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호프 단편선

안톤 체호프 | 옮김 박현섭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2년 11월 20일 | ISBN 978-89-374-6070-8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2x224 · 208쪽 | 가격 7,000원

책소개

▶ 체호프는 세계 최고의 단편 작가이다. ― 톨스토이

푸슈킨, 고골 등과 함께 러시아문학의 황금시대라 불리는 19세기 단편문학을 주도한 체호프의 단편선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세계문학전집 70번으로 발간된 체호프의 작품집에는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단편소설 아홉 편―「공포」, 「베짱이」, 「드라마」, 「베로치카」, 「미녀」, 「거울」, 「내기」, 「티푸스」, 「주교」―과 체호프 식 소설 구조의 전형을 보여 주는 작품 「관리의 죽음」이 수록되었다. 이 작품들은 모두 다양한 인물 군상을 통해 사소한 일상사를 재현함으로써 삶의 본질과 아이러니를 포착해 내고 있다. 한편으론 유머를 통해 웃음을 유발하지만 그 이면에 인간이라면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비애감이 녹아들어, ‘인생의 진실과 아름다움을 시의 경지’에까지 끌어올린 수작들이다.

모순과 부조리에서 나온 삶의 비극성을 감싸 안는 따뜻한 리얼리즘

이번 작품집에 수록된 단편들은 1883년에서부터 1902년 사이에 발표된 작품들로, 체호프 문학의 초, 중, 후기에 해당하는 시기에 완성된 것들이다. 그러나 작품 간의 뚜렷한 차별성이 두드러지기보다는 체호프 문학의 주된 창작 기법과 일관된 주제 의식을 엿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체혼테 시절(초기 창작 시절)의 걸작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관리의 죽음」은 아주 사소한 사건(주인공 체르뱌코프가 오페라 관람 중에 장군의 뒤통수에 대고 재채기를 한 사건)이 주인공의 어리석음 때문에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는 메커니즘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내고 있다. 특히 작품을 매듭짓는 “그리고 그는 죽었다.”라는 짧은 문장은 다른 단편들에서도 곧잘 목격되는 결말 처리 방식이다. 죽음 앞에서 결코 머뭇거리지 않고 단호하게 대처하는 결말 처리는 다른 작품 「드라마」나 「베짱이」 등에서도 확인된다. 이와 같은 구성이 갑작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사건 자체의 외적인 측면보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다양하고 모순된 반응에 주목한다면 암울한 듯 보이는 작가의 페시미즘 속에 끈질기게 숨쉬고 있는 낙관성을 발견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원론적인 세계관은 새로운 사회가 도래하는 중인 과도기적 러시아의 서민적 일상과 비극적 정서를 가감 없이 드러내고자 하는 한 리얼리스트의 애정에서 발원되었다. 바로 옆에서 지극한 사랑을 쏟아 부으며 의학계의 별과 같이 떠오르는 남편을 죽음으로 내몰고서야 자신의 허영심과 어리석음을 탓하는 올가(「베짱이」), 섬세한 서정성으로 남녀 관계의 영원한 불가사의를 묘사한 「베로치카」, 아름다움의 본질에 대한 명상을 담고 있는 「미녀」, 궁극의 진리를 갈망하지만 결코 그에 도달할 수 없음을 깨달을 뿐인 「내기」,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주인공이 자기 때문에 누이가 죽었음을 알고서도 살아 있음에 대한 동물적인 기쁨을 이기지 못하는 「티푸스」 등에서도 등장인물 간의 의사소통은 단절되고 그 결말이 죽음으로 귀결되거나 미결정 상태로 끝나, 모순에 찬 현실에 대한 쓰디쓴 비애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그 이면에 웃음 지을 수밖에 없게 하는 강렬한 유머가 되살아나고 있다. 속물성과 탐욕으로 도배된 냉혹한 현실에서 웃음은 삶의 비극성을 감싸는 효과적인 수단이 되는 것이다.이처럼 체호프의 문학에서는 양립할 수 없는 요소들이 동시에 나타나는데, 웃음과 비애, 일상의 암울한 체념과 전복성 등의 특징들은 나아가 현대 단편소설의 출현을 예고하는 핵심적인 징후들로 자리 잡았다. 그 대표자로 캐서린 맨스필드, 제임스 조이스, 버지니아 울프, 헤밍웨이, 나딘 고디머 등이 언급되고 있다.

 

안톤 체호프 A. P. Chekhov (1860-1904)

