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세계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방식
삶의 빛과 그림자를 이야기하는 다른 목소리
이 작품을 보라!
쏜살 문고로 만나는 여성 문학의 멋진 신세계
여성이 마주한 세상,
여성이 기록한 경험,
여성이 분투한 운명,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만나다
지난 2016년 7월 민음사 창립 50주년을 기념하여 ‘쏜살 문고’의 첫 책을 펴낸 이래, 이번 「여성 문학 컬렉션」을 출간하며 총 50권을 돌파하였다.(「동네 서점 에디션」 및 「워터프루프북」 등 특별판 제외.) 새로운 출판 플랫폼을 구현하겠다는 기치 아래, 과거 ‘문고판’ 도서의 틀을 쇄신하며 작품 선정과 편집,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도전을 이어 온 ‘쏜살 문고’가, 2019년 마침내 ‘동서고금의 여성 문학’과 함께 다시 독자들 곁을 찾았다.
지난 삼여 년의 시간 동안 면밀히 기획해 온 이번 「여성 문학 컬렉션」은, 2016년과 2017년 사이에 출간한 「세계문학전집 속 거장 컬렉션」 그리고 작년에 펴낸 「다니자키 준이치로 선집」과 마찬가지로 ‘문고 속 작은 우주’를 표방하며, 하나의 독자적인 큐레이션을 꾸준히 선보일 계획이다. 2019년 11월, 「여성 문학 컬렉션」 1차분으로서 세상에 내놓은 이번 여섯 권의 책을 디딤돌로 삼아, 우리 출판계가 마땅히 주목하고 기억해야 할 여성 문학의 ‘멋진 신세계’를 차례로 펼쳐 보이도록 하겠다.
2016년 「세계문학전집 속 거장 컬렉션」의 첫 권으로 출간한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2017년 21세기 페미니즘 문학을 선도하는 작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화제작 『엄마는 페미니스트』, 2018년 ‘여성적 글쓰기(écriture féminine)’의 정수를 보여 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글』에 이르기까지, ‘쏜살 문고’ 속에서 매년 커다란 궤적을 그려 온 여성 문학이 이번 「여성 문학 컬렉션」을 통해 거대한 성좌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왜 지금 ‘여성 문학’인가?
문학은 작가 개인의 기록인 동시에, 작가의 육체와 내면을 가로지는 모든 시공간의 집적(集積)이자 독자와 역사가 선택하는 시대적 증거물이기도 하다. 오랜 세월 살아남은 작품에는 저마다 가치가 있고, 우리들은 그것을 ‘고전’이라 부르며 매 순간 새로이 읽고 또 기억한다.
오늘날 여성 작가와 여성 독자, ‘책’을 둘러싼 문화와 산업 전반에 걸쳐 여성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 고전’이라 불리는 작품이 부족하다는 사실에 의아함을 느꼈다. 세상의 절반이 여성이라면 그만큼의 ‘고전’이 우리 곁에 있기 마련이고, 더욱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거둘 수 없었다. 여성의 육체를 둘러싼 내밀한 경험, 여성의 성장과 자아실현을 위한 이야기들, 여성 억압의 역사 속에서 수난당해야만 했던 고통의 서사, 여성이 여성으로서 털어놓을 수 있는 ‘자기만의 목소리’ 등 우리 세계의 지평을 확장하기 위하여, 매서운 분투 속에서 생존한 ‘여성 문학’을 새로이 기념하기 위하여 「여성 문학 컬렉션」을 펴내기로 하였다.
‘법이 금지한’ 임신 중절 경험을 극도로 정제된 문체로 용기 있게 서술한 아니 에르노의 『사건』을 필두로, ‘무민 시리즈’의 작가이자 북유럽 현대 문화·예술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토베 얀손의 작가적 재능과 인생을 관조하는 시선이 오롯이 녹아 있는 『여름의 책』과 『두 손 가벼운 여행』 그리고 한국 문학계의 거목이자 현대 우리말로 쓰인 여성 문학의 결정적인 작품들, 강경애의 『소금』, 박완서의 『이별의 김포공항』, 강신재의 『해방촌 가는 길』까지 한자리에 모았다. 이후 버지니아 울프, 마르그리트 뒤라스, 히구치 이치요, 캐서린 맨스필드와 거트루드 스타인 등 전 세계의 중요한 여성 작가와 여성 문학을 지속적으로 출간할 계획이다.
더불어 「여성 문학 컬렉션」의 표지 디자인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민음사에서 눈부시게 활약해 온 최정은, 최지은, 유진아 디자이너를 비롯하여 김린 디자이너, 박연미 디자이너 등 국내의 여성 디자이너들이 각각 표지를 맡아 주었다. 쏜살 문고 「여성 문학 컬렉션」의 첫 독자로서 하나하나의 작품들과 깊이 교감한 이들 디자이너의 괄목할 만한 성과를 함께 주목해 보자.
