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뒤를 보면 ‘내 아내와 똑같이 생긴 여자가 우리 집에 앉아 있다 더 늦기 전에 진짜 아내를 찾아야 한다!’ 라고 나와있다. 이 구절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그 느낌을 가지고 책을 펼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순수로맨스를 기대한다면 내려놓으라고 말하고 싶다. 아름답거나 혹은 그녀와의 추억담을 통해 찾아가는 이야기라고 보기엔 이 책이 가진 의미가 다소 줄어들기 때문이다.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고는 말 못하지만 그렇다고 사랑에만 관한 이야기도 아니란 소리다. 사랑을 통해 그 믿음, 인간의 본연을 들여다 보고자 하는 쪽이 더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찬공기와 따듯한 공기의 움직임으로 인해 대기불안정이 일어난다고 중고등학교 때 배운 것 같다… 극과 극의 감정이 만나 불안정한 상태를 초래하기도 하지만 가장 아름다운 상태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우리는 무엇을 느끼는가를 고민하다보면 어렴풋이 감이 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 그렇지만 그 무언가를 깨닫기 전까지 우리의 감정은 매우 불안하다.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를 때 그 때 우리는 매우 불안하다. 아주 많이.
레오는 정신과 의사다. 그는 어느 날 자신의 아내 레마와 똑같이 생겼지만 레마가 아닌 여자와 마주한다. 가짜 레마는 자신이 가짜라고 여기지 않지만 레오가 사랑하는 레마가 아니다. 사실 앞부분이 더 매력있는 소설이다. 뒤에갈 수록 어쩌면 레오 자신이 정말 이기적이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가 사랑했던 레마를 자신의 틀에 가두어 놓고 그 틀을 벗어나면 레마가 아니라고 단정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했기 때문이다. 레마를 향한 집착이 오히려 나를 불편하게 만들어 버렸다. 그런 그를 사랑하는 가짜인지 진짜인지 모를 레마의 마음이 너무 아파 보였기에 그랬다. 레오 자신도 괴로울 것이다. 나비효과의 나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기에 다행인 그의 모습은 그가 믿는 그대로를 믿기에 괴롭지만 확신이라는 것이 들테지만 레마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이 믿는 것이 흔들리고 자신이 믿어야 할 것이 의심되는 상황에 직면한다. 그렇다면 아무것도 믿지 않아야 하는데 그때도 믿을 수 있는건 나라는 자신일까? 그런 상황에서 나를 믿을 수 있을까? 진짜 아내를 잃어버렸다는 것.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고 그녀를 의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지독하게 슬픈일이다. 내가 불편했던 건 이 사회를 보는 것 같아서 일 수도 있다. 무언가를 믿지 못하고 끝없이 무언가를 갈망하는 것. 사랑과 관심을 원하지만 그 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으며 세상은 점점 미쳐가고 있는데 나만 그자리에 서 있는 것 같고…. 여튼… 평온하지는 않았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각종 기상현상들과 이론들이 머리를 아프게 할지 모른다. 빨리 읽을 수 있지만 그렇다면 완전히 읽을 수 없을 수도 있다. 초조함을 버리고 기상현상들이 나온다고 당황해하지 말고 우리의 상태 그대로를 유지하며 읽기를 권한다. 그 기상현상들은 단순히 기상현상에 그치지 않고 삶의 한 모습으로 보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이 책을 완전히 받아들였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아직 뭔가 책을 그 단면 그대로 받아들인 것 만 같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