궁금해하는 일을 그만두지 않는다. 세상에서 엄마가 사라져도, 엄마의 기일이 몇 번이고 돌아와도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엄마에 대해 물을 거라는 결심. 당신이 없어도 나는 대체로 괜찮을 테지만 결코 끝까지 망각하지는 않겠다는 다짐. 그것이 아픈 엄마와 1년을 보낸 정아에게 남은 시간의 결정(結晶)이다. 그 사람에 대해 묻는 일이 그 사람을 기억하는 일과 같다는 것을 알게 된 이는, 상실이 언제나 고통만으로 가득 찬 것은 아니라는 소중한 진실 또한 알게 되었을 것이다.

■엄마가 아파도 여전히 내 삶이 더 중요했다

『오늘의 엄마』는 엄마를 알고 싶었지만, 스스로를 알게 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착한 딸이고 싶은, 성숙한 어른이고 싶은 욕망과 실제 ‘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순간들이 빼곡히 담겨 있다. 아픈 엄마에게 온 마음을 집중하고 싶지만 정아는 자주 실패한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기에 성숙한 태도로 서로를 위하고, 좋은 기억을 남겨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번번이 불퉁하고 무뚝뚝한 자신으로 돌아오게 된다. 정아는 엄마 앞에서는 인상 구기지 말라는 언니의 명령이 듣기 싫고, 자신을 위해 주는 대학 선배 고호민에게 왜 나를 불쌍하게 여기느냐고 억지를 부린다. 엄마가 아프니까, 라는 이유로 숨기거나 참을 수 없는 지저분한 감정들. 『오늘의 엄마』는 그 못나고 무른 마음까지 낱낱이 적은 고백록이다. 엄마와의 이별이 다가와도 이 감정들을 모른 체할 수 없다는 것. 엄마가 아프다는 이유로 미성숙했던 ‘내’가 단번에 성숙한 사람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 『오늘의 엄마』는 그 사실을 흔들리고 흔들리며 받아들이게 되는 이야기다. 그리고 어쩌면 점점 더 많은 이별을 겪게 될 우리에게, 다른 어떤 위로나 자기계발의 말보다 이 솔직한 고백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본문에서

 

정아는 먹는 일에 집중한다. 달짝한 간이 잘 밴 갈비는 부드러워서 몇 번 씹지도 않았는데 목구멍을 술술 넘어간다. 육즙이 남은 입안에 아삭한 대파를 집어넣으니 향긋하다. 쫀득쫀득한 당면 덕분에 식감도 풍성하다. 몇 번 씹지도 않았는데 다시 달짝한 갈비가 당긴다.
(……)
“살만 먹지 말고 이래 뼈에 붙은 거를 먹어야지.”
엄마는 시범을 보이며 쪽쪽, 힘줄을 떼 먹는다. 다른 손으로는 큼직한 뼈를 골라 정아의 밥 위에 올려 준다.
“내는 됐다.”
“그래? 정미는?”
“내 도.”
갈비뼈가 그릇에서 그릇으로 오간다. 쪽쪽, 쩝쩝. 세 모녀는 별말이 없다. 평소대로.
-25쪽

그가 죽고 처음 맞는 봄에, 정아는 모든 꽃들에게 비판적이었다. 남의 집 담벼락에 핀 목련을 쏘아보며 죽은 척했던 주제에 버젓이 살아 있네, 속으로 경멸했다. (……) 하지만 이번 개나리는 다르다. 메마른 가지에서 새싹이 돋아나듯 엄마의 몸에도 새싹이 돋을지 모른다. 그 무심한 반복에 홀려 정아도 덥석 희망을 품게 되었다. 엄마가 죽지 않을지도 모른다. 희망은 눈앞에 있는 개나리처럼 생생해져서 이제 명확한 미래가 된다. 엄마가 건강해지면 절대 잊지 말아야지. 엄마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꼭 기억해야지. 야무지게 다짐까지 하는 정아의 눈은 한 장의 꽃잎도 놓치지 않으려고 분주하다.
“하이고야, 야 좀 봐라.”
엄마의 목소리에 정아가 몸을 숙인다. 엄마가 가리키는 곳에는 노란 덤불들 사이에 눈치를 보듯 흰 꽃이 몇 송이 웅크리고 있다.
“이쁘제?”
-130~131쪽

