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학 비평의 원점,
한국어로 전개한 사상의 정점
· 문학과 사회, 예술과 정치를 종합한
한국의 지성 김우창의 결정판 전집
· 원고지 65,000매, 단행본 전체 15,000쪽
비평, 논문, 에세이에서 대담, 칼럼까지
50년에 걸친 사유의 궤적을 망라한 19권
· 궁핍한 시대 속에서 문화의 재건을 모색한 자취
한국어로 생각하는 모든 이를 위한 지적 자산
* 2000년에서 2014년까지의 대담과 인터뷰 수록.
한국을 대표하는 인문학자 김우창의 전집. 지난 2015년 12월 일곱 권이 먼저 출간된 이후 전 19권에 연보와 총목록을 담은 별권으로 완결되었다.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50여 년간 발표된 글과 단행본, 미발표 원고 및 대담을 포함하는 김우창 전집은 전체 1만 5000쪽에 원고지로 환산하면 6만 5000여 매에 달한다. 이 막대한 분량은 일제 시대와 해방 후, 6・25 전쟁과 군부 독재기 그리고 세계화 시대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사의 질곡 속에서 더 나은 삶을 그리며 사유를 전개한 흔적이다.
서양 문학과 철학에 대한 넓은 이해를 한국 문학에 대한 깊은 관심 및 현실 진단과 연결시킨 김우창의 평론은 한국 현대 문학사의 고전이 되었다. 1977년 민음사에서 출간되었으며 전집 1권을 이루는 첫 저서 『궁핍한 시대의 시인』이 지금까지 쇄를 거듭하며 대표작으로 알려져 왔다면, 이번 김우창 전집의 출간은 김우창 사상의 전모를 추적할 자리를 마련한다. 그동안 절판되었던 역작 『풍경과 마음』(12권), 『정의와 정의의 조건』(13권 수록), 『기이한 생각의 바다』(14권 수록) 등이 일관된 편집 원칙 아래 개정되었으며, 이번에 새로 꾸려진 『대담, 인터뷰 1~2』(18~19권)는 한국의 지식인들만이 아니라 피에르 부르디외, 리처드 로티, 가라타니 고진 등 세계의 석학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한 내용을 생생히 담아 ‘한국 지성사’를 방불케 한다.
행동과 사유의 사이에 선 사람
김우창의 저작은 분량으로 방대할 뿐 아니라 주제로도 가히 전면적이다. 영문학을 전공하여 영미 시에 대한 정치한 논문을 다수 편 발표한 김우창은 문학 평론가로서 한국 현대 문학의 거점들을 조망하는 선구적인 작업을 했으며, 수백 편에 달하는 글과 십수 권의 저작에서는 서구의 이론을 소화해 한국을 바라보는 관점을 보편화하는 데 매진했고, 50년에 걸쳐 일간지에 발표해 온 칼럼에서는 시대의 현안을 직시하려는 노력을 계속했다. 그리하여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그 자신은 누구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될 때, 한 가지 가능한 대답은 이렇다. 행동과 사유의 사이에 선 저술가라는 것이다.
이 점을 가장 잘 보여 주는 것이 전집의 18~19권을 이루는 대담과 인터뷰들이다. 1968년 《신동아》에 발표된 대담 「언어, 사상, 시대」(김종길, 김춘수, 송욱, 조지훈, 김우창)에서 2013년 일본의 지성 가라타니 고진과의 대담까지, 90여 편에 이르는 대담과 인터뷰는 백낙청·유종호·김윤식 등의 문학 평론가, 김춘수·신경림·황지우 등의 작가와 나눈 문학에 관한 치열한 논의를 담고 있다. 그뿐 아니라 최장집·김종철·도정일·안병직 등 우리 사회의 지식인들과의 대화에서는 한국의 상황을 진단하는 다양한 시점의 경합이 벌어지며, 부르디외·로티·오에 겐자부로·미셸 콜로 등 세계의 지성과의 교류에서는 한국인의 입장에서 보편을 추구하는 김우창의 지향이 치열하게 드러난다. 김우창의 글이 긴 호흡으로 사유의 극까지 밀고 나가는 주관의 기록이라면, 김우창의 말은 타자와의 마찰 속에서 함께할 수 있는 자리를 더듬어 나간 대화의 노정이라 할 수 있다.