1860년 러시아 항구 도시 타간로크에서 태어났다. 1867년 타간로크의 김나지야에 입학하였으나 수학 및 지리 성적의 부진으로 낙제하고 13세 되던 해부터 오펜바흐의 오페레타와 「햄릿」, 「검찰관」 등의 연극을 관람하였다. 1876년 4월 식료품 가게를 경영하던 아버지의 파산으로 일가족이 모스크바의 빈민가로 이주하게 되었지만 안톤은 고향에 남아 고학으로 김나지야를 마쳤다. 1879년 모스크바 대학 의학부에 입학하면서부터 잡지 등에 글을 투고하기 시작하였고 1882년부터 5년에 걸쳐 유머 주간지 「오스콜키」에 약 300여 편의 소품을 기고하였다. 1884년에 의사로 개업하면서 본격적인 창작 활동에 접어들었으며 검열과 잡지사의 무리한 요구 등에도 불구하고 「관리의 죽음」(1883) 「카멜레온」(1884) 「하사관 프리시베예프」(1885) 「슬픔」(1885) 「거울」(1885) 등과 같은 풍자와 유머와 애수가 담긴 뛰어난 단편을 많이 남겼다. 1886년 두 번째 결핵과 1888년 소설가 가르신의 자살 등으로 건강이 악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체호프는 1890년 사할린으로 자료 수집 여행을 떠났고 이태 만에 모스크바로 돌아온 체호프는 멜리호보라는 마을로 주거를 옮겨 창작을 계속함으로써 원숙기를 맞이하였다. 1899년에 결핵 요양을 위하여 크림반도의 얄타 교외로 옮겨갈 때까지 소설 「결투」(1892) 「귀여운 여인」(1899) 「개를 데리고 있는 부인」(1899) 「골짜기에서」(1899) 등과 그의 4대 희곡 중 첫 작품 「갈매기」(1896)를 발표하였고 이어서 「바냐 아저씨」(1897), 「세 자매」(1900), 「벚꽃 동산」(1903) 등을 집필하였다. 1904년 44세의 나이에 병세의 악화로 「나는 죽는다(Ich sterbe)」라는 말을 남기고 운명하였다.

 

옮긴이 박현섭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러시아 극동국립대학교에서 객원교수를 지냈으며 상명대학교 노어노문학과 교수를 역임하였다. 현재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 교수이다.논문으로는 「체호프 ‘희극’의 성격과 그 발전과정에 대한 연구」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누구의 죄인가』, 『영화예술』, 『영화 기호학』 등이 있다.

목차

관리의 죽음 … 7 공포 … 13 베짱이 … 35 드라마 … 80 베로치카 … 89 미녀 … 111 거울 … 125 내기 … 134 티푸스 … 147 주교 … 159
작품 해설 … 187 작가 연보 … 199

작가 소개

안톤 체호프

1860년 러시아 항구 도시 타간로크에서 태어났다. 1867년 타간로크의 김나지야에 입학하였으나 수학 및 지리 성적의 부진으로 낙제하고 13세 되던 해부터 오펜바흐의 오페레타와 「햄릿」, 「검찰관」 등의 연극을 관람하였다. 1876년 4월 식료품 가게를 경영하던 아버지의 파산으로 일가족이 모스크바의 빈민가로 이주하게 되었지만 안톤은 고향에 남아 고학으로 김나지야를 마쳤다. 1879년 모스크바 대학 의학부에 입학하면서부터 잡지 등에 글을 투고하기 시작하였고 1882년부터 5년에 걸쳐 유머 주간지 「오스콜키」에 약 300여 편의 소품을 기고하였다. 1884년에 의사로 개업하면서 본격적인 창작 활동에 접어들었으며 검열과 잡지사의 무리한 요구 등에도 불구하고 「관리의 죽음」(1883) 「카멜레온」(1884) 「하사관 프리시베예프」(1885) 「슬픔」(1885) 「거울」(1885) 등과 같은 풍자와 유머와 애수가 담긴 뛰어난 단편을 많이 남겼다. 1886년 두 번째 객혈과 1888년 소설가 가르신의 자살 등으로 건강이 악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체호프는 1890년 사할린으로 자료 수집 여행을 떠났고 이태 만에 모스크바로 돌아온 체호프는 멜리호보라는 마을로 주거를 옮겨 창작을 계속함으로써 원숙기를 맞이하였다. 1899년에 결핵 요양을 위하여 크림반도의 얄타 교외로 옮겨갈 때까지 소설 「결투」(1892) 「귀여운 여인」(1899) 「개를 데리고 있는 부인」(1899) 「골짜기에서」(1899) 등과 그의 4대 희곡 중 첫 작품 「갈매기」(1896)를 발표하였고 이어서 「바냐 아저씨」(1897), 「세 자매」(1900), 「벚꽃 동산」(1903) 등을 집필하였다. 1904년 44세의 나이에 병세의 악화로 「나는 죽는다(Ich sterbe)」라는 말을 남기고 운명하였다.

박현섭 옮김

서울대학교 천문학과와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노어노문학과 대학원에서 「체호프 희극의 성격과 그 발전 과정에 관하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러시아 국립극동대학교 한국학과 객원교수, 상명대학교 노어노문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러시아 희곡과 영화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역서로 『체호프 단편선』, 『체호프 희곡선』, 유리 로트만의 『영화 기호학』 등이 있다.

독자 리뷰(28)

독자 평점

4.4

북클럽회원 30명의 평가

한줄평

위트가 넘치면서도, 인간과 삶에 대해 생각할 수있게 해주는 소설집

밑줄 친 문장

나를 잡아가라! 그는 무죄를 선고 받았다.
벽과 천장과 등잔, 그리고 바닥에 깔린 양탄자가 그녀를 조롱하듯 너울거렸다. 그것들은 마치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p78
한 달 뒤 새 대리 주교가 임명되었으며 그때는 이미 아무도 표트르 예하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완전히 그를 잊어버렸다.
1902년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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