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프루프북] 밤의 승리

이디스 워튼 | 옮김 김지혜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9년 7월 12일 | ISBN 978-89-374-4348-0 [절판]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13x188 · 84쪽 | 가격 13,000원

시리즈 쏜살문고 |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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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우리가 꼭 마주해야 할 찬란한 공포,

‘쏜살 문고 워터프루프북’으로 만나는 여성 고딕 소설의 세계!

 

지난해 『82년생 김지영』, 『보건교사 안은영』 등 수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가 친환경적인 데다 방수·방습 기능까지 지닌 ‘워터프루프북’으로 여름 인사를 올렸었다. 바다, 수영장 등 휴가지에서는 물론, 욕조와 사우나 같은 일상적인 장소에서도 물과 습기에 구애 없이 마음껏 즐길 수 있었던 ‘워터프루프북’이, 2019년 여름, 세계 문학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여성 거장 세 명의 고딕·호러 소설과 함께 다시 돌아왔다.

 

해마다 여름이면 ‘납량 특집극’ 같은 이름을 달고 영화, 드라마, 소설 등이 쏟아져 나온다. 이제는 친숙하게 느껴지는 ‘공포’ 장르의 줄기를 하나하나 더듬어 올라가다 보면, 마침내 ‘고딕 소설’과 마주치게 된다. ‘고딕 소설’은 18세기부터 19세기에 걸쳐 영국 등지에서 크게 유행한 장르로, 중세의 그로테스크한 고딕 양식을 방불하게 하는, 이를테면 고성과 흉가, 마법과 저주, 괴기하고 무시무시한 분위기로 가득한 일군의 작품들을 가리킨다. 인간의 근원적인 공포를 자극하며 현대 문화에까지 큰 영향을 끼친 ‘고딕 소설’은 유령과 괴물, 초능력과 미지의 존재, 수수께끼 같은 심리 현상 등의 형태로 여전히 우리 곁에 자리하고 있다.

 

제인 오스틴의 『노생거 사원』에 등장하는 주인공 캐서린이 앤 래드클리프 등 여성 작가의 ‘고딕 소설’을 탐독하였듯이, 예로부터 이 장르는 여성 독자들이 크게 사랑하고, 여성 작가들이 눈부시게 활약한 분야였다. 불과 100여 년 전만 해도 여성들은 주류 문단에서 자유로이 활동할 수 없었고, 메리 셸리처럼 익명으로 책을 내거나 조지 엘리엇 또는 샬럿 브론테처럼 남성의 이름 뒤에 숨어 살아야 했다. 하지만 그 어떤 억압도 여성 작가들의 펜을 꺾을 수는 없었다. 여성 작가들은 황야로 나가 자신들만의 새로운 영토를 개척했고, 그중 하나가 바로 ‘고딕 소설’이었다.(물론 ‘고딕 소설’을 쓴 남성 작가도 적지 않지만, 여성 작가들이 두드러지게 활동한 장르였다.) 첨단의 과학 기술, 중세적 마술, 공포와 황홀이 뒤섞인 ‘고딕 소설’의 세계는 여성 작가와 독자들이 자기들의 억눌린 소망과 족쇄 같은 현실을 마음껏 초월할 수 있는 환상의 장(場)이었고, 문학적 열망을 정열적으로 승화해 낸 영역이었다.

 

올해 ‘워터프루프북’은, SF와 공포 문학의 기념비적 걸작 『프랑켄슈타인』을 써낸 메리 셸리, 영국 소설의 위대한 전통을 세운 조지 엘리엇 그리고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하며 미국 문학사에 큰 획을 그은 이디스 워튼에 이르기까지, 세 거장들의 ‘고딕 소설’을 엄선하여 선보이고자 한다. 오늘날 시각에서 보자면 전혀 ‘공포’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각각의 작품 속 행간에 숨은 환상과 불안, 기막힌 상상력과 환희를 음미하다 보면, 어느새 ‘고딕 소설’의 세계에 흠뻑 취하게 될지도 모른다. 두려움은 언제나 가장 매혹적인 손짓이다.

