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전 내전 참전했던, 퇴역 군인인 ‘대령’은 오지 않는 군인 연금 자격 통지서를 기다리는 이야기.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한다. 고도를 기다리듯이… 피곤하다. 행동하지 않는 주인공에 대해 어떤 감정을 느껴야할까? 그저 기다리고, 거부하고, 또 기다리고, 망설이는 주인공에게는 어떤 결말이 어울릴까?

콜롬비아의 역사적 배경을 조금 더 알고 읽었더라면 대령의 ‘무행동'(?)에서 저항 정신을 읽었을 수 있겠지만, 오지 않는 편지를 기다리기만 하는 대령과 책망할 뿐 받아들이고 같이 사는 아내 둘 다 답답해서 죽을 뻔 했다. 무얼 먹고 사느냐의 문제에 몰두한 아내와 옳은 일을 한 것에 대한 보상을 기다리는 대령. 이 부부는 대립하지도 않고, 해결하지도 않으며 이야기는 “똥”이라는 어이없는 단어와 함께 마무리 된다. 연금 통지서 올 때까지 뭘 먹고 살아야 돼요? 하니까 똥이란다. 믿겨지는가?

편지가 오지 않는 한 (독재와 부패가 계속되는 한) 이 나라는 영원히 똥통일 것이라는 뜻인가?

“똥”이라는 솔직한 선언으로 끝나는 ‘걸작’이라니… 당황스럽다. sh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