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개화 사상가에서 지식 게릴라까지
글 임현진, 장회익, 강만길, 김대환, 김진균, 남송우, 이만열, 이상희, 이삼열, 이상희, 정영태, 정현백, 조동일 , 조석곤 , 조한혜정, 지은희, 박홍규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01년 1월 20일
ISBN: 89-374-2468-1
패키지: 양장 · 신국판 152x225mm · 336쪽
가격: 15,000원
분야 학술 단행본
한국 지성사 100년에 대한 최초의 연구, 21세기 지식 사회의 좌표를 그리기 위한 제언
지난 100년의 한국 역사를 네 시기로 구분하여 시기별 지식인의 과제와 역할에 대해 성찰하고 있다. 지난 20세기의 한국 지식인들의 활동을 돌아봄으로써 지식인의 도덕적 사명과 실천적 임무를 되짚어 보고 새로운 방향 설정을 위한 시사점을 찾을 수 있도록 하였다. 한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선두 그룹이 되었던 지식인 사회를 냉정히 돌아보고 새로운 좌표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책이다.
1. 문명 개화와 국권의 상실 한말. 일제 강점기의 지식인 …33 근대화 100년이 남긴 혼란과 충돌의 흔적들 …76 일제 강점기 지식인의 활동:전파와 정지 …85 2. 좌우의 이념 대립과 정부 수립 1945~1960년의 민족 지성 재평가 …99 1945~1960년 민족 지성론 재론 …141 『민족문화』와 『민족적 정체성』의 허상을 넘어 …151 3. 경제 개발. 독재. 그리고 민주주의 개발연대 지식인의 역할과 반성 …159 경제 개발과 민주주의의 대립 …204 개발연대의 한국 사회와 지식인 …211 4. 근대 민주주의의 형성과 시민 사회의 성숙 지성의 변조 …225 지역 자치 시대의 지식인상을 위한 변명 …268 시민 사회의 분화와 지식인의 죽음 …281 5. 남는 문제들.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 한국 지성의 위상 정립 과제 …293 민중 지향성과 정의에 기초하는 지성 …300 한국의 현대 지성사. 무엇이 문제인가 …308 여성 운동가가 한국의 지성들에게 …320 필자약력 …327
인텔리겐치아, 인텔렉추얼, 개화꾼, 신여성, 마르크스 보이에서부터 기능적 지식인, 비판적 지식인, 개혁적 지식인, 변혁적 지식인, 전문적 지식인, 성찰적 지식인, 신지식인에 이르기까지, 지난 100년 동안 한국의 지식인을 일컬었던 말은 정말 다양하다. 이는 문명 개화, 일제 강점에서 IMF 구제 금융 사태에 이르는 파란만장한 우리 현대사의 여러 질곡들에서 비롯되었다. 민음사에서 출간한 『한국의 지성 100년―개화 사상가에서 지식 게릴라까지』는 이런 현대사 속에서 우리 지식인들이 보여 준 사상과 행동의 공과를 엄정히 묻고 반성하면서 21세기 지식인 사회의 미래를 전망하고 있다.
20세기 지식인들의 역사를 다룬 최초의 연구
이 책은 5개의 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에서는 1897년 대한제국 성립시기부터 1945년 해방까지를 다루고 있다. 당시 활동한 지식인들을, 어떤 교육을 받았느냐에 따라 척사위정계, 개화계, 국내에서 신식 교육을 받은 지식인, 해외 유학파로 나누고, 각자가 가진 신념 체계에 따라 이들이 친일, 사회주의 수용, 국학 연구 등의 행동 양태들을 보이게 되었음을 보여 준다.
2부는 해방 이후부터 1960년까지를 다루고 있다. 양쪽 지식인들의 활동을 언어 및 사상 연구, 문학 등을 중심으로 남과 북을 비교해 가면서 살펴보고 있는 점이 특징적이다.
3부는 1961년부터 1987년까지의 시기, 이른바 개발 연대를 다루고 있다. 당시 대다수의 지식인들은 정치적, 사회적 민주주의를 위한 비판적 활동을 벌이지 못했고, 일부 지식인들은 \’한국적 민주주의\’를 찬양하는 등 권력에 참여하기까지 했다. 여기서는 그 이유를 그들이 미국의 근대화 담론이라는 학문의 패러다임에 매몰된 데서 찾고 있다. 그리고 소장학자들의 근대화 패러다임에 대한 비판과 학술 운동을 통해 지식인의 비판 기능이 회생되고 있다는 것까지 보여 준다.
