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콜링

이소호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8년 12월 19일 | ISBN 978-89-374-0874-8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24x210 · 168쪽 | 가격 12,000원

수상/추천: 김수영 문학상

책소개

남김없이 드러내고,

거침없이 고발하며 완성된

가장 사적이고 보편적인 주체의 탄생!

 

제37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

편집자 리뷰

▶ 스스로를 맹랑하게 조롱하면서 허위의 옷을 찢고, 날카로운 아이러니의 칼 속으로 투신하여 기꺼이 찔린다.

―김행숙(시인) / 심사평에서

 

▶ 자기를 찢어 그 찢어짐의 현장을 고통스럽게 전시하고 오직 효과적인 전시에 골몰함으로써 희열을 느낄 수 있었던 이 목소리의 주인에게 그에 가장 걸맞은 상이 돌아가게 된 것을 축하한다.

―정한아(시인) / 심사평에서

 

▶ 가차 없이 폭력의 중심부를 강타하고, 그 실체를 드러내고, 뿌리에 비판을 감행한다.

―조재룡(문학평론가) / 심사평에서

 

제37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 『캣콜링』이 민음의 시 253번으로 출간되었다.(심사위원 김행숙, 정한아, 조재룡) 2014년 《현대시》로 등단한 이소호 시인은 첫 번째 시집 『캣콜링』을 통해 가장 새로운 ‘고백의 왕’을 선보인다. 2018년에 탄생한 ‘고백의 왕’은 성폭력의 유구한 전통과 끔찍한 일상성을 폭로한다. 『캣콜링』을 통해 세상에 나온 시적 화자 “경진”은 지극히 사적인 영역까지 낱낱이 펼쳐 보이며 가부장제와 폭력적인 일상에 거친 조롱을 뱉어 낸다.

고발과 폭로를 통한 심리적 진실이 시집의 한 축이라면 다른 한 축에는 내면의 고통을 예술 작품으로 분출해 내는 ‘전시적’ 진실이 있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니키 드 생팔 등 현대 여성 미술가들에게 영감을 받은 시편들을 미술 작품처럼 배치하고 사진과 그림, 타이포그래피 등 시각적 효과를 적극 활용한 이미지를 통해 독자들이 고통과 폭력의 현장을 다층적으로 마주하도록 한다. 거칠고 공격적이면서도 지적인 이소호의 시 세계는 격정적이고도 이지적인 시인들의 계보를 새롭게 이어간다. 이제 시집 『캣콜링』이 놓아 둔 카펫을 따라 경진의 전시관으로 입장할 시간이다.

 

 


 

■ 아카이빙의 시, 아카이버로서의 시인

 

동생이 일기를 쓸 때

나는 낯선 우리에 대한 시를 쓴다

지긋지긋하게 우리로 묶이는 그런

시를

―「마이 리틀 다이어리―경진이네」에서

 

경진은 일기를 쓰듯 자신을 아프게 하는 것들에 대해 써 내려간다. 유년 시절의 작고 낡은 집과 그 안의 가족, 성인이 된 뒤 만난 남자들까지 경진은 자신의 가장 내밀한 시간과 공간을 부지런히 쓴다. 차곡차곡 아카이빙하듯 기록된 사소하지만 명징한 침범들은 누구도 쉽게 눈치 채지 못하는 속도로 그녀를 잠식한다. 경진의 동생은 “내가 꼭 너보다 먼저 죽을 거야”(「복어국」)라고 말하며 구더기를 씹고, 경진은 아무 사이도 아닌 남자에게 “여자들은 정말 이상하지. 멀쩡히 잘 만나다 꼭 이러더라. 됐어 기분 다 망쳤어.”(「마시면 문득 그리운」)라는 비난을 듣는다. 일상 속 크고 작은 폭력의 사슬은 영원히 끊어 낼 수 없을 것처럼 주위를 맴돈다. 『캣콜링』에 저장된 폭력의 아카이브에서 위태롭고 아슬아슬하게 폭력의 경험들을 쓰는 경진의 기록은 잠복된 에너지를 시로 표출한다.

