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 문학사의 ‘거대한 뿌리’ 김수영
사후 50주년 기념 결정판 출간
이영준 교수가 새롭게 엮은 『김수영 전집』정본(定本)
지금 김수영은 현장에서 시인들이 가장 격렬하게 만나는 동료다. 김수영은 현재다. 시와 현실이 뜨거운 질문들을 쏟아 낼 때마다 그 자리에 김수영은 어김없이 나타났다. 그 현장에 김수영의 ‘말’이 들끓었고 ‘시’가 날뛰었다. 우리는 밤새워 토론했고 새벽이 지나도록 평온해지지 않았다. 김수영은 펄펄 “살아 있다”. “죽음을 잊어 버린 영혼과 육체를 위하여” 김수영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 카르페 디엠! 카르페 김수영! -김행숙(시인)
시인 김수영은 한국시사에 최소 두 개의 시학적 발명품을 선사했다. 비속한 일상어로도 계시적 효과를 거두는 기술, 그리고 카오스모스에 가까운 시적 구조로 역동적인 난해함을 창출하는 기술. 시를 쓰는 데에만 사용된 기술이 아니다. 일상적 시어는 제 자신의 속물성을 적발하고 고백함으로써 나날이 거듭나려 했던 그의 사인(私人)적 고투의 반영이고, 카오스모스적 구조는 한국사회가 억압적인 질서정연함이 아니라 해방적인 혼란으로 가득하기를 바랐던 그의 무한 자유를 향한 시민적 신앙의 반영이었다. 그는 각각을 ‘죽음의 연습’과 ‘사랑의 변주’라 불렀는데, 이는 4‧19에서 목격한 빛을 5‧16 이후의 동굴 속에서도 끝내 잊지 않기 위해 그가 연마한 존재의 기술이기도 했다. 다시 온 세상이 ‘사랑에 미쳐 날 뛸’ 날이 오기를 바랐던 그의 희망은 1987년과 2017년의 시민혁명으로 실현됐으니, 과연 희망은 희망이 있다고 믿는 능력의 산물이기도 하다는 것을 그에게서 배운다. 그러나 아무리 배우고 또 배워도 언제나 새로운 그를 누구도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하리라. 이 시인‧사인‧시민의 성(聖)삼위일체를 우리는 ‘김수영’이라고 부른다. -신형철(문학평론가)
김수영의 시에 대해서 우리는 그것이 우리 문학 속의 가장 벅찬 젊음이라고 말할 수 있다. ‘복사씨와 살구씨가 사랑에 미쳐 날뛸 날’과 같은 초현실주의적 환희의 비전에 낭만주의적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나 우리가 그의 젊음을 얘기하는 것은 그가 낭만주의자였다고 시사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가 우리 시대의 가장 탐구적이고 가장 준열하고 우상파괴적이며 가장 유연한 시적 양심이었음을 말하려는 것이다. 30대에 맞은 김소월의 죽음보다도 40대 후반에 당한 김수영의 그것이 더욱 요절로 느끼게 하는 것은 거푸 태어날 수 있었던 그의 젊음 때문이다. 그 점 김수영은 탕진됨을 모르는 가능성이자 안타까운 미완성이다. -유종호(문학평론가)
김수영 연구의 권위자이자 『김수영 육필시고 전집』의 편자인 이영준 교수가 새로 엮은 『김수영 전집』(시, 산문) 결정판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김수영 연구사에 한 획을 그은 『김수영 육필시고 전집』은 초고에서 시상 메모까지 현존하는 354편의 육필 시 원고를 담은 정본으로, 김수영의 시 세계가 탄생하는 최초의 상태를 발생론적 관점에서 조명함으로써 김수영 연구에 결정적 자료를 제공했다. 1980~1990년대 민음사 편집주간으로 일하던 이영준 교수는 1997년 도미, 김수영 연구로 하버드대학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학장으로 재직 중이며 하버드대학교 한국학 연구소에서 발간하는 영문 문예지 《AZALEA》편집장으로 활동하며 영어권 독자들에게 한국 문학을 소개하고 있다.
