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1999년 5월 15일
ISBN: 978-89-374-2424-3
패키지: 양장 · 신국판 152x225mm · 284쪽
가격: 13,000원
분야 학술 단행본
『몸의 정치』는 동·서양의 몸 철학을 집대성한 책이다. 저자는 지금까지 소외되어 온 ‘몸’이라는 테마를 철학사에 당당하게 위치시키면서, 지금 우리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의 치유 가능성을 ‘몸의 정치’를 통해 찾아내고 있다. 하이데거, 메를로-퐁티, 레비나스, 들뢰즈, 데리다에서 바흐친, 모택동에 이르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논의를 두루 소화해 가면서도 저자 나름의 독창적 사유를 전개하고 있는 이 책은 21세기 사회, 정치철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우리에게 열어 주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세계적 석학 ‘정화열 철학’의 진수를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감사의 말 서문 제1장 현상학과 포스트모더니즘 제2장 대화의 변증법 -합리성의 문제와 상호문화적 텍스트론 제3장 혁명의 변증법 -모택동과 메를로-퐁티 제4장 자연과 인간: 포스트모던의 지형 제5장 진리의 세계적 접근으로서의 횡단적 연계성의 道 제6장 현상학과 몸의 정치 옮긴이 해제 원고출처
전환기 시대, \’미래\’를 모색하는 새로운 정치철학 패러다임!
21세기의 목전에서 세계가 부닥치고 있는 세계화와 민족주의, 정보화, 환경오염과 생태학, 과학기술, 페미니즘 등의 문제가 앞으로도 여전히 철학적 성찰의 중심주제로 남아 있음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불투명한 세기말의 상황 속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정신적 방향을 가늠해 보는 작업은 더욱더 절실하다. 그리고 철학적 담론의 주변부에 위치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이제는 이러한 문제를 우리 나름의 독창적 작업으로 소화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일종의 우려 섞인 기대감도 가져봄직하다. 이러한 절실한 요청과 기대를 충족시킬 만한 중요한 저서 『몸의 정치』가 출간되었다. 한국 출신으로는 드물게 세계 정치철학계에서 주목받는 정화열 교수는 현대 사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러한 문제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있다. 이 책은 두 개의 지점에서 출발한다. 즉 지리학적 의미에서의 동양과 서양, 사상적 의미에서의 좌와 우를 가로지르면서 하나의 합류지점을 모색한다. 합류를 위한 방법론으로는 횡단적 연계성transversality, 중심주제로는 \’몸\’이다. 그래서 그는 철학적 담론의 장에서 서양과 대등하게 동양을 위치시키면서, 모택동과 같은 좌파사상가에서 데리다와 같은 해체주의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논의를 개진하고 있다.
『몸의 정치』는 한마디로 \’현상학적 관점에서 본 정치철학 패러다임의 모색\’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 문제를 위해 우회로를 선택한다. 그 우회로는 서양 철학의 모든 근대적 유산을 철저히 검토, 비판하는 것이다. 서구의 근대적 유산이란 데카르트의 인식론에서 출발하는 코기토 중심의 철학이다. 그리고 이 유산은 서구중심주의, 논리중심주의, 시각중심주의, 남성중심주의 등의 현재 서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낳았다. 저자는 이러한 모든 문제의 원인과 치유 가능성이 \’몸\’에 있다고 보고 논의를 전개한다. 그는 헤겔에서부터 후설·모택동·이리거레이·레비나스·하이데거·가다머·데리다 등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의 지적 흐름에 대해 엄밀하게 인용하고 해석하면서, 오리엔탈리즘·변증법·페미니즘·생태학·탈근대성 등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그의 이러한 작업은 \’모든 정치이념에 대한 비판은 그 이념을 사용한 행위자들의 언어로 제기되어야 한다.\’는 메를로-퐁티의 정신을 철저하게 구현하고 있다.
이 책의 전체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제1장 ‘현상학과 포스트모더니즘’에서 저자는 후설·하이데거·사르트르·보봐르·슈츠·가다머·데리다 등의 현상학적 흐름을 조망하고 있다. 현상학은 무한하고 끝이 없는 프로젝트로서, 항상 모든 것에 시작을 설명하는 데 그 목적을 갖는다. 이러한 의미에서 현상학은 탈근대성과 연결될 수 있다. 탈근대성은 동일성의 독백을 차이의 대화로 바꾸어 놓음으로써 동일성을 전복시키며 현격한 변혁을 추구한다. 저자는 이를 통해 데카르트·칸트·헤겔에서 하버마스에 이르기까지 단일한 목적, 즉 서양을 문화, 정치, 경제의 세계적 수도로 규정짓는 서구 근대성에 대한 반성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제2장 ‘대화의 변증법’에서는 서구 합리성의 지적 기원과 탈근대적 시도, 그리고 몸의 철학에 대한 동서양의 논의가 치밀하게 개진되어 있다. 또한 제3장 ‘혁명의 변증법’에서 저자는 동양과 서양에 있어서 \’변증법의 대가\’인 모택동과 메를로-퐁티를 비교하면서, 특히 중국인들의 변증법적 사고방식과 몸의 철학을 소개하고 있다. 이 장에서 저자는 헤겔의 절대철학의 폐쇄성을 비판하고 \’종합 없는 변증법\’으로서 모택동과 메를로-퐁티의 변증법을 비교, 분석하고 있다. 제4장 ‘자연과 인간: 포스트모던의 지형’에서는 1970년대 초부터 계속되어 온 저자의 환경철학적 관심을 보여주는 여성생태학이 소개된다. 저자는 여성생태학의 핵심이 \’배려의 윤리\’에 있다고 보고, 길리건·요나스 등의 입장을 새로운 관점에서 재구성하였다. 특히 그가 주장하는 \’환경존중ecopiety\’의 이념은 여성주의와 몸의 정치를 하나로 결합하려는 시도로서 환경철학에 대한 하나의 중대한 대안으로 자리매김할 만하다. 제5장 ‘진리의 세계적 접근으로서의 횡단적 연계성의 道’에서 저자는 유럽중심주의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동서양의 문화가 \’나란한 관계\’에서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을 점검하고 있다. 특히 문화적 경계와 규율적 한계를 가로질러 철학화하는 전환점을 \’횡단적 연계성\’의 개념 분석을 통해 마련한다. 제6장 ‘현상학과 몸의 정치’에서는 이리거레이·레비나스 등의 신체 페미니즘과 타율적 윤리 등을 소개하는 한편, 니체 철학의 현대적 의미를 재조명하고 있다. 여기서 그는 페미니즘과 생태학은 \’자연의 죽음\’에 대한 강력한 저항으로서 남자와 여자 사이를, 문화와 자연 사이를 서로 파괴하지 않고 상호지속가능하게 하는 앎과 실천의 방법이라고 밝히고 있다. 정치학, 철학, 비교문학 등 한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방면에 걸쳐 완숙한 지적 성찰을 보여 온 정화열 교수의 『몸의 정치(Body Politics)』는 21세기 한국 사회정치철학의 새로운 방향을 탐색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책이다. 이 책을 통해 현대 사상의 쟁점과 동향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 사회문화의 \’정체성\’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