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 상상력과 환상의 보고 『산해경』에 나타난 한국의 문화, 한국 문화 속에 펼쳐진 『산해경』의 꿈과 무의식
글 정재서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19년 4월 29일
ISBN: 978-89-374-4198-1
패키지: 반양장 · 신국판 152x225mm · 320쪽
가격: 18,000원
상상력과 환상의 보고 『산해경』에 나타난 한국의 문화,
한국 문화 속에 펼쳐진 『산해경』의 꿈과 무의식
동아시아 상상력의 원천 『산해경』
중국의 가장 오래된 신화집인 『산해경』은 동아시아 상상력의 원천이라 할 고전으로 역대에 걸쳐 비상한 주목을 받아 왔다. 그러나 정작 『산해경』과 주변 문화의 상관성에 관한 탐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국내 최초로 『산해경』 역주본을 발표하여 한국 지식 사회에 ‘동아시아 상상력’이라는 화두를 던져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이후 30년간 『산해경』 연구에 매진해 온 정재서 교수(이화여대 명예교수)가 『산해경』과 한국 문화의 상관성을 집중적으로 고찰한 『산해경과 한국 문화』를 민음사에서 출간했다.
‘동이계(東夷系) 고서(古書)’로 통칭되는 『산해경』에는 고대 한국 관련 내용이 풍부히 담겨 있어 한국 문화와의 친연성은 근원적이다. 아울러 장구한 역사 동안 한국과 중국의 문화적 교섭을 고려하면 한국 문화에 수용된 『산해경』의 양상과 의미는 우리의 예상을 훨씬 벗어난다. 그럼에도 『산해경』과 한국 문화의 상관성을 고찰한 책이 전무한 것은 우리 학계 일각에 존재했던 동아시아 문화에 대한 속지주의(屬地主義)적 인식, 신화·상상력 분야에 대한 인식이 취약했던 학풍 등과 관련이 있다. 이 책에서는 『산해경』의 적용 범주를 중국 대륙 밖으로 확장 하여 『산해경』이 지닌 동아시아 상상력의 공유 자산적 의미를 실감함은 물론, 한국 문화의 해석 근거를 기존의 국학 범주에서 벗어나 ‘기서(奇書)’에까지 확대하여 한국 문화의 근원에 대한 다양한 인식의 가능성을 보여 준다.
또한 신화서로서의 성격뿐 아니라 지리, 민속학, 종교학, 역사학, UFO, 첨단 과학까지 그 관련성을 확장할 수 있는 『산해경』의 기발한 이야기와 독특한 이미지들을 잘 활용한다면 오늘날 대부분 서구 신화나 중세의 마법, 기사 이야기를 소재로 활용하고 있는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만화 등의 문화 산업 분야에서도 서양 상상력 중심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문화를 창출하는 데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책머리에
1 서론
2 『산해경』과 주변 문화
1) 다원적 중국 문명 기원론
2) 『산해경』 문화의 상호 텍스트성
3) 『산해경』의 성립 주체와 한국 문화
3 『산해경』 속의 한국 문화
1) 역사・지리 관련 내용
2) 신화・민속 관련 내용
4 한국 신화와 『산해경』
5 삼국 시대에서 고려 시대까지의 『산해경』 수용
1) 삼국 시대 및 통일 신라 시대 개관
2) 고려 시대 개관
◇ 사례 연구: 고구려 고분 벽화의 신화적, 도교적 제재에 대한 새로운 인식
6 조선 시대의 『산해경』 수용
1) 문학・예술 분야
2) 역사・지리・민속 분야
◇ 사례 연구: 「척주동해비」에 표현된 『산해경』의 신화적 이미지들
7 근대 이후의 『산해경』 수용
1) 문학・예술 분야
2) 문화 산업 분야
◇ 사례 연구: 『산해경』의 시적 변용
8 결론
『산해경』 인용 문집 현황 도표
참고 문헌
중문적요
찾아보기
이 책의 구성
『산해경』과 주변 문화
『산해경』은 한 가지 계통의 문화로 이루어진 책이 아니라 주변 여러 종족과의 교류와 융합을 거쳐 성립된 상호 텍스트적인 문화를 담고 있는 고전이다. 2장에서는 『산해경』의 다원적인 문화 상황을 드러내고 그 내용을 개술한다. 이 과정에서 중국 상고 문화에 대한 고고학적, 인류 학적, 신화학적 성과들이 원용된다.
『산해경』 속의 한국 문화
『산해경』에는 은(殷) 및 동이계 문화 요소가 풍부하다. 따라서 고대 한국 문화와 상관된 명시적 혹은 암시적 표현들이 다수 존재한다. 명시적 표현은 역사, 지리 등과 상관되고 암시적 표현은 대부분 환상적 표현으로서 신화, 민속 등과 관련된다. 저자는 3장에서 『산해경』 내의 고대 한국 문화 관련 역사, 지리, 신화, 민속 기사들을 추출, 분석함으로써 『산해경』과 한국 문화 의 근원적 상관성을 확인한다.
