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우창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16년 8월 26일
ISBN: 978-89-374-5556-8
패키지: 양장 · 신국판 152x225mm · 852쪽
가격: 35,000원
시리즈: 김우창 전집 16
한국 문학 비평의 원점,
한국어로 전개한 사상의 정점
· 문학과 사회, 예술과 정치를 종합한
한국의 지성 김우창의 결정판 전집
· 원고지 65,000매, 단행본 전체 15,000쪽
비평, 논문, 에세이에서 대담, 칼럼까지
50년에 걸친 사유의 궤적을 망라한 19권
· 궁핍한 시대 속에서 문화의 재건을 모색한 자취
한국어로 생각하는 모든 이를 위한 지적 자산
* 《경향신문》에 연재되었던 칼럼을 묶은 『시대의 흐름에 서서』(2005)와 『성찰』(2011)로 구성.
간행의 말 5
책머리에 13
칼럼이라는 글쓰기 19
잡다한 소감들을 되돌아보고 32
1부 시대의 흐름에 서서
1장 정치와 실용주의 81
2장 이념과 현실 127
3장 큰 정치, 작은 삶 185
2부 성찰
1장 나라의 대의와 작은 것들의 세계 255
2장 공동체의 정신적 기초 337
3장 하나의 민족, 다원적 현실 403
4장 자연의 풍경과 심성 469
5장 차이와 합의의 정치 537
6장 살고 싶은 삶의 터전 605
7장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665
8장 스스로를 위한 학문 729
9장 통일과 이성적 정치 문화 793
한국을 대표하는 인문학자 김우창의 전집. 지난 2015년 12월 일곱 권이 먼저 출간된 이후 전 19권에 연보와 총목록을 담은 별권으로 완결되었다.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50여 년간 발표된 글과 단행본, 미발표 원고 및 대담을 포함하는 김우창 전집은 전체 1만 5000쪽에 원고지로 환산하면 6만 5000여 매에 달한다. 이 막대한 분량은 일제 시대와 해방 후, 6・25 전쟁과 군부 독재기 그리고 세계화 시대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사의 질곡 속에서 더 나은 삶을 그리며 사유를 전개한 흔적이다.
서양 문학과 철학에 대한 넓은 이해를 한국 문학에 대한 깊은 관심 및 현실 진단과 연결시킨 김우창의 평론은 한국 현대 문학사의 고전이 되었다. 1977년 민음사에서 출간되었으며 전집 1권을 이루는 첫 저서 『궁핍한 시대의 시인』이 지금까지 쇄를 거듭하며 대표작으로 알려져 왔다면, 이번 김우창 전집의 출간은 김우창 사상의 전모를 추적할 자리를 마련한다. 그동안 절판되었던 역작 『풍경과 마음』(12권), 『정의와 정의의 조건』(13권 수록), 『기이한 생각의 바다』(14권 수록) 등이 일관된 편집 원칙 아래 개정되었으며, 이번에 새로 꾸려진 『대담, 인터뷰 1~2』(18~19권)는 한국의 지식인들만이 아니라 피에르 부르디외, 리처드 로티, 가라타니 고진 등 세계의 석학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한 내용을 생생히 담아 ‘한국 지성사’를 방불케 한다.
행동과 사유의 사이에 선 사람
김우창의 저작은 분량으로 방대할 뿐 아니라 주제로도 가히 전면적이다. 영문학을 전공하여 영미 시에 대한 정치한 논문을 다수 편 발표한 김우창은 문학 평론가로서 한국 현대 문학의 거점들을 조망하는 선구적인 작업을 했으며, 수백 편에 달하는 글과 십수 권의 저작에서는 서구의 이론을 소화해 한국을 바라보는 관점을 보편화하는 데 매진했고, 50년에 걸쳐 일간지에 발표해 온 칼럼에서는 시대의 현안을 직시하려는 노력을 계속했다. 그리하여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그 자신은 누구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될 때, 한 가지 가능한 대답은 이렇다. 행동과 사유의 사이에 선 저술가라는 것이다.
