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 아메리카 문학을 대표하는 거장 가르시아 마르케스. 민중의 슬픔과 고통을 웃음과 풍자로 승화시킨 마법 같은 걸작!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
원제 El coronel no tiene quien le escriba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8년 11월 12일 | ISBN 978-89-374-6358-7
패키지 소프트커버 · 변형판 132x225 · 156쪽 | 가격 10,000원
분야 세계문학전집 358, 외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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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고독』 이전,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세계관과 문학정신이 고스란히 담긴 초기 걸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58번으로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대표작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가 출간되었다. 1957년에 집필된 이 소설은 보고타에서 발행되는 문예지 <미토>에 처음 발표되었으며, 그 후 1961년 단행본으로 출간되었으나 한동안 잊혔다. 그리고 마르케스가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 『백년의 고독』 등으로 백만 부 이상을 파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면서 함께 되살아났다. 이 작품은 단순한 초기 습작이 아니라 이미 출간 당시부터 라틴아메리카 문학 비평가들 사이에서 최고의 작품으로 꼽히고 있었고, 이후 그의 대표작들에 담길 마법적이고 환상적인 주요 요소들이 이미 모습을 드러낸 초기 걸작이다.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는 일흔다섯 살의 한 퇴역 대령과 만성 천식 환자인 그의 아내가 콜롬비아 북부 강변 지방의 한 마을에서 가난과 싸우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소설을 쓸 때 대부분 어떤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는다고 밝혔는데, 이 작품은 바랑키아 지역의 선착장에서 무언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을 보았던 기억에 바탕을 둔다. 그리고 거기에, 연금을 기다리던 그의 외할아버지의 기억,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의 사연과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영화 <움베르토 D>의 외로운 주인공 노인 등이 더해져 소설이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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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인간은
희망과 존엄만으로 먹고살 수 있는가
가난한 퇴역 군인인 대령. 그는 매주 낡은 양복을 단정하게 차려 입고, 군인 연금 자격 통지서를 기다린다. 대령은 오래전에 일어난 콜롬비아 천일전쟁에서 비민주적이고 탄압적인 보수당 정권에 맞서 자유당 군인으로 싸웠다. 그리고 전쟁이 끝나고 오십육 년이 흐르는 동안, 그는 연금 수급 자격을 알리는 통지서를 받기를 애타게 기대하며 육지로부터 우편선이 도착하는 선착장에 내려가고, 금요일마다 우체국에 가서 편지가 도착하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아무도 그에게 편지하지 않는다.
마지막 내전이 끝난 이후 오십육 년 동안 대령은 기다리는 일 이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대령에게 도착하는 몇 안 되는 것들 중 하나가 10월이었다.
그사이, 대령 부부의 희망이었던 재단사 아들 아구스틴은 반정부 활동에 연루되어 아홉 달 전에 투계용 닭 한 마리만 남겨 둔 채 군인에게 죽임을 당했다(“우리는 우리 아들의 고아예요”). 천식으로 고생하는 아내와 쌈닭 외엔 가진 게 없는 대령은 그럼에도 인간적 존엄을 유지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분투한다. 대령의 아내는 마을의 탐욕스러운 부자에게 아들이 남긴 닭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자고 하지만, 대령은 아들과 마을 젊은이들의 희망이자 정치적 자존심의 상징인 닭을 팔고 싶지 않다. 그런 어느 날, 그에게 닭을 팔 마지막 기회가 찾아온다. 과연 그는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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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에 맞선 한 마리 외로운 싸움닭
정치적 이상주의의 슬픈 아름다움
이 작품은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1950년대에 지녔던 사회주의 사상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20세기 초까지 이어진 콜롬비아 국내의 기나긴 폭력의 역사뿐 아니라 한국전쟁 참전용사의 일화도 담고 있다. 그는 저널리스트 시절, 한 한국전쟁 참전 용사가 먹고살 길이 없어 훈장을 저당 잡힌 이야기를 기사로 쓴 바 있는데, 이 테마는 소설 속 대령이 기다리는 연금 문제로 형상화되었다.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는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다른 많은 작품들(『썩은 잎』 『불행한 시간』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 『콜레라 시대의 사랑』)처럼 장례식으로 시작한다. 처음으로 등장하는 사건인 마을 트럼펫 연주자의 장례식은 이 마을에서 실로 수년 만에 맞은 ‘자연사’다. 이는 그 이전 오랜 기간 동안 마을 사람들이 정치 폭력으로 인해 죽음을 맞았음을 시사한다.
이 작은 마을에 죽음이 일상화된 것은 콜롬비아의 오랜 군사정권 독재 때문이다. 대령 부부가 겪는 경제적 궁핍도 거기에서 비롯되었으며, 밤 11시의 통행금지, 교회의 영화 상영 금지, 경찰의 불시 단속 등 군사정권이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가 소설 곳곳에서 묘사된다.
