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진심

조해진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9년 7월 5일 | ISBN 978-89-374-4194-3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5x205 · 268쪽 | 가격 13,000원

책소개

우연한 생명을 삶의 곁으로 끌어당긴 사람들
이름을 부르며 시작되는 돌봄의 마음

신동엽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수상 작가
조해진 신작 장편소설

편집자 리뷰

신동엽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수상 작가 조해진의 신작 장편소설 『단순한 진심』이 출간되었다. 『단순한 진심』은 프랑스로 입양된 한국계 극작가 ‘나나’가 뜻밖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된 후, 자신의 기원을 찾아 한국행을 택하며 생에서 한 번도 겹칠 거라고 생각지 못했던 이들을 만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조해진은 꾸준히 역사적 폭력에 상처를 입은 개인에 주목하는 작품을 선보여 왔다. 이번 신작에서 역시 특유의 감수성으로 해외입양 문제와 기지촌 여성의 존재를 틔워 올린다. 유실물처럼 쓸쓸한 이들이 지닌 가장 밑바닥의 감정을 파고드는 동시에 그들을 홀로 두지 않는다. 한 걸음 더 타인의 쪽으로, 그리고 한 뼘 더 깊이 타인과 연루되는 인물들을 그린다. 서로가 서로에게 점등의 순간, 구원의 순간이 될 수 있다는 ‘빛의 소설’로 많은 독자들에게 위로를 전한 작가는 『단순한 진심』을 통해 삶에 등장한 우연한 타인을 외면하지 않고 기꺼이 이름을 부르고 껴안으려는 ‘곁의 소설’을 선보인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단순한 진심』의 주인공 ‘나나’가 임신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한국행을 결심한 데에는 그의 오랜 결핍을 건드린 한국의 대학생 ‘서영’의 메일이 있었다. 서영은 나나의 입양 전 이름인 ‘문주’의 의미를 찾는 과정을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밝힌다. 그리하여 한국에 온 나나는 자신의 이름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만난 타인의 이름을 기억하는 일에도 몰두한다. 만나는 이들의 이름을 묻고, 거쳐 간 서울 곳곳의 지명을 묻고, 그 의미를 묻는다. 『단순한 진심』에서 먼 시공간을 지나 우연히 마주치게 된 이들은 서로의 이름을 알기 위해 애쓴다. 한 인터뷰에서 조해진은 “시공간적으로 떨어진 사람들이 소통하고 유대하는 이야기가 저에게는 제가 가닿을 수 있는 희망의 종착지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소설을 읽고 난 독자들의 두 손에는 작가가 다다른 희망의 종착지가 만져질 것이다. 체온보다 1도쯤 더 높은, 미세하지만 분명히 따뜻한 희망의 온도가 전해질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증인이 되는
『단순한 진심』의 인물들은 기꺼이 서로에게 연루된다. 서영은 나나가 버려지고 또 구해진 청량리역의 철로, ‘문주’라는 이름으로 살던 기관사의 집, ‘에스더’라는 이름으로 살던 인천의 보육원을 빠짐없이 되짚으며 나나의 삶을 자신의 영화에 담는다. 나나는 머물게 된 건물 1층의 ‘복희 식당’ 주인 할머니로부터 “아기 가졌을 땐 무거운 거 드는 거 아니야.”라는 환대와 보호의 말을 듣고, 생면부지였던 노인의 삶을 상상한다. 나나가 배 속에 아기를 품은 채 한국에 온 몇 달, 그 여름 동안 이들은 어떤 관계보다 끈끈하게 얽힌다. 타인이 일러준 한 마디에 자신이 내내 지니고 있던 뿌리 깊은 오해와 증오를 차츰 해소하기도 한다. 『단순한 진심』의 타인들은 그렇게 서로의 삶에 스며든다. 조해진의 소설에는 줄곧 자신을 향한 탐색과 타자를 향한 응시의 시선이 공존해 왔다. 혼자만의 절망으로 빠지지 않고, 타인의 삶 쪽으로 손을 뻗는 마음은 조해진 소설의 힘이자 조해진이 믿는 인간성이다.

■줄거리

35년 전 프랑스로 해외입양이 되어 파리에서 배우이자 극작가로 살고 있는 ‘나나’. 그는 어느 날, 자신의 삶에 중요한 갈림길이 될 두 가지 소식을 받아들게 된다. 하나는 자신이 헤어진 애인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 또 하나는 그를 주인공으로 영화를 찍고 싶다는 한국의 대학생 ‘서영’의 이메일이다. 서영은 나나가 해외로 입양되기 전, 그를 보호했던 한 기관사가 지어 준 ‘문주’라는 이름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영화에 담고 싶다며 나나를 설득한다. 나나는 결국 배 속의 작은 생명에게 ‘우주’라는 이름을 붙이고, 서영의 제안을 따라 이름의 기원을 알기 위해 한국행을 결심한다. 그의 인생에서 접힌 페이지였던 나라로, 스크린 바깥의 인물들이었던 이들을 만나기 위해.