이번에 출간되는 『김수영 전집』은 김수영 시인의 동생이자 현대문학 편집장이었던 김수명 선생이 편집한 1981년판과 2003년판 전집, 엮은이가 2009년 펴낸 『김수영 육필시고 전집』, 시인 생전에 발간된 유일한 시집 『달나라의 장난』을 비롯해 오랜 시간 김수영 연구자들이 밝혀낸 새로운 사실들을 반영하여 정본 확정 작업을 진행했다. 2003년 판본의 크고 작은 오류들을 바로잡았고 지금까지 발굴된 작품을 수록했음은 물론 시인이 공개하지 않은 미발표 시와 미완성 초고 시까지 더해 김수영 작품을 총망라했다. 전반적인 편집 체제를 수정하고 시각적 자료를 풍성히 하여 독자들에게 보다 생동감 있고 편리한 독서를 제공하게 된 것도 기존 판본과 달라진 점이다.
1981년 초판 출간 이후 각각 63쇄(시), 47쇄(산문)를 중쇄하며 문학 전집으로는 이례적이라 할 만큼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김수영 전집』은 전집 출간과 같은 해 제정되어 젊은 시인의 등용문 역할을 하고 있는〈김수영 문학상〉과 함께 한국 현대시사의 기념비로 자리 잡았다. 김수영 몰년(沒年) 50년을 맞이해 출간되는 이번 전집을 통해 김수영 읽기의 새로운 세대가 열리기를 기대한다.
2003년 개정판 출간 이후 발굴된 시 4편, 미발표 시 3편,
김수영 시의 태동과 시에 대한 단상을 발견할 수 있는
미완성 초고 시 15편 수록
『김수영 전집』시편은 1981년 출간된 초판본과 2003년 발간된 재판본, 그리고 2009년 출간된 『김수영 육필시고 전집』을 저본으로 하되 시인이 생전에 출간한 유일한 시집 『달나라의 장난』에 수록된 작품은 시집을 저본으로 하였다. 그 외 추가로 발견된 미완성 작품을 부록에 수록하였으며 발표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경우는 모두 확인하여 정본(定本)을 만들었다. 이번 전집에 새로이 포함된 시는 2003년 개정판 출간 이후 발굴된 시 4편, 미발표 시 3편, 그리고 김수영 시의 태동과 시에 대한 단상을 읽어 낼 수 있는 미완성 초고 시 15편이다.
■ 이전 판본과 달라진 사항
1. 김수영은 시의 말미에 마침표를 찍지 않았다. 원고에 표기된 동그라미 형태의 마침표는 마침표가 아니라 시가 끝났다는 뜻의 일본식 표현이다. 이번 전집에서는 마침표를 비롯해 잘못 들어간 구두점을 모두 삭제하였다.
2.「묘정의 노래」
지금 고요히 잠드는 얼을 흔드며 ==> 지금 고오히 잠드는 얼을 흔들며
3.「공자의 생활난」
너는 줄넘기 장난을 한다 ==> 너는 줄넘기 작란(作亂)을 한다
4.「아침의 유혹」
나는 추수하고 돌아오는 백부를 기다렸다 ==> 나는 추수하고 돌아오는 백부를 기대(期待)렸다
스푼과 성냥을 들고 여관에서 나는 나왔다 ==> 스푼과 성냥을 들고 탄광에서 나는 나왔다
어느 교과서에도 질투의 ○○은 무수하다 ==> 어느 교과서에도 질투의 감격은 무수하다
화환이 화환이 서울역에서 날아온다 ==> 화환이 화판(花瓣)이 서울역에서 날아온다
5.「65년의 새 해」
새해 ==> 새 해
육필원고를 통해 ‘새해’가 아닌 ‘새 해’임을 확인했다. ‘새해’를 ‘새 해’로 띄어쓰면 새로운 태양이라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변화다.
6.「사랑의 변주곡」
사그러져 가는 라디오의 재갈거리는 소리가
==> 사그러져 가는 라디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7.「토끼」
그는 어미의 입에서 탄생과 동시에 타락을 선고받는 것이다
==> 그는 어미의 입에서 탄생과 동시에 추락을 선고받는 것이다
8. 기존 전집에서「꽃잎1」「꽃잎2」「꽃잎3」으로 수록되었으나 《현대문학》 1967년 7월에 「꽃잎 1, 2, 3」 한 편으로 발견된 것을 발견, 이번 전집에서 통합된 1편의 시「꽃잎」으로 수정하였다.
9. 행갈이 조정
「설사의 알리바이」는 기존 행 간격의 2배로 수정되었고 「애정지둔」 「너를 잃고」 「풍뎅이」「방 안에서 익어 가는 설움」 「나비의 무덤」 「도취의 피안」 등의 시는 행 구분에 변화가 있다.
