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먹먹함이 전신을 조여 온다.
온몸을 휘감았던 전율은 쉽사리 가시질 않고 나를 온전히 감성만으로 옭아 매 버렸다.
가벼운 마음으로 재미난 미소를 머금은 채 읽기 시작했다. 읽어 갈수록 영상으로 만들어 버리면 아주 재미 있을 것 같은 기발한 발상이 신선한 재미를 더 해 주었다. 그리고 리애넌을 향한 A의 사랑도 나름의 고충을 내비쳤지만 그다지 힘겨워 보이지 않았다. 그만큼 내가 가졌던 A의 생활에 대한 동경이 컸었던 것 같다.
오롯이 A의 순수한 사랑에 대한 몰입은 마지막에 가서야 완벽해진다. 타인의 육체에 영혼의 흔적을 남기고 떠나야 하는 A의 결정은 읽는 동안 가졌던 모든 희망을 부정해버린 대반전이었다.
애틋하고 숭고함마저 가졌던 A의 사랑이 떠남을 선언하면서 한순간에 오금을 저리게 했다. 이루어 질 수 없었던 사랑에 대한 안타까움이 먹먹함으로 각인 되어버리는 순간이었다.
A의 삶을 부러워한 일면이 있었고 일탈의 희망을 갈망할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이 수그러들지 않은 채, 이야기에 빠져 읽기만을 열중했었는데 그의 마지막 판단은 절정의 반전을 선물했지만 무심한 독자에게는 가슴시림을 선물로 남겨 버렸다.
조만간 리애넌의 생각이 “어나더데이”라는 제목으로 발간된다고 하니 그녀의 이야기에 대한 심한 호기심 앓이는 시간이 지나야 나을 것 같다.읽고 싶은 책이 계속된다는 즐거운 사실에 조금의 위안이 있다.
사랑의 고통은 남에게든 나에게든 너무 아픔이다…..
아직도 가시지 않은 소름돋음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