19권에 실린 대담 「행동과 사유」에서, 영문 저술에 매진했다면 더 큰 영향력을 가지지 않았겠느냐는 질문에 김우창은 이렇게 말한다. “당장 부딪힌 문제에 충실한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중요한 논문을 쓰고 있더라도 학생이 중요한 문제를 논의해 오면 학생에게 시간을 압수당하죠. 그러나 그 학생을 도와주는 것이 절실한 일이다, 늘 그렇게 생각하려 했지요.” 이는 김우창의 궤적을 요약하는 말이기도 하다. 예술과 철학이 여는 사유의 세계에 날카로운 시선을 던지며,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지치지 않는 관심을 기울여 온 김우창의 말과 글을 따라가는 것은 곧 행동과 사유의 사잇길을 밟아 가는 일이 된다.
문학과 사회, 예술과 정치를 종합한 근대 지성의 원형
한국에 살며 한국어로 사유하는 이라면 반드시 소화해야 할 지적 자산
김우창의 첫 저서 『궁핍한 시대의 시인』은 1970년대를 매료한 평론집이었다. 표제작 「궁핍한 시대의 시인」은 평이한 시어로 형이상학적 사유를 개진한 최초의 서정시인이자 어려운 시절에 자유를 향한 뜻을 굽히지 않았던 의인(義人)으로서의 한용운을 비평한 글이다. ‘궁핍한 시대’란 한용운이 살았던 일제 강점기였지만, 글이 발표된 1973년의 독자들에게는 동시대를 형용하는 강렬한 표현이었다. 이 글과 나란히 실린 「일제하의 작가의 상황」은 이광수, 염상섭, 현기영, 이상, 윤동주, 이육사에게 문학과 현실 간의 변증법이 어떻게 작동했는지 정치하게 분석한 대표작이며, 「한국 시와 형이상」은 최남선에서 서정주까지 한국 현대 시의 궤적을 종관해 오늘날 현대 시사를 이해하는 정론으로 자리매김했다. 김우창의 문학 평론은 비판적 시선을 허용하지 않는 폐쇄적인 민족주의와, 작품의 아름다움만을 칭송하면서 그 구조적 형식과 역사적 의미를 보지 못하는 낭만적 경향을 벗어났다고 평가되고 있다.
김우창은 편집 동인 유종호와 더불어 계간 문예지 《세계의 문학》의 편집 위원으로 오래 활동했다. 문학의 자율성을 주창한 《문학과지성》 그리고 문학의 사회 참여를 추구한 《창작과비평》으로 대별되는 두 경향 사이에서 《세계의 문학》은 세계 문학과 한국 문학을 매개한다는 독특한 행보를 걸었다. 세계 문학의 유산을 주체적으로 수용하고, 한국 문학에서 한국인만의 것이 아닌 보편적인 의미를 추출하려 했던 노력은 1990년대의 ‘세계문학전집’ 총서로 이어진다. 김우창, 유종호, 정명환, 안삼환이 민음사와 함께 기획한 ‘세계문학전집’은 독자층의 광범위한 호응을 얻으며 독서 문화의 새 흐름을 만들었다. 김우창이 견지한 세계 문학을 향한 지향은 ‘세계문학포럼’과 같은 국제 행사에서 여러 차례 좌장으로 활동해 온 이력에서도 볼 수 있다. 피에르 부르디외, 리처드 로티, 오에 겐자부로, 가라타니 고진 등 동서양 지성과의 교류는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외면하지 않는 가운데 한국의 문제를 세계 속에서 풀어 나가고자 한 노력의 증거이다.
