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와라 사쿠타로는 일본 구어자유시의 완성자라 일컫는다. 그는 같은 시대의 천재 시인 기타하라 하쿠슈, 이시카와 타쿠보쿠와 함 1910년대의 일본의 근대시를 자유시가 대세를 이 루도록 하게 한 시인이다. 그의 처녀시집 <달을 향해 짖다>는 당시로서는 전혀 새로운 문학적 지평을 연 획기적인 시집이었다. 언어가 개념적 의미나 설명이 아닌, 리듬과 이미지로서 포착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시인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에 위치한 실존감, 시정신이 언어와 일체화를 통해 상징적으로, 암시적으로 표백되고 있다. 그의 시 세계는 실제 인생 속에서 일본적인 것, 전통적인 것에 대한 부정과 반항, 투쟁에서 출발하여 다시 그 품에 회귀하기까지의 고독하고 외로운 인생 역정을, 다른 어느 근대시인보다도 처절하게, 예리하게, 그리고 순수하게 시화시킨, 영혼의 향수를 가장 갈망한 인간적인 시인이 었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의 시단에서는 정지용, 윤동주가 무리없이 소개되고 국제학회까지 있다. 물론 국제 이시카와 타쿠보쿠 학회 등도 우리나라가 직접 관장하지는 않지만, 이미 전공자 사이에서는 보 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이다. 일본의 시단에서 정지용 등의 시가 무리없이 읽히는 것은 그들의 감성과 시정이 우리 것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이다. 그렇지만 반대로 일본시인들이 소개되고 읽히지 않는 이유는 이러한 감성의 차이 때문이 아니라, 다분히 <일본 것을 알고 싶기는 하지만 왠지>라는 막연한 규정과 정부 정책의 잘못 탓이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시조를 폴란드에서 소개하는 역할을 했던 연세대 노문과(폴란드어 전공)의 최건영 교수는 폴란드에서 <하이쿠>가 소개되고 널리 읽히는 것을 보고, 우리 시조의 가능성도 보았다 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문화와 문학의 교류적인 모더니즘의 시대로 도래하게끔 하게 한 것에는 하쿠슈의 배려와 영향이 숨어 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땅 밑의 병든 얼굴 대 대 천상액사 살인 사건 슬픈 달밤 개구리의 죽음 봄날 밤 달 지새는 새벽 고양이 이른 봄 사랑을 사랑하는 사람 푸른 나뭇가지 끝을 우러러 강한 팔에 안기다 군중 속을 찾아 걷다 파란 고양이 검은 풍금 요염한 묘지 파리한 말 사상은 하나의 미장(美匠)인가 유전 절망의 도주 일찍이 신앙은 지상에 있었다 불타 우체국 창구에서 밤기차 여행길 도네가와 강변 중학교 교정 고이데 신작로 히로세가와 공원 의자 방랑자의 노래 귀향 육교를 건너다
해설/ 地面の底の病氣の顔 竹 竹 天上縊死 殺人事件 悲しい月夜 蛙の死 春夜 ありあけ 猫 陽春 戀を戀する人 靑樹の梢をふぎて 强い腕に抱かる 群集の中を求めて步く 靑猫 黑い風琴 艶めかしい墓場 蒼ざめた馬 思想は―つの意匠であるか 遺傳 絶望の逃走 かつて信仰は地上にあつた 佛陀 郵便局の窓口で 夜汽車 旅上 利根川のほとり 中學の校庭 小出新道 廣瀨川 公園の椅子 漂泊者の歌 歸鄕 陸橋を渡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