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La Plaisanterie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1999년 10월 15일
ISBN: 978-89-374-6029-6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2x225 · 436쪽
가격: 14,000원
시리즈: 세계문학전집 29
분야 세계문학전집 29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작가 밀란 쿤데라의 첫 작품
역사의 실수에 관한 비극적 농담. 그렇다. 갑자기 모든 것이 선명하게 보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 가지 헛된 믿음에 빠져 있다. 기억의 영속성에 대한 믿음과 실수를 고쳐 볼 수 있다는 가정에 대한 믿음이 그것이다. 이것은 둘 다 잘못된 믿음이다 모든 것은 잊혀지는 것이고, 고쳐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무엇을 고친다는 일은 망각이 담당할 것이다. 그 누구도 이미 저질러진 잘못을 고치지는 못하겠지만 모든 잘못이 잊혀져 갈 것이다.
역사의 실수에 관한 비극적 농담
★ 우리 시대 어떤 작가도 필적할 수 없는 기교 ――어빙 하우
★ 위대함을 갖춘, 사려깊고, 복잡하고, 상반된 의미를 드러내는 소설 ――존 업다이크
★ 이 아름다운 소설의 예리한 통찰력과 지혜와 희극성을 바르게 판단하기란 불가능하다. 밀란 쿤데라는 한 국가의 행위보다 더 중요한 한 인간의 영혼의 선(과 악)을 열정과 유머와 애정을 지니고 이야기한다. ――샐먼 루시디
★ 내게 있어 역사적 상황은 복수, 망각,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역사와 인간의 관계, 본래 행위의 소외, 섹스와 사랑의 분열 등 나를 매혹하는 실존의 주제를 새롭게 극도로 날카로운 빛으로 내리쬘 때만이 의의가 있다. ――밀란 쿤데라
매년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는 체코 출신의 세계적인 문제작가 밀란 쿤데라의 첫 작품 『농담』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밀란 쿤데라가 유일하게 정본으로 인정하고 있는 프랑스의 갈리마르 판을 원본으로 삼아 가톨릭대 방미경 교수가 새로 번역한 『농담』은 소설 속 화자들의 어조에까지도 세심한 배려를 하면서, 쿤데라 특유의 어조와 문체를 살려내었다.
쿤데라는 1961년경 체코에서 『농담』을 집필하기 시작하여 1965년 12월 탈고했다. 『농담』의 초고는 약 1년간 검열에 걸려 있다가 출판이 허가되어 1967년에 처음 출판된 후로 두 번 더 출판되었고, 1968년 봄에는 <체코슬로바키아 작가동맹상>을 받았다. 친구인 감독 이슈마르 이레슈가 『농담』을 영화화할 때 쿤데라는 시나리오의 각색을 맡았었다. 그러나 이후 이 소설은 쿤데라가 1968년 <프라하의 봄>을 주도한 혐의로 교수직에서 해직된 후 쿤데라의 다른 소설들과 함께 발매 금지가 되었고 체코 내의 모든 공공도서관에서 사라지게 된다. 이때 이후 체코어로 다시 출판된 것은 1989년에 와서이다.
프랑스어 판으로 『농담』이 처음 출간될 때(1968년) 루이 아라공이 훌륭한 서문을 썼고, 이후 세계의 모든 비공산 국가에 출판된다. 그러나 여러 번역판본들은 오역과 함께 구문의 삭제 등을 겪고 있었고 1979년 프랑스어 판본을 읽어본 쿤데라는 작가인 클로드 쿠르트와 함께 『농담』의 번역을 정정한다. 그 후로도 여러 번의 수정을 거쳐 1985년 『농담』의 결정판이 갈리마르 사에서 나오게 되었다. 이후 쿤데라는 약 2년간 다른 장편소설들의 번역 수정 작업에도 심혈을 기울여 오늘날 갈리마르 사에서 나온 쿤데라의 책은 쿤데라 자신이 스스로 인정하는 권위적인 모델이 되었다.
『농담』은 쿤데라 문학의 사상적 근원을 보여 주는 그의 대표작이다. 남녀간의 사랑과 정치적 비판을 함께 미학성과 역사성을 동시에 추구한다. 이 소설에서 쿤데라는 사랑, 우정, 증오, 복수 등 사소한 사적인 삶에서 시작하여, 선의로 출발한 이념일지라도 의도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암시하여 절대 신념과 획일주의를 경고한다. 절대 신념이 인간 개인의 삶을 철저하게 파괴할 수도 있음을 보여 준다.
『농담』나름대로의 독특한 서술 방식을 지니고 있다. 루드빅은 1·3·5·7부의 화자로서 중심인물이며 헬레나는 2·7부, 야로슬라브는 4·7부, 코스트카는 6부의 서술을 맡는데 특히 7부는 영화의 화면이 바뀌듯 세 인물의 서술이 교차된다. 각각의 인물들의 독백이 독자의 눈을 통해 맞춰지면서 각 인물들의 삶이 전체적으로 조명되는 기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자기 반성의 시대인 요즈음『농담』은 자유를 그리워하는 한 지성인이 자신을 둘러싼 역사와 정치 상황을 향해 던지는 물음이면서 동시에 탈이념의 시대라는 현대의 시대 정신의 구현으로 다가온다.
줄거리
주인공 루드빅은 대학 시절에 여자 친구의 주의를 끌려고, 엽서에 악의 없는 농담 한마디(낙관주의는 인류의 아편이다! 건전한 정신은 어리석음의 악취를 풍긴다. 트로츠키 만세!)를 적어 보낸다. 하지만 낙관주의적인 사회주의 사회 건설에 경도돼 있던 당시 대학과 사회는 루드빅을 트로츠키주의자로 규정하고, 루드빅은 자신이 속해 있던 사회에서 축출된다. 그는 군대의 수형 부대에 배속되어 오스트라바 지역에 파견되고 거기에서 석탄 캐는 일을 한다. 복수와 증오의 감정 속에서 뒤틀린 루드빅의 감정은 비관적인 삶의 상황에서 자신을 구해 줄 수도 있었던 구원의 여인 루치에와의 사랑도 짧고 비극적으로 끝나게 한다. 세월이 흐른 후 그는 자신을 탄광으로 내몰았던 옛 동료 제마넥의 부인을 우연히 만나 그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녀를 유혹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제마넥의 질투를 불러일으킬 만한 대상이 아님을 알게 된다. 그렇게도 증오하던 제마넥에게 복수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루드빅은 결국 옛 친구들인 야로슬라브와 코스트카, 옛 연인 루치에와의 만남을 통해 증오와 복수 속에 묻혀 있던 삶의 진실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지쳐쓰러진 옛 친구의 손을 잡음으로써 여행을 끝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