 

 


 

■ 당사자만 존재하는 내밀한 세계

 

너 같은 거 사랑하는 건 나밖에 없어 우린 가족이잖아 엊그제 내가 프라이팬으로 네 머릴 친 건 사랑하니까 그런 거야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이제 알겠지 언니는 맞아야 말귀를 알아듣는 거 같아

―「우리는 낯선 사람의 눈빛이 무서워 서로가 서로를」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우리’를 맺고 있을까. 경진 역시 지긋지긋하게 우리로 묶이는 수많은 관계 속에 있다. 그 작고 내밀한 세계는 거친 폭력으로 점철된 곳이다. 언니를 살코기만 발라 먹고(「시진이네―죽은 돌의 집」), 동생의 손목을 대신 그어 주고(「동거」), 온 가족의 손바닥을 제기 위에 두고 못을 박는(「경진이네―5월 8일」) 일들이 일상처럼 벌어진다. 이 관계에서 제3자를 위한 자리는 없다. 오직 피해자가 아니면 가해자가 되는 ‘당사자의 세계’이다. 맞거나, 혹은 때리거나. 언니를 프라이팬으로 때렸다는 사실마저도 사랑이라는 이유로 희미해져 가지만 당사자의 자리에서 읽는 시는 우리의 숨을 조이며 육박해 온다. 관망자의 자리를 완벽히 지워버린 곳에는 직접 겪은 듯한 생생한 진실만이 있다.

 

 


 

■ 겨누는 시

 

캔버스에 이미 찢어진 집을 그린다

모서리를 그린다 모서리 안에 지퍼를 잠글 줄 모르는 아빠를

가둔다 영원히

―「나나의 기이한 죽음―페인트와 다양한 오브제」에서

 

『캣콜링』의 정점은 단연 4부 ‘경진 현대 미술관’이다. 루이스 부르주아, 니키 드 생팔, 실비아 슬레이, 트레이시 에민등 기존 질서를 전복하려는 작업에 몰두했던 현대 여성 미술가의 작품에 영감을 받은 시가 묶여 있다. 시인은 그들의 작업 방식을 통해 차별과 억압의 현실을 재현한다. 실비아 슬레이가 남성 누드를 그림으로써 여성들이 캔버스 위에서 당해 오던 성차별을 폭로했던 것처럼 폭력적인 성관계 내의 피해자 여성이 “원래 끝까지 너만 좋아?”라고 외치며 침대를 박차고 나온다. 이때 우리는 경진의 말 한마디가 아닌 그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구조와 상황을 본다. 하나의 미술 작품을 바라보며 여러 함의를 짐작해 보듯 시가 그려낸 현상 너머의 진실을 가늠한다. 이소호 시인은 수상 소감에서 시를 쓰지 않았다면 어떤 것도 발설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캣콜링』을 덮은 뒤 우리는 희미했던 불행의 징조들을 더욱 명징하게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 본문에서

 

밤에는 낮을 생각했다

형광등에 들어가 죽은 나방을 생각했다

까무룩 까마득한 삶

셀 수 없는 0 앞에서 우리

 

대각선으로 누워 식탁에 버려진 아귀의 시체를 센다

삭아 가는 아귀의 눈알을 판다 우리는 저녁으로 아귀가 저지른 잘잘못을 울궈 먹었다 벙긋 벌리고 헤집고

닫는다 나는

―「아무런 수축이 없는 하루」에서

 

 

바닥에 널브러진 뻣뻣한 빨래들처럼

아무렇게나 구겨지고 흩어지다 마구잡이로 입혀진다

너의 알몸 그대로 나는

 

슬픔이 리듬을 잃어 가는 일을 묵묵히 바라보며

 

서로의 눈동자 속을 잠영하는

 

이제 우린

 

인사는 가끔 하고 안부는 영영 모르는 세계로 간다

―「사라진 사람과 사라지지 않은 숲 혹은 그 반대」에서

 

 

손바닥을 활짝 펼친 우리는 아빠의 뒤통수를 쳤다 침대보로 목을 휘휘 감고, 밀물을 기다렸다 배가 고플 때마다 아빠의 점을 찍었다 주먹으로 매일매일 찍었다 엄마처럼

두꺼비집에 머리를 넣고 재웠다

 

이제 아빠의 모든 밤은

자고자고자도 밤이다

 

아빠 입이 뻘로 가득했다

―「경진이네―두꺼비집」에서

 

 


 

■ 추천의 말

 

여성의 역사가 어째서 ‘폭력과 살해’의 방식으로만 직조되도록 현실에서 강제되는지에 대해 분노 어린 질문을 담아 읽는 자들에게 이소호는 시를 칼처럼 겨누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런 고민 속에서야 선명하게 보이는 것은 이소호의 시에서 여성들이 서로에게 폭력을 가할 때, 그것은 언제나 가족 제도 안에서의 사건이라는 뚜렷한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 이를 유념에 두고서야 “이제/ 가족을 말하지 않고 나를 말하는 방법은/ 핑계뿐이다”와 같은 구절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 ‘지금-여기’에서의 현실의 한계를 매만질 수 있다.

