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MY HEART LEAPS UP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17년 4월 20일
ISBN: 978-89-374-7521-4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40x210 · 124쪽
가격: 9,000원
분야 세계시인선 21
“모든 훌륭한 시는 강력한 감정이 저절로 넘쳐흐르는 것.”
―윌리엄 워즈워스
“워즈워스는 셰익스피어와 밀턴 다음가는 영국의 위대한 시인.”
― 매슈 아널드
수선화 I Wandered Lonely As A Cloud
삼월 Written In March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마다 My Heart Leaps Up When I Behold
외진 곳에서 She Dwelt Among The Untrodden Ways
낯모르는 사람 속을 I Traveled Among Unknown Men
선잠이 내 혼을 A Slumber Did My Spirit Seal
그녀는 기쁨의 환영 She Was A Phantom Of Delight
가을걷이하는 처녀 The Solitary Reaper
노고지리에게 To The Skylark
뻐꾸기에 부쳐 To The Cuckoo
가엾은 수전의 낮꿈 The Reverie Of Poor Susan
루시 그레이 Lucy Gray
웨스 트민스터 다리 위에서 Composed Upon Westminster Bridge, September 2, 1802
아름다운 저녁 It Is A Beauteous Evening
다시 고토(故土)에서 Composed In the Valley Near Dover, On The Day Of Landing
홍진에 묻혀 The World Is Too Much With Us
런던 1802년 London, 1802
결의와 독립 Resolution and Independence
틴턴 사원 위쪽에서 Lines Composed a Few Miles Above Tintern Abbey
작가 연보
작품에 대하여: 평범한 생활과 고매한 사고
■ 영국의 계관시인 워즈워스의 목가적인 대표 시편들
고등학교를 마친 사람이면 누구나 김소월과 함께 워즈워스의 이름쯤은 알고 있다. 「무지개」와 「수선화」의 작자인 자연시인으로 혹은 ‘평범한 생활과 고매한 사고’란 명언의 토로자로서 말이다. 초서를 별격으로 친다면 셰익스피어와 밀턴 다음가는 영국의 위대한 시인이라는 매슈 아널드의 워즈워스 평가는 반드시 비평적 일치를 얻고 있는 것은 아니나 대체로 수용되고 있다.
―유종호, 「해설: 평범한 생활과 고매한 사고」에서
19세기 영국의 낭만파 시인이자 자연주의 시인인 윌리엄 워즈워스(1770-1850)의 대표작을 묶은 시선집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마다』가 출간되었다. 익히 알려진 「수선화」부터 「틴턴 사원 위쪽에서」, 그리고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시구로 유명한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마다」 등이 담겨 있다. 그는 짤막한 서정시들로 유명하며 ‘평범한 생활과 고매한 사고’ 등 많은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공로를 인정받아 1843년 계관시인이 되었다.
여기까지가 비평적 일치를 얻고 있는 워즈워스의 잘 알려진 면모이다. 그러나 워즈워스 자신이 『서정담시집』의 재판에 부쳤던 「서문」에 밝힌 바에 따르면 그는 신고전주의의 시론을 전복하려 한 혁명가에 가까웠다. 먼저 그의 시편은 ‘사건 및 상황을 평민의 생활에서 취하려’ 했다. 이전까지의 비극이나 서사시 등에서 제왕과 귀족만을 다루었다면 워즈워스의 시에서는 농부와 어린이와 죄인과 불구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마다
내 가슴 설레느니,
나 어린 시절에 그러했고
다 자란 오늘에도 매한가지,
쉰 예순에도 그렇지 못하다면
차라리 죽음이 나으리라.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바라노니 나의 하루하루가
자연의 믿음에 매어지고자.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마다」에서(15쪽)
■ “모든 훌륭한 시는 강력한 감정이 저절로 넘쳐흐르는 것.”
또한 그는 시어들을 가능한 한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실제로 쓰는 말에서 가져와 서술 혹은 묘사하려 했다. 시에 고유한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라면 특수한 시어나 수사적 장치를 통한 시적 허용에의 가능성을 마음껏 열어 두었던 고전주의의 암묵적 전제를 거부한 결과였다. “모든 훌륭한 시는 강력한 감정이 저절로 넘쳐흐르는 것.”이라는 그의 지론이 담긴 것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그는 시를 쓰는 것은 ‘어떤 상상의 색채를 입혀서 평범한 사물들이 비범하게 비치도록 하는 것’이라고 여겼다. 이러한 목적 하에 쓰인 시들은 그대로 워즈워스의 작가관을 반영한다.
보라! 들판에서 홀로
가을걷이하며 노래하는
저 고원의 처녀를,
멈춰 서라. 아니면 슬며시 지나가라,
홀로 베고 다발로 묶으며
구슬픈 노래를 부른다.
귀 기울여라! 깊은 골짜기엔
온통 노랫소리가 차 있구나.
―「가을걷이하는 처녀」에서(27쪽)
이 세 가지 특성은 또한 1789년 프랑스혁명을 열렬하게 찬미했던 워즈워스의 민주적 이념이 담긴 결과이기도 하다. 그는 “시인이란 무엇인가? 누구에게 그는 말을 거는 것인가? …… 시인은 사람들에게 말을 하는 사람일 뿐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1789년의 정신세계를 물려받은 시인의 시 세계에서 엿보이는 ‘자연 사랑’이 결국 ‘인간 사랑’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임은 그가 ‘평민의 생활’을 다룬 작품에도 잘 드러나 있다. 시에 내장된 이데올로기는 노출되지 않으면서도 깊은 감명을 줄 수 있다는 예술적 진리를 극명하게 보여 주는 사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