하지만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압박을 견디며 살아온 민중의 삶을 묘사하면서 직접적인 투쟁과 폭력성을 끌어들이기보다는, ‘수탉’으로 대변되는 마을 전체의 희망과 ‘대령’으로 대변되는 순수함을 통해 정치적 테마를 탁월하게 담아낸다. 주인공인 대령은 가난과 고독 속에서도 인간적 품위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그는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정치적 이상주의가 투영된 사랑스러운 인물이다. 그는 아내와 자신의 입에 들어갈 음식도 없는 상황에서 싸움닭을 돌보며 닭에 자신을 동일시하고, 점차 마을 사람들의 정치적 희망의 대변자가 된다. 희망이 점차 사라져가던 와중에 투계장에서 자신의 수탉이 의외로 용맹함을 보이자, 대령은 존엄을 되찾을 힘을 얻는다. 그리고 그는 줄곧 현실적인 질문을 던져온 아내에게, 앞으로도 자신이 고통스러운 삶과 계속 대면하며 살아갈 것임을 강력히 주장하게 된다. 우리는 그의 모습을 통해 가난과 고통 속에서도 명예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민중의 자존심과 품위를 엿보게 되고, 이는 잊지 못할 감동을 준다.
■ 본문에서
그는 자신만만하고 순진한 기대감에 부풀어 화덕 앞에 앉아 커피가 끓기를 기다렸다. 그러는 동안 창자 속에서 버섯과 역한 나리꽃이 피어나는 느낌을 받았다. 10월이었다. 그날과 같은 수많은 아침으로부터 살아남은 대령 같은 사람도 피해가기 힘든 아침이었다. (7쪽)
마지막 내전이 끝난 이후 오십육 년 동안 대령은 기다리는 일 이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대령에게 도착하는 몇 안 되는 것들 중 하나가 10월이었다. (7쪽)
대령은 갑자기 우울해졌다.
“마치 고아가 신는 신발 같소.” 대령은 투덜거렸다. “이 신발을 신을 때마다 고아원에서 도망친 느낌이라오.”
“우리는 우리 아들의 고아예요.” 아내가 말했다.
이번에도 남편은 아내의 말에 기꺼이 동의했다. (19쪽)
“대령님에게 온 것이 하나도 없군요.” 의사가 말했다.
대령은 창피했다.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았다오.” 대령은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 완전히 어린애와도 같은 시선을 다시 의사에게 돌렸다. “아무도 내게 편지를 쓰지 않는다오.”(21쪽)
“옥수수를 사요.” 아내가 말했다. “우리가 우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는 하느님이 아실 거예요.” (29쪽)
“단결해야 힘이 생깁니다.”
“이 경우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대령은 처음으로 자기가 고독하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말했다. “내 동료들은 모두 편지를 기다리다가 죽었습니다.” (37쪽)
변호사는 손을 들고 말았다.
“더군다나 그 서류가 지금 국방부에서 나오게 되면 또다시 순서를 기다려야 수혜자 명단에 포함될 겁니다.”
“상관없습니다.” 대령이 말했다.
“수백 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문제입니다.”
“상관없습니다. 커다란 것을 기다리는 사람은 작은 것은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습니다.” (41쪽)
“분명히 오늘 내게 도착해야만 하는 편지라오.” 대령이 말했다.
우체국장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분명하고 확실하게 도착하는 유일한 것은 죽음뿐입니다, 대령님.” (59쪽)
대령은 후회하지 않았다. 오래전부터 마을은 지난 십 년의 역사로 황폐해져 일종의 기면 상태에 빠져 있었다. 편지를 받지 못한 또 다른 금요일이었던 그날 오후, 사람들은 깨어났다. 대령은 지나간 다른 시절을 떠올렸다. 아내와 아들과 함께 우산을 쓰고 비가 내리는데도 중단되지 않았던 어느 공연을 관람하는 자기 모습을 보았다. (86쪽)
“아직도 사십사 일이 남았소. 그때 생각하도록 합시다.” 대령이 말했다.
아내는 절망했다.
“그동안 우리는 무엇을 먹죠.” 아내는 이렇게 물으면서 대령이 입은 티셔츠의 칼라를 움켜쥐고 힘껏 흔들었다.
“말해 봐요. 우리는 뭘 먹죠.” (94쪽)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 7
작품 해설 95
작가 연보 133
독자 평점
4.1
북클럽회원 10명의 평가
한줄평
밑줄 친 문장
"먹지는 못하지만 먹을 것은 준다오." 대령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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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를 그렇게 믿고 살다 뒷통수만 맞고 있는 대령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