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김기창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9년 10월 25일 | ISBN 978-89-374-7324-1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28x188 · 344쪽 | 가격 14,000원

책소개

 “내 질문에 대답해 봐.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일이 뭐야?”

 

외국인 노동자 훙의 부러진 손가락에서 시작된 비극의 연쇄

오늘의 작가상 수상 작가 김기창이 추적하는 악의 경로

 

 

‘방콕’은 상충하는 ‘존엄’의 문제들이 들끓는 멜팅 팟이다. 김기창은 건조하고 냉정한 문체로 그 문제들을 사건화하고 장면화한다. 싸구려 연민이 아닌, 사태를 입체적으로 조망할 관점을 제시하는 것이다. 타인의 기쁨과 고통을 향하는 공감의 관점, 『방콕』은 소중한 공용어가 되어 준다. -강유정 (문학평론가)

 

삶으로부터의 얄팍한 도피처가 되는 일회용 도시. 희망으로 시작해 절망으로 끝나는 불행의 대피소. 검붉은 액체가 압도적으로 흘러넘치는 하드보일드 바캉스. 『방콕』 안에 이 모든 것이 담겨 있다. -김아름 (《GQ KOREA》 피처에디터)

편집자 리뷰

■ 절대적이고 상대적인 존엄의 무게

2014년 고독사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장편소설 『모나코』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김기창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방콕』이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모나코』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작품은 작가의 ‘공간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으로, 『모나코』에 비해 한층 구체적이면서도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공간 ‘방콕’을 그린다.

인간은 누구나 다 존엄하다. 이것은 인권 개념을 확립한 이래 의심할 수 없는 진리의 명제다. 현실은 다르다. 어떤 인간은 다른 인간보다 덜 존엄하다. 『방콕』은 한국의 공장주로부터 존엄을 침해당했다 여기는 어느 외국인 노동자의 복수에서 촉발된 고통의 연쇄를 추적한다. 베트남 국적의 불법체류 노동자 훙은 한국에서의 복수를 완수하고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한국을 떠난다. 한편 방콕은 서로 다른 환경과 조건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서로 다른 목적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 찾은 사람들의 서로 다른 윤리와 존엄이 뒤섞여 녹아 흐르는 용광로다. 쾌락을 충족하며 여생을 보내고자 은퇴이민을 온 백인 남성, 그로부터 삶의 안정을 획득하는 데에만 골몰하는 태국 여성, 동물권 수호를 위해 방콕을 찾은 백인 여성과 그녀를 사랑하지만 그녀의 높은 윤리의식에는 공감하지 못하는 한국 남성, 돈을 벌기 위해 태국으로 온 베트남 여성과 그녀와 함께 살며 과거를 씻어 내고자 하는 베트남 남성…….

한국과 태국을 오가며 이야기가 진행되는 사이 훙의 선택은 예측할 수 없는 태풍으로 번져 나간다. 고통의 첫 번째 속성, 그것은 부메랑처럼 되돌아온다. 고통의 두 번째 속성, 그것은 연결되어 있다. “하나의 생명체에게 지옥인 곳이 다른 생명체에게 천국일 수는 없어.” 『방콕』은 다양한 층위의 권리와 존엄의 문제가 상충하는 사건을 통해 지금 우리가 도달해 있는 지점이 어디인지 질문한다.

 

■ 방콕은 천사들의 도시가 아니다

방콕의 뜻은 천사들의 도시다. 소설의 주된 무대이기도 한 방콕은 세계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휴양과 향락의 도시 방콕. 그러나 소설이 조명을 비추는 방콕은 천국이 아니다. 생명과 권리는 돈으로 사고 팔 수 있는 소비재이며 돈만 있으면 무엇도 가질 수 있고 또 버릴 수 있다. 송크란이라는 축제 기간 동안 들뜨고 자유로운 상태의 방콕에서부터 악어농장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자리 잡은 방콕, 성을 사고파는 행위에 스스럼없는 사람들로 가득한 방콕…… 방콕은 여러 계급과 인종의 갈등을 겹쳐서 보여 줄 수 있는 공간이다.

 

■하드보일드 누아르의 세계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이자 데뷔작인『모나코』에서 김기창 작가는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침묵의 질병, 고독사를 다루었다. 전부 다 가졌지만 살아야 할 이유만 없는, 까다롭고 냉소적인 노인에게 찾아온 마지막 사랑을 통해 고독사라는 실존적이고 시화적인 문제를 개성적인 인물과 스타일리시한 문체로 표현했다. 시니컬하고 염세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노인의 말과 행동은 블랙유머와 냉소 사이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독특한 페이소스를 자아냈다. 김기창식 하드보일드 문체를 기억하는 독자에게 이번 소설은 더 반가운 소식이다.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누아르적 세계관, 건조하고 냉소적인 하드보일드 문체는 악의 조건을 실감나게 그린다.

 

■ 만들어진 악, 연루된 악인들

수많은 인생이 얽히고설킨 복잡한 그물 속에서 독립된 선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의 악한 선택은 그가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건 타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어떤 영향은 비극과 파괴로 연결된다. 한국, 태국, 베트남, 미국을 배경으로 살아가는 이들 사이의 관계는 언뜻 아무 사이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소설 속 인물들은 자신에게 닥친 비극의 시작을 알지 못하고 이 파괴의 본질을 이해할 수 없다. 거대한 비극을 촉발한 ‘사소한’ 자유, 개인의 선택은 무엇이었을까. 『방콕』은 인간 조건으로서의 ‘악’이 어떻게 발화하고 전개되며 종국에서 폭발하는지 그 경로를 따라간다. 누구도 완전한 악인이 아니지만 고통의 연결고리, 비극의 연쇄 작용 안에서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다.

