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19년 11월 29일
ISBN: 978-89-374-4196-7
패키지: 양장 · 46판 128x188mm · 544쪽
가격: 16,000원
『하얀 이빨』, 『온 뷰티』의 작가 제이디 스미스 신작
《뉴욕 타임스 북 리뷰》·《월 스트리트 저널》·《타임》 TOP 10선정
전미 서평가 협회상 최종 후보
다문화주의에서 강건한 신자유주의로 이동하는 영국의 현주소!
“넌 네 심장을 따른다고 말하지.
그런데 네 심장은 빵의 어느 쪽에 버터가 발렸는지
신기할 정도로 잘 아는 것 같아.”
▶하나의 승리! ―《가디언》
▶『NW』는 도시의 서사시다. ―조이스 캐럴 오츠
▶『NW』는 매우 드물게 근본적이고, 정열적이며, 현실적인 작품이다. ―앤 엔라이트(부커 상 수상 작가)
▶지금까지 제이디 스미스의 작품 중 가장 빛난다. ―로라 밀러(저널리스트)
▶머리가 아는 것과 사랑이 아는 것 모두를 강력하게 이해하는 걸출한 소설가. -《옵서버》
방문 11
손님 159
주인 283
횡단 487
방문 523
감사의 말 543
《그랜타》가 선정한 ‘영국 최고의 젊은 작가’ 제이디 스미스의 신작 『런던, NW』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NW’는 런던의 북서부 지역을 의미하는 우편 기호다. 이 소설은 NW의 저소득층 주택단지를 배경으로 성장한 네 명의 인물들이, 서로 다른 인종과 문화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인 성공이라는 공통된 꿈을 좇는 모습을 추적한다. 이렇듯 젊은 런더너들이 인종보다 계층에 귀속되는 모습을 통해 ‘국가 다문화주의’에서 ‘강건한 신자유주의’로 전환하는 영국의 현주소를 예리하게 포착했다. 이 책은 브렉시트 전후의 영국을 이해하기 위해 꼭 읽어야 할 필독서 중 하나로 꼽히며 출간과 동시에 《뉴욕 타임스 북 리뷰》가 뽑은 ‘최고의 책 10권’, 《월 스트리트 저널》과 《타임》이 뽑은 ‘최고의 소설 10권’에 선정되었고, 전미 서평가 협회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 오늘날의 런더너들은 무엇을 욕망하는가
“내털리는 자기 가족들 중에서 최초로 변호사 같은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인생의 여러 문제는 전문직이라는 수단으로 모두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본문에서
네 명의 런던 시민 리아, 내털리, 필릭스, 네이선은 런던 북서부의 저소득층 주택 단지 ‘콜드웰’에서 자랐다. 하지만 이제 삼십 대가 된 그들 중 보란 듯이 성공한 것은 법정 변호사가 된 내털리뿐이다. 백인인 리아가 마리화나에 빠져 세월을 보내는 동안, 유색인인 내털리는 도서관에서 독학해 오늘날의 성취를 이뤘다. 그러던 어느 날, 내털리는 상류층 인사들이 가득한 자신의 파티에 리아 부부를 초대하고, 리아 부부는 파티에 섞이지 못한 채 낯선 긴장감을 유발한다. 화려한 저택, 든든한 인맥, 그리고 아이가 있는 삶……. 이 모든 것은 내털리가 누려 마땅한 보상일까? 아니면 또 다른 윤리적인 문제의 시작일까?
■ 행복하게 부유(浮遊)하기 VS
고통스럽게 전진하기
“리아는 목표에 도달하고 싶지 않다. 그녀는 남편과 둘이서 벌거벗은 채 영원히 이불 속에 머물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가운데 오로지 만족만 느낄 것이라고 믿었다. 왜 사랑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말인가? 도대체 어느 쪽이 앞인가?” ―본문에서
한편 백인인 리아 한월은 네 사람 중에서 가장 낭만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학창 시절의 그녀는 내털리처럼 미래를 위해 쾌락을 보류하는 대신, 모든 시절의 유행을 마음껏 즐기며 성장했다. 현재는 비영리 단체를 돕는 기관에서 일하며 매력적인 외모를 자랑하는 흑인 미셸과 결혼했다. 프랑스 출신의 미용사인 미셸은 성실하고 의욕적인 인물이다. 미래 태어날 아이를 위해 크고 좋은 집을 사려는 평범한 꿈을 꾸지만, 책으로 투자를 배운 탓에 번번이 실패한다. “미셸은 좋은 사람이고 희망에 차 있다. 이따금 희망은 사람을 지치게 한다.”라고 읊조리는 리아는 그 몰래 피임약을 복용한다.
■ “믿을 수 없을 만큼 영국적인 작가” 제이디 스미스의
미학적 실험과 시대의 조류가 만난 접점의 역작!