■본문에서

이름은 집이니까요.

서영의 두 번째 이메일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름은 우리의 정체성이랄지 존재감이 거주하는 집이라고 생각해요. 여기는 뭐든지 너무 빨리 잊고, 저는 이름 하나라도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 사라진 세계에 대한 예의라고 믿습니다.
-17쪽

그 기관사는 철로에서 나를 구한 사람이었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한다면, 그는 자신이 운전하던 기차를 급정거하여 그 기차에 치일 뻔한 나를 구했다. 멈춰 선 기차 앞에서 겁에 질려 울고 있던 신원 미상의 여자아이를 그는 무슨 이유에선지 경찰서나 고아원에 바로 보내지 않았고, 대신 어머니와 살던 집으로 데려가 문주라고 부르며 보호해 주었다. 서영의 말대로 이름이 집이라면, 나는 그 이름 안에서 1년 가까이 거주한 셈이다.
-20쪽

내 삶의 바깥엔 문주가 있었다. 프랑스로 떠난 나와 달리 한국에 남은 문주가 한국에서 살며 나와 같은 속도를 나이를 먹어 왔을 거라고 가정하면 평행하는 두 개의 삶이 불가능할 것도 없었다. 특별한 날, 기분이 좋은 날, 기분 좋은 상태를 의심하다가 결국 비참한 기억에까지 가닿는 날, 아무런 근거나 맥락도 없이 주변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버림을 받으리란 예감이 드는 날, 나는 비상약을 찾듯 스크린의 바깥에 있는 문주를 소환하곤 했다. 문주를 상상하는 게 나는 좋았다.
-58쪽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자 시야가 닿는 모든 곳에서 여름 햇살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작은 질그릇 안에 퍼지는 녹색의 잉크처럼 당분간 내 몸속으로 번져 들어오는 여름은 그 농도가 더더욱 짙어질 터였다. 그건, 우주의 뼈와 피, 장기와 피부가 열매처럼 익어 간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68쪽

■작가의 말

어느 날 거리를 걷다가 저를 스쳐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저 많은 사람들은 어디에서 왔는지, 어떻게 살아왔고 앞으로는 또 어떤 생을 살게 될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저마다 다른 그들의 근원과 살아온 과정과 먼 미래를 생각하니 생명만큼 위대한 것은 없다는 생각도 들었지요. 그날, 생명이 화두인 소설을 쓰고 싶다는 마음도 시작되었습니다. 어쩌면 하나의 온전한 우주가 되기도 전에 사라진 사람들을 기억하고 싶어서 이 소설을 쓰기 시작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게 조금이나마 자격이 있다면, 『단순한 진심』은 이 세상 모든 생명에 바치는 저의 헌사라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추천의 말

진심이라는 말처럼 매우 흔하나 그 실체를 알 리 없는 말도 없다. 조해진은 진심이라는 관념의 공간을 느리게 거닐면서 그 지명에 담긴 의미를 구체적으로 밝힌다. 우리 모두의 이름은 언젠가 한 존재가 타인을 위해 진심을 담아 건넨 최초의 말이라는 것을. 이름을 부르는 것은 인간이 타인을 껴안는 첫 번째 방법임을. ―김현(시인)

이 부박한 연루됨은 역설적으로 힘이 세다.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사회의 주류성에서 소외·배제된 이들이라는 공통점을 지니며, 각자 내밀한 상처와 고통을 경험했다. 그렇기에 그들은 타인의 상처와 고통을 민감하게 알아보고 과감히 손을 내밀 수 있다. 그들이 지금 내민 손은, 예전에 그들이 잡은 누군가의 손이기 때문이다. ―김미정(문학평론가)

목차

단순한 진심 7

작가의 말 255
추천의 글 259

작가 소개

조해진

1976년 서울 출생. 200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 소설집 『천사들의 도시』, 『목요일에 만나요』, 『빛의 호위』, 장편소설 『한없이 멋진 꿈에』, 『로기완을 만났다』, 『아무도 보지 못한 숲』, 『여름을 지나가다』 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이효석문학상, 김용익소설문학상, 백신애문학상, 형평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독자 리뷰(11)

독자 평점

4.5

북클럽회원 29명의 평가

한줄평

입양아들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밑줄 친 문장

있잖아요 왜
사진의 접힌 부분 같은거
펴본 뒤에야 전체 숏의 중요한 일부였다는 걸 알게되는
그때 너의 카메라가 나를 살린 거야.
설치된 셔터는 마치 연극이 끝났다는 것을 알리는 암막 커튼처럼 철컥 소리를 내며 내려왔다. 남자들은 마지막으로 조등을 떼어 내어 바닥에 내던져 버리고는 트럭을 타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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