한의사가 단호한 말투로 거듭 묻는다.
“만나고 싶은 사람, 있어요?”
엄마는 여전히 바닥을 내려다보고만 있다. 끊어진 대화를 이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한의사는 물러서지 않고 엄마를 본다. 대답을 받아 내고야 말겠다는 듯 고집스럽다. 그리고 그런 한의사가 정아는 더없이 고맙다. 궁금하지만 용기가 없어 묻지 못했다. 정아는 귀를 열고 엄마의 대답을 기다린다. 머뭇거리며 뜸을 들이던 엄마가 천천히 입을 연다.
“엄마요.”
“그래요? 엄마가 보고 싶으세요?”
“네.”
정아는 엄마가 내뱉은 ‘엄마’라는 단어에 피가 아래로 쏠려 얼굴이 저릿하다.
-135쪽

정아가 차에 올라타니 언니가 대뜸 화를 낸다.
“니는 왜 아무것도 안 하노.”
나오기 직전에 언니는 여기저기 병원 담당자와 통화하느라 바빴다. 스트레스 때문에 부리는 짜증인지 정말 무언가를 해 보라는 지시인지 알 수 없어서 정아는 멍한 얼굴로 언니를 본다.
“뭐?”
“왜 내가 다 하냐고.”
“내가 뭘 해야 되는데?”
“병원 알아보는 거랑, 사람들 연락하는 거랑, 다.”
정아는 그것들이 언니의 일인 줄만 알았다. 지금이라도 사과하고 대책을 강구하는 게 옳겠지만 공격조의 말투에 정아도 골이 난다.
-169쪽

■작가의 말
살면서 신기한경험을 몇 번 한 적이 있습니다.

다니던 고등학교는 집에서 버스로 한 시간이 넘는 거리에 있었습니다. 주변이 깜깜할 때 집을 나와 등교를 했습니다. 어느 겨울, 집을 나오는데 골목 끝에 하얀 덩어리가 놓여 있었습니다. 정류장으로 가려면 그 덩어리를 지나쳐야 했으므로 몇 걸음 다가가서 멈춰 섰습니다.
모르는 개가 저를 올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책가방보다는 작고 도시락 통보다는 큰 덩치였습니다. 조금 난처했던 것 같습니다.
(……)
저는 다시 걸었습니다. 약간의 거리를 두고 개도 졸졸 뒤따랐습니다. 버스 정류장까지는 10분 남짓한 거리였는데 그 시간대에는 정류장에도 인적이 드물었습니다. 우리는 정류장에 함께 멈췄습니다.
(……)
그렇게 몇 주 동안 모르는 개는 처음과 같은 방식으로 저의 등굣길을 함께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사라져 버렸습니다. 동네 여기저기를 뒤져 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습니다.

20년이 지나, 지금입니다. 저는 지금도 또렷하게 그 개의 눈빛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갔는지. 왜, 무엇 때문에 그랬던 건지. 생각하다 보면 모르는 개의 눈빛에다가 자꾸만 뭔가를 덧붙이고 싶어집니다.

■추천의 말


사랑은 언제나 상실의 고통을 가져온다. 『오늘의 엄마』는 나에게 끈질기게 그 사랑의 실체를 들여다보는 소설로 읽혔다. 뜨겁게 사랑했던 애인을 한순간에 잃은 첫 이별과 달리, ‘정아’의 두 번째 상실은 느리고 지지부진하다. 정아, 정미 자매가 죽음을 앞둔 엄마와의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은 하나같이 서툴고 버거우며, 삐거덕거리고, 서로의 지저분한 속마음을 낱낱이 드러내게 한다.
다정한 말 한마디 오가지 않는 세 사람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나는 상실이 언제나 고통으로만 가득 찬 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슬픔이라는 단어만으로는 해석할 수 없는 마음들이 이별에는 깃들어 있고, 사랑이 복잡하듯 상실 역시 복잡하다는 것. 떠난다는 것은 동시에 어딘가에 남겨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김초엽(소설가)

