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 일생에 걸쳐 묻고 배우며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길을 열다
원제 論語
글 동양고전연구회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16년 8월 26일
ISBN: 978-89-374-3331-3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47x217 · 452쪽
가격: 25,000원
시리즈: 사서
12인의 학자들이 25년에 걸쳐 이룩한
정역定譯 사서
《교수신문》 선정 ‘최고의 고전 번역서’로 꼽혔으며 많은 독자들이 그 가치를 인정했던 동양고전연구회의 『논어』(개정판)를 비롯해 『맹자』, 『대학』, 『중용』의 사서가 민음사에서 완역 출간되었다. 12인의 학자들이 25년이라는 시간 동안 고금의 주석서를 검토하고 정확한 현대어로 옮긴 역작이다. 기원전 6세기경,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이 전 세계에서 대두한 인문 정신의 여명기에 지중해 연안의 아테네에서 소크라테스가, 히말라야의 산기슭에서 고타마 싯다르타가, 그리고 태산과 황하의 부근에서 공자가 등장해 위대한 철학적 전통을 열었다. 이후 유학의 경전으로 성립한 사서는 동아시아 정치·사회·문화의 근간을 이루었으며 시대가 변화할 때마다 인간의 문제에 새롭게 답하며 세계인의 애독서로 자리 잡았다. 역사가 흐를수록 번역과 해석 또한 방대해진 가운데, 500년의 한국 번역사에서 축적된 연구를 종합한 성과이자 고전 읽기를 시작하는 누구나 믿고 손에 잡을 만한 바른 번역(定譯)으로서 동양고전연구회의 사서를 선보인다.
서문 5
해제 11
1 학이(學而) 21
2 위정(爲政) 37
3 팔일(八佾) 59
4 이인(里仁) 81
5 공야장(公冶長) 97
6 옹야(雍也) 117
7 술이(述而) 139
8 태백(泰伯) 163
9 자한(子罕) 181
10 향당(鄕黨) 201
11 선진(先進) 221
12 안연(顔淵) 247
13 자로(子路) 267
14 헌문(憲問) 291
15 위령공(衛靈公) 323
16 계씨(季氏) 347
17 양화(陽貨) 363
18 미자(微子) 389
19 자장(子張) 403
20 요왈(堯曰) 419
참고 문헌 429
찾아보기 431
500년 사서 번역사에서 기점이 될 번역
원로에서 신진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학자진의 참여
동양 철학의 각 분야를 망라하는 풍부한 주석
고려 말 성리학과 함께 전래된 사서는 440여 년 전 언해본 출간을 시작으로 우리말 번역이 이루어졌다. 오늘날에 이르러 ‘고전 르네상스’는 만개하여 『논어』의 경우 번역서로만 최소 100여 종에서 해설서까지 포함하면 700여 종에 이르게 되었다. 서양 문화의 급격한 유입이 제기한 정체성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유교라는 전통을 일신하여 과거로부터 다시 배우고자 애쓴 수많은 연구자와 저술가의 노력이었다.
1992년 이강수 전 연세대 철학과 교수를 필두로 결성된 동양고전연구회는 한국 철학·선진 유가 철학·송명 유학·청 대 유학·도가 철학 전공자 12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공과 세대가 다른 연구자들은 세계화 시대의 격랑 속에서 인문 세계를 이루어 나가는 데 동양 고전의 현대화를 통해 기여한다는 연구회의 취지를 공유했다. 첫 번째 번역 사업으로 우리에게 가장 깊은 영향을 미친 사서를 선정한 이래 2016년 여름의 완역 출간까지 25여 년이 걸린 데는 동양 고전 번역에 따르는 고유의 문제가 있었다.
