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One Day in the Life of Ivan Denisovich
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 옮김 이영의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18년 7월 13일
ISBN: 978-89-374-3790-8
패키지: 양장 · 46판 128x188mm · 284쪽
가격: 10,000원
“눈앞이 캄캄한 그런 날이 아니었고,
거의 행복하다고 할 수 있는 그런 날이었다.”
강제 수용소에서의 3,653일에 대한 단 하루의 기록
‘러시아의 양심’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대표작
작가 탄생 100주년, 국내 출간 20주년 기념 특별판 출간
올해는 솔제니친 탄생 100주년이자 민음사에서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가 출간된 지 20주년이 되는 해이다. 국내에서 십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세계문학 독자들의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한 이 소설은 출간과 동시에 솔제니친을 대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시대의 문제작이기도 하다. 그동안 이 작품을 둘러싼 국제 관계와 정치 지형은 크게 변화했지만, 무엇보다 이 작품이 훌륭한 ‘심리 소설’이라는 점은 새롭게 주목할 만하다. 주인공 슈호프가 “얼어 죽지 않으려면 죽어라 하고 곡괭이질을 할 수 밖에 없는” 수용소의 참담한 생활 속에서 어떻게 “거의 행복하다”라고 느끼며 잠자리에 들 수 있는지, 만성적인 폭력과 억압에 노출된 한 인간의 심리를 새로운 디자인의 표지로 구현했다.
▶솔제니친은 러시아 문학의 전통을 추구하면서 도덕과 정의의 힘을 갖춘 작가다. ―스웨덴 한림원, 노벨 문학상 선정 이유
▶솔제니친은 단순히 선동적인 폭로용 글을 쓰지 않았다. 그는 미숙한 번역으로도 의미를 해칠 수 없을 정도로 말을 아끼고 삼가는 수사법을 써서 작지만 거의 무결한 고전을 창조했다. ―[뉴욕 타임스]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7
작품 해설 263
작가 연보 277
one day, one day, one day……
새로운 표지에 새로운 관점을 담다
“따끈한 국물이 목을 타고 뱃속으로 들어가자, 오장육부가 요동을 치며 반긴다. 아, 이제야 좀 살 것 같다! 바로 이 한순간을 위해서 죄수들이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원경과 근경을 오가며 삶을 바라본다. ‘죽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버킷리스트를 떠올리며 퇴사를 고민하다가도 ‘퇴근길의 떡볶이’를 상상하며 다시금 일을 하는 식이다. 원경과 근경 그리고 다시 원경으로 향하는 이 균형감을 통해 우리는 생존하고, 꿈을 꾼다. 반면 슈호프는 오늘만 산다. 그러나 누구보다 내일이 필요하다. 죽 한 그릇을 더 먹기 위해 치열하게 순서를 계산하고 신경전을 벌이는 슈호프의 생활은 매일이 생존을 위한 투쟁이다. 그러나 죽 그릇이 제 앞에 놓인 후에도 허기와 체면 사이에서 갈등하는 그의 모습은 최소한의 자존감이야말로 오늘의 생존 수칙이자 그를 내일의 존재로 만드는 충분조건임을 말해 준다.
one day, one day, one day…… 새로운 디자인의 특별판 표지는 원경과 근경을 오가며 현기증을 느끼는 슈호프의 심리를 모티브로 한다. “거의 행복하다”라고 느낄 정도의 만성적인 폭력과 단조로운 일상이 반복되는 패턴을 통해 표현되었고, 흑과 백, 기호와 문자의 대비가 매일의 긴장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를 둘러싼 시대적 논의와 작가의 무게감을 차치하고, 인물의 내면에 집중한 이번 시도는 이 위대한 고전이 또 하나의 훌륭한 심리 소설임을 보여 준다.
실제 경험에서 나온 생생한 수용소 생활기
“유일하게 죄수들을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아침에 작업장으로 천천히 걸어가는 것뿐이다. 괜히 작업장으로 빨리 가는 놈은 형기가 끝날 때까지 이 수용소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 뻔한 일이다. 얼마 안 가서 기진맥진해지고 뻗어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1951년, 평범한 농부였던 이반 데니소비치 슈호프는 독소전에 참전했다가 적군의 포로로 잡힌다. 극적으로 적군의 진지에서 탈출하지만, 이내 간첩 행위를 했다는 누명을 쓰고 반역죄를 선고받는다. 팔 년째 강제 노동 수용소에 수감 중인 어느 날, 평소처럼 오전 5시 기상 시간에 맞춰 일어나야 하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몸에서 오한이 난다. 그러나 영하 20도가 넘는 혹한에 얼어 죽지 않기 위해서는 쉬지 않고 곡괭이질을 하는 수밖에 없다. 매일 반복되지만 결코 익숙해지지 않는 전쟁과 같은 하루가 또 시작되는 것이다.
살을 에는 혹독한 추위와 남의 죽 그릇을 핥아도 달래지지 않는 허기, 가족의 소포가 도착하는 상상에 빠졌다가 이내 현실로 돌아와 울적해지곤 하는 수용소의 생활이 눈에 보일 듯 생생하게 펼쳐진다. 실제로 솔제니친은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스탈린과 스탈린 체제를 비판했다가 8년의 강제 노동형에 처한 경험이 있다. 강제 수용소에서 목격한 비인간적인 환경과 지배 권력의 폭력은 이후 그의 작품에서 주요 모티프가 되었다. 또한 소련 정부의 방해와 억압에도 불구하고 창작활동을 해야만 하는 근본적인 동기가 되어, 훗날 그에게 “러시아의 양심”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