한 세계의 사라짐이 아직 진행 중인데, 다른 세계의 사라짐이 시작되고 만다. 정아의 일상은 어느덧 사라짐의 과정 바깥으로 나가는 길을 찾지 않는다. 디졸브를 관통하고 있는 정아의 이야기는 처음에는 애도의 일기처럼 읽히지만, 책장을 덮을 때 우리는 비로소 알게 된다. 이것은 죽음에 대한 우아한 사유가 아니다. 여기 근사한 수사나 철학이 들어설 틈은 없다. 애도의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 죽음의 디졸브 속에서도 아침이면 다시 깨어나는 나의 육체. 나는 여전히, 여기 살아 있다는 물리적인 각성. 『오늘의 엄마』는 이토록 뼈아프게 단순한 생의 육신을 부정하지 않고 감당하려는 의지 하나로 써 내려간 기록 같다.
―남다은(영화평론가)

소설을 읽으며 우는 성격이 아닌데도 울 수밖에 없었다. ‘저희 엄마 앞에서는 진짜 울면 안 된다’는 자매의 당부가 마음에 걸려서 참고 참다가 ‘작가의 말’까지 읽은 다음에야 거리를 걸으며 울었다. 누구나 죽는다. 아픔 속에서 죽는다. 이 사실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절대 알 수 없다. 당장 살아 있으므로. 오늘이 한 번뿐이듯 죽음도 한 번뿐이다. 그 한 번을 잘 해내고 싶어서 우리는 소설을 읽으며 연습하는지도 모른다. 『오늘의 엄마』를 읽었으므로, 언젠가 내게도 그날이 오면, 이 소설을 읽지 않은 경우보다는 잘 해낼 수 있으리라고 믿고 싶다.
―최진영(소설가)

목차

1부 7

2부 57

3부 115

4부 185

5부 265

작가의 말 283

추천의 글 287

작가 소개

강진아

강진아
1981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 전문사를 졸업했다. 다수의 단편영화와 장편영화를 연출했다. 대표작으로 「환상 속의 그대」가 있다. 『오늘의 엄마』는 첫 장편소설이다.

독자 리뷰(6)

독자 평점

4.3

북클럽회원 30명의 평가

한줄평

눈물펑펑

밑줄 친 문장

죽음과 이별이 결코 같은 뜻은 아님을 깨달을 그날들 또한 우리의 기적이 될것이다.
고호민은 끝내 초대하지 않았고 정아는 주제넘게도 섭섭해져 버렸다. 자기는 고호민의 결혼식에 축하해 주러 갈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가까운 사이였는데 이렇게 되다니. 아쉬운 마음에 지난 시간을 고호민으로 다시 배열해 본다. 한 장면 한 장면 모두가 고맙다. 엄마의 병문안에서 악하고 탁한 이가 되어 준 것은 특히나 고맙다. 조각들을 이어 가다 보니 불순하게도 장례식 같다는 생각이 든다.

초대받지 못한 고호민의 결혼식이 끝나면 그나마 닿아 있다고 느껴지던 가느다란 선도 끊어 내야 한다. 목소리를 듣고 싶다고, 보고 싶다고 전화하거나 찾아가면 안 되는 것이다. 정아에게 현재의 고호민은 없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닿을 수 있는 건 과거의 고호민뿐이다. 이기적인 정아의 세계에서 고호민은 죽은 사람과 나란히 놓인다.

고호민의 장례식은 덤덤하게 치러진다. 장례식마다 오가던 잔인한 문장도 빠지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다. 가슴을 짓누르는 이 아린 감각도 사라질 것이다. 주문 같은 생각들을 이어 가며 정아는 걷는다. 어느새 모르는 골목으로 들어섰지만, 그냥 걷는다. 걷다 보니 계속 걸어져서 한참을 걷는다.
시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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