―장은정(문학평론가) / 작품 해설에서

목차

1부 경진이네

동거

아무런 수축이 없는 하루

우리는 낯선 사람의 눈빛이 무서워 서로가 서로를

함께 세우는 교회

경진이네―원룸

경진이네―5월 8일

엄마를 가랑이 사이에 달고

가족에 관한 명상 1

경진이네―거미집

복어국

시진이네―죽은 돌의 집

별거

 

 

2부 가장 사적이고 보편적인 경진이의 탄생

오빠는 그런 여자가 좋더라

나는 스페인어를 읽지도 쓰지도 못해요

캣콜링

전의를 위한 변주

합의합시다

가장 사적이고 보편적인 경진이의 탄생

마시면 문득 그리운

송년회

사과문

 

 

3부 한때의 섬

한때의 섬

망상 해수욕장

혜화

밤섬

루즈벨트 아일랜드

네가 살지 않는 상하이

사라진 사람과 사라지지 않은 숲 혹은 그 반대

연습

반사경

 

 

4부 경진 현대 미술관

조우

마망

가장 격동의 노래

나나의 기이한 죽음―페인트와 다양한 오브제

누워 있는 경진

나를 함께 쓴 남자들

내 슬픈 전설의 29페이지

 

 

5부 서른한 가지 이경진을 위한 아카이브

서울에서 남쪽으로 여덟 시간 오 분

경계선 하나를 그으며

좁고 보다 비좁고 다소 간략하게

지극한 효심의 노래

다음 생은 부디 남향

보리굴비, 장아찌 그리고 디스토피아

경진이네―두꺼비집

마이 리틀 다이어리―우리집

마이 리틀 다이어리―경진이네

마이 리틀 다이어리―시진이네

가족에 관한 명상 2

서른한 가지 이경진을 위한 아카이브

이경진, 「행복한 부모에게 어떻게 우울증을 설명할 것인가(How to explain depression to happy parents)」, 단채널 영상, 17,529시간, 2013년

 

 

작품 해설┃장은정

겨누는 것

작가 소개

이소호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석사 과정을 수료했으며 2014년 《현대시》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 『캣콜링』으로 제37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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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리뷰(4)

독자 평점

4.6

북클럽회원 12명의 평가

한줄평

서늘한 현대미술관 전시실을 걸어다니는 듯한.

밑줄 친 문장

나는 불어도 부풀지 않는 튜브라소 우리는 가라앉지도 못했다
아버지는 제기 위에 온 가족의 손바닥을 두고 못을 쿵쿵 박았다 이제 우리는 영원히 헤어질 수 없단다 가족이니까 아빠는 마지막으로 못 머리를 자르고 영원히 뽑지 못하게 두었다.
당신이 끝끝내 가지고 돌아온 나는 이미 오래전 잊힌 걸 알게 되더라도 놀라지 않는 연습을 할 테니, 당신은 오늘의 거짓말을 영영 들키지 말길.
너를 잊는다 오랫동안 펼쳐 놓았던 책이 다시 입을 다무는 동안 내내 얹힌 구절에 연필심을 발라 너를 그은 자국
이제 아빠의 모든 밤은 / 자고자고자도 밤이다 // 아빠 입이 뻘로 가득했다
(장은정)
'이소호의 첫 시집 을 2018년 12월에 읽는 다는 것은, 여성 현실을 다룬 작품에게만 적용되는 폄하와 찬사라는 이중적인 관습적 독해뿐 아니라 세대론적 비평의 문법에 대해서도 동시에 저항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하겠다. 이 삼중의 저항 속에서만 간신히 드러나는 읽을 수 있는 것이란 대체 무엇일까.'
'차례로 넘기는 책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마다 우리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무의식의 벌거벗은 형태로 도박을 하는 것이라 정의 내릴 때, 읽을 수 없는 것이란 사실 읽고 싶지 않은 것에 다름 아니다.'
이 시를 처음 읽고 무엇을 읽어야 할지 알 수 없어 당혹스러웠던 것은 그동안 여성이 자신의 현실에 대해 쓸 때, 남성의 존재를 지배 질서의 주체로 상정하고 ‘그것을 어떻게 해체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답하기 용이한 작품을 문학적 전복의 예시라고 여겼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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