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야심을 품으면

출간일 2009년 9월 18일

벨아미 (기 드 모파상)

 남자가 야심을 품으면

 모든 여성들을 홀릴 만한 매력을 지닌 조르주 뒤루아. 전직 하사였던 그는 파리에서의 낭만을 꿈꾸지만 현실을 냉혹하다. 당장 오늘 저녁 끼니를 걱정해야할 처지의 그가 우연히 군시절 동료 샤를 포레스티에를 만난건 기회였다. 잘 나가는 신문 기사였던 포레스티에의 도움으로 신문 기자로 일을 시작하게 된 뒤루아. 미숙하고 능력없는 시골뜨기였던 그를 포레스티에의 부인인 마들렌이 도와준다. 지성과 미모를 갖춘 친구의 부인에게 미묘한 감정을 느끼지만 이내 접고, 적당한 부와 지위를 가진 드 마렐 부인을 정부로 둔다. 잘생긴 외모 덕분에 ‘벨아미(아름다운 애인)’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그는 점차 자신의 외모를 이용해 지위와 신분이 높은 여성들을 유혹하며 이용한다. 배고픈 시절 자신을 거두어준 포레스티에가 죽자 마침내 친구의 부인 마들렌과 결혼하고 그녀의 내조속에서 승승장구를 달리면서도 드 마렐 부인과 외도를 서슴없이 한다. 심지어 자신의 신문사 사장인 왈테르의 부인마저도 집어삼키는 뒤루아. 누가봐도 나무랄데 없이 성공한 그였지만 그는 더 높은 지위와 신분을 얻고자 갈망한다.

 지금 그녀는 그의 발에 채워진 족쇄나 매한가지였다. 아! 좀 더 일찍 깨달았더라면! 그렇다는 것을 알았을텐데! 이 귀여운 수잔에게 손을 썼더라면 엄청난 도박에 이겼을 것을! 그런 것도 모르다니 장님이 따로 없지 않은가?

 자신의 기자 생활을 물심양면으로 도운 마들렌의 치마폭에서 성장한 뒤루아는 이제 마들렌이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판단하고 버린다. 평소 암묵적으로 묵인해뒀던 아내의 외도를 고발한 것. 아내를 버리자마자 그가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바로 파리 정계를 쥐락펴락할 정도로 부와 권력이 막대해진 왈테르 사장의 딸 쉬잔. 왈테르의 부인과도 외도를 했던 그가 이번에는 왈테르의 둘째 딸을 목표로 삼았다. 그가 실패할 것 같은가? ​

 『벨아미』는 19세기 최고의 도시 파리에서 외모지상주의와 성공에 눈 먼 남자의 야심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신분상승을 꿈꾸는 뒤루아의 그릇된 욕망을 제대로 보여준다. 하지만 이야기가 너무 막장이다. 드 마렐 부인은 끊임없이 자신을 버리고 갖기를 반복하는 뒤루아를 끝까지 좋다고 매달리고, 친구의 부인과 결혼을 했다가 결국 더 어린 여자와 결혼하기 위해 다시 버린다. 심지어 아내는 다른 남자와 오랫동안 외도를 하고 있었지만 뒤루아는 암묵적으로 함구해왔다. 그녀가 자신의 성공을 이끌어줄 여자였기에 이용한 것이기 때문에. 결국 쓸모가 다하자 토사구팽을 해버리고 자신의 신문사 사장의 딸을 유혹해서 도망간다. 심지어 그녀의 엄마와도 외도를 했던 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여자들이 뒤루아를 갖지 못해 안달이다. 도대체 그의 매력을 얼마나 치명적이기 때문일까?

 뒤루아가 여자들을 유혹하는 이유는 오로지 출세를 위함이었다. 그렇다면 여자들은 왜 자신보다 부와 지위가 떨어지는 남자 뒤루아를 선택했을까? 이유는 그가 너무나도 매력적이라는 것. 그런 매력적인 남자를 자신이 가졌다는 것은 다른 여자들의 시샘을 한 몸에 받게 될 것이다. 철학자 강신주는 이를 두고 벨아미가 여자들에게는 샤넬백과 같은 존재라고 한다. 같이 다니기만 해도 다른 여자들의 시샘와 부러움을 받게 하는 남자. 그녀들에게 벨아미는 샤넬백과 같은 명품 액세서리였던 것이다. 뒤루아가 자신의 야심을 위해 여자들을 유혹한 것이나, 여자들이 뒤루아를 탐했던 것 모두 야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거기에는 사랑은 미약한 존재에 불과했다. 이게 바로 19세기 파리의 모습이다. 기 드 모파상은 『벨아미』를 통해 이런 시대 상황을 제대로 묘사하였다. 하지만 지나치리만큼 막장 스토리에 조금 지루함을 느낀 것은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아니오, 이봐요, 난 언제나 그렇다오. 당신도 오륙년 지나면 이렇게 될거요. 인생이란 산길과 같소. 올라가는 동안은 꼭대기가 보이니까 행복을 느끼지요. 그러나 다 올라가면 갑자기 내리막길이 눈앞에 나타나고, 더욱이 그 끝은 죽음이오. 올라갈 때에는 천천히 올라가지만 내려갈 때에는 빠르단 말이오. 당신 나이에는 즐거운 일만 많아서 여러 가지 희망을, 결코 실천하지 못하는 희망도 가슴에 품지만 내 나이가 되면 이제는 아무것도 기대할 것이 없고 그저 죽음이 있을 뿐이오.”

 승승장구하던 뒤루아가 한 사교계 파티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때 우연히 만난 한 노시인이 한 말이다. 이야기 전개와는 큰 관련은 없지만 오히려 이 대사가 작품의 무게감을 조금 높여주었던 것 같다. 지나치리만큼 막장이면서도 막장이 아닌 것은 이런 무게감을 주는 대사들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