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리한 관찰력과 독창적인 상상력으로 그려 낸 위대한 예술가의 마지막 절정
독일 낭만주의 시대에 삶의 심연을 관조한 에두아르트 뫼리케의 대표적 산문
당신도 이런 묘한 기분을 한번 느껴 보기를 바란다. 창가를 지나갈 때 귓전에 들려오는 한 토막의 멜로디 혹은 극장에서 오케스트라가 음을 조율하고 있을 때 우리가 커튼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그 설렘 같은 감정 말이다. 이런 것을 지금보다 더 강하게 경험할 수 있는 곳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우리는 일상적인 자아로부터 벗어나기를 바라는 동시에, 그것을 두려워한다. 무한한 어떤 것이 다가와 나를 어루만지며 가슴을 조이게 하고, 또 그 무한한 것이 내 가슴을 확장시키고 영혼을 강력하게 낚아채는 것을 느낀다. 우리는 완성된 예술에 대한 경외감에 휩싸이고, 신적인 경이로움을 맛보고, 그것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었다는 생각에 일종의 감격, 거의 자부심까지 갖는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행복하고 가장 순수한 자부심이 아닐까?―「프라하로 여행하는 모차르트」에서
■ 편집자의 말: 왜 이 작품을 소개하는가?
에두아르트 뫼리케,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은 아니다. 그는 1804년에 태어나 칠십여 년의 세월을 살며 비더마이어 시대와 독일 낭만주의의 광풍을 모두 경험했다. 불안한 정치 상황 속에서도 물질문명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고, 구체제와 새로운 물결 사이에서 세상은 요동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격동기를 살아 내야 했던 뫼리케의 일생은 기이할 정도로 고요했다. 그는 신학을 전공한 뒤 목사가 되어 시골에 정착했고, 건강상의 이유로 성직을 사퇴한 다음에는 문학 교사가 되었다. 뫼리케는 파혼과 별거를 겪고, 약간의 지병을 앓긴 했으나 기본적으로는 지극히 평범하고 평온한 삶을 살았다. 어쩌면 이와 같은 ‘평범함’과 ‘소박함’이야말로 에두아르트 뫼리케의 특이점일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쏜살 문고」로 소개하는 『프라하로 여행하는 모차르트』에는 “19세기에 발표된 가장 위대한 예술가 소설”로 평가받는 노벨레 「프라하로 여행하는 모차르트」를 비롯해 여성의 성적 각성을 다룬 이색적인 동화 「아름다운 라우 이야기」 그리고 표제작의 중요한 소재로 다뤄지는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 피날레(일부)까지 모두 담겨 있다. 평범한 일상에서 기쁨을 찾고자 애썼던 뫼리케는 1856년 ‘모차르트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서 한 편의 노벨레를 써낸다. 작가는 불후의 걸작 「돈 조반니」를 상연하기 위해 빈에서 프라하로 여행하는 모차르트 부부가 단 하루 동안 겪은 이야기와 ‘위대한 예술가(모차르트)’의 일생을 별다른 과장 없이, 이제 마침내 완성되어 가는 「돈 조반니」에 비춰 가며 차분하게 들려준다. 삶과 죽음, 기쁨과 절망, 타락과 구원…… 우리 각자의 인생 속에 잠자코 도사리고 있는 신비스럽고 잔인한 운명이 ‘예술적 희열’로써 거대하게 터져 나온다. 이 작품은 90쪽이 채 안 되는 짧은 노벨레이지만 모차르트의 삶과 예술을 이해하기에 결코 부족하지 않으며, 최근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기사단장 죽이기』의 주요 모티프로 쓰이면서 더욱 화제가 된 오페라 「돈 조반니」의 탄생 비화, 심오한 주제 의식까지 한눈에 살필 수 있다.
이어서 여성의 성적 각성을 다룬 기묘한 동화 「아름다운 라우 이야기」도 눈여겨볼 만하다. 본래는 동화집 『슈투트가르트의 후첼만』에 삽입돼 있는 짧은 이야기이지만, 뫼리케의 독특한 문학성 그리고 세계관을 조망해 볼 수 있는 작품이기에 별도로 수록하였다. 보통 동화에서는 진정한 사랑을 확인하고 결혼을 함으로써 대단원을 장식하지만, 「아름다운 라우 이야기」에서는 이미 결혼한 물의 요정(여왕)의 결혼 생활을 다루면서 성적 성숙, 여성의 쾌락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들 두 작품은 평범하고 평온한 삶을 추구했던 뫼리케의 관점을 보여 주는 동시에, 그러한 안락함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이중적 갈망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항상 안정과 충동 사이에서 방황할 수밖에 없는 우리 인간의 삶을 거울처럼 비추는 작품들이라 할 수 있다.
프라하로 여행하는 모차르트
아름다운 라우 이야기
옮긴이의 말
부록
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