저자가 분명하지 않으며 판본에 따른 의미 변경의 폭이 큰 고전의 번역은 안으로는 생소한 고어의 쓰임을 명확히 밝히며 밖으로는 당대의 맥락에 비추어 문면의 의미를 고찰하는 주석(註釋) 작업이다. 고전이 성립된 지 2500년을 헤아리는 시간 동안 축적된 주석서의 양은 그야말로 방대하다. 『논어』만 해도 한 대(漢代)에 성립한 고주(古註)와 주희의 신주(新註)라는 두 개의 큰 줄기를 바탕으로 고증학과 문헌학의 성과를 반영한 현대 중국학자들의 주석들이 있으며, 한국에는 정밀한 토(吐)와 석(釋)을 가한 율곡 이이의 『논어율곡언해(論語栗谷諺解)』, 고주와 신주을 종합하고자 한 다산 정약용의 『논어고금주(論語古今註)』가 있고, 대만과 일본의 유수 학자들의 저서들 또한 다채롭다. 이처럼 방대한 주석을 종합함과 더불어 경전의 원의에 다가가는 것이 동양고전연구회 번역 사업의 원칙이었다.
번역의 시작은 연구자들이 각 전공 분야의 저서를 분담해 조사하고 정기 모임에서 발표하는 것이었는데, 주석들을 검토하고 솎아내는 과정에만 권당 최소 3년에서 6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번역문을 다듬는 단계에서는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구절의 뜻을 확정하기 위해 치열한 토론을 통한 음미와 객관화가 이루어졌다. 이로써 한문 번역의 과도기에 남아 있던 고어와 상투어 그리고 오역을 최소화할 수 있었으며, 긴 토의를 거쳐 여러 사람이 납득할 수 있는 문맥을 잡은 까닭에 하나의 사조나 주관적인 입장에 좌우되지 않을 수 있었다.
더하여 원문과 주석, 번역문과 해설을 모두 참고해야 하는 고전의 특성상 본문 편집에도 주의를 기울였다. 원문과 주석을 왼쪽 면에, 그리고 번역문과 해설을 오른쪽 면에 나란히 배치해 어느 눈높이에서 무엇을 위주로 읽든 불편함이 없으며, 번역문을 한 호흡에 읽어 나가며 전체적인 맥을 짚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분량이 상대적으로 적으며 높은 수준의 이론이 전개되는 『대학』과 『중용』은 번역 전문을 먼저 실었다. 디자인의 측면에서는 고전의 현대적 해석에 능하며 민음사 『사기』의 디자인으로도 유명한 안지미 디자이너의 아름다운 장정으로 책의 완성도를 높였다. 교양 독자들의 눈높이에서 쉽게 읽히면서 전문성 또한 놓치지 않은 민음사의 사서는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선택이, 다시 읽는 사람에게는 지난 독서를 반추하는 계기가 되어 줄 것이다.
동양 문명의 정수
인문 정신의 원천, 사서
『논어』는 공자의 제자들이 스승에게 직접 듣거나 기록해서 지니고 있던 말들을 공자 사후에 논찬(論纂)하여 이루어진 일종의 대화집이다. 기원전 4세기경 공자를 계승하여 공자 사상을 확장하고 심화한 맹자의 주관하에 이루어진 저작이 『맹자』이며, 송 대(宋代)에 와서 『예기(禮記)』로부터 『대학』과 『중용』가 분리되어 『논어』, 『맹자』와 함께 사서로 표장(表章)되었다. 유교의 경전이자 동양 사상의 근본 문헌인 사서는 서양 학문에 빗대어 말하자면 공자의 사상을 중심으로 정치 철학, 사회 철학, 우주론, 존재론, 형이상학을 아우르는 거대한 학문적 체계이자, 우리에게 익숙한 말과 삶의 원경을 이루는 본바탕이며, 비근한 데에서 고원한 데에 이르기까지, 마음을 다스리는 법에서 천하를 다스리는 법까지 논하는 인간의 지침서이다. 주희는 말한다. “사서를 읽을 때는 모든 것을 추구하지 말고, 자신에게 가장 절실한 구체적인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논어』, 일생에 걸쳐 묻고 배우며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길을 열다
