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노인입니다

60세에 실버아파트에 입주했다가 2년 8개월만에 나와버린 초보 노인의 실버생활 적응기, 정도로 요약하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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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30대 중반에 미혼으로 한창 사회생활을 하고 있을 시기라 은퇴나 노인이 된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하고 있는데, 저자도 그렇게 바쁘게 살다가 자기도 모르게 노인이 되어있음을 깨닫고 그런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과정에 있는듯하다. 저자는 57년생이고 우리 엄빠는 60년생이니 또래인데, 그러고보니 나도 우리 엄빠를 아직 노인이라고 생각해본적이 없다. 그냥 아줌마 아저씨라고 생각했지. 울 엄빠도 언니 오빠이다 아줌마 아저씨가 되었고, 그러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가는 과정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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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젊다고 생각하는데 대중교통에서 갑자기 자리를 양보받는다면, 내가 노인처럼 보이나? 하고 얼마나 당황할 것인가. 누가 어머니, 라고만 불러도 기분이 상하고 멋쩍은데 할머니, 라고 부른다면 어떨 것인가. 신체의 생애주기를 정신이 따라가지 못하는 게 참 슬프다. 같이 가주면 좋으련만. 언젠가 나도 겪게될 노인의 삶, 그러나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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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후 삶이라고 하면 보통 미디어나 언론에선 노후대비라는 용어로 경제적인 부분만 다루는 것도 문제가 있다. 미성년자에서 성인이 되었을 때도 적응기가 필요했듯이 노인이 되는데도 준비가 필요하다. 노인이 된 자신을 받아들일 준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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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실버아파트에 들어선 순간 나 역시 ‘할머니’가 되었고 직원들의 ‘어르신’이 되었다. 직원들은 입주민들을 무조건 아버님, 어머님, 어르신으로 불렀다. 워낙 직원의 수가 많다 보니 하루에도 서너번 그런 얘길 들었다. ‘내가 왜 네 엄마니?’ 하고 싶지만 어디 그럴 일인가. 내가 아무리 젊었다 한들 이곳에 들어와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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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게 사는 것처럼 당연한 거지 뭐. 별날 것없는.”

느닷없는 잠실댁의 한 마디에 우리는 모두 말없이 웃었다. 아니, 웃고 싶었다.

어쩌면 나이가 든다는 것은 상당히 괜찮은 일이었다. 죽음을 기뻐할 것까진 아니어도 슬퍼할 일도 아니라는 것. 죽음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으로 접근해 간다는 것과, 나름 계획까지 세워 볼 수 있다는 것. 심지어 ‘나를 죽게 하라’고도 할 수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