편집자 리뷰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하며, 미국 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이디스 워튼의 ‘고딕 소설’ 두 편을 엮었다. 평소 유럽의 고전과 심령 현상에 매료되었던 워튼은, 산업 혁명 이후의 세계 속에서 미국이라는 토양 위에 독자적인 ‘고딕 소설’을 꽃피워 낸다. 1900~1910년대 사이, 비교적 초기에 쓰인 「기도하는 공작 부인」과 「밤의 승리」를 엮은 이 책은, 심리 소설뿐 아니라 호러 문학에도 현저한 재능을 보인 워튼의 색다른 면모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저자는 이들 작품에서, 가정이라는 울타리에 사로잡힌 여성한테 결혼 생활이 얼마나 큰 공포가 될 수 있는지를 경고하고, 고도화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새로운 메피스토펠레스로 떠오른 ‘돈’의 존재를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표제작 「밤의 승리」는 시골 노부인의 비서로 막 취직한 젊은이 팩슨이 늦은 밤에, 맹렬한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노스리지 역에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본래 자신을 데리러오기로 한 마차는 오지 않고, 폭설 탓에 연락도 두절된 상태다. 때마침 구세주처럼 미국 동부의 내로라하는 재벌의 조카이자 아름다운 용모를 지닌 라이너가 나타나고, 팩슨은 행운인지 불운인지 모를 이 기회를 엉겁결에 움켜쥐게 되는데……. 더불어 워튼의 초기작이자 작가의 유럽(이탈리아) 취미와 자전적 요소가 직접적으로 반영된 「기도하는 공작 부인」도 함께 수록돼 있다. 먼 옛날, 이탈리아 비첸차에 살던 어느 공작 부인의 비극적인 삶을, 마치 아득한 전설처럼 우리에게 들려준다.

목차

차례

기도하는 공작 부인

밤의 승리

작가 소개

이디스 워튼

1862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1866년부터 1872년까지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각지를 돌아다니며 생활했다. 학교에 다니는 대신 가정교사로부터 교육을 받으며 아버지의 서재에서 문학, 철학, 종교 서적을 탐독했고, 1878년 처음으로 시집을 출간했다. 1885년 에드워드 로빈스(테디) 워튼과 결혼했으나, 애정 없이 시작한 결혼 생활은 불행했다. 1894년부터 심각한 신경쇠약을 앓았는데, 이는 사회적 지위와 작가로서의 야심 사이의 갈등과 불행한 결혼 생활의 영향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신경쇠약을 치료할 겸 유럽으로 여행을 떠나 여러 나라를 옮겨 다니며 생활했다. 1차 세계대전 때에는 프랑스에서 전쟁 구호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쳤고, 이 공로로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전쟁이 끝난 뒤 발표한 『순수의 시대』(1920)로 1921년 여성 최초로 퓰리처 상을 수상했다. 1913년 남편과 이혼하고 1937년 파리에서 사망할 때까지 프랑스에서 살았다. 대표작으로 『환락의 집』(1905), 『이선 프롬』(1911), 『암초』(1912), 『여름』(1917) 등이 있다.

독자 리뷰

독자 평점

4

북클럽회원 1명의 평가

한줄평

여성작가의 고딕소설. 모호하고 애매하지만 그만큼 매혹적이고 상상을 자극하는.