 

■ 줄거리

훙은 4년 전 러시아 어선을 타고 부산항에 도착했다. 그길로 무작정 버스에 올라 도착한 시골에서 월급 한 푼 못 받으며 소 사료 주고 똥 치우는 일을 하다 23개월 전, 다른 베트남 노동자들을 따라 이곳에 왔다. 장갑차와 탱크 부품 등을 만드는 이 공장은 두 개의 원청 업체에 해당 부품을 납품한다. 직원은 총 302명, 그중 서른한 명은 이주 노동자고 그중 다섯 명은 불법 이주 노동자다. 훙은 그 다섯 명 중 하나다. 누구보다 일을 잘하던 훙이 사고로 손가락 세 개를 다친다. 회사에서는 훙을 해고하고, 다시 오갈 데 없는 신세로 전락한 훙의 마음에는 방향 잃은 복수심이 싹트기 시작한다.

돈 벌어 타국에서 의학 공부 중인 동생에게 보내는 것 이외 다른 생활이랄 것도 없는 일상이었지만 그런 훙에게도 한 가지 취미가 있다. 그림이다. 그리고 훙의 캔버스에는 공장 사장의 딸이자 피아니스트인 정인의 손을 그린 그림으로 가득하다. 사고 후, 방향을 잃은 훙의 복수심은 사장의 가장 소중한 것에게 상처를 주고 싶은 마음으로 향한. 정인, 훙의 캔버스를 가득 채우고 있던 손의 주인공. 훙은 사장의 딸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기 위한 계획을 도모하는데…….

■ 추천의 글

존엄이란 무엇일까? 베트남인 훙은 돈을 벌기 위해서는 버려야 할 것이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바로 존엄이라고. 훙은 한국에 와 손가락 세 개를 잃어버린다. 그러나, 정작 그가 잃어버린 것은 손가락이 아니라 존엄이다. 인간으로서의 최소 권리, 존엄 말이다.

『방콕』은 존엄에 대한 소설이다. 인간이 인간에 대해 존엄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인권이다. 지각 있는 존재는 무릇 생명과 자유,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권리혁명 이후 이 존엄은 시민권, 여성권, 아동권, 동성애자의 권리, 동물권으로까지 확장되었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이 권리 앞에서 얼마나 당당할까? 동물권은커녕 아직 시민의 평등권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방콕』은 다양한 층위의 권리와 존엄의 문제를 질문한다.

-추천의 글에서/ 강유정(문학평론가)

 

한국에서 출발한 스토리는 싱가포르를 경유해 베트남, 그리고 다시 방콕으로 걷잡을 수없이 도약한다. 소설에 설치된 보이지 않는 카메라는 몇 대쯤 될까? 국적, 성별, 신분, 지위, 거주지 모든 것이 전혀 다른 세 명의 남자, 그리고 다섯 명의 여자. 이토록 방대하고 복잡하며 치밀하게 설계된 스토리 안에서 불안을 숙명처럼 떠안은 처연한 인물들은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만나고 어긋난다. 혹시라도 언젠가 이 텍스트가 영상화된다면 「황해」의 구남(하정우 역)을 뛰어넘는 역대급 애잔한 캐릭터가 탄생할 수 있으리라. 난장, 치정, 사고, 복수, 분노, 파국. 『방콕』은 할 수 있는 만큼 온 힘을 다해 오해하고 의심하다 끝끝내 형체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다. -추천의 글에서/ 김아름(《GQ》 피처에디터)

 

■ 본문에서

“섬머는 인간도 동물이라 말하는 사람을 경멸했다. 인간은 동물보다 나은 존재여야 했다. 윤리가 기준이었다. 섬머의 말에 따르면 윤리적이지 않은 인간은 모든 생명체에게 고통만을 안겨 주는, 신의 가장 큰 실수일 뿐이었다.” -29쪽

“고통은 신이 주는 게 아니야. 인간이 만드는 거지.” -32쪽

“조금 전,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섬머는 말했다. 동물이든 사람이든 하나의 생명체에게 지옥인 곳이 다른 생명체에게 천국일 수는 없다고. 누군가의 고통은 부메랑처럼 결국 다른 이들에게 돌아온다고.” -54쪽

“존중과 사랑은 미래를 위해 남겨 두는 거지. 현재는 그냥 즐기는 거고. 떠날 시간이 오면 과거는 방콕에 던져두고 훌훌 날아가는 거야.” -72쪽

“누군가 넘어져서 땅이 파인 자리에는 다른 누군가가 반드시 또 넘어지게 되는 법이야.” -92쪽

목차

1부

2부

3부

4부

작가의 말

추천의 글

작가 소개

김기창

1978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한양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후 이런저런 매체에 글을 쓰고 아이들 가르치는 일을 했다. 2014년 장편소설 『모나코』로 38회 <오늘의 작가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실종된 첫사랑을 찾아 나선 40대 싱글남에 관한 두 번째 소설을 쓰고 있다.

독자 리뷰(2)

독자 평점

4.2

북클럽회원 5명의 평가

한줄평

좀체 끝을 찾을수 없는 복잡한 엑셀서식 마냥 끝없이 뒤엉키고 나뒹구는 연결고리. 간만의 장편 수작.

밑줄 친 문장

고통은 신이 주는 게 아냐. 인간이 만드는 거지."
훙은 미간을 찌푸렸다.
넘어뜨리고 싶지 않아.
잠시 후, 훙이 다시 말했다.
일으켜 세우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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