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보바리

원제 Madame Bovary

귀스타브 플로베르 | 옮김 김화영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0년 2월 25일 | ISBN 978-89-374-6036-4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2x225 · 560쪽 | 가격 12,000원

책소개

사실주의 소설의 시작과 동시에 그 완결을 이룩한 작품카프카에게는 바이블, 누보 로망의 작가들에게는 교과서가 된 소설

1857년 보들레르의 <악의 꽃>과 함께 <현대modern>를 열어젖힌 이 소설은 이후의 모든 문예사조, 사실주의와 자연주의, 아방가르드와 구조주의에 이르는 예술의 도저한 흐름에 씨앗이 되었다.

편집자 리뷰

스타일의 기적 ―  통속적인 불륜의 시나리오가 소설 문학의 성서가 되기까지 플로베르가 이 작품을 착안한 것은 일종의 벌서기였다. 그의 스타일을 이해하지 못하던 친구들은 당시 신문을 장식했던 한 간통 사건을 소재로 보다 쉬운 이야기를 써 보라고  충고한다. 통속적이기 그지없는 이 소재를 앞에 두고 플로베르는 수치심을 느꼈지만 다른 한편 커다란 결단을 내리게 된다. 그것은, 위대한 문학 작품을 만드는 것은 소재가 아니라 스타일이라는 것, 즉 소재가 그 무엇이건 스타일의 힘으로 위대한 문학 작품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자신의 확신을 증명해 보이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4년여에 걸친 글쓰기 고행의 결과 이 작품이 탄생된다.

문학과 외설 시비, 그리고 문학의 승리그러나 소재의 통속성은 계속해서 플로베르를 괴롭혔다. 『마담 보바리』를 신문에 연재한 후,작가와 신문 편집자 그리고 인쇄업자는 <공중 도덕 및 종교에 대한 모독>의 죄목으로 법정에 서게 된다. 검사는 소설의 소재인 유부녀의 간통에 초점을 맞추어 논고를 펼친다. 이 소설에는 마땅히 <시골 여자의 간통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여져야 할 것이며 그것을 읽게 될 모든 젊은 여자들과 유부녀들을 타락시킬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명 변호사 쥘 세나르의 변론을 통해, 훗날 사실주의의 금과옥조가 탄생한다. 이 작품이 위대한 것은, 작가가 추악한 것을 그리는 데 있어서 아름다움을 그리는 것와 마찬가지의 사실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법정도 플로베르의 손을 들어준다.
<보바리즘 Bovarysme>의 탄생법정 소송을 거치며 더욱 유명해진 이 작품은 <보바리즘>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다. 소설의 주인공 엠마 보바리처럼 현실을 외면하고 몽상 속에서 살려는 경향을 가리키는 이 말은 오늘날 <과대 망상> 혹은 <자기 환상> 등으로 그 뜻이 일반화되었다. 그러나 작가의 의도는 조금 다른 것이었다. 19세기초를 풍미하던 낭만주의는 과도한 서정성과 꾸밈으로 점점 통속적이 되어 갔다. 그러한 낭만주의의 위험을 전형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 바로 엠마 보바리의 몽상이다. 작가는 이 <보바리즘>을 통해 현실 자체를 변질시키고 외면하게 만드는 낭만주의적 몽상의 본질을 유감없이 해부하고자 했다. 한 걸음 나아가 플로베르는 자신의 내부에 잔존하고 있던 낭만주의적 기질마저도 완전히 극복하고자 노력했다. <마담 보바리 그것은 바로 나다>라고 한 플로베르의 고백이 증명하듯 엠마라는 인물은 낭만주의에서 사실주의로 나아가고자 하는 작가의 내적 갈등을 그대로 담고 있다. 이후 마담 보바리와 <보바리즘>은 시대와 얼굴을 바꿔 가며 수많은 문학 작품 속에서 재현되었으며, 프랑스 소설 문학을 대표하는 인물형으로 자리잡게 된다.
김화영 교수의 번역 작업 ― 원본에 필적하는 수사학의 보고(寶庫)1999년 《미메시스》선정, 우리 시대 최고의 불문학 번역가로 인정받은 김화영의 번역은 원전을 능가하는 맛을 선사한다. 그것은 프랑스어 단어가 지닌 뉘앙스, 플로베르의 십자가였던 <스타일>의 모든 가능한 의미를 붙잡으려 한 역자의 노력 덕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마담 보바리』의 진정한 완역본이라 할 수 있다.
이 고단한 작업을 돌이키며 김화영 교수는 <옮긴이의 말>에서 다음과 같이 회고하고 있다.
플로베르는 『마담 보바리』를 집필하는 데 무려 4년 반이라는 긴 세월을 바쳤다. 나는 이 작품을 번역하는 데 꼬박 3년을 보냈다. 이십대 초반에 이 작품을 처음 접한 이후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여러 번 읽고 또 읽고 대학과 대학원에서 그에 관한 강의를 수차례 반복하면서 나는 이 작품에 대하여 끊임없이 새로운 매혹을 느꼈지만 그 번역에 대해서는 불만과 의문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래서 언젠가는 꼭 이 작품을 새롭게 번역하고 싶었다. 마침내 민음사의 새로운 <세계문학전집> 기획이 내게 그 오랜 숙원을 실현하는 기회를 가져다 주었다. 이 작품의 번역은 내 생애에서 각별하게 기억될 것이다.
번역을 위한 김화영 교수의 조사 작업은 방대한 것이었다. 먼저 파리에서 간행된 다섯 개의 불어 판본과 그 주석들을 참고하여 일차 번역을 완성했다. 그리고 한국어판과 영어 번역판들을 참고, 보완 작업을 거쳤다. 그러나 여전히 불확실하거나 의문스러운 점들이 남았다. 고유명사의 발음, 19세기 초엽 노르망디 지방 풍속 등에 관한 것들이었다. 이에 역자는 프랑스 현지의 플로베르 전문가들에게 질문서를 보내어 자문을 구했고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답장을 받아냈다. 이런 노력의 결과 90여 개에 달하는 주석으로 살을 찌운 이 번역본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것은 명실공히 1857년 파리에서 『마담 보바리』가 출간되던 당시 딸려 있던 부제, 즉 <풍속의 연구>라는 부제에 합당할 만한 진정한 번역서라 할 것이다.

