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학의 거대한 뿌리, 한국 현대시의 찬란한 유산
『달나라의 장난』 복간본 동네서점 에디션으로 출간
김수영 시집 『달나라의 장난』 복간본이 동네서점 에디션으로 출간되었다. 『달나라의 장난』은 김수영 시인 50주기를 기념해 선보이는 시인의 첫 시집이자 생존 시 발간한 유일한 시집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선보이는 동네서점 에디션은 희소성 있는 아이템을 원하는 독자들의 감각을 충족시켜 주며 고전을 즐기는 새로운 방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해 김승옥 작가의『무진기행』과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이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중쇄를 거듭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90여 개 서점에서 3000세트를 선주문해 동네서점 에디션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을 보여 주고 있다. 더욱이 올해는 디자인 전문 동네서점 ‘땡스북스’ 대표인 이기섭 디자이너가 표지 작업을 맡아 민음사와 동네서점의 콜라보레이션 취지를 더욱 살렸다.
■ 김수영 50주기 기념 특별판
올해 6월 16일은 한국 현대시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김수영 시인이 서거한 지 50년 되는 날이다. 사후 50년이 지나도록 김수영은 여전히 시인들의 시인이자 영원한 현재로 우리 곁에 남아 현대의 방향을 제시한다. 『달나라의 장난』 복간본은 김수영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김수영의 시를 보다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특별히 선보이는 책이다. 1959년 춘조사에서 ‘오늘의 시인 총서’로 발간된 『달나라의 장난』은 김수영 시인이 1957년 시인협회상 1회 수상자가 된 이래 출간된 첫 시집이자 생존 시 출간한 유일한 시집인바, 그 자체로 한국 현대시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 김수영 첫 시집이자 유일한 시집
출판 환경이 지금과 달랐던 당시는 시집을 출간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시작 활동을 한 지 14년만인 1959년에 이르러서야 첫 시집이 출간된 이유다. 그만큼 교정 교열, 목차, 디자인 등 출간 전 과정에 시인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다. 『달나라의 장난』은 시인 자신뿐만 아니라 김수영 시를 애독하는 독자들에게도 각별할 수밖에 없다. 김수영 연구자이자 『김수영 전집』 엮은이인 이영준 교수에 따르면 김수영 시인에게 현대시는 ‘글자가 종이 위에 얹힌 어떤 자국’이었다. 「눈」이라는 시에서 “한 줄 건너 두 줄 건너 또 내릴까”라는 구절은 문장이 눈이 내리는 것처럼 수직으로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꽃잎」이라는 시에서도 “꽃의 글자가 비뚤어지지 않게” “꽃의 소음이 바로 들어오게”라고 한 것은 인쇄된 글자로서의 꽃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세로쓰기가 가로쓰기로 바뀌는 등 시간이 지나며 출판의 기준이 바뀌면서 김수영 시인이 종이 위에 남겨둔 시각적 의미 역시 흔적을 감추었다. 2018년 민음사판 『달나라의 장난』에서는 그 사라진 흔적까지 복원하여 김수영 시의 숨결을 오롯이 전달하려고 했다.
■ 그대로인 것과 바뀐 것
1959년 춘조사에서 출간된 『달나라의 장난』은 당시로서도 심플한 표지 그림과 모던한 서체로 앞선 감각을 보여 주는 시집이었다. 초판본의 아우라를 유지하기 위해 제목 서체는 그대로 두되 달의 이미지를 첨가하고 그 안에 망점으로 표현된 김수영 이미지를 삽입했다. 가까이서 보면 형태 없는 낯선 점의 연속이지만 멀어질수록 형상이 뚜렷해지며 익숙한 얼굴이 드러난다. 익숙한 듯 낯설고 낯선 듯 익숙한 김수영 문학의 거리와 닮았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는 우철 방식의 제본과 세로쓰기 역시 그대로 따랐다. 김수영은 시의 의미를 시각적 이미지에서도 구했던 시인으로, 그의 육필 원고에는 연 갈이와 연의 시작 선, 연과 행의 형태를 두고 고투했던 흔적이 역력하다. 한자 역시 김수영 시인에게는 중요한 문제였으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한글로 바꾸거나 병기하였다.『달나라의 장난』은 김수영이 감행한 ‘온몸의 시학’을 최대한의 감각으로 독해하고자 하는 독자들을 위한 특별한 판본이 될 것이다.
■ 작가 후기
이 시집은 1948년부터 1959년에 이르기까지의 여러 잡지와 신문 등속에 발표되었던 것을 추려 모아 놓은 것이다. 그러나 「토끼」 「아버지의 사진」 「웃음」의 세 작품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6·25 후에 쓴 것이며, 그중에서도 최근 3·4년간에 쓴 것이 비교적 많이 들어 있다. 낡은 작품일수록 애착이 더해지는 것이지만, 해방 후의 작품은 거의 소실된 것이 많고, 현재 수중에 남아 있는 것 중에서 간신히 뽑아 낸 것이 이상의 세 작품이다. 특히 「민경」지에 실린 「거리」와 「민생보」에 실린 「꽃」은 꼭 이 안에 묶어 두고 싶었지만 지금은 양지가 다 구할 길이 없다. 목차는 대체로 제작 역순으로 되어 있다.
1959년 11월 10일
김수영
사령
달밤
생활
모리배
자장가
동맥
밤
사치
말
비
초봄의 뜰 안에
꽃
광야
서시
하루살이
예지
채소밭 가에서
봄밤
폭포
영롱한 목표
자
지구의
눈
병풍
백의
여름 아침
수난로
도취의 피안
국립도서관
여름 뜰
헬리콥터
서책
구라중화
영사판
긍지의 날
방 안에서 익어 가는 설움
달나라의 장난
웃음
아버지의 사진
토끼
후기
도서 | 제목 | 댓글 | 작성자 | 날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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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나라의 장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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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앍 | 2018.1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