밑줄 친 문장

그러다가 시선을 돌려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얼어붙은 공포였다. 한 인간의 얼굴이 어찌 그런 증오, 반감, 수심으로 가득 찰 수 있을까. (14)
하지만 낸시아 이모할머니는 공작 부인이 간혹 가운을 두르는 모습을 보았고, 그런 변화가 있을 때면 그녀가 더욱 사랑스러워 보였더랍니다. 그 모습에 공작은 심히 불쾌해했지만요. 공작은 더욱 자주 저택을 찾았고. (22)
‘지하실 입구에 당신의 흉상을 놓는 데에는 나름의 특별한 목적이 있소. 그 안에서 영면하는 성녀에 대한 당신의 깊은 신앙심을 기릴 뿐 아니라 통로 출입문을 막아 버려 성스러운 순교자의 유해가 영원히 보존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지금까지는 신성 모독 행위에 스스럼없이 노출되지 않았소?’ (33)
‘불필요한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눈치를 지닌 자, 내 사촌을 위하여! 그와 당신의 장수를 빌며 들이켜리다, 부인!”
그녀는 거친 목소리로 말했지요.
‘그리고 저는 그의 복된 죽음을 기원하며!’ (39)
앞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낮은 신음 소리가 흉상 앞쪽에서부터 들리더랍니다. 그 흉상의 얼굴은 분명 그저께까지만 해도 상냥하고 미소를 띠었건만, 나리도 아시다시피 입술에서부터 신음 소리가 나는 것 같은 형상을 하고 있더랍니다. 할머니는 소름 돋았으나 흉상에서 새어 나오는 신음 때문에 소리치지도, 움츠러들지도 못했지요. (41)
그(프랭크 라이너 / 삼촌 존 래빙턴)는 매우 점잖고 스무 살도 채 되지 않은 듯한 젊은이였다. 팩슨은 그의 얼굴이 통틀 녘 같은 싱그러움으로 가득함에도 지나치게 초췌하고 주름졌다고 생각했다. 마치 그의 몸속에 내재한 기운찬 영혼을 연약한 육체가 겨우 에두르고 있는 것처럼. (45)
길고 혈색이 돌지 않는 상한 손은 그가 쓸어 넘긴 이마보다 나이 들어 보였다.
“기이하군요. 얼굴은 건강해 보이는데 손은 시들거리니.”
비서는 젊은 라이너가 장갑을 끼는 편이 더 좋으리라고 생각했다. (50)
최상의 안락함을 전적으로 제공받고 있음에도 기묘한 서늘함과 음산한 기운이 느껴졌다. 무엇 때문이었는지는 불분명했지만 아마도 래빙턴 씨의 강렬한 이미지, 즉 매우 부정적이거나 매사에 극단적인 그 이미지가 이 저택 곳곳에 불가사의한 방식으로 스며 있는 것이라 여길 뿐이었다. (52)
바로 그 순간 팩슨은 방 안에서 다른 누군가의 인기척을 느꼈다. 그가 인장을 가지러 위층에 가 있는 동안 새로 합류한 사람일 터였다. 새 손님은 래빙턴 씨의 연배였고 풍채도 엇비슷했으며, 바로 그의 의자 뒤편에 서 있었다. 팩슨이 새 손님을 처음 본 순간, 그는 젊은 라이너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관찰하고 있었다. (57)
그 형상은 여전히 서 있었다. 방금보다 더 선명하고, 더욱 닮은꼴로 래빙턴 씨의 등 뒤에 서 있었다. 래빙턴 씨는 조카를 애정 어린 눈길로 계속 바라보았지만 그의 닮은꼴은 종전에도 그러했듯이 경멸에 찬 눈초리로 젊은 라이너를 노려보고 있었다. (66)
“저곳에 대문이 있소. 오 분이면 도착할 거요.”
그는 말을 하면서 경계를 이루는 울타리 너머 칠흑 같은 길가 끝자락 저 멀리에서 비치는 빛줄기를 붙들었다. 그의 머릿속에 담긴 모든 세세한 장면들을 비추던 것과 같은 빛이었다. 그리고 짓이겨진 현실에 다시금 봉착했다. 안 된다. 이 청년을 그들에게 돌려보내서는 안 된다! (78)
“유언이 검증을 통과하다,”
그는 다른 무엇보다도 찾고 있던 문구를 발견했다. 그 문장이 라이너 씨의 죽어 가는 눈동자처럼 그를 향하고 있었다.
바로 그것이 그가 한 일이었다. 연민의 힘이 그를 선택하여 경고하고 구원하라고 하였으나 그는 그들의 부름에 귀를 닫아 버렸고 손을 떼었으며 도망쳐 버린 것이었다. 명확한 경고였는데도 불구하고! 수위실에서의 끔찍한 순간이 떠올랐다. 라이너 씨를 곁에 밀쳐 두고 자리에서 일어섰을 때 그는 자신의 손을 보았었다. 붉은색이었다…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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