작가 소개

귀스타브 플로베르

1821년 프랑스 북부 도시 루앙에서 태어났다. 의사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고통과 질병, 죽음의 분위기를 체득하며 인간에 대해 깊은 관심을 품었다. 소년 시절 읽은 『돈키호테』에 매료되어 글쓰기에 흥미를 느끼고 몇몇 단편 소설을 습작했다. 파리의 법과 대학에 등록했으나 적성에 맞지 않아 낙제했다. 간질로 추정되는 신경 발작을 계기로 학업을 그만두고 루앙으로 돌아와 요양하며 집필에 전념했다. 이때부터 십자가의 고행에 비유되는 글쓰기가 시작되었다. 『감정 교육』의 첫 번째 원고와 『성 앙투안의 유혹』을 이즈음 썼다. 1856년에 『마담 보바리』를 완성해 《르뷔 드 파리》에 연재했다. 작품의 일부가 선정적이고 음란하다는 이유로 작가와 잡지 책임자 그리고 인쇄업자가 기소당하지만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문학적 명성과 대중적 인기를 함께 얻으며 『살람보』, 『감정 교육』, 『순박한 마음』 등을 발표했다. 내용과 형식이 분리되지 않는 생명체처럼 완결된 작품을 꿈꾸다 1880년 5월 미완의 작품 『부바르와 페퀴셰』의 원고를 책상 위에 남긴 채 뇌내출혈로 사망했다. 카프카는 플로베르의 글쓰기를 소설가의 전범으로 칭송하고 문학의 수도승으로 섬겼으며, 플로베르의 풍요롭고도 실험적인 스타일은 이후 도래한 모든 문예 사조의 씨앗이 되었다.

김화영 옮김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고, 프랑스 엑상프로방스 대학교에서 알베르 카뮈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문학 평론가, 불문학 번역가로 활동하며 팔봉 비평상, 인촌상을 받았고, 1999년 최고의 불문학 번역가로 선정되었다. 현재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이다. 지은 책으로 『여름의 묘약』, 『문학 상상력의 연구』, 『행복의 충격』, 『바람을 담는 집』, 『한국 문학의 사생활』 등이, 옮긴 책으로 미셸 투르니에, 파트리크 모디아노, 로제 그르니에, 르 클레지오 등의 작품들과 『알베르 카뮈 전집』(전 20권), 『섬』, 『마담 보바리』, 『지상의 양식』, 『어린 왕자』, 『다다를 수 없는 나라』, 『프라하 거리에서 울고 다니는 여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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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리뷰(22)

독자 평점

4.5

북클럽회원 27명의 평가

한줄평

사랑에 빠지는 건 쉽지만 사랑을 지키는 건 어렵다.

밑줄 친 문장

그러나 여자는 끊임없이 금지와 마주친다. 무기력한 동시에 유순한 여자는 육체적으로 약하고 법률의 속박에 묶여 있다. 여자의 의지는 모자에 달린 베일 같아서 끈에 매여 있으면서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펄럭거린다. 여자는 언제나 어떤 욕망에 이끌리지만 어떤 체면에 발목이 잡혀있다
여자는 언제나 어떤 욕망에 이끌리지만 어떤 체면에 발목이 잡혀있다
모두 다 거짓이다!
미소마다 그 뒤에는 권태의 하품이, 환희마다 그 뒤에는 저주가, 쾌락마다 그 뒤에는 혐오가 숨어 있고 황홀한 키스가 끝나면 입술 위에는 오직 보다 큰 관능을 구하는 실현 불가능한 욕망이 남을 뿐이다.
(4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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