한국의 지성사를 특징짓는 두 축이 서구 이론의 수용과 한국 전통의 모색이라면, 전자의 압도하에 후자가 수세적으로 반응해 온 것이 현실이었다. 전공인 영문학의 바탕 위에서 한국 문학을 비평하고, 외래 사상과 세계사의 동향에 대한 박학한 지식을 토대 삼아 한국 사회의 명암을 짚어 온 김우창에 이르러 양자는 종합의 가능성을 내다보는 단계에 올라섰다. 오늘날 경제 문화적으로 단일하게 재편되어 가는 세계는 끊임없이 정보를 유통하며 그에 대한 신속한 가치 평가를 요구하고 있다. 지금 인문학이란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모험가의 철학을 뒷받침하거나, 구석에 몰린 낱낱의 삶을 위로하는 역할에 만족하는 실정이다. 이즈음 내놓는 김우창의 글 모음은 전통과 현대를 관통하는 시야와 특수한 처지에서 보편을 지향하는 정신으로 인간과 세계를 총체적으로 파악하고자 한 인문학의 영광과 그늘까지 남김없이 드러낸다. 이에 한국에 살며 한국어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대면해야 할 ‘거대한 뿌리’라 할 김우창 전집을 내놓는 바이다.
김우창 전집의 구성
2014년 1월 민음사는 새 김우창 전집을 출간하기로 결정하고 편집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1964년에서 2014년까지 매체에 발표된 글과 미발표 원고를 모두 수집하고, 매 편 편집위원의 검토와 저자의 감수를 거쳐 분류했다. 집필된 당시의 텍스트를 최대한 복원한다는 원칙을 두고, 개고된 원고의 경우 변화된 부분을 밝히는 등 김우창 사상의 전모를 추적하고자 했다. 각 권은 발표 연도에 따라 배열하되 이미 출간된 단행본을 존중했기에 『궁핍한 시대의 시인』(초판 1977)을 비롯한 기존 민음사판 전집 다섯 권이 새 전집의 1~5권을 이룬다.
단행본으로 최초로 묶이는 원고는 연도별로 구분해 『보편 이념과 나날의 삶: 1964~1986』(6권), 『문학과 그 너머: 1987~1999』(7권), 『다원 시대의 진실: 2000~2009』(10권), 『문학의 경계와 지평: 2010~2014』(11권)로 묶었다. 6~7권에 현대 영미 문학에 관한 초창기의 논문들과 당대의 작가를 비평하고 새로운 작가를 발굴한 한국 문학 평론들이 실려 있다면, 10~11권에는 국제적인 문학 행사를 주관하는 등 세계화 시대에 한국을 대표하는 사상가로서 활동한 이력 그리고 과학·동양 철학·윤리학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간 지적 관심이 드러난다.
기존에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던 책은 전면적인 개정을 거쳐 『풍경과 마음』(12권), 『정치와 삶의 세계』(13권), 『산과 바다와 생각의 길』(14권), 『세 개의 동그라미』(15권)로 묶였으며, 『예술론: 도시, 주거, 예술』(8권)과 『사물의 상상력과 미술』은 각각 예술과 미술에 관한 글을 따로 모아 미학자로서 김우창의 사유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시대의 흐름과 성찰 1~2』(16~17권)과 『대담/인터뷰 1~2』(18~19)는 각각 신문 칼럼과 대담, 인터뷰를 모았다. 19권 세트에는 별권 『연보/총목록』이 포함되는데, 김우창의 정확한 연보 그리고 제목순, 연도순으로 정렬한 총목록을 실어 앞으로의 연구에 길잡이가 되도록 했다.
