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진보와 보수가 서로 싸우고 정치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있을 때 이 책은 조금은 위험한 발상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책은 그 점을 연애 이야기라는 보통의 주제와 함께 작품 속에서 비틀어버리는 풍자와 웃음 코드,여기에 마지막 반전까지 소설로서의 모든 재미를 갖추게 만들었다. 정치가 전면에 나오고 있음에도 딱딱하지 않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이 작품의 큰 틀은 보수당의 국회의원과 진보당의 국회의원이자 당대표의 러브스토리다. 이 틀부터가 우리에게 큰 웃음 포인트이자 아이러니한 부분이다. 그런데도 이 두 사람에게서 보수냐 진보냐는 찾아볼 수 없다. 당에 소속된 국회의원이지만 서로 자기 할 일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변에 적도 의외로 많이 있다. 그래서인지 이 두 사람이 실제 국회의원을 모델로 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까지도 해볼 수 있는 것이다. 처음에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과 같은 느낌을 받아서 조금은 진지할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작가가 작품 곳곳에 숨겨놓은 풍자 때문에 그런 느낌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이 작품에는 러브스토리만 있는 게 아니다. 우리가 모르는 국회의원의 비밀이라든지 정당주의로 대표되는 현 정치행태에 대한 비판도 신랄하다. 러브스토리가 주제임에도 이 부분의 비중이 꽤 크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 작품을 그저 재미있는 소설로만 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어보인다. 작품 속에서 인용되는 여러 책들과 인물들에 대한 설명은 쉽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인다.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만 집중이 잘 되고 나머지 다른 캐릭터들이 나온 이야기에 잘 집중할 수 없었다는 것,그리고 그것이 마지막에 그들의 사랑에 조금은 안타까운 결말을 내는 것과의 개연성이 조금은 부족해 보였지만 그래도 다른 작품과 달리 일반 연애소설이 아닌 정치적으로 사랑을 풀어냈다는 것과 그 속에 풍자 같은 개그와 여러 작품들과 인물들을 인용하여 풍성하게 만들어냈다는 것이 작가의 역량임을 잘 보여준 작품이 아닐까 한다. 이 작가는 이전에도 <국가의 사생활>을 통해 이런 비슷한 시도를 한 바 있는데,그 작품을 아직 읽어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 기대가 되는 작품이다. 누군가에게는 아쉬운 작품으로 느껴지겠지만 나에게는 이런 재미를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 조금은 특별한 경험이었지 않나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