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하고 개성적인 상상력으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해체하고 인간 내면에 깃든 추악성과 공격성을 폭로함으로써 현재의 삶의 의미를 되묻게 만들어 온 문제적 소설가 이평재의 두 번째 창작집. 작가는 첫 번째 소설집에서 보여 주었던 “질척거리는 점액질의 세계 저편에 펼쳐진 한없이 막막한 공간”(남진우)을 좀 더 강렬하고 구체적인 공간으로 언어로 그려 낼 뿐만 아니라 동시에 실제로 “그려” 냄으로써 그 상상력을 지평을 확대하고 있다. 이번 소설집에는 총 8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각 작품마다 작가가 직접 그린 삽화가 3컷씩 들어 있다. 총 24컷의 그림은 각각 구상 수채화, 추상화, 일러스트, 만화 등 다양한 스타일로 그려져 있다. 실제로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화가이기도 한 이평재의 이 그림들을 보면 그의 소설 세계가 보여 주는 환상적이고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들이 보다 구체적인 시각적 이미지로 눈앞에 다가오며, 동시에 그 상상력이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이 이상한, 수상한 상상력의 근거는 무엇일까. \’크로마뇽인 유령\’이나 \’샴 고양이\’나 \’원숭이\’는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그런데, 불안정한 의미의 존재가 새로운 충격인가 하면 위안을 주는 까닭은 무엇일까. 우리가 사는 현실은 그만큼 부조리하건만, 이 \’현란한 이미지의 응전(應戰)\’에 녹아서, 우리는 실패와 좌절을 삶의 계기로 받아들일 태세에 긴박하다. 신랄한 유머의 미학이 앎과 아픔을 동반한다. 모든 이미지는 현대인의 그림자로서, 환각 또한 일상일 뿐이다. 박물학의 보물섬에서 나는 \”죽은 자의 영혼을 품고 떠도는 바위\”가 되어 \”아랫배의 태동\”을 느낀다. – 윤후명 (소설가)지난 몇 년간 한국문학은 예전에 볼 수 없었던 하나의 실험을 펼쳐 나가고 있고 이 창작집은 그 뚜렷한 경향이 어디까지 전개될 수 있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어느 날, 크로마뇽인으로부터>가 묘사하고 있는 남성들과 여성들의 병리적인 정신세계, 이질적인 생리로 예외적인 상황에 맞서는 사람들, 여기에 결부된 환상적인 그림들은 그로테스크한 환상성이 오늘날 우리의 한국문학을 구성하는 중요한 경향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 준다. 나는 이 작가의 독특하고 창발적인 상상력에 깊이 매료되었다. – 방민호 (문학평론가, 서울대 국문과 교수)
어느 날, 크로마뇽인으로부터 고양이 변주곡 앤디를 위하여 검은 면사포의 계절 리아논의 새 숫자 6을 보다 카오스 판타지 사이렌, 사이렌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