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17년 7월 1일
ISBN: 978-89-374-2919-4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13x188 · 168쪽
가격: 9,800원
시리즈: 쏜살문고
분야 쏜살문고
패션은커녕 셔츠 한 장 사러 다니는 일조차 꺼리던 남자의 쇼핑 방랑기
“사실은 말이죠, 제가 의외로 쇼핑을 좋아합니다!”
나는 도통 멋을 낼 줄 모른다. 옛날부터 흥미가 없었다. 그런데 20세기가 끝날 무렵, 나는 이탈리아의 밀라노에서 셔츠에 눈을 떴다. 밀라노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니 남자들이 모두 셔츠를 입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택시 운전사 아저씨부터 눈썹과 코에 피어싱을 한 청년, 은행원, 정치가까지 모두 긴소매 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것도 블루 계열 셔츠였다. 어디까지나 셔츠가 기본이다. 그 사실을 깨달은 뒤 패션에 대한 생각이 편안해졌다.―본문에서
이탈리아에서 쇼핑하기
블루 셔츠
블루 셔츠 2
로마의 셔츠 가게
25분 동안 열세 장의 셔츠 사기
넥타이와 셔츠 시뮬레이션
귀찮거나 귀찮지 않거나
궐련을 위한 여러 가지 도구
착용감이 좋은 속옷
유일무이한 티셔츠
셔츠를 입고 넥타이를 맬 기회
볼로냐의 고기 어묵
볼로냐의 구두 가게
바로 그 이탈리아 셔츠
피아지오의 자전거 바이크
드라이브인의 살라미 소시지
반바지와 티셔츠와 슬리퍼
면양말과 쿠바 무늬 알로하셔츠
호텔 편집숍
가죽 다운 코트
구멍 난 스웨터
평생 이어질 ‘좋은 기분’
쾌적한 인터넷 쇼핑
감탄이 나오는 셔츠
피렌체의 추억
처음 간 중국
그리운 페루자
이탈리아 바지와 셔츠와 ‘쿨 비즈’
골동품 시장과 기념품 가게
서울에서 명품 사기
20년 만의 청바지
일본에만 있는 ‘이탈리아 아저씨’ 이미지
지팡이를 멋지게 들기
호텔 스파가 좋다
프랑크푸르트의 명품 매장 거리
인터넷에서 사고 싶은 것
하와이에서 발견한 맛있는 식재료
백화점 지하의 깨강정
진화하는 중국 패션
짝퉁 시계
첫 쇼핑
추억 1 밀라노
추억 2 로마
추억 3 페루자
추억 4 볼로냐
추억 5 파르마
추억 6 피렌체
추억 7 파리
추억 8 상하이
추억 9 서울
추억 10 아바나
추억 11 마우이
추억 12 프랑크푸르트
■ 편집자의 말: 왜 이 작품을 소개하는가?
이십 대 중반에 이르도록 넥타이 한 번 매어 보지 않은 남자가 있다. 심지어 이 남자는 중요한 토크쇼에 참석할 때도 후디집업(hoody zip-up) 한 장만 달랑 걸치고 등장했다. 바로 무라카미 류의 이야기다. 스물네 살에, 단 일주일 만에 완성한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로 화려하게 데뷔한 무라카미 류는, 현재까지 백여 편에 이르는 책과 스스로 감독한 대여섯 편의 영화를 발표하며 여전히 정력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소 속된 표현을 빌리자면, 그는 이십 대 때부터 엄청나게 쏟아져 들어오는 ‘인세’ 탓에 경제적인 면에선 늘 부족함이 없었지만, 어쩐 일인지 쇼핑을 하는 데에 있어서만큼은 매사 시큰둥하고, 짐짓 꺼리기까지 했다. 그렇게 여행을 자주 다니면서도 무언가를 사는 일, 물론 패션에도 철저히 무관심했다. 남자는 쇼핑을 할 때 전쟁터에 나선 것과 같은 스트레스를 받는다더니, 무라카미 류도 딱 그랬다.
그런데 쇼핑을 질색하고, 패션에 있어선 불한당 같던 무라카미 류가 변했다. 그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쇼핑의 재미를 하나하나 깨닫게 됐고, 자연히 패션과 자신의 외모, 태도까지 갈고닦게 되었다. 류는 맨 처음 어마어마한 인세를 받았을 때 평소 자신이 열망하던 고가의 스피커를 구입했다. 결국 그 일은 한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됐고, 따라서 분명 사치스러운 쇼핑이기는 했지만 결코 낭비는 아니었다. 그는 점점 나이를 먹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쇼핑 또한 인생의 일부고, 추억을 쌓는 중요한 계기며 해외에 나가서는 그곳의 문화 그리고 현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결정적인 수단임을 깨우친다. 게다가 신중히 고른 물건들, 가령 훌륭한 셔츠와 구두는 마치 인생을 공유하는 친한 벗처럼 우리 곁에 남는다. 마침내 무라카미 류는 선언한다. “제가 의외로 쇼핑을 좋아합니다.”라고 말이다. 이 말은 곧 언제까지나 ‘미지의 무언가’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겠다는 의미며, 모험을 그치지 않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최근엔 좀 이것저것 사들이는 일이 과해져서 반려 고양이에게 눈총을 받는 지경에 이른 그이지만, 당분간 ‘쇼핑’은 계속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