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Baudelaire
글 윤영애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01년 11월 7일
ISBN: 89-374-1161-X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38x211 · 336쪽
가격: 13,000원
보들레르 불멸의 삶으로의 초대세계를 넘어선 세계를 향한 고독한 여정을 따라가다.
보들레르는 자신의 존재 자체를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만들려 했다. – 미셸 푸코
어린 시절, 몽상의 오솔길의부가 지휘한 샤를의 소년기열대섬으로의 여행샤를의 독립 선언1848년 이후의 침체기, 포와의 만남 그리고 새로운 도약풍요한 작품 활동의 재개1852년부터 『악의 꽃』 출판까지『악의 꽃』 제1판과 제2판 사이계속되는 절망, 프랑스 탈출브뤼셀, 지옥에서 보낸 마지막 몇 년
시의 운명을 바꾼 이단아 보들레르, 그 고독한 삶 속으로
세계의 시사(詩史)를 다시 쓰게 한 프랑스 시인 보들레르의 평전이다. 평생 보들레르 연구에 매진해 온 윤영애 상명대 교수가 오랫동안 몰이해와 선입견의 대상으로 남아 있었던 『악의 꽃』의 시인 보들레르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고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쉽게 풀어쓴 일대기이다. 지금은 현대시의 효시, 도시적 감수성의 대명사로 추앙받지만, 보들레르는 생전에는 이해받지 못한 채 고난과 박해 속에 삶을 마감했다. 그래서 그는 흔히 <저주받은 시인>이라 불린다. 그의 불운했던, 그러나 예술에 취해 있지 않았을 때라고는 없었던 한평생이 이 한 권의 책 속에 오롯이 담겨 있다. 보들레르에 관한 책들이 이미 여러 권 나와 있지만, 대부분 전문적인 내용이라 일반 독자가 접근하기 쉽지 않은 편인 것이 사실이다. 반면에, 이 책은 시인의 삶의 궤적을 있는 그대로 좇아가며, 필요할 때마다 작품과 편지, 일기 등을 적절히 인용하여 이해를 돕고 있다. 요컨대 『지상의 낯선 자 보들레르』는 한 명의 고뇌했던 인간 보들레르를 이해하고 아울러 그의 작품 세계도 폭넓게 조망할 수 있게 하는 의미 깊은 지침서이다.
예술에 존재 전부를 내던진 인간의 지난했던 일대기
샤를 보들레르는 1821년, 당시 62세이던 아버지와 28세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친아버지는 그의 나이 6세 때 세상을 떠났으며, 그 이듬해 어머니는 오픽 장군과 결혼한다. 오픽 장군은 보들레르의 예술가적 기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그를 법과대학에 입학시키고, 이후 보들레르는 학과 공부는 전혀 하지 않고 문인들과 자유로운 파리 생활을 즐긴다. 그 결과 막대한 빚을 지게 되자 가족 회의가 열리고 그의 나쁜 행실을 고치기 위한 방책으로 인도 캘커타로 향하는 배에 태워 보내기로 결정한다. 긴 항해에서 생사의 고비를 겪고 돌아온 보들레르는 문학에 전념하기로 결심한다. 그때쯤 성년이 되어 죽은 친아버지의 유산도 상속받는다. 그는 그 돈으로 계속 문학청년들과 사귀며 막대한 돈을 들여가며 댄디(멋쟁이) 생활을 계속한다. 이 같은 낭비 생활과 그 결과로 쌓인 빚에 놀란 가족들은 다시 회의를 열어 그에게 금치산자 선고를 내리기로 한다. 금치산자 선고로 보들레르는 평생 가난과 빚 속에서 고통을 겪어야 했다. 이때부터 그의 시에는 깊이가 더해지고 미술평과 포 작품 번역 등도 맹렬히 시도된다.
1857년 6월 25일, 마침내 보들레르는 <분노와 인내심으로 씌어진 15년 동안의 노고의 결실>인 『악의 꽃』을 발간한다. 도시 생활의 권태와 환멸, 악덕과 죄악, 분열된 영혼의 외침 등이 흘러넘치는 이 세기적 시집은 발간되자마자 혹평, 야유, 공격의 기사가 빗발쳤고 곧 법정에 기소된다. 결국 미풍양속을 해치는 유해한 작품으로 규정되어 6편의 시 삭제와 300프랑의 벌금을 언도받는다. 이 일로 보들레르는 크게 절망하고 이후 점점 늘어나는 빚과 악화되는 건강 등으로 고통스러워한다. 그럼에도 창작과 문학비평, 미술비평,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 번역 등을 계속하지만, 자신의 작품은 점점 이해받지 못하고 그에서 오는 괴로움으로 생활은 악화일로로 치닫는다. 1864년 보들레르는 벨기에에서의 문학 강연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브뤼셀로 건너가지만 참담한 실패만을 겪게 된다. 좌절한 그는 지병이 악화되어 쓰러진 후 몸이 마비되어 말을 못하게 된다. 그후 어머니에 의해 파리로 옮겨지지만 결국 1년여의 병상 생활 후, 1867년 8월 31일 마침내 숨을 거둔다.
이 세상에서의 보들레르의 삶은 그야말로 이방인의 그것이었으며 그의 작품의 가치는 사후 10년이 지나서야 제대로 자리 매김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그의 삶은 지금도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는 부분이 많다. 그럼에도 『지상의 낯선 자 보들레르』는 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하여 <고독에도, 가난에도, 절망 속에서도, 사회의 냉대와 심지어 법원의 유죄 판결에도 굴하지 않고 예술을 위한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 그가 어떻게 싸웠고, 어떻게 고백했는지를>(「책머리에」)를 현장감 있게 재구성해 내고 있다.
이 책의 또 하나의 장점은 일반적인 전기나 평전과 달리 시종일관 유연한 문체로 쓰여 한 편의 사실적인 에세이를 읽는 듯하다는 것이다. 저자인 윤영애 교수가 드라마틱한 시인의 삶을 좀더 효과적으로 형상화하고 독자들이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이다. 그런 까닭에 『지상의 낯선 자 보들레르』는 문학사에 나오는 보들레르라는 시인을 이해하는 데뿐만 아니라, 치열하게 예술에 취해 살았던 한 인간의 모습에서 현실 속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데에도 유용할 한 권의 책이다.
◇ 지은이 윤영애
서울대 문리대와 동 대학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몽펠리에 대학에서 『보들레르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상명대 불어교육과 교수로 재직중이다.저서로 『파리의 시인, 보들레르』 등이 있으며, 『화가와 시인』, 『파리의 우울』, 『시와 깊이』, 『상징주의 문학』, 『보헤미아의 작은 성들』 등의 역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