중국 전국 시대 초에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논어』는 ‘한 마디 말로 천하의 근심을 다스린다’는 뜻의 일언일약(一言一藥)이라는 성어에 들어맞는다. 일생 동안 누구나 한 번쯤 마주하게 되는 책이자, 처음 읽는 사람에게도 놀랍도록 친숙하고 절실한 이야기로 다가오는 『논어』의 첫 구절은 그 유명한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이다. “배우고 그것을 때에 맞게 익혀 나가면 기쁘지 않겠는가?”(23쪽)
배우기를 좋아하여 호학지사(好學之士)라는 칭호를 얻었고 지성선사(至聖先師), 문선왕(文宣王)이라는 존칭으로 숭앙되어 온 공자는 일생에 걸쳐 묻고 배우며 살아갔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기쁨에서 시작하는 배움은 횡으로는 스스로 서고자 하는 만큼 남 역시 서게 해 주며, 종으로는 가르침을 힘써 전해 제자들을 기르고 각자 뜻을 펴 나아가게 하는 것이었다. 공자의 목표는 우리가 사람다운 사람이 되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이룩하는 데 있었다. 인간이 일으킨 일체 사회 현상이 결국 인간 심성의 드러남이라고 할 때, 인류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한다면 ‘인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사람들에게 인간의 문제에 대해 눈을 뜨게 하고 사람 노릇 하는 방법을 알려 주는 고전인 『논어』는 지난날 동아시아의 정치 이상이었으며, 라틴어로 처음 번역된 후 서구 계몽주의자들에게는 먼 곳에서 비쳐 오는 빛이었다. 그리고 세계가 하나로 재편되어 가는 지구화 시대에는 “자신이 원치 않는 일을 남에게 베풀지 말 것이다.”(251쪽)라는 보편적인 황금률로 자리할 것이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아는 것이다. ― 『논어』「위정」
날씨가 추워진 연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뒤에 조락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 『논어』「자한」
계로가 귀신 섬기는 일에 대하여 물으니,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미처 사람도 제대로 섬기지 못하면서, 어찌 귀신을 섬길 수 있으리오?” “감히 죽음에 대해 여쭙겠습니다.” “아직 삶을 제대로 모르면서, 어떻게 죽음을 알겠는가?” ― 『논어』「선진」
번지가 인(仁)에 대하여 물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지(知)에 대하여 물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을 알아보는 것이다.” ― 『논어』「안연」
더불어 말할 만한데도 그와 말을 하지 않으면 사람을 잃을 것이고, 더불어 말할 만하지 못한데도 그와 말을 하면 실언할 것이다. 지혜로운 이는 사람을 잃지도 않고 실언하지도 않는다. ― 『논어』「위령공」
사람이 멀리 생각하지 않으면, 반드시 가까운 근심이 있게 된다. ― 『논어』「위령공」
걸익이 말했다. “그대는 뉘시오?” “중유라고 합니다.” “당신이 노나라 공구의 제자인가?” “그렇습니다.” “흙탕물이 도도하게 흘러 퍼져 천하가 모두 그러한데, 당신은 누구와 더불어 그것을 바꾸겠는가? 또 그대는 사람을 피하는 선비를 따르기보다는, 차라리 세상을 피하는 선비를 따르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걸익은 이렇게) 말하면서, 씨를 심고 흙 덮는 일을 그치지 않았다.
자로가 수레로 돌아와서 아뢰니, 선생님께서 깜짝 놀라며 말씀하셨다. “새와 짐승과는 어울려 살아갈 수는 없으니, 내가 이 세상 사람들과 함께하지 않고 누구와 함께하겠는가? 천하에 도가 있다면, 내가 너희들과 함께 세상을 바꾸어 보려 하지 않을 것이다.” ― 『논어』「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