조선, 숙신, 부여, 개국, 맥국 등 『산해경』에 보이는 고대 한국의 역사, 지리 관련 자료들은 이 종족의 활동 무대가 한반도 북부로부터 중국 대륙의 동북 3성과 하북성에 걸치는 영역이었음을 알려 준다. 이러한 의미에서 주변 문화적 요소를 풍부히 지닌 『산해경』은 중원 중심주의 혹은 식민사관에 의해 고대 한국의 영역을 한반도 또는 그 인근으로 귀속시키고자 했던 편향된 인식을 수정할 근거를 지닌 텍스트로 평가된다. 또한 『산해경』은 그 성립 연대가 현존하는 어떤 한국 신화 자료보다도 앞서 있어 ‘원신화(原神話)’라고 부를 만하다. 이들 신화・민속 자료 는 후대 한국 문화와의 계승 관계에 대한 검토를 통해 인증될 경우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결국 『산해경』에는 현존하는 중국의 주변 국가 중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한국과 관련된 고대 문화 자료가 풍부히 남아 있으며 이는 『산해경』 텍스트의 다원적 문화 상황을 입증하는 것임과 동시에 『산해경』 성립 주체의 고대 한국에 대한 인식과 이해가 다양하고 깊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국 문화 속의 『산해경』
『산해경』은 한국에 전래된 이후 장구한 시기 동안 한국 문화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한국 신화는 문헌 신화, 구전 신화를 막론하고 『산해경』 신화를 적지 않게 수용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 신화와 한국 신화 간의 긴밀한 관계성을 의미한다. 특히 단군 신화와 고구려 건국 신화 등 문헌 신화는 중국 신화와 계보학적으로도 관계가 있다. 이러한 논의는 한국 신화를 상고 대륙 문화의 맥락과 상관하여 사유할 필요성과 중국 신화도 동아시아 신화의 차원에서 그 개념 과 범주를 재고해야 할 필요성에 대한 인식으로 이끈다.(4장)
삼국 시대와 통일 신라 시대는 고구려 고분 벽화나 백제 금동대향로 등 유적과 유물에 표현 된 『산해경』 모티프들을 볼 때 그 수용이 상당한 수준에 이를 정도로 『산해경』에 대한 인식이 깊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고구려 감신총 벽화의 서왕모(西王母) 도상을 비롯, 신라의 선도 성모(仙桃聖母) 전설, 최치원의 시문에 묘사된 서왕모 이미지 등은 한국에서 일찍부터 서왕모 신앙이 싹텄음을 증명한다. 고려 시대는 이전 시대에 비해 『산해경』과 관련된 유적, 유물 자료는 적으나 문헌 자료가 급증하여 다수 문인들의 작품에서 이 책을 활발히 원용했음을 알 수 있다. 불교 국가인 고려는 사상적으로 조선 시대보다 융통성이 있었으며 한때는 도교가 흥성해서 특히 도교와 친연관계에 있는 『산해경』에 대한 관심이 보다 자연스러웠다. 이는 서왕모 신상(神像)을 만들어 경배했다는 기록과 현재 남아 있는 서왕모 소상(塑像) 등으로도 확인된다.(5장)
조선 시대의 문인들은 이전의 어느 시대보다도 다양하게 『산해경』을 수용하여 자기화했다. 그들은 시와 산문, 비평, 의론 등은 물론 지적 유희와 여흥을 위해서도 『산해경』을 활용했다. 시와 소설에서는 서왕모 관련 모티프들이 가장 빈번하게 등장했지만 소소한 지엽적 소재들까지 취할 정도로 『산해경』에 대한 이해는 세밀해졌다. 희문(戲文)인 「동황경보경(東荒經補經)」 및 주석의 창작은 조선 문인들의 『산해경』 운용이 자유로웠음을 보여 주며 『산해경』에 대한 심도 있는 의론이 계속 제기된 것은 이규보에 이어 자생적 『산해경』 연구의 실례를 보여 준 것이다. 예술 방면에서는 조선 후기 「요지연도(瑤池宴圖)」의 유행과 「헌선도(獻仙桃)」 등 악무(樂舞) 공연을 통해 서왕모에 대한 애호가 궁중을 넘어 대중에게까지 확산된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시, 소설 등에서의 서왕모 열풍과 맞물리는 현상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실학파의 실증 정신, 청대 고증학의 영향 등으로 조선 후기 개인 문집에서 역사, 지리, 사물 고증이 성 행하면서 『산해경』은 중요한 참고 자료로 부상했다. 아울러 『산해경』의 지리 구조와 도교적 지리관을 결합한 세계지도 「천하도(天下圖)」가 제작되었는데 이는 실재계와 상상계를 통합한 세계 인식을 보여 주는 조선 지리학의 작품이었다. 그리고 민간에서의 벽사(辟邪)를 위한 치우(蚩尤) 숭배라든가 해일을 막기 위해 『산해경』의 이미지를 동원한 「척주동해비(陟州東海碑)」의 건립 등은 『산해경』이 주술적 의도로도 활용되었음을 보여 준다.(6장)
근대 이후의 『산해경』 수용을 살펴보면, 현대 문학 방면에서 황지우, 김현, 박인홍 등이 선구적으로 『산해경』을 수용했고 뒤를 이어 권혁웅, 성석제, 김탁환 등 다수 문인들이 『산해경』의 기발한 상상력에 매료되어 작품을 남겼다. 특히 황지우의 「산경(山經)」은 조선 시대 「독산해경 (讀山海經)」 시 창작의 전통을 이었다는 의미가 있다. 예술 방면에서는 『산해경』의 신화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재현한 화가 서용선, 『산해경』의 여신 이야기를 발레로 구현한 무용가 조기숙의 안무가 참신하다. 문화 산업 방면을 살펴보면, 문화 산업은 참신하고 기발한 상상력, 이미지, 스토리 자원을 필요로 하는데 이러한 필요에서 『산해경』은 오늘날 동아시아권에서 각광받는 문화 산업 소재가 되었다. 한국은 최근 『산해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만화, 애니메이션, 웹툰, 드라마 등에서 이 책의 소재를 활용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소재의 단편적인 수용에 머물러 있고 짜임새 있는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대작은 출현하지 않았다. 그것은 『산해경』, 나아가 동양 신화에 대한 이해 수준이 보다 제고될 때 가능할 것이다.(7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