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유튜브의 추천을 듣고 패밀리데이에서 구매한 책. 드라마 ‘사랑의 이해’ 원작자의 책인데, 드라마 보지도 않았지만 그냥 때깔이 내취향일 것 같다 싶었고, 왠지 시크한듯 심플한 표지도 궁금증을 끄는데다가, 무심코 집어들었을 때의 묵직함에 대작임을 느끼고 데려왔다. 벽돌책은 독파하는 맛이 남다르다더니…. 역시나 완독한 뒤 엄청난 뿌듯함이 찾아왔지만 사실 이 내용에 이 분량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긴 한다.
이야기는 세 인물의 관계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주인공 해원은 무료한 일상 속 자극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충동적으로 플룻 교습소를 찾게 되고, 고객에게 대뜸 위스키를 권하는 준연에게 급속도로 친밀감을 느낀다. (둘 다 남자다) 해원이 절대 가질 수 없는 생각을 하며 자신만의 인생을 사는 준연에게 동경인듯 동정인듯 알수없는 우정을 쌓는 둘. 둘의 대담이 굉장히 길게, 문장부호 없이 서술되는데, 이게 호불호 포인트가 될만하다. 방언을 쏟아내듯 몇페이지에 걸쳐 대사를 뱉는 인물들과 굉장히 디테일한 묘사로 이루어진 문체가 이 책의 분량을 700페이지 가깝게 늘려놓지 않았나 생각함….. 아무튼, 해원은 준연에게 다른 친구들과는 다른 깊은 동질감과 우정을 느끼고 어머니의 병환으로 어려움에 처한 준연에게 천만원을 선뜻 내밀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된다.
그러다 준연이 친구 하진을 해원에게 소개하면서 전개되는 삼각관계가 인물 모두를 본격 ‘광인’으로 만든다. 갈수록 광기로 치닫는 스토리에 만연한 묘사적 문체로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러면서도 결국 이 파국의 관계는 어떻게 끝을 맺을까 궁금해서 책을 덮을 수 없었다….정말이지 이혁진 작가는 한국의 프루스트가 아닐까 생각한다.