「여성 문학 컬렉션」 출간 및 예정 리스트
자기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 | 이미애 옮김
엄마는 페미니스트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 황가한 옮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글 마르그리트 뒤라스 | 윤진 옮김
사건 아니 에르노 | 윤석헌 옮김
여름의 책 토베 얀손 | 안미란 옮김
두 손 가벼운 여행 토베 얀손 | 안미란 옮김
이별의 김포공항 박완서
해방촌 가는 길 강신재
소금 강경애 | 심진경 엮고 옮김
서재에서의 시간(근간) 버지니아 울프 | 이미애 옮김
지난날의 스케치(근간) 버지니아 울프 | 이미애 옮김
물질적 삶(근간) 마르그리트 뒤라스 | 윤진 옮김
뭔가 유치하지만 매우 자연스러운(근간) 캐서린 맨스필드 | 박소현 옮김
엄마 실격(근간) 샬럿 퍼킨스 길먼 | 이은숙 옮김
제복의 소녀(근간) 크리스타 빈슬로 | 박광자 옮김
세 가지 인생(근간) 거트루드 스타인 | 이은숙 옮김
전후 한국 여성 문학의 새로운 지형,
분류(奔流)하는 여성의 욕망과 섹슈얼리티를 거침없이 묘파하다
똑바로 자라나다오. 그것은 누나처럼, 근수처럼 그리고 어머니처럼 되지 않는 일이다. 다른 무슨 방법을 발견하는 일이다. -「해방촌 가는 길」에서
강신재의 작품들은 지금 읽어도 여전히 싱싱하고 풋풋하다. 공들인 작가의 문체적 노력과 성취가 시대의 격랑 속에서도 작품을 살아남게 한 것이다. 눈썰미 있는 인간 관찰, 인정 기미의 섬세한 포착 그리고 은은한 서정성. 이러한 면에서 강신재의 작품들은 독보적이다. 한 단편의 제목처럼 강신재의 작품은 ‘황량한 날의 동화’다. 여기서의 ‘동화’를 ‘메르헨’으로 읽는다면 말이다. 우리가 그 ‘황량한 날’을 얼마만큼 넘어선 것인가를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도 읽어 볼 가치가 있다. -유종호(문학 평론가)
강신재의 소설 속에서 세계와 타협하지 않는, 마음껏 움직이는 여자들이 살아 있다는 점이 나는 좋다. 이런 여자들을 우리에게 넘겨준 작가가 여성이고, 또 이런 소설을 써서 남겼다는 데에 감사하다. -김남숙(소설가)
1950년대 전후 한국 문단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며 등장한 이래, 거칠게 소용돌이치는 현대사의 흐름 속에서도 꿋꿋이 여성의 욕망과 섹슈얼리티, 생활과 심리를 집요하게 탐구했던 작가 강신재의 대표작을 엮은 『해방촌 가는 길』이 ‘민음사 쏜살 문고’로 출간되었다. 해방 이후 지난한 전쟁으로 완전히 붕해해 버린 한국 사회의 정중앙에서, 조국 재건과 분단 문제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여성이 처한 현실과 심리 풍경을 적극적으로 탐구했던 작가 강신재는, 수많은 작가와 평론가로부터 ‘당대적 요구를 외면한 작품’만 쓴다는 질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삶이 곧 시대인바, 강신재가 그려 낸 이색적인 여성 인물들과 그들의 태도는 이미 ‘당대’를 보여 주고 있다. 이를테면 전후 한국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오롯이 살아 내야만 했던 당시 여성들은, 강신재의 문학에 이르러 비로소 자기만의 목소리를 얻게 된 것이다. 김용언(⟪미스테리아⟫ 편집장)의 지적대로 “음산하고 차갑고 때로는 비도덕적인” 강신재 문학 속의 여성들이야말로 동시대 남성 작가들이 차마 살피지 못했던 또 하나의 현실을 “무서운 고뇌”를 통해 냉철하게 인식한 결과에 다름 아니다.
이 책의 표제작 「해방촌 가는 길」은 ‘해방촌’이라는 장소가 상징하는 전후 한국 사회의 참상을 주인공 ‘기애’의 고독한 선택을 통해 냉혹할 정도로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이어서 “그에게서는 언제나 비누 냄새가 난다.”라는 한국 문학사상 가장 유명한 첫 문장을 지닌 「젊은 느티나무」에서는 의붓남매의 금지된 사랑을 그려 낸다. 지금으로서도 예사롭지 않은 주제를 다룬 이 작품은, 발표 당시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일종의 ‘문학적 스캔들’이 되기도 하였다. 과연 프랑수아즈 사강을 방불하게 하는 작가 강신재답게 그는 주변의 혹독한 비평에도 아랑곳없이 이름 모를 연인의 동반 자살을 암시하는 「강물이 있는 풍경」, 약물 중독자 남편을 홀로 부양하는 여성 가장의 복잡다단한 내면을 그린 「황량한 날의 동화」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작가적 신념을 결코 저버리지 않았다. ‘여성의 목소리’를 찾고자 고되게 분투하였던 작가 강신재의 고뇌가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메아리치는 듯하다.
여성 문학 컬렉션 중 한국 문학 세 편의 표지는 동양대 김린 교수가 담당하였다. 그동안 공간과 디자인 사이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김린 교수는, 공간과 상황, 시대 속에 가로놓인 여성의 모습을 그려 낸 이들 작품의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각 작품의 주제를 강렬한 표지 작업으로 완성해 냈다. 각각의 소설 속에서 문학적 공간으로 조형된 1970년대 김포공항, 전후의 해방촌, 일제 식민지 시대의 간도를 당대의 실제 지도를 직접 활용하여 책의 얼굴로 재해석했다. 세 편의 작품과 세 가지 표지는, 주어진 현실과 특정 공간에 사로잡혀 있으면서도 그 모든 것을 뛰어넘어 문학과 디자인의 형식으로서 ‘지금 이곳’까지 울려 퍼져 오는 ‘여성들’의 거친 함성을 함께 전한다.
해방촌 가는 길
젊은 느티나무
강물이 있는 풍경
황량한 날의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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