“행복은 절대적인 가치가 아니다. 행복은 비교하는 데서 싹튼다. 내털리와 프랭크는 임란과 아미타보다 덜 불행할까? 저기 저 사람들보다? 당신보다?” ―본문에서
제이디 스미스가 케임브리지 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때, 첫 장편 『하얀 이빨』의 일부가 공개되자 미처 완성이 되기도 전에 출판 계약이 뜨겁게 이루어지며 화제를 모았다. 이 책은 2000년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그때부터 다인종, 다문화를 아우르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영국적인 작가”라는 수식어가 그에게 따라붙었다. 이로부터 12년 뒤인 2012년에 발표한 소설이 『런던, NW』다. “계층과 윤리”에 대한 소설이라는 작가 자신의 설명처럼, 이 작품은 브렉시트 가결을 전후로 오늘날의 영국을 이해하기 위해 꼭 읽어야 할 필독서로 꼽힌다. 또한 제이디 스미스는 평소 소설의 스타일도 끊임없이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해 왔는데, 『런던, NW』는 가장 미래적이며 동시에 미학적인 글쓰기 실험을 통해 욕망이 엇갈리는 런던의 한복판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본문에서
브렌트 주택 관리 회사. 난 이런 회사 이름의 팻말이 내 집 앞에 서 있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아. 그 팻말을 볼 때마다 속이 뒤틀려. 굴욕감을 느낀다고. 사내 아이가 생긴다면 우리한테 자유 보유권이 주어지는 곳에서 그 아이를 살게 하고 싶어. 주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끼며 살게 하고 싶다고. 자, 봐! (53쪽)
“물론 주어진 삶에 안주하며 평생을 보내도 되겠지.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게 사니까. 하지만 이제는 다음 레벨로 올라갈 때야. 난 게임에서 이기고 있고, 다음 레벨로 올라갈 준비가 다 됐어.”
“필릭스, 인생은 비디오 게임이 아니야. 자기를 다음 레벨로 올려 줄 점수 같은 건 없어. 다음 레벨이라고 해 봐야 결국 죽는 거지. 게임 오버.” (259쪽)
“듣기는 좋을지 모르지만 모호한 말이 ‘관계’라는 것 아닌가? 살아갈 용기도 없고 인생 칠십 년을 채울 상상력도 없는 사람들에게나 어울리는…….” (267쪽)
그들은 내털리가 지닌 법조계에 대한 윤리관과 강한 도덕성과 돈에 무관심한 태도를 듣기 거북할 정도로 칭찬했다. 그러면서 내털리가 자랐고 현재 일하는 동네를 넌지시 암시하며 비꼬는 듯한 말투로 지껄이곤 했다. 그들의 마음속에 내털리가 자란 동네는 희망이 없는 곳이자 교전 지역 비슷한 곳이었다. (403쪽)
내털리는 여자로서 민첩성을 발휘하여 재빨리 화제를 바꾸려고 했다. 그녀는 프랭크의 친구들을 비롯하여 상상도 못 할 액수의 크리스마스 보너스를 받는 젊은 독신 남자들이 있는 꼭대기와 밑바닥의 중간쯤에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세계를 거의 모르는 리아에게 설명하는 것이 즐거웠다. (405쪽)
“행복은 절대적인 가치가 아니다. 행복은 비교하는 데서 싹튼다. 내털리와 프랭크는 임란과 아미타보다 덜 불행할까? 저기 저 사람들보다? 당신보다?” (414쪽)
내털리는 돈이 특별한 주택을 의미하거나 그에 상응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믿었다. 돈은 손바닥만 한 뒤뜰이 있는 비좁은 연립 주택을 의미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돈은 집과 콜드웰 사이의 거리를 의미했다. (414쪽)
몇 년 전 셰릴은 말했다. “내가 학교로 돌아가려 할 때마다 콜은 날 임신시키려고 해.” 신의 은총이 없었다면 내털리도 그렇게 되었으리라. 내털리는 불안할 때 언니 셰릴을 떠올렸다. 그러면 마음이 가라앉았다. (438쪽)
내털리 블레이크는 가난이 어떤 것인지 완전히 잊었다. 가난은 그녀가 언급하기를 그만둔, 또한 이해하는 것도 그 만둔 단어였다. (452쪽)
“넌 축구를 무척 잘했고 모두 널 좋아했어.” 이 따위 말이 지금의 나한테 무슨 소용이지? 그런 말을 해 봐야 어차피 넌 집에 가서 활기찬 네 삶으로 돌아가서는 내가 어떻게 살든 관심 없어질 거야. 넌 네 입장에서 나에 대해 생각할 뿐이야. 내 입장에서는 생각 할 줄 모르지.“ (512쪽)
“우리는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어.” 내털리가 머리를 벤치 등받이에 기대고 활짝 갠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우리는 남들보다 똑똑했기 때문에 남의 집 문간에서 구걸하는 가난뱅이가 되고 싶지 않았던 거야. (…) 내 말이 인정머리 없게 들리겠지만 이게 진실이야. 법정에서 배운 것 중 하나가 뭔 줄 알아? 사람들 대부분은 받아 마땅한 결과를 얻는다는 사실이야.” (54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