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과 방랑의 시인 릴케사건이 아닌 상상과 기억의 단편만으로 삶의 본질과 인간의 실존 문제를 탁월하게 형상화해 낸 일기체 소설삶과 사랑과 고독에 대한 성찰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유일한 장편 소설이자 대표작인 『말테의 수기』가 민음사에서 재출간되었다.(기존의 『감옥에서 보낸 편지』 대신 『말테의 수기』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2번이 되었다.) 국내 첫 출간 당시 독일의 괴테 인스티투트 인터 나치오네스와의 정식 계약을 통해 번역 지원을 받았으며 독일어 원문의 뉘앙스를 살리는 번역으로 주목을 받았던 『말테의 수기』는 세계문학전집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더욱 깔끔한 문장과 편집으로 선보이게 되었다.
삶의 본질과 인간 실존에 대한 성찰
『말테의 수기』는 릴케가 파리 생활의 절망과 고독을 통해 29살부터 쓰기 시작해 6년 뒤인 1910년 출간한 일기체 소설이다. 덴마크 출신의 말테 라우리치 브리게라는 28살 청년의 눈으로 써 내려간 이 작품은 훌륭한 소설인 동시에 시인으로 다듬어져 가는 릴케의 내면을 반영한 고백서이기도 하다.1902년 릴케가 파리에 첫발을 디딘 것은 「로댕 연구」를 써 달라는 청탁을 받은 탓이었다. 그러나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이 대도시의 빈곤과 침체에 아연했다. 이곳에서 그는 무의미한 것, 타락과 암흑, 그리고 만연해 있는 악을 관찰하고 체험했던 것이다. 이러한 체험과 고독한 하숙 생활을 바탕으로 릴케는 탁월한 일기체 소설인 『말테의 수기』를 썼다. 원제를 그대로 번역하자면 『말테 라우리츠 브리게의 수기』인 이 작품은 체념 의식과 개개인의 고유한 삶이나 죽음은 아랑곳없고 질보다 양이 판치는 대도시의 양상에 대한 공포의 체험에서 우러나온 절망의 기록이다. 이 안에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똑같은 핵(核)의 주위를, 다시 말하면 빈곤과 죽음과 공포의 주위를 끊임없이 돌고 있는 인간상이 그려져 있다.거리는 너무나도 텅 비어 있었다. 그 공허가 지루해 하며 내 발 밑에서 걸음을 빼앗아 갔다. 그리고는 나막신을 신은 듯이 이리저리 딸가닥거리며 돌아다녔다. 여자가 그 소리에 놀라 너무 갑작스럽게 몸을 일으켰기 때문에 얼굴이 두 손안에 남아 있는 상태였다. 나는 그 손 안에 비어 있는 얼굴의 틀을 보았다. 시선이 손에 머물러 있는데도 손에서 떨어져 나간 것을 보지 않는 데에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노력을 필요로 했다. 얼굴을 안쪽에서 보는 일도 소름끼쳤지만, 얼굴 없는 적나라한 상처투성이 머리통을 보는 일은 훨씬 더 끔찍했다. ―『말테의 수기』 중에서
거리에 앉아 구걸하는 여자를 그린 이 장면에서 릴케는 비참한 인간상을 주도면밀하게 그려 내는 탁월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 밖에도 살기 위해서라기보다 오히려 죽기 위해서 자선병원을 찾아가는 인간의 군상, 죽음조차 대량생산되는 대도시의 비정함을 물기 어린 필치로 섬세하게 그려 내고 있다.
▶ 『말테의 수기』에는 현대 문명의 초창기,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문학적인 자아를 찾으려는 한 문학 소년의 몸부림이 잘 그려져 있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은 사물과 죽음, 사랑에 대한 예리한 관찰을 통해 삶의 본질에 대한 인식 문제와 인간 존재의 문제에 심오하게 근접하고 있다. ―문현미/옮긴이
제1부제2부작품 해설작가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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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 제목 | 댓글 | 작성자 | 날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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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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