4부에서는 1987년 이후부터 지금까지를 다루고 있다. 우리 사회가 점차 민주주의로 이행해 가고 시민사회가 성장해 간다고 보고, 지식인들이 지사나 투사의 유형에서 벗어나 개별적 정체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 준다. 그리고 그 속에서 지식인들이 비판성과 사상성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5부에서는 지식인 사회에 남은 문제들을 살펴보고, 21세기에 지식인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살펴본다. 특히 장회익은 지식인들이 개인적 차원의 실천에서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보고 집합적 의미의 지성을 강조한다. 그리고 집합으로서의 지성이 제대로 실천할 수 있으려면 내적 충실화를 기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 중 최근까지를 다루고 있는 4부와, 지식인 사회 전망을 제시하는 5부에서는 지금 한국 지식인이 서 있는 자리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지식인 지금 어디에 있는가
특히 1987년 이후부터 지금까지를 다루고 있는 임현진의 글에서 이를 엿볼 수 있는데, 그는 1960년대 이후 자본주의적 산업화와 민주화에 따른 한국 지식인의 변모 양식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지식인은 크게 기능적 지식인과 비판적 지식인으로 나누어지는데, 이때 \’기능적\’이라는 말은 권력과 자본의 요구에 충실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결국 기능적 지식인은 국가의 지배 이념에 맞게 행동하고, 비판적 지식인은 시민사회를 행동의 준거로 삼는다. 이 두 축은 유신 체제, 광주 항쟁, 전두환 정권, 6월 항쟁, 노태우 정권, 사회주의권 붕괴, 김영삼 정권, IMF 체제, 김대중 정권을 거치면서 여러 갈래로 분화되어 왔다. 그 결과 오늘날의 지식인들은 전문가, 이데올로그(신자유주의적 지식인+보수주의적 지식인), 전문적 지식인(신지식인=실용적, 기능적 지식인), 성찰적 지식인, 활동적 지식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다음과 같이 제시된다.
행위 지향
도구적
표출적
개혁 방식
해방 정치
포함
변화
생활 정치
영향
연대
이 표는 개혁 방식과 행위 지향을 각각 해방 정치와 생활 정치, 도구적인 것과 표출적인 것으로 나누어 네 가지 영역의 과제를 제시한 것이다. 그에 따르면, 박정희 정권 시기부터 전두환 정권 시기까지의 지식인들은 \’변화\’에, 노태우 정권 시기의 지식인들은 \’영향\’에 주력해 왔다. 하지만 김영삼 정권과 김대중 정권 시기의 지식인들은 시민 사회 자체의 역량이 성숙되기도 전에 \’포함\’의 역할에 경사된 나머지 자기 분열과 변신을 초래했고, 결국 향후 과제는 \’연대\’라는 기본적 역할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영향\’의 역할에 배전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된다.
토론을 통한 학문, 지식인에 대한 단선적인 시각의 극복과 지식인의 자기 반성
한편, 각 시기를 다룬 1~4부가 지식인의 역사를 다룬 글과 함께 그 글을 비판하고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글들을 담고 있다는 점 또한 이 책의 특징이다. 이런 구성을 통해 지식인에 대한 단선적인 시각을 극복하고 다양한 시각들을 담아낼 수 있었는데, 그중 특히 조한혜정, 이진우의 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한혜정은 우리 지성계 내에서 학풍의 쇄신이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워 준다. 그는 국학 연구자들 사이에 잔존하는 서구/동양의 이분법과 민족주의를 중심으로 한 신화적 역사 서술을 비판하고, 국학 연구자들이 규범적인 학문에서 벗어나 과학적, 객관적인 연구 태도를 갖추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이진우는, 지식인의 주요 행동 양상 중 하나인 비판이 현대 사회에서는 그 의미를 달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철저하게 분화된 현대 사회에서 지식인은 더 이상 보편적 가치를 실현할 수도 없고 또 권력과의 무조건적 대립 관계를 주장할 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식인들은 자신이 반드시 권력과 대립 관계에 있다는 근대성의 편집증에서 벗어나야 한다.
앞서 말한 대로 5부는 21세기에 지식인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담고 있는데, 그중 특히 박홍규의 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홍규에 따르면, 지식인이 취해야 할 비판은 기성 권력에 대한 것이 아니라 기성의 도그마 전체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지식인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성의 도그마로부터 우선 벗어날 필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식인 사회가 새로운 방향을 찾기 위해서는 남성 중심적이고, 권위적인 대학 사회부터 개혁되어야 한다면서 지식인들의 자기 반성과 그에 따른 실천을 촉구한다.
우리는 이처럼 비판하고, 비판의 의미를 되묻고, 자신을 반성하는 지식인들의 모습 속에서 21세기 지식 사회의 미래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