10. 맞춤법과 띄어쓰기는 모두 현행 맞춤법을 기준으로 바꾸었다. 특히 기존 전집에서 시 최초의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바꾸지 않았던 기호들을 현재 의미에 맞게 수정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했다. 〈 〉 는 ‘ ’ 로 바꾸어 강조의 의미 또는 인용 속 인용의 의미를 분명히 하였고 「 」는 “ ”로 수정하여 직접 인용이라는 의도가 드러나도록 했다.
예. 「김일성만세」 ==> “김일성만세”
〈4·19〉시 ==> ‘4·19’ 시
■ 추가된 시
본문에 추가된 시는 7편이다.「음악」「그것을 위하여는」「태백산맥」「너…… 세찬 에네르기」는 2판 출간 이후 발굴된 시이고 「겨울의 사랑」「연꽃」「“김일성 만세”」는 미발표 시다. 부록에 추가된 시는 미완성작을 수록한 노트에서 정리한 작품이다. 총 15편으로, 「애(哀)와 낙(樂)」「탁구」「대음악」「승야도」「은배를 닦듯이」「바람」과 제목이 없는 시 아홉 편이다.
묘정의 노래
공자의 생활난
가까이할 수 없는 서적
아메리카 타임지
이(虱)
웃음
토끼
아버지의 사진
아침의 유혹
음악
달나라의 장난
조국에 돌아오신 상병포로 동지들에게
긍지의 날
그것을 위하여는
애정지둔
풍뎅이
너를 잃고
미숙한 도적
부탁
시골선물
방 안에서 익어 가는 설움
구라중화
휴식
거미
PLASTER
여름 뜰
구슬픈 육체
사무실
겨울의 사랑
도취의 피안
더러운 향로
네이팜 탄
거리 1
나비의 무덤
나의 가족
국립도서관
거리 2
영롱한 목표
너는 언제부터 세상과 배를 대고 서기 시작했느냐
연기
영사판
헬리콥터
서책
병풍
바뀌어진 지평선
폭포
수난로
꽃2
지구의
조그마한 세상의 지혜
여름 아침
하루살이
자
기자의 정열
구름의 파수병
백의
예지
눈
서시
영교일
광야
봄밤
채소밭 가에서
초봄의 뜰 안에
비
반주곡
말복
사치
밤
말
동맥
자장가
모리배
생활
달밤
사령
가옥 찬가
싸리꽃 핀 벌판
동야
미스터 리에게
사랑
꽃
파리와 더불어
파밭 가에서
하…… 그림자가 없다
우선 그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
기도
육법전서와 혁명
푸른 하늘을
만시지탄은 있지만
나는 아리조나 카보이야
거미잡이
가다오 나가다오
중용에 대하여
허튼소리
“김일성만세”
피곤한 하루의 나머지 시간
그 방을 생각하며
나가타 겐지로
눈
쌀난리
연꽃
황혼
‘4‧19’시
여편네의 방에 와서-신귀거래 1
격문-신귀거래 2
술과 어린 고양이-신귀거래 4
등나무-신귀거래 3
모르지?-신귀거래 5
복중-신귀거래 6
누이야 장하고나!-신귀거래 7
누이의 방-신귀거래 8
이놈의 무엇이지?-신귀거래 9
먼 곳에서부터
아픈 몸이
시
여수
전향기
백지에서부터
적
마케팅
절망
파자마 바람으로
만주의 여자
장시 1
장시 2
만용에게
피아노
깨꽃
너…… 세찬 에네르기
후란넬 저고리
여자
돈
반달
죄와 벌
우리들의 웃음
참음은
거대한 뿌리
시
거위 소리
강가에서
X에서 Y로
이사
말
현대식 교량
65년의 새 해
제임스 띵
미역국
적 1
적 2
절망
잔인의 초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이 한국문학사
H
이혼 취소
눈
식모
풀의 영상
엔카운터지
전화 이야기
태백산맥
설사의 알리바이
금성라디오
도적
네 얼굴은
판문점의 감상
VOGUE야
사랑의 변주곡
거짓말의 여운 속에서
꽃잎
여름 밤
미농인찰지
세계일주
라디오 계
먼지
미인
성(姓)
원효대사
의자가 많아서 걸린다
풀
부록
미완성 초고
작품 연보
작가 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