간행의 말 7
1부 2000~2004
한국 사회의 정치 현실과 이성적 질서를 향한 모색 김우창, 최장집, 홍윤기 17
21세기 한국 대학 교육의 방향과 좌표 김광억, 안병영, 이현청, 김우창 49
인문주의가 필요한 시기 왔다 인터뷰 강근주 60
세계화는 나쁜 얼굴의 국제주의 피에르 부르디외, 김우창 65
지성의 독립성과 성찰의 근거에 대하여 김우창, 고지마 기요시 70
오렌지 주스에 대한 명상 김우창, 김상환 94
문학적인 문화를 위하여 리처드 로티, 김우창 131
비평은 진리 추구 위한 방편 인터뷰 손창훈 151
우리는 어디에 있으며, 무엇을 할 것인가 김우창, 최장집, 여건종 156
한국의 정치 문화를 말한다 박충석, 김우창, 김홍우 196
뭍과 물, 자연과 사람을 잇는 삶의 쉼터로 강홍빈, 김우창 207
우리 시는 어디로 가나 김우창, 최승호, 유종호 212
문학과 철학 박이문, 김우창, 유종호 243
우리 사회는 이성의 원리가 탄생해 가는 과도기다 인터뷰 송복남 272
격변기, 지성의 의미와 역할 인터뷰 방민호 285
민족 이산, 정체성 그리고 한국문학 김우창, 이회성, 최원식 292
지적 작업은 사회에 기여해야 인터뷰 이병혜 297
2부 행동과 사유 — 김우창과의 대화 권혁범, 윤평중, 고종석, 여건종
성장과 지적 편력 321 | 문학과 윤리 355 | 구체적 보편, 그리고 언어 367 | 심미적 이성과 사회적 이성 382 | 유희와 쾌락에 대하여 416 | 정치적인 것과 내면적인 것 433 | 겹눈의 사유와 담론적 실천의 문제 458 | 리얼리즘과 모더니즘 481 | 한국 현대사에서의 문학 지식인의 역할 491 | 동양과 서양의 학문, 그리고 외국 문학을 한다는 것 502 |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하여 515 | 문자 매체와 영상 매체 529 | 언론, 공적 담론, 권력 537 | 세계화, 내면성, 그리고 행복한 삶 550
3부 2005~2009
출판을 화두 삼은 문화 입국의 길 김우창, 도정일, 박광성 563
가장 사람다운 삶은 즐거운 금욕주의 김우창, 여건종 577
현지에서 본 2005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주빈국의 의미 인터뷰 신동섭 596
김우창 교수에게 들어 본 요즘 한국 사회 인터뷰 배문성 601
동아시아 평화 비전을 향하여 오에 겐자부로, 김우창, 윤상인 606
오늘의 한국 사회와 비평 담론 김우창, 장회익, 도정일, 최장집, 여건종 616
아시아의 주체성과 문화의 혼성화 — 리처드 로티 교수와의 서신 교환 640
『자유와 인간적인 삶』 펴낸 김우창 교수 인터뷰 강성만 799
경계를 넘어선 대화의 열림 미셸 콜로, 김우창 803
더 많은 혹은 더 작은 민주주의를 찾아서 김우창, 최장집 824
학문은 선입견 없이 진리를 탐구하는 것이다 인터뷰 김경필, 유세원 855
민주화를 넘어서 어디로 안병직, 김우창, 이영성 867
한국 인문 사회 과학의 한 패러다임 박명림, 김우창 877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 김우창, 김종철 948
위기의 한국 언론, 가장 필요한 것은 객관성 인터뷰 이대근 987
서구화로 무너진 독서 공동체 재구성 디딤돌 될 것 김우창, 김언호 996
한일 개인적 교류가 평화 문제 해결에 도움 김우창, 시마다 마사히코 1000
공간의 유기성이 존중되는 발전이라야 한다 김우창, 조판기 1005
대한민국 건국의 역사적 의의 김우창, 노재봉, 신복룡, 이인호, 안병직 1012
제1회 한・일・중 동아시아문학포럼 3국 대표 대담 김우창, 시마다 마사히코, 티에닝 1067
2009 한국의 모색 좌우를 뛰어넘다 인터뷰 김기철 1071
창간 55주년 기념 김우창 이화여대 석좌교수 인터뷰 최윤필 1078
대한민국은 지금 어디로 가나 김우창, 도정일 1085
좌우 극한 대결 해법을 묻다 인터뷰 김종혁 10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