이 점을 가장 잘 보여 주는 것이 전집의 18~19권을 이루는 대담과 인터뷰들이다. 1968년 《신동아》에 발표된 대담 「언어, 사상, 시대」(김종길, 김춘수, 송욱, 조지훈, 김우창)에서 2013년 일본의 지성 가라타니 고진과의 대담까지, 90여 편에 이르는 대담과 인터뷰는 백낙청·유종호·김윤식 등의 문학 평론가, 김춘수·신경림·황지우 등의 작가와 나눈 문학에 관한 치열한 논의를 담고 있다. 그뿐 아니라 최장집·김종철·도정일·안병직 등 우리 사회의 지식인들과의 대화에서는 한국의 상황을 진단하는 다양한 시점의 경합이 벌어지며, 부르디외·로티·오에 겐자부로·미셸 콜로 등 세계의 지성과의 교류에서는 한국인의 입장에서 보편을 추구하는 김우창의 지향이 치열하게 드러난다. 김우창의 글이 긴 호흡으로 사유의 극까지 밀고 나가는 주관의 기록이라면, 김우창의 말은 타자와의 마찰 속에서 함께할 수 있는 자리를 더듬어 나간 대화의 노정이라 할 수 있다.
19권에 실린 대담 「행동과 사유」에서, 영문 저술에 매진했다면 더 큰 영향력을 가지지 않았겠느냐는 질문에 김우창은 이렇게 말한다. “당장 부딪힌 문제에 충실한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중요한 논문을 쓰고 있더라도 학생이 중요한 문제를 논의해 오면 학생에게 시간을 압수당하죠. 그러나 그 학생을 도와주는 것이 절실한 일이다, 늘 그렇게 생각하려 했지요.” 이는 김우창의 궤적을 요약하는 말이기도 하다. 예술과 철학이 여는 사유의 세계에 날카로운 시선을 던지며,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지치지 않는 관심을 기울여 온 김우창의 말과 글을 따라가는 것은 곧 행동과 사유의 사잇길을 밟아 가는 일이 된다.
문학과 사회, 예술과 정치를 종합한 근대 지성의 원형
한국에 살며 한국어로 사유하는 이라면 반드시 소화해야 할 지적 자산
김우창의 첫 저서 『궁핍한 시대의 시인』은 1970년대를 매료한 평론집이었다. 표제작 「궁핍한 시대의 시인」은 평이한 시어로 형이상학적 사유를 개진한 최초의 서정시인이자 어려운 시절에 자유를 향한 뜻을 굽히지 않았던 의인(義人)으로서의 한용운을 비평한 글이다. ‘궁핍한 시대’란 한용운이 살았던 일제 강점기였지만, 글이 발표된 1973년의 독자들에게는 동시대를 형용하는 강렬한 표현이었다. 이 글과 나란히 실린 「일제하의 작가의 상황」은 이광수, 염상섭, 현기영, 이상, 윤동주, 이육사에게 문학과 현실 간의 변증법이 어떻게 작동했는지 정치하게 분석한 대표작이며, 「한국 시와 형이상」은 최남선에서 서정주까지 한국 현대 시의 궤적을 종관해 오늘날 현대 시사를 이해하는 정론으로 자리매김했다. 김우창의 문학 평론은 비판적 시선을 허용하지 않는 폐쇄적인 민족주의와, 작품의 아름다움만을 칭송하면서 그 구조적 형식과 역사적 의미를 보지 못하는 낭만적 경향을 벗어났다고 평가되고 있다.
김우창은 편집 동인 유종호와 더불어 계간 문예지 《세계의 문학》의 편집 위원으로 오래 활동했다. 문학의 자율성을 주창한 《문학과지성》 그리고 문학의 사회 참여를 추구한 《창작과비평》으로 대별되는 두 경향 사이에서 《세계의 문학》은 세계 문학과 한국 문학을 매개한다는 독특한 행보를 걸었다. 세계 문학의 유산을 주체적으로 수용하고, 한국 문학에서 한국인만의 것이 아닌 보편적인 의미를 추출하려 했던 노력은 1990년대의 ‘세계문학전집’ 총서로 이어진다. 김우창, 유종호, 정명환, 안삼환이 민음사와 함께 기획한 ‘세계문학전집’은 독자층의 광범위한 호응을 얻으며 독서 문화의 새 흐름을 만들었다. 김우창이 견지한 세계 문학을 향한 지향은 ‘세계문학포럼’과 같은 국제 행사에서 여러 차례 좌장으로 활동해 온 이력에서도 볼 수 있다. 피에르 부르디외, 리처드 로티, 오에 겐자부로, 가라타니 고진 등 동서양 지성과의 교류는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외면하지 않는 가운데 한국의 문제를 세계 속에서 풀어 나가고자 한 노력의 증거이다.
한국의 지성사를 특징짓는 두 축이 서구 이론의 수용과 한국 전통의 모색이라면, 전자의 압도하에 후자가 수세적으로 반응해 온 것이 현실이었다. 전공인 영문학의 바탕 위에서 한국 문학을 비평하고, 외래 사상과 세계사의 동향에 대한 박학한 지식을 토대 삼아 한국 사회의 명암을 짚어 온 김우창에 이르러 양자는 종합의 가능성을 내다보는 단계에 올라섰다. 오늘날 경제 문화적으로 단일하게 재편되어 가는 세계는 끊임없이 정보를 유통하며 그에 대한 신속한 가치 평가를 요구하고 있다. 지금 인문학이란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모험가의 철학을 뒷받침하거나, 구석에 몰린 낱낱의 삶을 위로하는 역할에 만족하는 실정이다. 이즈음 내놓는 김우창의 글 모음은 전통과 현대를 관통하는 시야와 특수한 처지에서 보편을 지향하는 정신으로 인간과 세계를 총체적으로 파악하고자 한 인문학의 영광과 그늘까지 남김없이 드러낸다. 이에 한국에 살며 한국어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대면해야 할 ‘거대한 뿌리’라 할 김우창 전집을 내놓는 바이다.
김우창 전집의 구성
2014년 1월 민음사는 새 김우창 전집을 출간하기로 결정하고 편집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1964년에서 2014년까지 매체에 발표된 글과 미발표 원고를 모두 수집하고, 매 편 편집위원의 검토와 저자의 감수를 거쳐 분류했다. 집필된 당시의 텍스트를 최대한 복원한다는 원칙을 두고, 개고된 원고의 경우 변화된 부분을 밝히는 등 김우창 사상의 전모를 추적하고자 했다. 각 권은 발표 연도에 따라 배열하되 이미 출간된 단행본을 존중했기에 『궁핍한 시대의 시인』(초판 1977)을 비롯한 기존 민음사판 전집 다섯 권이 새 전집의 1~5권을 이룬다.
단행본으로 최초로 묶이는 원고는 연도별로 구분해 『보편 이념과 나날의 삶: 1964~1986』(6권), 『문학과 그 너머: 1987~1999』(7권), 『다원 시대의 진실: 2000~2009』(10권), 『문학의 경계와 지평: 2010~2014』(11권)로 묶었다. 6~7권에 현대 영미 문학에 관한 초창기의 논문들과 당대의 작가를 비평하고 새로운 작가를 발굴한 한국 문학 평론들이 실려 있다면, 10~11권에는 국제적인 문학 행사를 주관하는 등 세계화 시대에 한국을 대표하는 사상가로서 활동한 이력 그리고 과학·동양 철학·윤리학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간 지적 관심이 드러난다.
기존에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던 책은 전면적인 개정을 거쳐 『풍경과 마음』(12권), 『정치와 삶의 세계』(13권), 『산과 바다와 생각의 길』(14권), 『세 개의 동그라미』(15권)로 묶였으며, 『예술론: 도시, 주거, 예술』(8권)과 『사물의 상상력과 미술』은 각각 예술과 미술에 관한 글을 따로 모아 미학자로서 김우창의 사유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시대의 흐름과 성찰 1~2』(16~17권)과 『대담/인터뷰 1~2』(18~19)는 각각 신문 칼럼과 대담, 인터뷰를 모았다. 19권 세트에는 별권 『연보/총목록』이 포함되는데, 김우창의 정확한 연보 그리고 제목순, 연도순으로 정렬한 총목록을 실어 앞으로의 연구에 길잡이가 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